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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고츠키 기획강좌 새로운 교육학의 지평을 보다

 

천보선 / 진보교육연구소 비고츠키교육학실천연구모임

 

 

1. 비고츠키 어렵다는데.....

진보교육연구소는 2012년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비고츠키교육학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비고츠키 기획강좌를 개최하였다. 최근 비고츠키교육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연구소를 중심으로 몇 년 동안 진행한 나름의 연구성과를 기획강좌를 통해 공유하고자 진행한 행사였다. 한편으로는 비고츠키 대표작인 ‘생각과 말’이 출간되었으나 너무 어렵다(?)는 하소연들이 있어 같이 공부해 보자는 의미도 있었다. 원래는 한 번만 하려고 했었는데 1회 강좌 때 수강신청 마감 이후로 신청하는 분들이 많아 한 차례 더 실시하게 되었다. 2번에 걸친 강좌에도 불구하고 일정이 맞지 않아 참여하지 못한 분들도 많았다. 소위 운동권에서 진행하는 행사치고 조금은 이례적이기까지 했다. 사실 연구소에서는 아직 대중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기에는 부담스러워서 홍보를 별로 하지 않았는데 예상을 뛰어 넘은 참여였다. 비고츠키에 대한 관심과 학습의욕을 확인할 수 있었던 강좌였다.

 

 

2. 예상을 뛰어 넘은 관심과 열정

더 흥미로운 것은 강좌가 매우 열기있고 즐겁게(?) 진행되었다라는 점이다. 매 강좌마다 집중도도 높았고 웃음도 끊이지 않았다. 강사들의 강의도 열정적이었지만 수강자들의 참여와 호응도 적극적이었다. 다양한 질의응답이 역동적으로 진행되었고, 질문과 토론들이 ‘인간의 주체성과 사회적 객관성의 관계’나 ‘아동과 성인의 창조성’, ‘비고츠키 발달개념과 사회적 실천과의 관계’ 등 철학적, 실천적 문제들로 확장되어 나가기도 했다. 아마도 비고츠키교육학 자체가 어렵지만 재미있고, 철학적, 실천적 영감들을 부여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리라. 연구소의 좁은 강좌 공간을 꽉 채운 채, 하루 2강좌 4시간을 3일 동안 강좌는 그렇게 진행되었다.

 

3. 강좌의 주요 내용들

3일동안 진행된 강좌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1강. 비고츠키교육학과 교육패러다임의 전환(강사 손지희 진보교육연구소 이론실장)

방대한 비고츠키교육학의 전반적 개요와 주요 개념을 압축적으로 소개하였다.

0 비고츠키의 생애

0 변증법적 유물론에 입각하여 진행한 ‘비고츠키교육학의 방법론’

0 생각과 말의 관계를 설명하는 분석단위로서 ‘낱말’ 의미

0 ‘발달의 질적 성격’, 고등정신기능의 내재화, 교수학습과 발달과의 관계

0 ‘근접발달영역’에 대한 개요, 협력과 모방의 의미, 일상적 개념과 과학적 개념의 관계

0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으로서 의의 등

 

● 2강. 21세기 새로운 담론지형과 비고츠키교육학의 전망(강사 배희철 비고츠키연구회장)

비고츠키교육학이 등장한 이후 교육담론 지형의 변화과정을 한국적, 세계적 차원에서 살펴보았다.

0 이데올로기로서의 교육담론

0 경쟁교육에서 협력교육으로의 교육담론지형 변화

0 교육과정 문제를 둘러싼 담론투쟁 전개과정

0 세계적 차원의 교육담론 지형과 비고츠키교육학의 전망 등

 

● 3강. 비고츠키 고등정신기능과 총체적 인간발달(강사 천보선 진보교육연구소 연구실장)

주로 ‘발달’ 문제를 중심으로 비고츠키교육학의 관점과 논의를 소개하였다.

0 고등정신기능과 초등정신기능과의 관계

0 발달지향적, 협력지향적 존재로서의 인간

0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 문제

0 인간발달에 대한 발생적, 역사적 이해의 문제

0 고등정신기능의 총체성과 전면적 인간발달에 대한 비고츠키의 관점 등

 

● 4강. 협력과 교수학습론(강사 배희철 비고츠키연구회장)

주로 ‘협력’ 개념을 중심으로 교수학습론의 문제와 협력교육의 관점과 사례를 살펴보았다.

0 현대교육학에서의 교수학습론 논의의 문제점

0 협동학습과 협력학습의 비교

0 협력적 교수에 대하여

0 변증법적 협력 교수-학습

0 협력 교수-학습의 사례 등

 

● 5강. 비고츠키와 사회변혁(강사 김태정 평등교육실현전국학부모회 집행위원장)

맑스와 레닌, 그람시의 저작 속에 녹아있는 교육에 대한 시각과 비고츠키의 관점을 비교하면서 맑시즘으로서 비고츠키교육학을 이해하는 한편, 비고츠키교육학의 사회실천적 확장가능성을 논의하였다.

0 인간발달에 대한 맑스의 이해

0 비고츠키 근접발달영역과 레닌의 자생성, 의식성 논의

0 비고츠키와 그람시의 상식, 유기적 지식인 논의

0 비고츠키와 사회변혁운동의 접합점 등

 

● 6강. 비고츠키교육학으로 바라보는 한국교육과 사회(강사 천보선 진보교육연구소 연구실장)

비고츠키교육학의 기본 개념과 관점으로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재해석하고 왜곡된 교육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었다.

0 입시-진도교육체제와 청소년미발달 - 발달정체와 발달왜곡의 문제

0 개념적 사고와 의사소통의 미발달과 협력의 부재

0 교육관계 적대화의 문제

0 발달정체시스템의 사회적 문제들

 

 

4. 후기 - 비고츠키교육학의 대중화를 위한 과제와 전망

강좌가 즐거이 끝난 후 연구소는 연구소대로 강좌에 참여하신 분들은 또 나름 새로운 과제와 의욕을 부여하는 것 같았다. 어떤 분들은 ‘필’이 꽃혀 오랜만에 밤새 공부해 보았다고 이야기하고, 어떤 분들은 강좌 영상을 제작하여 올리자하고 하기도 하고, 또 강좌에 참여한 어떤 학부모팀은 비고츠키학습세미나팀을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연구소 차원에서는 강좌의 성과를 이어받아 새학기에 새로운 학습세미나팀을 운영하고 또 여름방학 때 이번 강좌를 업그레이드하여 다시 개최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참여한 분들이 이러저러한 영감과 의욕을 갖게 되고, 강좌를 진행한 연구소 역시 제법 뿌듯한 느낌이 들기는 하나 한 두 차례의 강연이나 강좌로 비고츠키교육학을 충분히 소개하거나 이해할 수는 없다. 결국은 주체적이고 체계적인 학습을 통해서만 제대로 된 인식과 실천적 무기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은 비고츠키교육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주제에 해당될 것이다. 나름 성공적인 강좌를 마치면서 향후 고민하고 실행해야 할 몇 가지 과제를 정리해 본다.

 

< 비고츠키교육학의 대중화 >

비고츠키교육학에 대한 관심이 날로 증폭하고 있음에도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한글로 된 자료가 거의 없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된다. 기존에 국내 학자들에 의해 소개된 내용은 대부분 왜곡된 ‘탱자’ 비고츠키이고, 최근에 비고츠키 원전이 번역된 ‘사고와 말’과 ‘도구와 기호’는 일반인이 보기에는 너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왜곡된 자료’와 ‘너무 어려운 자료’ 사이에서 공부하고 싶어도 마땅한 자료가 없는 것이다. ‘왜곡되지 않으면서도 조금은 쉬운 자료’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향후 연구소와 비고츠키연구자들의 당면한 주요 과제라고 생각된다. 최대한 빨리 ‘알기쉬운 비고츠키’ 내용을 정리하고 대중적으로 보급해야 할 것이다.

 

<협력교육의 한국적 사례 창출 >

한국교육의 현실에서 정리된 형태로 비고츠키교육학의 실제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비고츠키교육학이 제대로 도입된 지 아직 얼마되지 않았고 입시-진도교육체제에서 비고츠키교육학을 적용하기에 구조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비고츠키협력교육은 특정한 모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방향과 원리의 실천적 적용의 문제이다. 그래서 모델이라기 보다는 사례이다. 이번 강좌에서도 비고츠키교육학의 교수-학습론이 모델이 아니라 방향과 원리의 문제라는 것을 공유하는데 많은 노력이 두어졌다. 그래서 명확한 모델을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실망(?)을 안겨주기도 하나 더 많은 적용력을 지니기도 한다.

어쨌든 비고츠키 교수-학습론은 명확한 모델도 없으며 축적된 사례도 많지 않다. 그러나 한편으로 참교육을 지향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미 비고츠키교육학의 방향과 원리를 나름 실천해오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기존의 올바른 교육실천을 재해석하는 것 그리고 혁신학교 등에서 체계적으로 적용하는 노력들로 비고츠키협력교육의 한국적 사례 구성해 나갈 수 있다. 사례가 창출되고 축적될 경우 비고츠키교육학은 훨씬 구체적이고 풍부해지며 실천적 파급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 비고츠키혁신학교모임 등을 구성하여 사례 창출을 위한 조직적 노력이 필요하며 기존 교육실천에 대한 재해석 작업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례의 공유가 필요하다.

< 맑시즘의 복권 >

비고츠키교육학은 맑시즘의 교육학적 적용이라 할 수 있다. 비고츠키는 본인 스스로 누누이 변증법적 유물론에 입각하여 자신의 연구와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실제로 비고츠키교육학은 체계적이고 세밀하게 맑시즘의 방법론과 관점을 견지한 놀라운 성과이다. 비고츠키교육학은 기존에 알려진 크룹스카야나 프레이리의 논의를 한 차원 뛰어넘는 맑시즘 교육학이다.

비고츠키교육학에 대한 소개는 불가피하게 그 속에 녹아있는 맑시즘과 변증법적 유물론을 옹호하고 적용하는 과정이 된다. 이 같은 과정은 한편으로는 맑시즘의 철학적, 방법론적 의의와 실천적 의미를 새삼스럽고 구체적으로 느끼게 하기도 하고 지배이데올로기에 의해 덧칠된 ‘뿔 달린 맑시즘’의 이미지를 지닌 사람들에게는 심리적 저항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번 강좌에서도 맑시스트로서의 비고츠키는 ‘환호’의 대상이자 ‘저항’의 지점이 됨을 보여주었고 그 같은 심리적 저항은 과학적 설명력과 실천적 의의 속에서 돌파되거나 해소될 수 있다. 맑시스트로서의 비고츠키를 분명히 했음에도 이번 강좌에 참여한 평범한 학부모들이 강좌 이후 비고츠키학습모임을 하기로 한 것은 비고츠키교육학의 ‘과학적 설명력과 실천적 의의’를 반증하는 것이다.

비고츠키교육학 자체가 인간심리와 발달에 대한 ‘유물론적 변증법의 이야기덩어리’이기 때문에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우회하는 순간 왜곡되며 그것이 바로 사회적구성주의로서의 비고츠키이다. 오히려 비고츠키교육학을 맑시즘과 유물론적 변증법을 올바로 이해하도록 하고 또 어느 정도 이해의 기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 이해를 심화시키는 과정으로서 적극적으로 의미지어야 한다. 이번 강좌는 그 같은 불가피성과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생각된다.

 

< 학습-실천 조직의 재정립 >

학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강조되어 왔지만 비고츠키교육학은 막연한 강조를 넘어 이론적, 원리적으로 제기한다. 또한 단지 학습 자체를 넘어 ‘체계적, 지속적 학습’을 강조한다. 그리고 체계적 학습과 실천의 역동적, 지속적 결합을 강조하며 이는 운동조직의 경우 다시금 학습-투쟁의 결합체로서 재정립해야 함을 의미한다.

지금의 생활조건에서 학습-실천 조직의 재정립 문제는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하지만 반드시 실천적으로 돌파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비고츠키에 따르면 체계적 학습 없는 주체의 발달이란 없기 때문이다. 어려운 과제일수록 현재적 상황에서 어떻게 출발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 점에서 비고츠키 자체가 유의미한 출발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비고츠키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자발적인 학습조직이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이전과 다른 새로운 조건들이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 주5일제 실시는 새로운 학습 조건의 형성이기도 하다. 한편 혁신학교사업의 유의미한 부분 중의 하나가 교사학습조직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인데, 이 역시 하나의 토대가 될 수 있다. 다양한 형태로 학교, 지역 단위 학습-실천 조직을 구성해 나가는 실제적 노력이 필요하다.

< 비고츠키교육학의 확장 : 성인교육과 사회실천적 재구성 >

비고츠키의 인간심리와 발달 개념과 원리는 아동발달만이 아니라 성인발달과 사회적 차원의 주체형성의 문제에도 도입될 수 있다. 또한 ‘근접발달영역’ 개념은 정치투쟁과 선전의 전술 개념에도 적용될 수 있으며 ‘발생적 관점과 방법론’은 보다 정확하고 풍부한 사회현상 이해에 적용될 수 있다. 비고츠키교육학에 대한 이해의 진전은 교육현상과 실천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발달의 일정 측면을 올바로 이해하는데도 매우 의미있다.

이와 관련 우선적으로 제기되는 것이 성인교육의 영역이다. 성인교육 영역은 지금까지 교육운동의 관심 밖에 있어 왔으며, 제도권 논의는 주로 직업재교육과 여가활용 차원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비고츠키교육학은 지속적 발달의 차원에서 성인교육 문제를 바라보며 성인 역시 지속적 발달을 위해 체계적 학습이 필요함을 제기한다. 성인 역시 지속적, 체계적 학습을 할 때, 그리고 학습과 실천을 올바로 결합할 때 비로소 진정한 역사적 주체로 형성되어 감을 말한다. 성인교육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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