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주변을 경계하라 - 공포의 생활화와 잔혹성의 일상화
-- 은하철도(진보교육연구소 연구원)


  나름 ‘할리우드 키드’

  개인적 얘기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학교에 들어가기 시작 이전에 영화감상이 시작되었다. 어느날 옆집의 누나와 지금은 재개발로 사라진 변두리 재개봉관에서 보게된 영화는 영화의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저녁을 먹고 봐서 그런지 장면도 띄엄띄엄 기억이 난다. 한없이 펼쳐진 사막의 모래언덕을 헐벗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하염없이 걸어가고 작렬하는 태양에, 갈증에 힘이 빠진 사람들은 모래언덕에서 하나 둘씩 굴러 떨어지고 떨어지는 일행을 본체만체 사람들은 앞으로 앞으로 전진을 한다.
  이후 영화에 대한 애정은 텔레비전으로 이어진다. 주말의 명화, 명화극장의 흑백화면을 통해 미국중심의 외국영화에 대한 애정은 월요일 학교지각으로 이어졌다. 당시 서울도심에만 개봉관이 집중되어있었다. 충무로의 대한, 명화, 스카라 그리고 국도극장 종로3가의 단성사, 피카디리, 서울극장, 광화문의 국제극장이 개봉관이었고 신촌, 서대문, 미아리, 청계천 등의 부도심은 재개봉관이 나름대로 성업을 하였다. 초등학교 5학년 즈음 슈퍼맨이 국제극장에서 개봉되었다. 추석을 맞이하여 차례를 마치고 성묘를 건너뛰고 광화문에 있는 국제극장에 일가족이 총출동 되었다. 엄청난 인파가 영화를 보기 위해서 줄을 서고 있었다. 말그래로 장사진의 광경이 연출이 되었다.
  이즈음 한국영화는 전두환 군부 독재의 시작과 더불어 3S정책이 만개하면서 정진우 감독의 애마부인의 히트를 시작으로 **부인 시리즈가 길게 이어지면서 저질 에로 영화라는 이름을 뒤집어쓰면서 명맥을 유지하게 되고 자연스레 영화의 내용보다는 영화의 장면에 대한 환타지를 어린 학생에게 심어주었지만 어린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한국 영화 즉 방화는 퇴폐와 타락 저질의 온상으로서 격리되어야할 대상이 되고 자연스레 외국영화에 경도를 심화시켰다.
  중학교 시절이 되면 홍콩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재기발랄한 성룡의 등장으로 코믹 쿵푸영화가 인기를 끌게 되고 주윤발의 긴 트렌치코트와 아무리 쏴도 탄창에 총알이 안떨어지는 총격신이 기억에 남는 느와르 영화가 청소년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70년대 말 정윤희,유지인, 장미희라는 걸출한 한국의 트로이카가 있다라고 한다면 80년대 초 우리들에게는 소피마르소 , 피비 케이츠, 브룩 쉴즈라는 외국여배우 트로이카가 있어 그녀들의 사진은 수집의 대상이자 환호의 대상이었다. 80년대 중반이후 비디오테크가 각 가정에 보급이 되면서 비디오 대여를 통한 영화 감상이 가능해지면서 길게 줄을 서거나 암표를 사서 영화를 보는 수고가 덜어졌지만 우리들 사이의 공통의 화제는 줄어들고 음침한 방구석으로 영화감상이 격하되었다.
  80년대 말 민주화 운동은 문화계의 대대적인 해금과 개방을 가져오게 되었고 영화의 소재 역시 확대되었다. 88년 여름 79년 칸느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감독의 지옥의 묵시록이 명보극장에서 개봉이 되었고 89년 겨울로 기억이 되는데 지금은 없어진 을지로 3가의 국도극장에서 베르툴루치 감독의 파리에서의 탱고가 무자비하게 삭제된 채로 개봉이 되기도 하였다. 한국영화에 경우 소재의 확대가 두드러졌다. 감상적 수준이기는 하지만 빨치산 투쟁에 대한 영화가 개봉이 되기도 하고 잊혀지고 오래되고 낡은 것이라 여겨졌던 판소리에 대한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치게 되면서 한국영화에 대한 인상이 바뀌게 된 것이 90년대 들어서이다.
  프랑스의 카이에 시마네 정도는 아닐지라도 전문적인 영화에 대한 잡지가 출간이 되고
이 영화 잡지를 통해 홀대받고 무시받았던 제3세계와 유럽영화에 대한 체계적인 소개가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대학의 총학이나 동아리를 통해 보기 힘들었던 영화의 개봉이 이루어지게 된다. 아마도 90년대 후반이 한국영화 르네상스였다고 생각이 된다.  

관람에서 즐김으로

  90년대 중반이후 경제 성장은 양적인 풍요로움을 가져오게 되었다. 극장으로의 영화 관람은 연중 행사가 아닌 문화적 향유와 오락 그리고 즐김의 대상이 되었다. 소수 몇 개의 개봉관이 전부였던 과거와 달리 대자본의 진출에 의한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확대되면서 극장의 수가 급증하게 되고 이 극장에 상영하기 위한 영화의 제작과 수입도 급증하게 된다. 구색을 맞추기 위해 헐리우드 일변도의 영화의 수입선이 유럽과 제3국등으로 다변화가 되기도 하였지만 이미 관람이 아닌 즐김의 대상이 된 영화는 관객들의 외면과 무관심으로 인해 대중성을 획득하지 못하고 곧 이어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코믹 한국영화에게 자리를 물려주게 된다.  
  IMF 경제 위기를 겪게 되고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가 확산되면서 사회전반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이태백, 사오정이 회자되고 구조조정, 비정규직, 계약직이 일반화 되면서 경쟁의 치열함이 더해지게 되고 경쟁에 지친 또는 낙오된 사람들의 묻지마 범죄와 사회문제가 일상화되면서 한국사회는 심한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이즈음 박찬욱이라는 걸출한 감독에 의해 흔히 복수 3부작이라고 하는 영화가 제작 발표된다. ‘복수는 나의 것’ 을 필두로 ‘올드보이’ 그리고 ‘친절한 금자씨’까지 대중성을 획득하면서 한국영화의 세계화에 선두가 되었던 이들 영화와 감독은 한국영화의 소재의 확대는 물론 격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나친 폭력성과 충격성이 언급되기도 하였지만 관객동원에 의한 수익성과 각종 영화제의 수상등에 의해 이런 문제점이 묻히게 되고 오히려 외국에서는 참신성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신체훼손과 근친상간 이유없는 과도한 폭력으로 점철된 이 영화에 관객들은 환호를 보낸는 것일까?

즐김에서 해소될 수 없는 해소로.....

  작년 원빈이 주연한 ‘아저씨’를 통해 원빈은 굳건한 최고 인기 남자배우로서의 자리를 매김하였다. 어눌한 발음과 어색한 표정 또는 과도한 연기가 지적되기도 하였지만 이 영화를 통해 여린 청년에서 믿음직한 아저씨로 이미지를 변신하면서 주변에 꼭 있으면 좋을 아저씨가 되었고 많은 한국여성의 로망으로 등극하게 된다.

  이웃의 아이의 납치를 개인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폭력성과 잔혹성 그리고 신체훼손이 여과없이 영화의 내용을 채우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배우의 이미지와 화면의 현란함은 이들 모두의 우려를 잠재웠다.
    ‘네크로필리아’라는 증상이 있다. 에리히 프롬에 의해 정의된 것으로 시체(네크로) 를 사랑(필리아)하는 것을 말한다. 다분히 소수의 도착증의 일종으로 치부될 수 있는 것으로 개인들이 거대한 외부의 힘이나 권력에 의해 소외되고 배제 당했을 때 생기 없는 그리고 아무런 반응을 할수 없는 이미 죽은 시신에 대한 폭력적 행위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해소하는 경우를 말한다.  

작금의 한국영화의 흐름과 관객의 선호도에서 네크로필리아의 섬뜻함을 느끼는 것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국가의 거대하고도 치밀한 권력, 촘촘히 짜여진 자본주의 상품 경제의 그물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힘없는 개인들은 이 거대한 ‘적’에 눈길을 돌리고 주변에 힘없고 작고 보이는 이웃들을 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직 당하고 졸업을 하고도 취업을 못하는 최소한의 주거에 대한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의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인 수많은 개인들은 문제와 모순의 원인을 정확하게 찾지 않고 아니 쉽게 외면하고 자신의 주변에서 작은 것에서 찾고 나름대로 해결을 모색하려는 도피성 경향을 보이고 있다.
  거대한 권력에 의해 치밀하게 계획적으로 벌어지는 천인공노할 각종 범죄에는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한 개인의 일회적 우발적 범행에 대해서는 핏대를 세우면서 분노를 표시하는 것이 바로 도피의 한 형태가 아닐까?
  얌전하고 공동체의 질서에 순응하는 예의바른 모습을 보이는 일본인들이 목이 잘리고 피가 용솟음치는 사무라이 영화에 열광하듯이 오늘날의 한국사회는 잔혹함에 열광하고 있어 씁쓸하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6 [Contents] 진보교육 20011년 3월호 목차 진보교육 2011.04.10 1179
215 [권두언] 다가오는 역동적 국면, ‘교육혁명’을 모색하자 file 진보교육 2011.04.10 1056
214 [특집-교육혁명] 1-1. 2011~12 교육정세와 교육운동의 과제 file 진보교육 2011.04.10 975
213 [특집-교육혁명] 1-2. 2012년 대선과 공교육의 대전환 전략 file 진보교육 2011.04.10 1074
212 [특집-교육혁명] 2.교육혁명을 위한 교육패러다임의 전환 file 진보교육 2011.04.10 1570
211 [쟁점과현안] 1. 학생인권조례시대, 교사운동의 성찰과 갈 길 file 진보교육 2011.04.10 1464
210 [쟁점과현안] 2. 2009개정교육과정과 2014수능체제개편 현황과 대응 file 진보교육 2011.04.10 1809
209 [쟁점과현안] 3. 고교평준화는 어떻게 ‘좌파’ 정책이 되었나 file 진보교육 2011.04.10 1355
208 [대학체제개편논쟁] 1. 국립대법인화 무엇이 문제인가? file 진보교육 2011.04.10 1090
207 [대학체제개편논쟁] 2.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와 국립교양대학 안 논쟁에 부쳐 file 진보교육 2011.04.10 1364
206 [진보칼럼] 지금은 진보대통합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투쟁이 필요하다 file 진보교육 2011.04.10 904
205 [담론과문화] 1. 현실교육학(1) 하고지비선생과 그 소외된 열정 file 진보교육 2011.04.10 1351
» [담론과문화] 2. 주변을 경계하라 - 공포의 생활화와 잔혹성의 일상화 file 진보교육 2011.04.10 1196
203 [담론과문화] 3.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file 진보교육 2011.04.10 1418
202 [담론과문화] 4. 윤리적인 아름다움, 쇼스타코비치 file 진보교육 2011.04.10 1822
201 [현장에서] 1. 혁신학교, 누구와 소통하나요 file 진보교육 2011.04.10 1110
200 [현장에서] 2. 해고자 근무기강 논쟁 유감 file 진보교육 2011.04.10 832
199 [현장에서] 3. 학교 축제 공연 최우수상 수상 뒷이야기... file 진보교육 2011.04.10 1085
198 [현장에서] 4. 유일한 희망은 자본주의를 끝장내는 것이다 - 투쟁사업장 방문 자율연수를 다녀와서 file 진보교육 2011.04.10 1098
197 [맞짱칼럼] “교원능력평가가 유감인 까닭” file 진보교육 2011.04.10 1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