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학교 축제 공연 최우수상 수상 뒷이야기...
-- 홍정수(목포공고)


내가 가장 최근에 담임을 맡았던 때가 지난 2009년도였다.
당시 나는 진도실고라는 전문계 고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했었는데, 그해 12월 23일에 있었던 학교축제에서 우리 반 공연이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축제라는 장이 거의 학생들 댄스판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것이고, 그런다고 해서 교사들마저 마냥 그런 풍조에 휩쓸려서는 안되고 무엇이든 진보적이고 교육적인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다는 생각으로 나 개인적으로는 근무했던 학교 축제 때마다 단순한 댄스 위주보다는 최소한 '학급 합창'이라도 준비해서 나갈 수 있도록 지도하곤 하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학교축제 학급경연대회에 출전할 것을 정하는데, 처음에 내가 "우리 반은 다른 반처럼 댄스 같은 것 안하고 연극 형식으로 하면 좋겠다!"라고 말하자 격렬할 정도로 아이들의 반대가 심했다. 아이들의 반대 이유는 "어렵고, 재미없고 등등..."이었을 것이고...

담임인 나의 생각이 아무리 옳아도 그것을 그대로 강제할 수는 없기에 나는 아이들을 설득하기로 했다. 최종적으로는 아이들의 투표로 결정하기로 하였다.
일단 반장, 부반장, 모둠장 등 간부들을 모아놓고 1차 회의를 했다. 내가 제시한 이유들과  당근(?)은 다음과 같았다. “다른 반 다 하는 댄스류로는 절대 좋은 성적 못거둔다. 여러분이 샘을 잘 따라서 연습만 잘하면 분명히 1등할 수 있다. 너희가 춤으로 옆 반을 이기겠냐, 아니면 2학년 언니들을 이기겠냐? 좀 특이한 걸 해보자! 학교 축제도 교육의 연속이다. 뭔가 교육적인 걸 해보자. 일과중 다른 수업 안하고 연습 시간을 많이 빼주겠다. 간식 제공 등등...”
그런데 학급 간부들 반응은 반반 정도... 저녁에 다시 문자를 보냈다. "협조해달라"고...
다음날 학급 전체 비밀 투표를 하였다. 솔직히 말해서 투표 전 분위기는 역시 반반이었다.   간부들 중에도 아직 감을 못잡은 애가 있는데, 다른 아이들이야 말해 무엇하랴!
나는 개인적으로 내 제안이 부결되면 몸과 마음은 편하겠다라고 미리 생각하고 있었다. 그만큼 투표 결과에 자신없었다는 얘기지. 어쨌든 투표를 하고 나서 결과는 특수 학생을 제외한 총인원 18명중 찬성 10표, 반대 8표... 간신히 과반수를 넘어섰던 것이다.

그후 연습과 준비 과정에서 또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아는 사람은 알거다.. 우리 학교처럼 시골 전문계 학생들의 현실에 대해서...) 마침내 축제일이 되었고, 공연시 파워포인트 상영을 하는 기술적인 문제로 우리 반이 맨 마지막에 공연을 하게 됐는데,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내가 최초에 아이디어를 내고 그후 아이들과 연습 과정을 통해 토론하며 수정해 나갔던 이 작품의 제목은 '세월따라 노래따라'인데, 약식 노래극이라는 형식을 통해 우리나라의 지난 역사를 되돌아본 것이다.
아래 표에서 나타낸 것처럼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던 일제 시대부터 60년대, 70년대, 80년대, 90년대, 2000년 그리고 오늘의 최신 노래에 이르기까지 바로 그 시대에 유행했거나 그 시대를 상징하는 노래들을 통해서 말이다.

예를 들어 일제 시대에는 ‘아리랑’이라는 노래와 ‘독립군가’가 화면과 함께 상영되면서 일본 헌병, 독립군 등 각 배역을 맡은 아이들이 상황에 맞는 연기를 하고, 60년대는 4․19혁명, 70년대에는 미니스커트와 장발 단속 등을 보여주며 송창식의 ‘고래사냥’ 노래에 맞춰서 간단한 연기 또는 춤 등 율동을 해보이는 것이다.

당일 80년대를 나타내는 것에서 5․18민중항쟁 사진 슬라이드와 함께 '5월의 노래2'가 나오자 객석에서는 일제히 박수로 장단(?)을 맞추어 주었다. 순간,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하였다.
심사위원을 맡은 샘들이 거의 만점을 주다시피 하여 다른 해와는 달리 심사 시비(?)가 없었다는 얘기가 들릴 만큼 압도적인 1등으로 문화상품권 20만원을 받았다.
그동안 따라준 아이들이 무척 고맙고, 내가 누누히 강조했던 "너희들도 할 수 있다! 자신감을 가져라!"라고 한 것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고, 아이들 학창시절 추억의 한 자락으로 기여할 수 있을 듯하여 뿌듯했다.


마지막으로 이런 경우에는 경비 조달도 아주 중요한 일인데, 인터넷 등에서 구입하거나 대여한 소품 비용(일본헌병복장, 일본도, 유관순열사복장 등)으로 30만원 가까이 들었고 모두 학교 예산으로 충당하였다.
내 개인적으로는 아이들 간식 비용 등으로 10여만원 들었다.
당일 실제 상영한 파워포인트 영상은 내가 시나리오 초안을 잡고, 컴퓨터 기술자들의 도움을 받아서 완성하였기도 하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4 [해외동향] 거기서 미래를 보았네 - 쿠바교육 기행기 file 진보교육 2009.03.25 21448
213 [기획] 2.비고츠키의 주요이론과 개념 file 진보교육 2009.03.25 4883
212 [기획] 3. 비고츠키 이론의 교육학적 의의와 과제 file 진보교육 2009.03.25 4220
211 [특집] 1. ‘혁신학교사업’ 분석 : 한계와 문제점 file 진보교육 2010.09.29 3971
210 [기획] 1.Lev Semyonovitch Vygotsky의 생애 file 진보교육 2009.03.25 3531
209 [담론과 문화] “샌프란시스코”와 히피를 아시나요? file 진보교육 2009.10.06 3203
208 [논단] 한국 학생평가의 문제점과 새로운 평가패러다임 file 진보교육 2010.07.16 3155
207 [기획] 9인의 교육사상가를 통해 조명해본 교육의 공공성 file 진보교육 2009.07.13 2558
206 [기획] 4.비고츠키 복권 선언 file 진보교육 2009.03.25 2457
205 [담론과문화] 라틴 아메리카의 현실과 누에바 깐시온 file 진보교육 2008.06.26 2412
204 [담론과 문화] 슬픈 영화들 트레인 스포팅(Train Spotting)과 ‘자유로운 세상’ (it’s a free world) file 진보교육 2009.03.25 2350
203 [담론과 문화] 무상 음악교육의 위력,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관현악단 file 진보교육 2009.03.25 2330
202 [담론과문화]“혁명은 칵테일파티가 아니다” - 영화 ‘산티아고에 비는 내리고’ file 진보교육 2010.01.05 2288
201 [특집] 비고츠키 교육학의 ‘평가 패러다임’ 그리고 ‘교원평가 file 진보교육 2010.04.21 2275
200 [담론과문화] Terry Jacks의 'Seasons in the Sun'에서 청소년 문제를 생각하다 file 진보교육 2010.01.05 2261
199 [담론과문화] 4. 윤리적인 아름다움, 쇼스타코비치 file 진보교육 2011.04.10 2235
198 [현장에서] 체벌 금지 없이 학교 폭력 추방 없다. file 진보교육 2009.07.13 2224
197 [기고] 공립유치원 임시강사 file 진보교육 2009.07.13 2208
196 [특집] 3. 혁신학교 모델 구상 : 인간 발달 지향 ‘민주공동체’ 학교 file 진보교육 2010.09.29 2179
195 [권두언] 배운 녀자, 배운 남자 file 진보교육 2008.06.26 2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