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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역동적 정치공간에서의 교육혁명의 모색과 실천
                                                  
                                                        진보교육연구소 정세분석팀


Ⅰ-1. 2011~12 교육정세와 교육운동의 과제

1. 들어가며

이 글은 일반적인 의미의 교육 정세를 다루지 않는다. 일반적인 정세 분석은 주로 지배세력들이 앞으로 추진할 정책들의 내용, 성격, 영향 등을 살펴보는 것이 중심이다. 그런 글들은 이미 다른 지면에 많이 발표되었다. 이 글에서는 주로 정세 분석 그 자체보다는 정세를 바라보는 시각(관점)들을 살펴보는데 중점을 둘 것이다. 정세를 바라보는 시각은 전체 운동 판이나 교육운동 판이나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우선 전체 정세를 바라보는 시각을 먼저 살펴보고 교육 정세를 바라보는 관점들을 살펴볼 것이다. (현재 진보세력들이 정세를 분석하고 대응 방향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집중되는 부분은 자유주의 세력과의 연대와 연합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인 것 같다. 이는 mb 정권의 성격 분석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현 경제 위기의 성격과 이에 대한 자본의 대응 양식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문제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재 진보적 교육운동에 부여된 긴급한 과제가 무엇인가를 간단히 언급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 할 것이다.  


2. 전체 정세를 바라보는 시각
  - 반mb? 복지동맹? 반신자유주의? 반자본주의?

많은 사람들이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전체 정세에 대한 현상적인 차원의 설명들이 존재한다. ‘자본주의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사회적 양극화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mb 정권에 들어와서 절차적 민주주의마저 후퇴하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시장기제와 경쟁 시스템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삶의 불안정이 증가하고 있다.’ ‘남북관계에서 긴장이 강화되고 있으며, 전쟁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 등등. 우리는 이외에도 더 많은 목록을 작성할 수 있다.
문제는 현상에 대한 기술이 아니라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 원인데 대한 진단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난 자유주의 정권에 대한 경험을 망각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mb 정권의 악마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그래서 '모든 문제는 다 mb 탓이야'라고 생각하는 환원주의가 출현한다.) mb 정권과 자유주의 정권의 차별성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입장들이 확대되고 있다.
mb 정권과 자유주의 정권 간에 통치술의 측면에서는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mb 정권은 상류층들의 기득권을 노골적으로 옹호하고 거리낌 없이 권력을 사적으로 전용한다. 반면 자유주의 정권은 매우 제한적이고 끊임없이 동요하기는 하였지만 서민층에 대한 시혜적인 정책을 부분적으로 시행하면서 친서민적 이미지를 강화하려 하였다. 탈권위주의와 남북협력을 강조하면서 민주주의와 평화의 옹호자임을 자처하려 하였다.
하지만 두 정권 모두 최우선의 과제로 한국 독점자본의 원활한 자본축적 보장과 미국의 세계화 전략(정치․군사․경제 모든 분야에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인정하는)에 대한 지지를 우선시 한다는 점에서 그다지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두 세력 간에 전략적 목표나 노선의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추진해 나가는 방법에서의 차이(강성과 연성)만이 존재할 뿐이다.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이후 한국 독점 자본은 물론 세계 자본주의가 자본의 부채를 국민의 부채로 전가시키고(이미 많은 나라에서 재정 위기를 겪고 있으며, 연금 삭감이나 복지제도 축소 등의 공격이 이루어지고 있다.)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여(비정규직의 확대, 노동운동 및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 강화, 노동관련 법안의 개악 등 노동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위기를 벗어나려 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주의 세력이 집권한다할지라도 보수 세력과 차별화할 수 있는 여지가 그다지 많지 않다.(기대 속에 출범하였던 오바마 정권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현재 민주당의 좌클릭 현상(각종 무상 시리즈와 복지 담론)은 자본축적의 기제의 변화를 동반하는 계급타협적 전략의 산물이 아니라 그야말로 선거용의 포퓰리즘적 전술의 표출에 불과하다. 자본이 노동을 더욱 가혹하게 착취하도록 허용하면서 부분적으로 복지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자본의 착취를 원활하게 해주는 윤활유에 불과하다.

그런데 원래 자유주의자였던 사람들이 자유주의정권에 대한 실망 때문에 잠시 지지를 철회하였다가 다시 지지하는 거야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지만 문제는 진보진영의 다수도 자유주의 세력의 헤게모니를 인정하는 속에서 연합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이 그들이 자유주의 세력의 본질을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자유주의 세력의 본모습을 보는 것을 애써 외면하고 그것을 가급적 드러내기보다는 감추려 하고 있다. 거기에는 ‘주체(역량)’라는 새로운 차원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그들은 진보진영의 독자적 생존 능력에 대한 회의, 대중투쟁의 고양 가능성에 대한 불신 때문에 자유주의 세력에 의지하여 ‘다수화 전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으며, 이런 다수화 전략을 정당화시키기 위하여 거꾸로 mb 정권과 자유주의 세력의 차별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자유주의 세력의 진보성에 대한 자기 암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정당 건설 이전에는 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비판적 지지라는 미명 아래 노골적인 지지를 자행하였다면 지금은 ‘공동정부’ 수립이라는 명분 아래 자유주의 세력의 헤게모니에 자발적으로 투항하려 하고 있다. 이 차이는 단지 자유주의 정당으로의 직접적인 수혈과 정당 연합을 매개로 한 간접적인 수혈이라는 형태상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진보진영의 독자적 생존능력에 대한 회의 → 자유주의 세력의 헤게모니 하의 연합→ 독자적 생존 능력의 더 큰 약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진보진영은 30년째 끊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본의 위기가 심화되고 자본에 의한 계급 적대 정책이 더욱 심화되는 상황에서 자유주의 세력이 주도하는 연합전선에 참여하는 것은 큰 문제이다. 설혹 집권에 성공한다할지라도 진보진영은(자유주의 세력의 주도 아래 연합을 하였기 때문에) 자본의 계급 적대 정책을 용인하거나 이와 타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스스로의 주관적 의지와 상관없이 진보진영이 노동자와 민중의 이해를 배반하게 되는 것이며 그 결과 진보진영의 계급적·대중적 기반은 더욱 약화될 것이다. 따라서 현 국면에서 자유주의 세력의 주도성을 인정하는 연합전술은 진보세력의 몰락을 재촉하는 위험한 전술이며 최소한의 긍정적인 의미도 찾기 힘든 전술이다.

자유주의 세력보다 정치적 기반이나 대중적 영향력이 약한 진보 진영은 우선 내용(정책)과 의제로 승부해야 한다. 자본의 공세에 밀려 생존의 위기에 빠진 노동자-민중의 권리를 옹호하고 자본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사회 체제를 변혁하기 위한 정책과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편적 복지를 중심으로 하는 연합 전술은 모호하다. 자본의 타파는 아니더라도 자본에 재갈을 물릴 수 있는 전망과 정책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는데 몰두할 뿐 그것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실제적인 대안(정책뿐만 아니라 자본을 제압하기 위한 계급투쟁을 포함하여)을 제출하는 데는 부족한 부문이 많다. 그래서 최근에 복지동맹 담론은 ‘묻지마 민주대연합 전술’과 점차 닮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복지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다 모여라’와 ‘이명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다 모여라’는 매우 친화적이다.)
진보진영은 정책과 의제를 준비해나가는 동시에 대중투쟁을 활성화시키는데 복무해야 한다. 노동자-민중의 생존의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분명히 대중투쟁의 발화지점이 존재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청년․ 대학생들은 현 체제의 최대의 피해자이며 대중적 폭발의 잠재력을 가장 풍부하게 지닌 집단이다.  
진보진영 내부에서의 독자적인 대안과 전망의 도출, 그리고 이를 무기로 한 대중투쟁과의 적극적 결합이 선행된 이후에 제한적인 정치 전술로 자유주의 세력과 연합전술을 고려할 수 있다. 독자적인 정책과 대안 제출 그리고 폭발하는 대중투쟁의 힘에 의거해서만 자유주의 세력을 견인하기 위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으며 이럴 때만 연합전술을 구사한다할지라도 진보진영과 자유주의 세력의 차별성을 대중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물론 힘이 약한 진보진영이 상대적으로 힘이 센 자유주의 세력을 견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내용의 압도적인 우위와 대중투쟁에 근거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의 ‘묻지마 진보대통합 전술’은 ‘묻지마 민주대연합’의 전주곡에 불과하다. 진보대통합은 세불리기식의 단순한 산술적 통합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대안의 창출과 광범위한 대중 투쟁의 촉발이 수반되지 않는 진보대통합으로는 결코 힘의 우위에 있는 자유주의 세력을 견인할 수 없다. 진보 세력 간의 통일된 전망도 없이 어떻게 자유주의 세력을 설득하고 견인할 수 있겠는가? 대중투쟁의 뒷받침도 없이 어떻게 민주당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겠는가? 결국 ‘묻지마 진보대통합’ 전술의 필연적 귀결점은 ‘묻지마 민주대연합’이다.

3. 교육 정세를 바라보는 편향적 시각에 대한 비판

교육 정세를 바라는 시각도 전체 정세를 바라보는 시각과 별로 다를 바 없다. 우리는 mb 정권이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전면적으로 시행하여 교육부문에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왔음을 알고 있다. 소모적인 경쟁은 심화되었고 교육 불평등은 확대되었다. 교육자본 친화적인 정책은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을 가져온 원인에 대한 진단이다. mb 정권이 새롭게 시도한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은 거의 없다. 일제고사, 교원평가, 자사고, 국립대 법인화 등등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대부분의 정책은 이미 자유주의 정권이 추진해왔던 것을 승계한 것들이다. 자유주의 정권과 mb 정권 간에 차이가 있다면 속도의 차이 그리고 저항 세력에 대한 탄압의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 문제의 근원이 mb 정권으로부터 기인하고, 자유주의 정권에는 책임이 없는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무상 급식 문제가 교육 문제의 중심적인 의제로 등장하고 그 전선이 주로 한나라당 대 민주당 사이에 형성됨으로써 마치 모든 교육문제를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대립하는 것처럼 오인되고 있다. 그리고 대중 투쟁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에 의해 이런 오인들이 확산되고 있다.
대중투쟁에 회의적인 사람들에게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정권 교체일 뿐이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적 역관계 상, 진보세력에 의한 정권교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민주당과의 적극적인 연합(더 정확히 말하면 민주당 밀어주기)이 그들에게는 최상의 또는 유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민주당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하여 자유주의 세력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려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 무상급식 공방에서 민주당과 진보교육감을 지원사격하는 것에 매우 커다란 의미를 두고 있으며, 민주당의 무상 시리즈에 맞추어 부분적 무상교육 확대를 가장 핵심적인 교육 의제로 삼으려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수준을 넘어서는 의제들은 가급적 봉쇄하려 하고 있다.

지난 해 교육정세를 좀 더 복합적이고 역동적으로 만든 사건이 일어났다. 6·2 지방 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여섯 명이 당선된 것이다. 진보교육감은 한국 사회의 정치적 경험 속에서 독특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선거는 주로 수구적 보수 정당과 자유주의적 보수 정당 간의 경쟁이 중심이 되고 진보정당이 부분적으로 개입하는 양상으로 전개되어 왔다. 그런데 교육감 선거는 선거법상 정당의 직접적인 개입이 금지됨으로써 시민 사회단체들이 주도하고 정당들이 간접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에 따라 기존 선거에서는 조연 역할을 해왔던 시민 사회단체가 교육감 선거에서는 주연 역할을 하게 되었다. 정당의 역학 구도에서는 자유주의 세력이 진보세력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고 있는 반면에 시민 사회단체에서는 자유주의적 경향성과 진보적 경향성이 어느 정도 균형 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진보교육감들은 대부분 자유주의적 경향성과 진보적 경향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실제로 진보교육감들이 민주당 출신의 시·도지사 보다 진보적 색채- 현 국면에서는 반신자유주의적 경향성이 진보적 색채의 농도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시료이다.-를 더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진보교육감의 등장은 교육운동의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였다.
우선 반신자유주의 투쟁에서 대중의 저항을 중심으로 하는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교육감의 역할을 매개로 하는 위로부터의 투쟁을 결합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하반기부터 일제고사, 교원평가, 자사고 문제, 고교 평준화, 학생인권 등 거의 모든 사안에서 두 가지 투쟁을 올바르게 결합시켰을 때 가장 위력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둘째로는 교육감의 권한을 매개로 하여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교육적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되었다. 무상급식, 혁신학교, 학생인권 등 이미 새로운 실험들이 진행 중이며, 새로운 실험과 실천의 공간이 계속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하였던 민주당과의 연합전술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진보교육감의 등장의 의미를 편향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진보교육시대의 도래라는 단언과 이제 전교조는 저항의 주체가 아니라 교육을 책임져야 하는 주체라는 단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들은 진보교육감 당선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한다.
이들은 mb 정권에 대항하여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전개하는데 있어서 교육감의 역할에 과도하게 의존하려 한다. 아래로부터의 대중투쟁을 조직하는 것을 방기한 채 교육감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기를 기다리거나, 교육감이 설정한 틀 내로 대중의 실천을 제한하려 한다. 또한 새로운 교육적 실험에 지나치게 과도한 의미를 부여한다. 예컨대 혁신학교의 실험이 기존의 입시중심, 통제 중심의 교육을 벗어난 새로운 교육적 실천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혁신학교의 성공 사례를 계속 확산시켜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도한 것이다. 그것은 마치 사회적 기업을 계속 확대하여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대체하겠다는 발상과 비슷하다.

이런 시각의 배후에는 다음의 전제들이 깔려 있다.
우선 대중 투쟁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으며, 대중 투쟁의 의미나 역할도 과소평가한다. 그들은 매우 실용주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투쟁과 실천에 과정에서 일어나는 대중의 주체적 성장-대중의 의식적 성장과 자기 조직화 등-보다는 투쟁의 가시적인 성과를 우선시 한다. 따라서 가시적 성과를 얻는데 급급하여 투쟁보다는 협상과 타협을 선호한다. 그들에 대중은 운동의 주체가 아니라 시혜의 대상이다.
둘째로 대중투쟁에 대한 불신과 짝을 이루어 그들은 제도권 내에서의 부분적 권력을 차지하는 것을 매우 중요한 운동의 과제로 설정한다. 예를 들어 정치에서는 선거를 절대시하며, 교육에서는 교장으로의 진출을 매우 중시하는 경향성을 드러낸다. (그들은 대중 스스로가 권력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대중은 대리자를 권력의 자리로 진출시키는데 관심을 가져야할 뿐이다. 그리고 대중의 지지를 확고하게 하기 위하여 대중에게 시혜적 경험을 각인시켜야 한다.) 이런 생각 밑에는 사회의 변화가 적대의 심화와 (계급)투쟁의 문턱을 넘지 않고도 가능하다고 판단이 깔려 있다. 오히려 적대의 심화와 (계급)투쟁의 활성화는 온건세력이나 중간세력들과 연대를 방해하기 때문에 부정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선거를 중시하고, 그들의 실천을 기존의 사회적 규범의 틀 내로 제한하기 때문에(부르주아 사회의 핵심적인 사회 규범 중에 하나는 형식적 다수결이다.) ‘다수화 전략’을 운동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내세운다. 지금 당장 다수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넓은 세력을 끌어들이는 것이 운동의 목표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어떤 원칙(지금 우리 시대가 해결해아 할 중심적 과제가 무엇인가로부터 도출되는)을 세우거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전망을 세우는 것보다는 타협적 유연성이 매우 중요한 덕목이 된다.

4. 2011~12 교육운동의 과제

1) 반신자유주의 대중투쟁의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mb 정권이 추진해온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교육 현장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것은 아니며, 대중의 동의를 광범위하게 획득한 것도 아니다.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여전히 많은 논란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오히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강행에 따라 저항의 지점도 확대되고 있다.
교사의 경우 해고나 비정규직화 등 강한 의미의 구조조정의 단계를 경과한 것은 아니지만 경쟁과 평가시스템 강화 그리고 차별적 보상 체계의 확대 등으로 노동 강도가 강화되고, 신분 불안이 가중되며, 교사로서의 최소한의 자존감마저 파괴당하고 있다. 또한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이 매우 비교육적이라는 사실을 매일의 경험을 통해서 느끼고 있으며 그런 과정에서 교사들이 체험하는 교육노동의 소외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경우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정부의 선전과 다르게 학생과 학부모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는 비인간적이고 소모적인 경쟁을, 학부모에게는 사교육비의 폭증을 초래하였음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의해 시장적 경쟁 체제가 강화될수록 교육 불평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기 시작하고 있다.      

대학 교육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초·중등 분야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을 거의 완료한 mb 정권은 대학 시장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서울대 법인화 법안을 날치기로 통화시켰으며, 국립대에 학장 직선제 폐지, 성과연봉제 도입, 경영정보공시제 등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립대학들은 여전히 족벌 경영 체제로 유지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학을 기업화하면서 이윤추구에 혈안이 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학등록금은 세계 2위이지만, 학생 복지와 교육의 질은 최하 수준이며 청년취업난이 확대되면서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대학교육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이렇듯 대중의 잠재적 저항 지점은 풍부하다. 문제는 대중투쟁을 촉발하고 대중의 불만을 결집시킬 수 있는 전선을 형성할 수 있는 기본적인 동력과 초동 실천을 어떻게 확보하는가이다. 그런데 현재의 교육운동세력의 주체적 조건을 보면 어느 한 집단의 역량만으로는 이런 전선을 선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전에는 전교조가 이런 역할을 담당하였지만 지금은 전교조의 투쟁력이 많이 약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교육주체들을 가로지르는 공동의 실천을 조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초중등의 경우에는 일제고사, 교원평가, 교육과정, 학생인권 문제 등이 여전히 대중투쟁의 전선을 구축할 수 있는 주요한 사안들이다. 대학은 국립대 법인화 문제와 대학등록금 인하 문제, 비정규직 교수 문제 등이 핵심적인 쟁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가급적 초중등 중심의 교육주체들과 대학의 주체들 간의 연대의 고리도 계속 확장해 나가야 한다. 물론 위에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진보 교육감의 역할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도 전선의 역동성을 높이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집권 하반기로 갈수록 mb 정권의 통치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대중 투쟁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하면 아주 빠르게 투쟁의 열기가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  

2) 총체적인 교육 대안을 마련하고, 그 중 핵심적인 내용을 정치적·사회적 의제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2011~12년은 권력 재편기이고 총선과 대선이 맞물리는 시점이다. 권력 재편기에는 담론 공간이 급속하게 확장된다. 대중의 표심을 결집해야 하는 정치세력들은 대중이 고통을 느끼고 불만스러워하는 문제들에 대하여 사활을 걸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비록 선심성 공약(空約)이라할지라도 일단은 내질러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상 시기에는 그 실현가능성이 의심받던 사안들도 이 시기에는 당당히 공적인 의제로 부각된다.
대중들은 훨씬 더 민감하게 각 정치세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성향을 파악하려 한다. 진보적 교육운동 진영은 우선 보수 세력이나 자유주의세력보다 교육문제의 진단이나 해결책의 제시에 있어서 내용적 우위에 설 수 있어야 한다. 내용에 있어서 확고한 우위에 있어야지만 레토릭의 경쟁이나 프레임의 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단이 매우 제한되어 있는 진보 세력은 양적 열세를 질적 우세로 만회해야 한다. 유아에서부터 고등교육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총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하며 이런 대안은 교육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면서도 현실성과 구체성을 띠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대안이 소수자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수준을 넘기 위해서 진보 세력들이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진보적인 대안이 지니고 있는 핵심적인 지향성(가치)을 대중적 언어로 표현하여 대중의 호응과 지지를 확대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생활 현장에서든 중앙 정치의 공간에서든 반복적으로 진보적인 교육 담론을 접할 수 있어야 진보적 교육 담론의 대중화가 가능하며, 사회적 의제로도 부각될 수 있다.
그리고 대중들이 진보적 교육 담론들을 담론으로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 사건으로 대면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에 대한 담론에 여러 번 노출되는 것보다 현대 자동차 비정규직 파업이라는 사건과 대면했을 때 대중은 훨씬 큰 감응을 보이게 된다.) 이를 위해서 담론 투쟁이 위에서 언급하였던 현장에서 일어날 다양한 반신자유주의 투쟁과 지속적으로 접합되어야 한다. 담론 투쟁과 현장의 대중 투쟁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긴밀하게 접합될 때 커다란 폭발력이 생성된다. 그리고 이런 접합은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양자를 목적의식적으로 결합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총체적 대안의 마련과 이의 사회적 의제화는 권력 재편기에 대한 시기적 대응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교육 모순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대중의 저항이 손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이데올로기적 궁핍’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외부나 시장의 외부를 상상하거나 사유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이데올로기 지형의 모습이다. 입시경쟁 교육 때문에, 교육 시장화와 상품화 때문에 큰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입시경쟁 교육의 외부를(즉 전인적 발달을 위한 교육을), 교육 시장화와 상품화의 외부를(즉 교육 공공성과 무상교육을) 쉽게 사유할 수 없다. 바로 총체적 대안의 마련과 사회적 의제화는 대중들이 현 교육 체제의 외부를 상상하고 사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중의 저항을 촉발해내고 이런 저항에 지속성과 방향성을 부여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총체적 대안을 만드는 과정과 이를 의제화하는 과정은 진보 진영의 건강한 연대를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런 과정은 교육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진보 세력들의 공동의 토론과 논의 속에 진행되어야 하며,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최소 강령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일시적·사안별 연대를 넘어, 내용 없는 세불리기식 통합을 넘어 중(장)기적인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는 가운데 공동의 실천과 투쟁을 조직해 나가는 새로운 연대 운동의 방식을 창출해 나감으로써 연대운동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  

5. 나아가며

정세를 바라보는 시각은 실천적인 입장과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다. 독자적인 생존 능력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진보 정당 내에서 ‘다수화 전략’이 꽤 널리 퍼지고 있다. 전교조의 경우에도 보수 세력은 물론 자유주의 정권으로부터도 거센 공격을 받으면서 다수화 전략을 최고의 선으로 주장하는 입장들이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박수 받는 전교조”라는 슬로건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이런 입장이 여전히 전교조의 주류적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다수화 전략이 나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운동가들에게 ‘명예로운 소수자’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제는 ‘무엇을 위한 다수화이고 어떤 다수화인가’이다.    

진보 진영이 우선 신경 써야하는 것은 독자적인 목소리 즉 독자적인 전망과 대안을 제출하고, 대중투쟁을 촉발하기 위하여 공동의 실천을 모색하는 일이다. 그런 연후에 상황에 따라 자유주의 세력과 연대전술이 필요하다면 우리의 대안을 통해 자유주의세력의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비판하고 대중투쟁의 활성화를 통해 그들을 압박하면서 그들과 연대해야 한다. 즉 우리가 끌려가는 연대가 아니라 그들을 견인하는 연대가 되어야 한다.(대부분의 경우 자유주의세력의 계급적 한계 때문에 견인을 통한 연대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문은 다른 부문에 비해 교육문제가 이른바 범국민적 관심사이기 때문에 견인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넓은 것도 사실이다. 지난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는 대학평준화 공약까지 거의 이르렀으며 심지어 이명박도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진보적인 교육담론을 대중화시키고 대중 투쟁을 광범위하게 촉발해 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중을 급진화시키고 진보세력과 대중과의 결합면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은 권력 재편기는 물론 그 이후에도 우리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중심적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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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Contents] 진보교육 20011년 3월호 목차 진보교육 2011.04.10 1179
215 [권두언] 다가오는 역동적 국면, ‘교육혁명’을 모색하자 file 진보교육 2011.04.10 1056
» [특집-교육혁명] 1-1. 2011~12 교육정세와 교육운동의 과제 file 진보교육 2011.04.10 975
213 [특집-교육혁명] 1-2. 2012년 대선과 공교육의 대전환 전략 file 진보교육 2011.04.10 1074
212 [특집-교육혁명] 2.교육혁명을 위한 교육패러다임의 전환 file 진보교육 2011.04.10 1570
211 [쟁점과현안] 1. 학생인권조례시대, 교사운동의 성찰과 갈 길 file 진보교육 2011.04.10 1464
210 [쟁점과현안] 2. 2009개정교육과정과 2014수능체제개편 현황과 대응 file 진보교육 2011.04.10 1809
209 [쟁점과현안] 3. 고교평준화는 어떻게 ‘좌파’ 정책이 되었나 file 진보교육 2011.04.10 1355
208 [대학체제개편논쟁] 1. 국립대법인화 무엇이 문제인가? file 진보교육 2011.04.10 1090
207 [대학체제개편논쟁] 2.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와 국립교양대학 안 논쟁에 부쳐 file 진보교육 2011.04.10 1364
206 [진보칼럼] 지금은 진보대통합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투쟁이 필요하다 file 진보교육 2011.04.10 904
205 [담론과문화] 1. 현실교육학(1) 하고지비선생과 그 소외된 열정 file 진보교육 2011.04.10 1351
204 [담론과문화] 2. 주변을 경계하라 - 공포의 생활화와 잔혹성의 일상화 file 진보교육 2011.04.10 1196
203 [담론과문화] 3.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file 진보교육 2011.04.10 1418
202 [담론과문화] 4. 윤리적인 아름다움, 쇼스타코비치 file 진보교육 2011.04.10 1821
201 [현장에서] 1. 혁신학교, 누구와 소통하나요 file 진보교육 2011.04.10 1110
200 [현장에서] 2. 해고자 근무기강 논쟁 유감 file 진보교육 2011.04.10 832
199 [현장에서] 3. 학교 축제 공연 최우수상 수상 뒷이야기... file 진보교육 2011.04.10 1085
198 [현장에서] 4. 유일한 희망은 자본주의를 끝장내는 것이다 - 투쟁사업장 방문 자율연수를 다녀와서 file 진보교육 2011.04.10 1098
197 [맞짱칼럼] “교원능력평가가 유감인 까닭” file 진보교육 2011.04.10 1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