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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진보대통합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투쟁이 필요하다

-- 배성인(한신대)


정말 이명박 정권은 대단하다. 이제 민주당까지 노동의제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2012년 정권 탈환을 위한 민주대연합에 나서고 있으니 말이다. 부르주아 정당인 민주당이 노동 이슈에 대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일부 정치인의 ‘반성과 성찰’을 곁들인 것에 대해서 진보진영 일부가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진보진영 내부의 혼란만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반노동적인 민주당의 과잉된 현실정치

민주당의 이러한 변신은 1992년 이후 거의 20년만인데, 그들의 변화의 속도와 폭이 예상외로 빠르고 넓게 전개되고 있어서 진보정치를 빨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진보진영을 ‘묻지마 반MB연합’의 프레임에 갇히게 함으로써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들고 변혁운동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진보정당에게 손을 내밀었다고 해서 쓸데없이 큰 기대를 할 필요는 없다. 그들은 역사적으로 본질적으로 진보적일 수도 없으며, 진보정당이 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민주당은 노동이슈의 외피를 쓰고 더욱 교묘하고 세련된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이들은 당초 이명박 정권의 탄생이 자신들을 포함한 진보진영, 시민운동 모두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었다고 하면서 공동책임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이명박 정권을 악마화하여 모든 진보개혁 세력의 대동단결만이 빼앗긴 권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당위론을 전방위적으로 유포하면서 진보진영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대중들은 부르주아 정당인 민주당이, 비정규직법을 날치기해서 1천만 비정규직 시대를 열어젖힌 정권이자 한미FTA와 이라크 파병을 강행한 정권이 궤변에 상당히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진보대통합 논의가 매우 기이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진보’의 개념을 놓고도 설전을 주고 받는 코미디가 연출되고 있다. 일부 논객들은 진보는 사적으로 전유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고 대중들의 동의에 기반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권하에서의 진보는 국민 다수이며, 이들이 원하는 범야권연대가 진보의 중심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능한 진보정당과 진보대통합

물론 진보는 누구의 전유물도 아니며 어느 특정한 조직이나 정파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 다만 최소 수준에서의 개념을 기준으로 놓고 상식이고 합리적으로 정리가 가능하다. 역사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인 진보의 사전적 의미는 역사 발전의 합법칙성에 따라 사회의 변화나 발전을 추구하는 세력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신자유주의 좌파 또는 자유주의 개혁세력은 역사 발전의 합법칙성을 따르지 않는 반노동적 반민중적 세력이기 때문에 진보라고 칭할 수 없다. 이들은 지난 10년의 집권 시기에 회유와 협박을 통해서 노동자들의 고통을 팔아서 자신들의 안락함을 채운 세력이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노총과 진보정당 안에 자진해서 그들의 충성스런 신하로 변절한 자들 때문에 개혁세력들이 오만방자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들은 진보를 흉내내는 의사(pseudo) 진보에 불과하다.  
그런 측면에서 개혁세력이 정권을 담당했던 10년은 한나라당의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진보좌파의 ‘잃어버린 10년’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진보대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세력들에게 자유주의 개혁 세력을 당연히 제외하라고 충고하고 싶지도 않다.
현재 진보대통합의 가장 큰 쟁점은 국참당의 참여문제와 북한문제로 좁혀지고 있지만 이 또한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대통합이 아닌 한 제 정치세력들의 연대나 연합은 조건만 성숙되면 사안별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문제의 핵심은 진보정당으로서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노동자계급성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보수정당과 대별되는 독자적 진보성을 상실했으며, 독자적인 발전전망이 결여돼 있다. 노동계급을 이끌 지도력도 부재한 상태이다. 진보정당들의 정치적 무능력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진보좌파가 무능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현재 민노당은 한국 자본주의 계급갈등의 심각성을 무시하고 관념적이고 비현실적인 민족주의를 내세우고 있고, 진보신당은 분당이후 궤멸적 타격을 입으며 기회주의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자본가 계급과 타협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진보대통합을 해야 하는 것이다.
혹자들은 진보좌파가 현실 정치를 너무 모르는 이상주의자라고 비아냥거린다. 아니다. 오히려 현실 정치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많은 우려와 걱정을 하면서 독자적인 전망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의 조건 속에서 저 지긋지긋한 MB정권을 심판하는 방법은 선거만이 유일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후 개혁세력들이 등 뒤에서 비수를 꽂았다고 투덜거리는 것도 이제 지긋지긋하다.
우리는 쌍차, 현차, GM대우 등을 통해 현장에서 자본가계급의 공격에 맞서 민주적 권리와 생존권 방어를 위한 저항과 투쟁 의지를 목격했다. 하지만 노동조합과 진보정당은 투쟁을 일관되게 이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투쟁 의지를 낮추고 자본가 계급과 타협만을 모색해 왔다.

명확한 진보좌파의 과제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명약관화하다. 지금은 진보대통합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가 매우 절박하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것이 아니다. 서울로 가는 길은 매우 많지만 어떤 경로와 과정을 거쳐서 가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진보진영내 입장과 노선이 매우 다른 좌파와 우파를 굳이 억지로 통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반MB가 절대절명의 과제라 해도 엄연히 존재하는 차이를 작위적으로 은폐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보도 좌파도 무능하다. 자본주의적 욕망에 갇혀있는 대중들과의 소통에 실패한 것도 적절한 지적이다. 하지만 개혁 세력들이 입버릇처럼 내뱉는 대중들의 자발성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대중의 자발성은 현실의 정치사회적 조건 속에서 나타난 것이고, 정치사회적 조건이라는 것은 사회운동을 통해서 주어지는 것이다, 즉 대중들의 자발성은 진보좌파의 변혁운동과 민주화 운동 속에서 착근된 욕망들이 총화되어 나타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좌파의 무능력과 한계를 반MB로 묶어서는 안 되며, 진보의 이름으로 매도하고 비난하면서 거세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한국의 진보좌파들에게 민주당 못지않게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받고 있는 것은 맞다. 좌파들이 자신들의 이념과 노선이 대중적인 설득력을 갖추고 정치적 파급력을 발휘하려면 무엇이 어떤 방향으로 혁신되어야 하는지에 관해 정말 진지한 사고가 필요하다.
작금의 현실을 제대로만 봐도 현실적인 과제와 대안을 만들 수 있다. 다음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찍지 않겠다고 한 여론조사 결과와 박근혜의 지지율이 가장 높은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어떠한 설명이 가능할까.
또 하나. 이른바 양식있는 진보는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삼성제품을 드러내 놓고 소비하지 않는다. 그런데 민중언론을 자처하고 있고 민노당의 실질적인 대변지이자 기관지인 ‘민중의 소리’가 삼성의 광고를 받고 싶어 한다. 정말 맛이 갔다. 그래도 진보대통합을 해야 하나.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사람들은 흔히 혁명을 말할 수도 없고 심지어는 사민주의도 약속할 수 없는 시대라고 규정을 내렸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현실은 혁명을 말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반MB를 현실화하려면 노동자계급이 민주주의 투쟁에서 주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진보진영은 노동자계급의 투쟁방향과 요구를 무한히 지원함으로써 변혁의 전망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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