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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 [분석] 학교선택제 파산과 고교서열화체제의 등장

2011.07.18 21:44

진보교육 조회 수:1580

<학교선택제의 파산과 고교서열화체제의 등장>


김학한/진보교육연구소 교육이론분과

* 본문에 표와 그림이 많습니다. 파일을 열어보세요.

2010년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학교선택제를 도입한 지 2년이 지났다. 학교선택권 확대에 따라 일반계 고등학교배정방식은 통학편의를 고려한 배정방식으로부터 서울전역에 걸쳐 2개 학교, 거주지 학교군에서 2개 학교를 선택하여 추첨배정( 3단계에 통합학군지역에 배정)하는 방식으로 변화되었다.
이러한 배정제도는 수요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였다는 점에서 시장논리를 작동시킨 것이었으며, 입시 등을 통해 선발하는 완전선택제와 달리 추첨방식을 취하였다는 점에서 의사(疑似)선택제의 특성을 갖는 것이었다. 학교선택제는 전면적인 선택제 도입 시 생길 여론의 반발을 고려하여 서울시교육청이 우회로로 삼은 정책이었다. 그러나 의사선택제의 도입만으로도 서울시의 일반계고등학교에는 심각한 서열화 사태가 발생하고 있으며 고교평준화체제를 붕괴시키기에 충분한 균열을 가져왔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명박정부가 2010년부터 자율형사립고를 도입하면서 고교평준화체제의 보루였던 서울지역은 사실상 비평준화체제, 고교서열화체제의 영토로 편입되어버렸다.

1.학교선택제의 실상
학교선택제는 도입 당시부터 선호-비선호학교로 학교를 서열화하고, 학교 간 입시위주 경쟁교육을 격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어왔다. 그리고 학교선택제 시행 2년이 경과한 상항에서, 이러한 예상은 한 치의 틀림도 없이 그대로 현실화되었다.
첫째, 학교선택제는 서울지역의 일반계고등학교를 선호, 비선호학교로 서열화시켰으며 명문고-삼류고로 양극화시키고 있다. 고등학교 신입생의 내신성적을 비교한 결과, 선호학교와 비선호 학교 간 입학생의 성적격차가 2010년 이래 해가 갈수록 점점 벌어지고 있다. 선호도 상위 30개 고교의 중학교 내신 상위 10% 비율은 선택제 이전보다 늘어났지만, 선호도 하위 30개 고교의 중학교 내신 상위 10% 비율은 선택제 이전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다.

특히 학교간 학생들의 성적격차는 거주지학군 내에서 분명하고 나타나고 있는 데, 이유는 학생들이 대부분 통학거리 범위 안에서 학교선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북부학교군의 경우 학교선택제를 시행하지 않은 2009년에 비교했을 때, 2010년 및 2011년의 상위 10%이상 학생 비율의 선호학교와 비선호학교 간 격차가 더 커졌으며, 하위 20%이하 학생비율의 격차도 해가 거듭될수록 심화되고 있다.

강남학교군의 경우도 학교선택제 시행 이후 학교간 상위 10% 학생비율 및 하위 20% 학생비율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데, 특히 하위 5개교는 상위 성적의 학생들의 기피 현상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거주지학교군내에서의 서열화 양상은 성적이 높은 학생일수록, 학력이 높고 소득수준이 높은 학부모일수록 ‘학습분위기와 대학진학성적이 좋은 학교’를 선택하기 때문에 나타나고 있다. 즉 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학습 분위기가 좋고 대학진학성적이 높은 학교를 집중적으로 지망하고 있으며,  이러한 선택의 결과로 다음 해에는 더욱 더 선호학교 쏠림현상이 심화 되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학부모의 학교선택 성향으로 인해 학교선택제는 단지 학교를 성적별로 양극화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선호-비선호학교 구도로 계층별 분리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는 학교선택제를 도입하면서 시장화론자들이 주창했던 핵심적 명분이었던 학습집단의 다양화와도 상반된 결과이다. 학교선택제 주창자들은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늘임으로써 학생집단의 사회경제적 지위 분포가 근거리배정의 경우보다 혼합집단으로 변화될 것이고 혼합집단일수록 학생들의 역동적인 발전과 사회통합에 도움이 된다고 전제하였다. 그러나 학교선택제를 시행해본 결과 서울지역의 강남-강북 간 이동은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서 그치고 있으며, 오히려 지금까지 지역 내에서는 상당히 동질적이었던 학교들조차 성적별, 계층별로 양극화되고 있다.

둘째, 학교 내 입시위주의 교육이 강화되고 학교자원이 상위권 학생을 중심으로 차별적으로 분배되고 있다. 대입성적이 학교선택의 결정적 기준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학교는 생존을 위해 영수국 교과목 위주로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밖에 없다. 또한 외형적 대입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우열반편성 및 방과후 학교, 자율학습 운영 시 특별반 편성 등 차별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는데, ‘ 서울의 ㄱ고등학교 경우 “아이들끼리 1등부터 50등은 ‘알짜배기’, 51등부터 100등은 ‘예비인력’, 100등 밖은 ‘잉여’라고 부른다”며 “학교가 결국 100명만 끌고 갈 것이라는 불안감이 만연해 있다”고 했다. 이 학교는 학년별로 1등부터 50등까지 성적순으로 독서실 지정석을 만들어 두고, 그들과 51~100등 사이에는 칸막이를 설치해 학생들을 갈라놓았다. 결국 학교선택제는 학교의 서열화로 평준화를 해체할 뿐만 아니라, 선호학교에 포함되기 위해서 학교내에서도 상․ 하위권 학생에 대한 차별화를 부추기고 있다.

셋째, 선호학교와 비선호학교간 학생들의 학습관심도와 학업성취도의 격차가 증대함에 따라 선호학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교에서 수업진행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학업성적 상중하의 학생이 고르게 섞여있을 때는 나름대로 학습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나, 학습관심도가 높은 학생들이 선호 학교로 대거 빠져나가버림에 따라 비선호학교의 경우 이전과 비교하여 학습 분위기가 악화되었다. 학습분위기가 나쁜 학교는 지역사회에서 기피학교로 낙인 찍혀 그 다음해에는 더욱 심각한 지경에 놓이게 된다. 즉 고교서열화체제가 형성되면서 일부 선호학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습 분위기가 이전보다 악화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수준별 학급 편성’과 마찬가지로 ‘수준별 학교 편성’(=학교 서열여화)도 일부 상위권 학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학교에 학습 분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  동시에 한번 비선호학교로 낙인찍히게 되면 이러한 상황의 개선은 학교와 교원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성격을 갖게 된다. 외국의 경우 열악한 지역의 학교에서 발생하는 학교실패를 해결하겠다는 명목으로 많은 협약학교들이 건설되었지만 의미있는 교육적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이러한 상황과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학교 간 경쟁을 통해 학교교육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학교선택제의 명분은 학교서열화추세라는 중력 앞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좌초할 수밖에 없다.l

결국 학교선택제가 도입된지 2년 만에 나타나고 있는 상황은 학교간서열화의 진행과 양극화의 심화, 입시중심 교육과정의 편성과 경쟁교육의 강화, 고교교육과정 운영의 어려움증대로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학교선택제 도입당시 제시했던  학교선택제의 취지와 기대효과에도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이러한 학교선택제의 실상으로 인해 학교선택제는 시행된 지 2년 만에 고교교사들로부터 배척당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고교교사를 상대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70%가 넘는 교사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2>고교선택제에 대한 고교교사들의 인식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고교선택제에 대한 생각은?

1) 찬성한다 1,155명 26.1%
2) 반대한다 3,162명 71.4%
3) 잘 모르겠다 109명 2.5%

2.특목고-자사고의 전기리그 선택제
공정택교육감이 학교선택제를 도입하기 이전에도 이미 특목고를 중심으로 제한적이지만 선택권이 보장되고 있었다. 전문계고등학교를 제외하고 일반계고등학교의 경우만 보아도 3개의 과학고, 6개의 외국어고등학교, 국제고, 자립형사립고 각 1개교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이들은 서울에서 고등학교 평준화체제를 교란시키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2010년 이명박정부가 자율형사립고를 설립하면서 학교서열화와 시장화는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소수의 특목고가 존재하는 고교평준화체제에 고교 체제전반을 뒤흔들 자율형사립고가 대거 등장한 것이다. 서울의 경우 2010년 13개교에 이어 2011년 13개교 추가되고 자립형사립고가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함에 따라 27개의 자율형사립고가 세워졌다.

<서울시의 자율형사립고 지정 현황>▶ 2010년 개교 : 13개교 
경희고, 동성고, 배제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우신고,이대부고,이화여고,중동고,중앙고,한가람고, 한대부고
▶2011학년 개교: 13개교
경문고, 대광고, 대성고, 보인고, 현대고, 휘문고, 동양고, 미림여고, 선덕고, 세화여고, 용문고, 양정고, 장훈고



외고는 중학교 영어 내신성적을 기준으로 최상위권 학생을 선발하고, 자율형사립고는 내신 성적 50% 이상인 중상위권 학생 지원자로 하여 추첨 선발하도록 하였다. 이로써 이들 학교는 중학교 성적 상위권 학생들의 대부분을 흡수하였다. 더욱이 이들 전기고등학교가 일반계고등학교의 20%에 육박하는 규모로 확대되면서 전기고와 후기고의 양분화 양상이 본격화되었다. 이러한 양분화로 자사고가 대학입학생을 배출하는 2013년도부터 외고와 자사고가 합쳐진 명문학교군이 출현할 것이다. 이미 외고만으로도 연세대, 고려대 인문계 합격자의 50%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인 데, 자율형사립고까지 포함될 경우 상위권 대학의 대부분을 이들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장악하게 될 것이다.
결국 특목고와 자사고는 상위계층의 전기고등학교와 서민층의 후기고등학교로 서울지역의 고등학교를 양분화 시키고 있고, 이중에서 후기고등학교를 학교선택제가 또 다시 서열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교서열화를 해소하는 데에 외고, 자사고등 전기고등학교를 떼어놓고 후기고등학교 학교선택제만 개편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3.학교선택제를 넘어-새로운 고등학교체제를 향하여
2011~12은 고교체제를 정상화할 수 있는 절호의 시기이다. 2010년이 이명박정부의 출범과 공정택교육감의 당선으로 시장주의 선택제가 위세를 떨쳤던 시기였다면, 2011~12년은 교육시장화정책의 문제점이 현장에서 드러나고 교육공공성과 교육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고양되는 시기이다. 2010년 진보교육감의 당선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루어 졌다.
따라서 교육운동진영은 학교선택제를 폐지하고 학교의 균형발전전략에 입각하여 통학편의를 고려한 근거리 배정방식으로 전환하도록 서울시교육청을 추동하여야 한다. 또한 2012년 총선과 대선시기에 외고-자사고를 폐지하여 고등학교의 서열화체제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체제를 세울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새로운 고등학교체제는 단순히 자사고-학교선택제 이전 체제로의 복귀가 아니라 고교평준화체제를 새로운 지평에서 재구축하는 것이다. 시장주의 고교선택 전략이 아니라 공공성에 입각하여 고등학교체제를 전면적으로 재구성하는 방안이어야 한다.

이제 새로운 고등학교체제로의 전환이 객관적으로 요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