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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 [현장에서] 2. 해고자 근무기강 논쟁 유감

2011.04.10 16:36

진보교육 조회 수:832

해고자 근무기강 논쟁 유감
-- 이을재(전교조 서울지부, 00중 해직)


연말 전교조에 때아닌 해고자 근무기강 논쟁이 벌어졌다. 해가 바뀌었지만 깔끔하게 정리가 안되었는지, 아직은 뒤숭숭한 채다. 해고자들에게 주는 생계지원금이 조합원들의 조합비 중 일부로 마련되다보니 소중한 조합비가 아깝다는 논리도 전혀 엉뚱한 것은 아닐게다. 일반 조합원들에게는 그리 잘 보이지 않는 해고자들의 일상이고 보면, 해고자들 개개인을 잘 아는 어떤 조합원의 감정이 담긴 것이라는 의혹도 없지 않다. 심지어 조합의 어떤 간부는 일부 해고자를 지칭하여 “놀고먹는 사람들”이라 하여 부정적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기까지 하였다. 그렇더라도, 해고자들의 활동을 1년 단위로 심사하여 생계지원금 지급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집행부의 방침은 도를 넘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논쟁 과정을 지켜보는 해고자들의 심기가 불편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터이다.  

해고자 복무기강 논쟁의 출발

지난 연말 전교조에서 해고자 복무기강 논쟁이 일게 된 것은, ‘해고자의 피해구제기간 7년 제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면서부터다. 전교조에는 지난 해 시국선언 등 관련으로 다수 조합원들이 해고를 당하는 등 해고자가 늘어, 전체 해고자수가 60명에 육박하고 있는데, 2011년 들어 이 중 일부가 피해구제기간 7년을 코앞에 두게 된 것이다. 당시, 전교조 ‘피해구제규정’에 의하면, 전교조 활동을 하다가 해고 등의 피해를 당하면, 7년까지만 해고자에게 생계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해고자 피해구제기간을 제한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오던 참이었다. 조합의 지침에 따라 해고된 조합원이 자신의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데, 일정 기간이 지났다고 생계지원금 지급을 중단한다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는 당연한 지적이다. 1989년 전교조 결성관련 대규모 해직사태 때에도 생계지원금이 비록 적더라도 그 지급 기간을 제한하지는 않았다. 조합원들의 조합비, 후원금, 그리고 수익사업 등을 통해 재원마련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되,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생계지원금을 기간 제한 없이 모든 해고자들에게 지급하였었다.
어쨌든, 지난 2월 전교조 대의원대회는 해고자의 ‘피해구제기간 7년 제한’ 규정을 폐지하고, ‘복직시까지’ 피해구제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관련 규정을 개정하였다. 물론, 이와같이 규정을 개정하였다고 하여 모든 해고자가 누구나 ‘복직시까지’ 피해구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2005년 이전 피해구제기간 제한 규정이 없던 때에도, 피해구제심사위원회에서 사안별로 피해구제 여부와 피해구제 기간 등에 대한 심사를 해왔으며, 앞으로도 여전히 피해구제심사위원회의 판단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즉, 이번의 규정 개정으로 달라진 것은 모든 해고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던 ‘피해구제기간 7년 제한’을 폐지한 것이다. 전교조가 합법화된 1999년 제정된 피해구제규정은 피해구제기간을 사실상 제한하지 않았었으나, 2005년 전교조 본부 집행부가 ‘피해구제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면서 모든 해고자들에 대한 피해구제기간 제한을 일률적으로 적용하였었는데, 이번 규정 개정으로 이 부분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해고자의 복무기강 강화 논리였다. 이 부분은 아래에서 상세히 살펴보겠지만, 해고자들을 ‘전교조를 사용자로 하여 임금을 지급받는 존재’로 간주하는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또한 내면에는 노선이 다른 활동가들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깔려있다는 점에서 건강한 문제의식의 자격에 결격사유가 있기도 한다. 조합의 간부가 노선이 다른 활동가들을 지칭하여 “놀고먹는 놈들”이라는 표현을 쓰기까지 할 정도이니, 이 글의 성격상 길게 논할 부분은 아니나 이 부분에 대한 별도의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는 점은 지적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해고자들은 어떤 사람들

해고자가 아닌 일반 조합원들은 해고자의 처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해고자가 일을 게을리한다고 말하면서 1년 단위로 심사해야 한다고 말하면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을 게다. 그러나, ‘해고자의 복무기강 강화’라는 그릇된 논리는, 해고자들이 조합의 목표 실현을 위한 투쟁 지침을 충실히 이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예상하지 못했던 해고를 당했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인식을 놓친 결과이다. 요컨대, 해고자들은 임금을 받기 위해 전교조를 사용자로 하여 고용된 존재가 아니라, 사용자가 정부 혹은 사립학교인 전교조 조합원이며 교육노동자로서 전교조의 지침에 따라 활동하다가 해고된 동지라는 것이다. 따라서, 전교조와 해고자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한 쪽은 감시하고 다른 한 쪽은 통제받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 한 쪽은 부당한 해고를 종식시키기 위한 복직투쟁과 함께 생계를 지원할 책무를, 다른 한 쪽은 조합활동을 성실하게 하다가 해고되었고, 또 이후에도 조합활동을 수행할 책무를 가지게 되는 그런 관계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조합활동의 성격에 대해 알아보자. 노조활동은 강제 규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자발성을 기초로 한다. 하물며, 해고는 다른 조합원들보다 헌신적인 활동을 한 결과이다. 그런 해고자들에게 일반 조합원들에게는 요구하지 않는 복무 규정을 특별히 요구하는 것은 아무래도 좀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해고자들은 조합의 목표 실현을 위해 앞장선 조합원들로 조합으로부터 감사와 칭송을 받아야 할 존재들이라는 점에서 해고자들에게 복무규정을 들이대는 것은 전혀 엉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앞서 지적해두었듯이 해고자들의 생계지원금을 임금으로, 그리고 전교조를 해고자의 사용자로 그릇되게 인식한 때문이다. 조합원이면 해고자들을 포함하여 누구나 조합비를 내는 것이며, 해고자들의 생계지원금은 해고자들이 조합에 노동을 제공한 대가로 지불하는 임금이 아니라, 노동조합 활동과 운영에 필요한 제반 비용 중의 일부일 뿐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일도 하지 않으면서 고소득이 보장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해고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선호되는 직업이라는 비아냥섞인 주장은 거의 코미디 수준이다. 해고자들은 비록 매월 봉급에 해당되는 생계지원금을 조합에서 받고 있지만, 해고 기간만큼 호봉, 연금, 퇴직금 등의 피해와 손실이 계속 누적되고 있으며, 더욱이 자신의 일터인 교단을 박탈당한 마음의 상처는 영원히 보상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보자.  

해고자를 두 번 죽이는 사람들

해고자들은 해고될 당시, 폭력적인 정권과 관료들에 의해 한 번 죽임을 당한 셈이다. 이 때 해고자들은 해고의 원인이 된 투쟁의 정당성과 그에 대한 조합원들의 격려와 위로로 분노와 슬픔을 달래기도 하지만, 부당한 정권의 탄압에 협조하거나 두려움에 방관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가슴에 멍이 들게 마련이다. 그런 해고자들에게 일을 하지 않는다면서 복무규정을 들이대거나, 소중한 조합비가 아깝다는 말을 하는 것은, 해고를 감수하면서 감당했던 자신의 조합활동과 투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며, 이는 해고자의 존재 자체를 죽이는 일이다.
지난 연말에 해고자의 복무기강 논쟁이 일더니, 지난 2월 대의원대회를 앞두고는 해고자의 복무를 강화하는 규정이 만들어지기까지 했는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어리석은 행위의 이면에 노선이 다른 활동가들에 대한 감정이 작용하고 있다는 조짐이 보여 씁쓸함이 더한다. 복무규정 강화로 해고자들을 두 번 죽인 사실에 대해 조합은 두고두고 해고자들에게 대대적인 사죄를 해야 할 것이다.

노동운동의 희생자들을 위한 공동의 투쟁공제가 필요하다

전교조 안에서 해고자 복무기강 논쟁이 해고자 생계지원금과 연결되어 벌어진 마당에 전체 노동운동 차원에서 전교조만큼의 생계지원금이 지급되지 않는 노조 해고자들에 대한 공동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전교조, 공무원노조, 금속노조, 언론노조, 철도노조 등 대형노조나 산별노조의 해고자들은 대체로 해고 이후에도 봉급 수준의 생계지원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데 비해, 쌍용차노조와 같이 대규모 해고 사태가 발생하거나, 소규모 노동조합인 경우 해고자들에 대한 생계지원금의 지급이 미흡하거나 아예 불가한 형편이다.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고, 노동자의 생존권과 행복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사회구조와 국가의 노동정책의 변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전교조 노동운동과 공무원 노동운동이 다르지 않으며, 또 금속노조 운동이 다르지 않다. 또한 대규모 노조의 노동운동과 소규모 노조의 노동운동이 다르지 않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자의 연대가 필요하다 할진대, 대규모 노조에서 가능한 해고자 생계지원금이 소규모 노조에서 가능하지 않다면 실질적인 노동자의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전체 노동운동 차원에서 투쟁으로 인한 해고자들의 생계지원을 위한 일종의 투쟁공제회의 조직과 운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덧붙여둘 것은, 전교조 피해구제규정이 ‘조합의 지침’에 따라 활동하다가 해고된 조합원만을 피해구제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조합의 재정적 부담에 대한 고려 혹은 개별 투쟁 사안들에 대한 조직적 지도의 필요성 등이 있다하더라도, 노동조합의 대의와 강령에 일치한다면 노동운동에 복무한다는 점에서 제한적으로라도 피해구제 지원 활동을 하는 것이 온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3개월 이상 조합원 자격을 가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똑같은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겠다. 조합의 재정 등을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하고 심사할지언정, 노동운동의 대의에 입각하여 피해구제의 대상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미리 규정에 의해 봉쇄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것이다.

이번 전교조의 해고자 복무기강 논쟁을 노동운동의 내실 강화의 계기로

이번 전교조의 해고자 복무기강 논쟁은 한편으로는 일반 조합원들의 해고자들의 처지에 대한 이해부족이 바탕이 되고 있는 것으로, 이번 논쟁을 거치면서 해고자들에 대한 일반 조합원들의 이해가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요컨대, 해고자들은 일반 조합원들과 똑같은 조합원으로, 일반 조합원들에게 강제 규정에 의하여 노동조합 활동을 강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고자들 역시 자발성과 헌신적 자기 다짐에 의해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위로하고 격려하고 기다려야 할 존재라는 점을 먼저 명확히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
또한, 해고자들에게 지급되는 생계지원금은 노동조합 활동에 필요한 여러 가지 비용 중의 일부일 뿐이며, 해고자들에게 노동을 제공하도록 강요할 임금의 성격이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확인할 수 있기 바란다.
해고자들은 부당하게 권력과 사용자에 의해 해고되어 있을 뿐, 일반 조합원과 같은 지위를 가지며, 이들에게 지급되는 생계지원금은 임금이 아니라 노조의 사업 및 투쟁 등에 소요되는 일상 경비의 한 부분이라는 점을 또한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만, 해고자들의 자발성과 헌신성이 해고 이후에도 발휘될 수 있도록 해고자 스스로도 긴장을 늦추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 아니라, 조합 차원에서도 이를 돕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자칫 이번 전교조에서처럼 해고자를 강제규정에 의해 복무기강을 강화하려 하거나, 해고자에게 지급되는 생계지원금을 해고자의 노동의 대가로 주어지는 임금으로 잘못 인식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며, 전교조에서도 이에 대한 조속한 반성과 시정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노동해방으로 나아갈 길은 멀고도 험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과 탄압, 학력간 임금 격차, 직종간 임금 격차 등 불평등이 속수무책으로 노동 현장에 관철되고 있다. 해고자의 생계지원금 역시 대규모 노조와 소규모 노조가 다르다. 이 부분에 대한 전체 노동운동 차원의 대책이 없다면, 이에 대한 대책도 서둘러야 할 일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으면 좋겠다.
해고자들은 이미 스스로 얼마간의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결의와 마음의 준비가 된 조합원들이다. 조합의 여건이 허락하지 않으면 가능한 만큼 생계지원금을 지급하면 그만이다. 조합의 재정 여건을 이유로 해고자의 복무기강을 들이밀고, 심지어 피해구제기간 제한 규정을 두어 해고자의 일부를 구조조정할 의도를 드러내지 않기를 바란다. 그건 해고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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