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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 [초점1] 학교 이메일과 메신저 통제의 문제점

2013.02.13 19:03

진보교육 조회 수:812

[초점1]
학교 이메일과 메신저 통제의 문제점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4월 1일부터 서울 일선학교에서는 상용 이메일(네이버, 다음, 구글)과 상용 메신저(네이트온, MSN 등)의 사용이 차단된다. 이는 서울특별시 교육청이 지난 해 11월 일선 초중고교에 내려 보낸 방침에 따른 것으로, 본래 12월 3일부터 전격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교사들과 언론의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그 시행을 잠시 유예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기관에서는 2008년부터 악성코드 감염 및 개인정보와 중요자료 유출 방지를 위해 국가정보원의 <국가기관 정보보안 지침> 등에 따라 메신저·P2P·웹하드·음란·도박·증권 등 비업무사이트 차단이 이루어져 왔다. 이번에 서울 학교들도 공공기관 정보보호 준수 차원에서 같은 정책을 시행하게 되었다는 것이 시교육청의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앞으로 서울시 선생님들은 시교육청 외부메일(SEN메일)과 시교육청 업무용 메신저(SEN메신저)만 활용해 학내 업무를 보게 되었다. 그러나 상용 이메일과 메신저 차단 정책이 전국 교육청에서 공통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것은 아니며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침에 따른 것도 아니다(블로터닷넷, 2012.12.3). 따라서 시교육청의 방침이 꼭 필요한 보안 정책이며, 꼭 필요한 검토 과정을 거친 것인지 의구심이 인다. 학교 현장에서 특별한 보안 문제가 나타난 것도 아닌데 시교육청이 개발한 메일과 메신저로 일괄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디지털타임스, 2012.12.13). 학교 현장에서 보안을 이유로 서비스를 막기 전에 보안을 유지하면서 상용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하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다른 한편, 스마트폰 확산 등으로 상용 서비스의 모바일 사용을 사실상 제한할 수 없는데 학교 컴퓨터만 문제 삼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라는 회의론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볼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기술적인 측면에 놓여 있지 않다. 문제는 교육기관이 일반 공공기관과 무엇이 다르며 달라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또한 기본권을 제한하는 학교 정책에 대하여 당사자인 교육 구성원들이 어느 정도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시교육청의 일방적인 정책 시행

교사를 비롯한 교육 공무원들이 상용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기본권의 문제이다.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교사의 사생활의 권리는 국가 인터넷망의 안전 보장이라는 공익과 비교하여 어느 정도까지 제한될 수 있을까? 두 가지 이익을 비교해 보려면 학교라는 공간의 특수성에 대하여 마땅히 고려해보아야 한다. 교육이라는 목적을 위해 다양한 교육 주체들이 교육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특수성 말이다.

학교 안과 학교 밖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터넷 환경을 둘러싸고 고민하는 것이 우리나라만은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학교 교사들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사용 제한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2011년 8월부터 미국 미주리주 학교 교사들은 페이스북 등 온라인 활동에서 학생들과의 사적인 접촉이 일절 금지되었다. 미주리주 내 일부 교사들이 온라인 메신저에서 학생들과 성적 대화를 나눈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주 규제법이 빠른 속도로 추진된 결과이다. 미주리주 논란은 미국 전역을 달구며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학교 도입을 둘러싸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고민과 입장이 충돌하고 있고, 그만큼 해법이 간단치 않으며,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 그러나 비슷한 문제에 대응하는 여러 해법 가운데 서울 교육 당국이 취하는 방식이 가장 일방적이라는 사실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미주리주에서는 입법과 입법 과정에서의 토론이라도 있었지만, 시교육청의 이번 방침은 뚜렷한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이 정책이 ‘학교’라는 특수한 공간에 부합한 것인지에 대해 교육 구성원들의 토론이 전혀 이루어진 바 없었다는 사실은 큰 문제이다.

미주리주 논란을 다룬 CNN,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이 정책이 학교 현장에서 어떤 교육적 효과를 미칠 것인가에 대하여 주목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교육 주체인 교사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당연히 청취될 수 밖에 없다. SNS가 일상적인 소통이 된 세계에서, 많은 교사들은 SNS가 소외된 학생들이 위험에 빠지거나 복잡한 상황에 있을 때 도울 수 있는 ‘대화의 창구’이며 ‘교육적 기회’임을 역설하고 있다. 심지어 교사의 사생활 노출에 따른 권위 실추를 걱정하는 관점조차도 이 정책의 교육적 효과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시교육청에서 이번 상용 서비스 차단 정책을 실시하면서 “다른 공공기관이 한다.”는 것 외에 다른 사항, 특히 이 정책이 미칠 교육적 효과를 고려했다는 언급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지방 교육청 차원에서 일선 학교의 상용 메일과 메신저를 일제히 차단하는 방식의 정책은 너무나 일방적이고 폭력적이다.

미국에서도 SNS를 사용하는 데 대한 우려가 있기는 해도 지방 당국에서 일방적으로 인터넷 사용을 차단하는 방식은 어디에서도 거론하고 있지 않다. 2011년 호주 모나쉬 대학에서 낸 한 보고서는 이 문제에 대하여 검토해 본 결과 “전면적인 금지는 이용자로 하여금 건전한 대응력을 갖추게 하는 것보다 확실히 덜 효과적”이라고 지적하였다.

학교가 회사인가

보통 사생활은 개인이 자신의 영역과 정보를 공개할 대상과 범위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사생활의 권리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 이 국가에서 사생활에 대한 자신의 결정권을 결코 행사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바로 고용 관계에 매여 있는 공간이다. 상용 서비스 사용의 문제로 말하자면 이를 차단하는 회사들이 적지 않다. 회사와 근로 계약을 맺었으니 그 시간 만큼 노동자들의 자유를 헌납하라는 내용의 동의서에 서약을 강요하는 일도 일반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들 회사들은 상용 이메일, 메신저 뿐 아니라 USB 등 저장매체와 출력물에 대해서도 통제하고 있다.

정보인권 차원에서 가장 침해적인 경우는 회사가 직무 감독을 이유로 노동자의 이메일과 메신저를 무단으로 열람할 때이다. 회사 보안을 위해 상용 이메일과 메신저 사용의 권리를 유보한 결과가 사장님 앞에 이메일과 메신저를 모두 공개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법원 역시 회사가 노동자에게 보안약정서를 받아 두었고, 충분히 입증할 만한 사유가 있었다고 하면, 노동자의 이메일과 메신저를 회사가 열람해도 무방하다는 판결을 내리고 있는 것이 현재의 무법천지 법 현실이다.

학교는 어떨까? 지금은 이메일, 메신저와 같은 일부 서비스를 제한하는 수준이지만, 전체 공공기관과 일관성을 가지려면 학교에서도 휴대용저장매체와 출력물에 대한 통제프로그램이 도입될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는 모든 컴퓨터의 이용내역이 기록관리된다. SEN 메일과 메신저는 시교육청에 집적되어 관리된다. 불평등한 고용 관계를 강요당하는 회사와 학교가 다를 바가 없어지는 것이다. 학교가 회사가 되는 순간, 시교육청은 사장님이 된다. 시교육청에서는 중앙집중적 서버 관리로 인해 일선 교사들의 대화 내용과 자료 송수신 등을 SEN 메신저를 통해 들여다보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그런 일은 있어서도 안되고 절대 없다”고(디지털타임스) 말했다지만 말이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박근혜 당선인이 밝힌 ‘꿈과 끼를 끌어내는 행복한 교육’이 화두라고 한다. 학생들과 맞춤형 진로상담을 위해서라도 학생들의 다양한 삶의 공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교사와 학생이 소통할 수밖에 없고, 학생의 민감한 사생활에 대한 내용은 일반적인 열람 가능성으로부터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결국 그때마다 스마트폰을 켜는 방식으로 우회하는 길 밖에 없을 것인가. 참으로 묘하게 스마트한 교육이다.

결국 학교가 상용 이메일과 메신저를 차단하는 문제는 단지 그것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학교 구성원들 간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교육철학의 문제이고 학교가 스마트한 사회를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 사회 전체적으로 참 많은 토론이 필요한 문제이다. 적어도 시교육청이 공문 한 장으로 일방적으로 상용 서비스를 차단하고 말 일은 아닌 것이다.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모습에서 그 교육당국이 추진할 교육 정책 전반에 대해 불길한 예감을 받는다. 민주주의가 멈추는 곳은 공장 문 앞만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비판적인 민주적인 시민을 양성해야 할 학교 교문을 민주주의가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역설적인 일이다. 설마 그것이 ‘행복한 교육’의 참모습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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