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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 [현장에서] 전산에 의한 통제 거부 투쟁

2011.07.18 21:43

진보교육 조회 수:1054

정보화시대라는 담론에 대한 도전
<전산에 의한 통제 거부 투쟁>

박진보 ∥서울방화초

1. 지난 네이스 투쟁을 되돌아 보면서

  벌써 한참 지났습니다. 2002년부터 시작한 네이스투쟁이 10년 가까이 됩니다. 2004년 한국 투쟁 역사상 이상한 투쟁을 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가지고 전국에 있는 교사가 싸움을 벌이기 시작한 투쟁입니다. “무슨 프로그램이기에 이렇게 싸울 수밖에 없었나?” 알고 있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습니다. “컴퓨터에 학생들의 정보를 담아 놓는다는 것이 그렇게 문제가 되는가?”라고 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리고 “정보화 사회라는데 정보화 사회에서는 당연히 모든 자료를 전산화하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지 않는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싸움이 대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이야 사용하면 좋고 사용하지 않으면 불편하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실체와 싸우는 투쟁이었습니다. 모비딕이라는 영화에서 “정부위의 정부가 있다”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큰 고래라는 것을 알았으면 싸우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네이스가 바로 모비빅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 곳곳에 변화를 이끈 투쟁이었습니다. 작게는 은행에서 종이에 비밀번호를 쓰던 것이 비밀번호 전용 단말기로 손가락 가리는 것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변화는 누군가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닙니다. 네이스투쟁으로 생긴 하나의 변화입니다. 이런 변화는 나의 정보가 소중하며 나에 대한 정보를 가진 사람들이 나를 통제하고 나를 움직이려는 것에 대한 투쟁이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정보인권이라고 하였습니다. 정보인권이라는 개념이 대중화된 투쟁이었습니다. 그러나 네이스투쟁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다양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네이스투쟁을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하는 사람도 있으며 네이스투쟁을 불필요한 투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네이스투쟁 속에 숨어 있는 문제점이 차세대네이스라는 무서운 모비딕으로 되어 아무 여과 없이 교육계에 들어 왔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차세대네이스에 대한 핵심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였으면 합니다.

2. 네이스는 통제 시스템이다.

  네이스(NEIS) 처음에는 생활기록부처리 시스템으로만 알려져 있었습니다. S.A→C/S→NEIS→차세대 NEIS 시스템으로 변화되어 왔습니다. NEIS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인권 문제가 중요한 문제로 등장하자 교육정보시스템과 교육행정시스템을 분리하였습니다. 그러나 차세대네이스로 변형하면서 결국 교육행정정보시스템으로 다시 통합되었다.


<네이스추진경과>

① 전산을 통한 인격통제(정보인권)
  차세대 네이스 시스템은 교육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집적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자료만 집적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료를 중앙에서 전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중앙집중적인 정보 공유시스템입니다. 이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든 정보가 컴퓨터에 집적되어 있으며 계속 업데이트 되고 있습니다. 교사들이 학생들에 대하여 기술한 주·객관적인 서술에 대해서 누군가 모니터하고 파악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 네이스 홍보 홈페이지에는 “비전 : 나이스를 통한 선진 e-교육행정정보시서비스 제공”이라고 되어 있으며 왼쪽에 서비스 내용에는 “학부모서비스, 학생서비스, 홈에듀민원서비스”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네이스의 목적이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시스템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목적만을 가지고 어머어마한 시스템을 구축하지는 않았습니다. 학생의 발달과정이 고스란히 들어 있습니다. 키, 몸무게, 비만도, 병력이라든지 건강에 대한 기본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으며 지적 발달정도에 대해서도 매년 다양한 관점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료를 축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악용될 경우에는 수많은 문제를 일으킵니다. 한 개인의 특성에 대해서 세밀히 관찰하여 그 사람에 맞는 통제 장치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료가 많을수록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좋아하게 됩니다. 이에 반해 자신의 정보에 대해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내 자신의 정보에 대해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정보사용 이력을 통제하거나 나의 정보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가 전무합니다. 이는 나를 정보의 주체와 통제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제공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나에 대한 삶의 이력과 자료에는 나의 인격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정보의 제공과 통제는 나에게 있어야 합니다. 정보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은 정부나 행정기관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사용하다면 나를 식별할 수 없는 통계자료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보안 장치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네이스 대국민서비스” 홈페이지에서는 7단계 보안 체계라는 말을 사용하여 해커라든지 불법적인 사용자에 의한 보안상의 문제가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라는 통치체계는 역사적으로 폭력성을 가진 경우가 허다하며 국가에 의한 폭력에 의해 개인의 권리가 침해당한 사례가 수 없이 많습니다. 국가라는 기구는 개인의 정보를 집적하고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수 없으며 가져서도 안 됩니다.

② 전산을 통한 노동통제  

  올해 5월인지 학교에서 소문이 돌았습니다. 소문이라기보다는 더 사실에 가깝습니다. 네이스에 학부모 상담부분에 그동안 학부모 상담한 횟수를 기록하라는 이메일이 교감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교 메신저로 네이스에 상담한 결과를 올리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차세대 네이스는 기록되어 있는 모든 것을 권한만 주어진다면 열람하거나 통계처리할 수 있습니다.
  일제고사 당일에 학교에서 출결을 네이스로 하라고 공문이 시행되었습니다. 실시간으로 네이스를 통해 학생들의 출결 상황을 통제하겠다는 실제 사건입니다. 네이스에 있는 메뉴 하나하나는 우리의 생활과 업무를 중앙에서 통제할 수 있도록 설계 되어 있습니다. 학생들의 출결, 성적, 교육과정, 수업시간, 시간표, 보결, 교사의 인사기록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누군가에 의해 통제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수행평가 시기와 수행평가가 학기초 교육과정 계획과 같이 진행되어 기록하고 있는가를 수치화해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학생생활→국가학업성취도”라는 메뉴에서 국가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응시자 정보와 교무업무 정보의 평가결과를 매칭할 수 있습니다. 국가학업성취도 평가를 차세대 네이스 정보와 연결하여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학생들의 모든 정보와 성적, 국가학업성취도평가의 결과를 네이스라는 시스템으로 통계처리하게 되면 이 정보는 학생과 학교를 비교하는 중요한 도구로 작용하게 됩니다. 정보공시라는 명목으로 학생, 학교간 경쟁을 시키는 도구로 사용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학교는 교사를 통제하고 교사는 학생들을 통제하는 억압구조가 형성됩니다. 이러한 통제기제는 필요하다면 다양한 분석을 통해서 언론에 흘려지게 되고 “학업성취도 부진 학생이 숫자가 늘었다”, “평준화가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비쳤다”, “특정한 교원단체가 많은 학교에서는 학업성취수준이 떨어진다”, “방과후학교를 많이 한 학교는 학업성취수준이 높다”는 등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자료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이를 통해 학교는 교육과 상관 없는 통제에 시달리게 됩니다.

3.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① 지식기반 사회, 정보화 사회라는 담론을 넘어서야 한다.
  지식정보화 사회가 대세인가? 지식정보화 사회는 세상을 바꾸는 힘의 부분적일 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랍권의 자스민혁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트위터라는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이집트의 무바라크정권을 무너뜨린 것이 정보화 사회의 열린 소통 공간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지식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구성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지식과 정보의 총아로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야기합니다.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모든 정보는 집적되고 접근하기 편해져야 할까요? 모든 정보를 모든 사람들에게 활용하도록 공개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올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보에 의한 효율성과 생산은 노동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뛰어 넘어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정보도 역시 정신노동이며 결국 사람들에게 물적 기반을 통해 형성되는 도구일 뿐입니다. 이러한 도구를 절대화하여 지식과 정보가 모든 사회 문제를 변화시키는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본질적인 것을 본질적인 것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자스민 혁명의 핵심은 신자유주의에 의한 아랍민중의 저항운동이며 아랍민중의 생존을 위한 투쟁입니다. 트위터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지언정 핵심적인 모순이나 역할을 할 수는 없습니다. 지식기반사회도 역시 하나의 좋은 도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지 지식 자체가 생존의 문제와 사회 모순을 해결해 주지는 못합니다.
  지식 기반과 정보화사회라는 유행과 흐름은 있지만 네이스라는 형태의 정보가 누가 관리하고 누가 이 도구를 활용하는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문제입니다. 지식기반 사회 정보화사회라는 담론의 한계에 대해서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② 노동통제를 노동자에게 정보 통제를 정보 당사자에게

  교사의 교육노동을 통제하는 시스템으로서 네이스가 있습니다. 교사의 노동을 통제 당하기보다 교육노동을 교육노동자 스스로 통제해야 합니다. 정보화를 해서 교육의 발전과 교육의 주제인 학생, 학부모, 교사가 동의하여 정보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정보에 대해서 교육노동을 하는 노동자는 스스로의 교육활동에 대해서 공개 비공개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정보 유통의 방식에 대해서도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노동자들의 대표가 참여하는 교육정보위원회를 구성하여 통제해야 합니다. 교육정보가 학생과 교육노동자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는 의사결정 기구를 구성해야 합니다. 실제 공개를 해서 피해가 없거나 최소화되면서 효율적인 부분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조절 능력이 교육노동자 스스로에게 주어져야 합니다.
  전산 의한 모든 노동통제는 철폐되어야 하며 전산에 의한 노동통제를 통해 교육노동이 왜곡되는 현상을 막아야 합니다. 아직 전산에 의한 교육노동이 통제되는 정도가 약하다고 하여 교육노동에 대한 통제를 내버려 두고 강력한 노동통제 장치를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한다면 교육노동을 통제하고 싶은 사람들은 교육노동통제시스템을 바로 가동하여 교육 활동을 통제하려고 할 것입니다.
  교육노동자들은 네이스 시스템을 통해 스스로의 노동을 통제할 뿐 아니라 가르치는 학생들의 정보를 업그레이드하는 악역을 담당하게 됩니다. 자신들이 기록하고 축적한 네이스 시스템의 학생들에 대한 자료는 학생들의 인격을 침해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는 자신들의 정보가 집적되는 부분에 대해서 통제하고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합니다. 교사들을 학생들의 자료가 전산에 어떻게 기록되는지를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알릴 의무가 있으며 전산에 의한 인격의 통제를 예측하고 막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성적이라는 교사의 고유한 업무가 전산을 통해 집적되는 순간 바로 학생들의 인격을 침해하게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