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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호 신자유주의 대학교육정책과 대학의 위기

2003.07.14 10:46

임재홍 조회 수:1425 추천:4

현장으로

신자유주의 대학교육정책과 대학의 위기

 

임재홍 ∥ 영남대 법학과



I. 신자유주의 대학정책과 교육개방

 

최근 10여 년 우리나라 대학교육정책을 요약해서 정리한다면 대학의 국제화와 경쟁력강화이다. 얼핏 듣기 좋은 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나 뒤집어 보면 대학을 국내 외 자본에 개방하겠다는 것이며, 자본의 자유경쟁 논리에 교육을 넘기겠다는 것이다. 법이론적으로 보면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종래 교육인적자원부가 일관하게 추진하여 온 신자유주의적 대학교육정책과 교육시장개방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신자유주의적 대학교육정책은 어쩌면 교육시장개방을 위한 일련의 사전포석으로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교육개방으로 인하여 제일 큰 타격이 예상되는 것은 대학교육이다.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은 주로 사립대학에 의하여 수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 사립대학은 교육개방의 근거가 되는 '서비스분야에서교역의일반협정'의 내용과 우리 정부의 정책에 의하여 (점진적이겠지만) 직접적인 개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렇게 되었을 때 우리나라의 사립대학은 존립 그 자체가 위협받을 뿐 아니라 종래 그나마 국가의 규제로 인하여 유지되고 있던 최소한의 공공성마저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것이다.

물론 국공립대학이라고 하여 교육의 공공성이 최소한도라도 유지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왜냐하면 현재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입법예고하고 있는 '국립대학운영에관한특별법'이 제정된다면 국공립대학 역시 일반 사립대학과 법적 지위에서 구별할 이유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교육에서 어떻게 교육공공성을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지대한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고등교육의 공공성 논리는 고등교육의 경쟁력강화나 국제화 논리에 밀릴 위험도 상당히 크기 때문에 공공성 확보를 위한 노력은 보다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이 원고는 교육공공성 확보를 위한 하나의 시론적 접근이다. 이 목적을 위해 본 원고는 먼저 대학교육에서 추진되어 온 교육시장개방의 현황과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을 간략히 정리한다(II). 그리고 이러한 교육개방이 이루어졌을 때 예상되는 문제점을 보고(III),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서 교육공공성의 확립을 위한 방법론을 제시하여 본다(IV).

 

 

II. 교육시장개방의 현황과 사전준비

 

1. 교육개방의 현황

 

교육시장개방과 관련된 논의는 이미 1994년 세계무역기구에서 GATS가 체결되면서 진행되었다. WTO의 전신이었던 '관세와무역에관한일반협정'체제가 상품교역과 관련한 협상을 지배해온 기구였던 것과는 달리 WTO는 자금투자, 서비스, 공산품, 농산물, 저작권을 포함하고 있다. 서비스시장개방을 다루려고 했던 1999년 12월 시애틀에서 열렸던 WTO 제3차 각료회의는 격렬한 비정부기구단체들의 반대와 협상을 거부한 유럽국가들로 인해 뉴라운드 출범에 실패했다.

그러나 2001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WTO 제4차 각료회의에서는 우루과이라운드를 잇는 뉴라운드의 출범을 합의하였다. 교육을 포함하고 있는 서비스분야는 WTO가 출범할 때 GATS 제19조에서 자유화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2000년부터 협상을 하고, 이후 주기적으로 협상을 하기로 하였다. 협상일정에 따라 회원국은 자국의 교육시장 개방을 위한 요구안(개방요구서)을 2002년 6월 30일까지 정해야하며, 9개월의 협상을 거쳐 2003년 3월 31일까지 개방계획서(양허안)를 제출해야 한다. 이것이 완료되면 참여 국가의 비준을 거쳐 2006년 뉴라운드(새로운 세계무역질서)는 공식 출범하게 된다.

GATS는 교육과 의료와 같은 공적서비스를 상품으로 선언하여 교육과 의료영역의 시장을 자유화하기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의 기업화와 지식의 상품화는 무엇보다 GATS를 이행하기 위해 많은 나라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유화', '예산축소'와 맞물리고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이미 초등, 중등, 대학, 성인교육에서 시장개방을 수용한 상태이다. 그렇지만 교육이란 상품을 팔고자하는 초국적기업의 이해를 따라가게 됨으로써 개방범위는 더 확장될 것이다. 많은 나라에서 개인의 교육비 부담을 늘리고, 국가의 책임보다 교육기관의 자율을 외치는 것은 이런 변화의 탓이다.

우리의 경우도 WTO 회원국인 만큼 GATS에 구속된다. 그래서 뉴라운드 출범 일정에 맞추어 우리나라도 실질적인 수요가 있는 부문에 대하여 초·중등교육은 제외하고 고등, 성인 및 기타 교육서비스의 일부 분야에 대해 11개 회원국에 양허를 요청한 상태이다.  외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양허 요청은 전체적으로 초등, 중등, 고등, 성인, 기타 교육서비스 모든 부문에 대하여 16개국이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대부분 고등, 성인, 기타 교육서비스 분야의 개방을 요구하였으나, 일부 국가는 초·중등교육 부문도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우리나라가 제출한 양허계획안은 초ㆍ중등 교육은 원칙적으로 개방하지 않되, 고등교육과 성인교육은 일부분에 한하여 허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고등교육의 경유 해외유학은 제한없이 허용하고,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의 국내 설립·운영을 허용하되, 비영리 학교법인에 한하여 설립을 허가하고, 보건·의료 관련대학, 교육대학, 사범대학, 방송통신대학, 원격대학, 기능대학을 제외시켰다. 그리고 수도권 지역내에서 학교 신설을 불허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양허계획안에 따른 개방만이 개방의 전부는 아니다. 왜냐하면 이미 적극적 개방정책에 따라 사전에 이미 개방된 부분이 있고, 향후 쌍무협상 등을 통해 추가적으로 개방될 부분이 있기에 개방의 전반적인 범위를 알기는 어렵지만 양허안과 사전개방을 통해 향후 대학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2. 신자유주의 대학교육정책과 사전적 교육개방

 

정부는 교육개방의 내용을 담는 양허안을 제출하기 이전에 이미 이에 대한 준비작업을 진행해 왔다. 정부는 교육개방을 하나의 대세로 인정하여 왔으며, 압력에 굴하여 개방하는 인상을 주기보다는 사전적인 자율개방을 통하여 대외개방의 범위를 미리 결정짓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이러한 사전개방의 범위가 바로 지금 추진되고 있는 각종 제정법령이나 입법예고안들에 의해서 결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교육시장개방을 통해 초국적 자본이 얻고자 하는 것은 이윤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윤이 확보될 수 있는 법적 장치란 영리법인이 학교기업을 운영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이윤을 기업주(재산출연자로서의 영리법인)가 합법적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교육시장개방에 적극적으로 응한다는 것은 종래의 공교육적 규제나 보호를 포기하는 대신 교육에 경쟁원리를 도입하고 이윤확대를 추구할 수 있는 법정책을 펴겠다는 것과 동일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종래 교육부가 추진해온 정책과 법령을 살펴보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학교육개혁의 단초는 1985년의 '5·31교육개혁자료'에서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 때 제출된 교육개혁비전은 '제7차 교과과정개편'에 그대로 반영되었고, 계속하여 '국립대학발전계획', '지방대학육성대책',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 등으로 이어지면서 일관성과 지속성을 가지고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신대학교육정책의 내용은 경쟁메커니즘의 전면적 도입으로 특징지워지는데, 경쟁메카니즘의 도입은 교육의 시장화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신대학정책중 개방과 관련해서 핵심적인 내용은 대학간 경쟁체제의 도입이다. 즉 외국대학의 설립을 자유롭게 인정하여 국내대학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하고, 국공립대학을 장기적으로 사유화하여 국내 대학간에도 경쟁을 유발시키겠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국립대학에 대학운영의 자율권과 책임성을 부여하는 책임운영기관화를 통해 국립대학으로 하여금 자율적인 재정확보를 위한 무한경쟁으로 돌입하게 만들며, 성과가 좋은 대학은 집중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통폐합의 대상으로 전락되어 버린다.

2001년 11월에 발표된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은 2003년에 개정된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촉진법'의 토대가 된 정책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이 계획에 의하면, '산업현장과 연계한 인력양성 강화'를 위해 대학을 근거로 한 '산·학·연 협력체제'를 확충하겠다는 것이 기본 취지이다. 그 주요 내용을 보면 광역자치단체별로 대학과 기업의 역량이 집결하는 테크노파크를 조성하고, 산학연 협력사업 활성화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며, 학교기업(School Enterprise) 설립 활성화를 위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의 주식 등 보유기준을 개정하고 학교기업 등에 민간자본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한 투자자의 세제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연구소, 정부출연연구소를 대학내에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세제혜택과 행·재정적 지원방안을 강구하는데 주안점을 둔 것이다.

이러한 대학정책을 평가한다면 초국적 자본의 요구를 반영하는 시장개방에 순응하여 개방의 여건을 국가주도하에 적극적으로 창출해 내겠다는 것으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교육시장개방에 대한 GATS의 원칙은 교육예산의 축소와 외국자본의 대학설립의 자유이며, 이를 충실히 따를 때 나타날 수 있는 것이 신대학교육정책이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대학정책이외에 시장개방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추정해 볼 수 있는 것이 제정된 법령이나 입법예고된 법령을 통해서 이다. 물론 이 법령들의 내용은 신대학교육정책의 규범화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내용이 앞의 정책과 중복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여기서는 중복을 피하여 그 골격을 파악해 보기로 한다.

국가인적개발기본계획이나 법에서 문서에서 사용되는 교육의 기본 목적은 신자유주의시대에 살아갈 신자유주의적 인간 즉 그 누구와도 경쟁하여 이길 수 있는 경쟁력있는 인간의 창출을 위한 교육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은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서 즉 경쟁메카니즘의 도입을 통해서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에서 도입한 경쟁메카니즘은 교육사무를 담당하는 주체 내지 기관 또는 개인간의 경쟁을 국제적으로 그리고 국내적인 단위에서 모두 실시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의 4종류로 구별된다.

먼저 국제적인 경쟁방식으로는 교육개방을 통해 외국법인이 설립한 대학(원)과 내국 법인이 설립한 대학(원)간에 경쟁을 촉발시키는 방식이 있다. 이에 대한 입법으로는 아래에서 소개되는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 고등교육법 및 사립학교법 개정안 등이 있다.

둘째로 국공립대학을 사영화하여 사립대학교와 동등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이들 대학간에 경쟁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준비되고 있는 것이 국립대학운영에관한특별법(안)이다.

셋째는 대학내에서의 경쟁원리의 도입으로 단과대학간 학부간 또는 학과간에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광역모집단위로서 기능하는 학부제의 도입 배경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신대학교육정책은 현실적인 수요가 많은 학과는 번창하고 그렇지 못한 학과는 통폐합시키고자 하며, 그 수단으로서 경쟁메커니즘을 활용하고자 한다.

넷째는 교수간에 경쟁시스템의 도입이다.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으로 계약제와 연봉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의 개정이 이미 법적으로 제도화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경쟁의 결과로서 수익성 확보를 위한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등의촉진에관한법률로 평가할 수 있다.

 

1) 제정된 법령

 

(1) 인적자원개발기본법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을 실현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법률이다. 신자유주의대학정책의 최상위개념은 지식기반사회에 걸맞는 유능한 인재의 창출이다. 동법 제1조는 인적 자원개발의 목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경쟁력강화에 이바지"함을 들고 있다. 이중 최종 목적개념은 국제경쟁력강화에 기여하는 인간의 양성인만큼 이 법률은 개방을 전제로 하여 개방과 신자유주의교육정책을 집행하는데 필요한 상위 계획을 설정하고 유도하는 근거법으로 기능한다고 볼 수 있다. 개정된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등의촉진에관한법률이나 외국대학원대학의 유치가 이러한 기본계획으로부터 도출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2)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이 법률 중 교육과 관련 사전 개방의 내용을 정하고 있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다만 그 주요 내용은 뒤에서 보는 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과 유사하므로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한다.

① 외국인학교 입학자격의 특례(제21조)

② 외국대학 설립·운영의 특례(제22조)

③ 외국인 기간제교원 임용의 특례(제23조)

④ 학교 및 교육과정 운영의 특례(제24조)

⑤ 교육재정지원의 특례(제25조)

 

(3) 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

이런 법률안을 입법하게 된 이유는 2002년 정부가 마련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의 연장선인데, 향후 우리나라를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로 육성하기 위하여 공항·항만 등 물류시설의 확충 및 관련 제도의 정비, 경제특별구역의 지정을 통한 체계적인 개발, IT 인프라의 구축 및 외국인 친화적인 경영·생활여건 조성 등의 정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에 입각한 것이다. 그런데 이 법률은 교육분야에서의 사전 개방적인 의미를 담는 조항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① 과실송금의 허용

등록금 본국 송금을 자유화하여 과실송금을 허용하고 있다.(동법 제21조)

② 외국교육기관의 설립·운영(동법 제22조 제1항)

'비영리법인'만 학교설립을 할 수 있도록 한 사립학교법 제3조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여, 영리법인이든 비영리법인이든 외국학교법인이 외국학교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였다.

③ 대학설립장소규제의 해제(동법 제22조 제4항)

제2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설립되는 외국교육기관에 대하여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제7조·제8조 및 제18조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하도록 하여 수도권에 설립되는 외국대학을 허용한다는 취지이다.

④ '외국인학교'와 '외국교육기관 설립 학교' 입학시 외국거주요건의 해제(동법 제22조 제5항)

제22조 제5항은 "국가는 국민이 경제자유구역에 있는 외국교육기관과 초·중등교육법 제60조의2의 규정에 의한 외국인학교에 입학하고자 하는 경우 외국거주요건 등을 이유로 입학을 제한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여 입학자격에 관한 무제한적인 개방을 허용하고 있다.

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동법 제22조 제6항)

동법 제22조 제6항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경제자유구역에 설립되는 외국교육기관에 대하여 부지의 매입, 시설의 건축 또는 학교의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거나 부지를 공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국내의 사립학교법인과 차별하여 특혜를 줄 수 있는 조치를 담고 있다.

⑥ 국제고등학교에 대한 특례 인정(동법 제22조 제7항)

동법에 의하여 "국제관계 또는 외국의 특정지역에 관한 교육 등으로 국제화된 전문인력의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학교"(이하 "국제고등학교"라 한다)를 설립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특례를 인정하여 "임용자격, 임용기간, 급여, 근무조건, 업적 및 성과 등 계약조건을 정하여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외국인 교원"을 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4)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등의촉진에관한법률

교육부는 이 법률을 제안하는 취지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창출·공유·확산을 위한 국가혁신체제의 구축을 위하여 산업체, 대학 및 정부출연연구기관 간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 이 법률안은 앞서 본 교육부의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에 입각한 것으로 교수들의 특허 출원을 진작시키고 기술의 상업화를 촉진함으로써, 대학마다 기술이전 수익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동법은 그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다.

① 산학협력이라 함은 산업교육기관과 국가, 지방자치단체, 정부출연연구기관 및 산업체등이 상호 협력하여 산업체의 수요와 미래의 산업발전에 부응하는 인력의 양성, 새로운 지식·기술의 창출 및 확산을 위한 연구·개발, 산업체등으로의 기술이전 및 산업자문 등을 행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② 학교가 산업체등과 계약에 의해 학위가 수여되는 학과 등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여, 산업체 및 근로자의 다양한 교육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였다.

③ 대학의 장에게 산학협력계약체결권한을 부여하였다.

④ 법인격을 갖는 산학협력단을 대학의 장 소속의 하부조직으로 둘 수 있게 하여 산학협력사무를 전담·지원하고, 산학협력계약의 체결·회계 관리, 특허권 등 지적 재산권을 취득·사용할 수 있게 하며, 기술이전전담조직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산학협력단에 기술이전전담조직을 하부조직으로 두는 경우 특허법 및 기술이전촉진법을 적용함에 있어 산학협력단을 특허법 및 기술이전촉진법에 의한 기술이전전담조직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⑤ 기업 등과 학교간의 인력·시설의 상호교류와 공동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대학 교지 안에 기업연구소, 정부출연연구소 등을 설치·운영할 수 있게 했다.

⑥ 산업교육기관은 현장실습교육과 연구에 활용하고, 산업체등으로의 기술이전 등을 촉진하기 위하여 특정의 학과 또는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직접 물품의 제조·가공·수선·판매, 용역의 제공 등을 행하는 부서로서 "학교기업"을 둘 수 있게 하고, 학교기업의 설치·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 법률의 시행과 관련하여 대통령령에 위임된 사항을 규율하기 위하여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촉진에관한법률시행령(안)이 입법예고되어 있다.

 

(5) 계약제와 연봉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의 개정

1999년 정부 제안으로 개정된 교육공무원법 제11조의 2는 "대학의 교원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근무기간·급여·근무조건, 업적 및 성과약정 등 계약조건을 정하여 임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사립학교법 제53조의 2 제3항은 "대학교육기관의 교원은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근무기간·급여·근무조건, 업적 및 성과약정 등 계약조건을 정하여 임용할 수 있다. 이 경우 근무기간에 관하여는 국·공립대학의 교원에게 적용되는 관련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여 대학교수의 계약제 도입을 명문화하였다. 그리고 교육공무원법의 규정에 따라 교육공무원법시행령이 2001년 12월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12월 31일 공포되었다.

 

2) 입법예고된 법령안

 

(1) 국립대학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

정부는 지난 2002년 2월 15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국립대학 운영에 관한 특별법」(약칭 국립대운영특별법)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으며 그 후 공식 비공식적인 교육부당국자의 발언을 통해 강력하게 추진을 시사해왔다. 물론 교육부가 입법예고하지는 않았지만 교육부안과 유사한 안이 한나라당에 의하여 상정되었다. 이 법안의 핵심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대학회계

현재 국립대학의 예산·회계가 국고회계(정부지원금 및 수업료)와 비국고회계(기성회 수입 및 기타 수입)로 이원적으로 운영되어 왔던 것을 변화시켜, 대학에 대해 예산회계법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켜 독자적인 예산 편성 및 운영권을 주는 대신 대학이 기성회비 수입 등 대학 총자원을 공식적인 제도 속에 포함시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안 제11조)

② 대학재원

종래 국고지원금과 기성회수입금으로 되어 있던 재원을 국고지원금과 자체수입금으로 변화시켰고, 모든 수입을 자체수입계정으로 통합하여 처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안 제13조)

③ 국가지원금 예산조달 방법

매년 대학의 예산요구를 바탕으로 교육인적자원부가 조정한 다음 기획예산처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던 것을 변경하여, 인건비, 강사료, 대학이전, 신·증축 및 노후시설 개선 등에 따른 시설비, 대학의 교육·연구발전을 위한 지원예산은 종전과 동일하지만, 대학의 운영비는 내국세총액의 0.3%의 범위로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일괄 배정 받아 대학별로 배분하도록 만들었다.(안 제15조)

④ 재정의사결정주체

종래 정부 및 기성회가 결정주체였는데 이를 대학별 재정위원회로 바꾸었다.(안 제6조)

 

(2) 고등교육법 및 사립학교법 개정안

교육부가 이 법률의 개정을 제안한 취지는 세계수준의 외국 우수대학원을 유치함으로써 우리 대학원 교육의 질 향상과 국제화를 촉진하는데 있다고 하였다. 이런 목적을 위해서 두 법안은 몇 가지 획기적인 조처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골자는 다음과 같다.

① 외국 대학원 대학의 경우에는 수업연한의 단축을 가능하도록 함.(고등교육법안 제31조)

② 학교법인의 정관으로 교직원의 종류, 자격기준에 대한 사항을 정할 수 있도록 함.(고등교육법개정안 제61조)

③ 세계수준의 외국 대학원대학에 대해서 제4조(설립기준), 제32조(학생 정원), 제34조(학생의 선발 방법) 등에 대해서 특례를 인정함(고등교육법안 제63조)

④ 외국 대학원 대학의 경우에는 한국인 이사 3분의 1 이상 선임의무 조항을 없애 학교운영에 내국인이 관여하고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배제함.(사립학교법 개정안 제21조 제1항)

⑤ 외국 대학원 대학의 경우에는 학교법인이 해산한 경우 잔여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학교법인이나 교육사업을 경영하는 자가 아닌 자에게도 귀속시킬 수 있도록 함.(사립학교법개정안 제70조 제6항)

⑥ 외국 대학원 대학의 경우에는 학교법인의 정관으로 교원의 자격 임면·복무 징계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 운영할 수 있음.(사립학교법개정안 제71조)

⑦ 외국 대학원 대학을 설치 경영하는 학교법인은 제5조 제2항(시설 설비 재산에 대한 기준) 및 제26조의2(대학평의원회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정관으로 정한다)의 규정은 적용하지 아니한다.(사립학교법개정안 제72조)

 

(3) 해산하는 학교법인에 특별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사립학교법개정안

이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를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이 학생수의 격감으로 인해 해산하는 경우 재정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고, 잔여재산의 처분에 관한 특례규정의 적용시한을 연장하여 소규모 영세사학의 원활한 해산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이 법률개정안은 대학교육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향후 대학을 운영하는 법인에도 적용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검토의 필요가 있다.

 

III. 교육개방이 교육 교육법체계에 미칠 파장

 

교육부가 추진하여 온 신대학교육정책과 교육개방의 내용을 볼 때 향후 대학교육의 전개방향과 그 문제점은 충분히 판단 가능하다. 그것은 먼저 대학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이 전면적으로 바뀔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교육법체계 자체가 전면적으로 변화될 것이다. 나아가 교육의 자본종속을 예측하여 볼 수 있다.

 

1. 대학교육을 보는 시각의 변화

 

90년대이래 교육부의 정책이 공급자중심에서 수요자중심이라는 기치아래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으로 진행되어 왔고, 국가의 책무나 교육영역의 민주주의화는 상대적으로 경시되어 왔다. 노무현정부 들어서면서 종래 경시되었던 교육주체와 이해당사자의 참여 및 자치라는 개념이 새로 추가되면서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는 듯 했다. 이를 통해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이나 학벌타파와 같은 논의도 전면에 다시 부각되었다.

그러나 교육개방의 과정에서 대학교육이 개방의 대상이 되자 이러한 새로운 개념이나 시각은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종래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온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이 전혀 변경없이 추진되자 신자유주의정책의 범위내에서 상호 조응될 수 있는 참여와 자치는 허용되지만 이와 대립관계에 있는 정책들은 폐기의 대상이 되는 듯하다.

참여정부가 내놓은 대학교육정책중 학문의 자유나 대학의 자치실현은 교수회의 법제화, 대학이사회의 설치 및 대학운영위원회제도의 도입 검토 등으로 구체화되었고, 이들 정책들은 제도화의 한 귀퉁이에 초라하지만 그나마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세계수준의 대학교육과  연구역량의 확충이라는 신자유주의대학교육의 이데올로기가 살아있는 동안은 대학의 기업화는 가속화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의 변화는 주지하듯 10여 년간 지속된 신자유주의 대학정책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노무현정부에서 이러한 정책의 기조가 흔들림 없이 계속된다면 대학을 바라보는 시각이 고정되는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즉 종래 대학을 공교육기관으로 인식하는 면과 자유경쟁원리가 관철되는 기업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두 가지 상충된 시각이 존재했다.

대학을 공교육기관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기껏해야 대학에 대한 국가감독과 재정적 의무부담이라는 최소한에 머물렀고 대학에 대한 너무 잦은 개입으로 인해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았다고 평가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대학설립준칙주의와 무분별한 인가로 인해 사립대학이 대학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강화된 상황에서 얼마 되지 않는 국공립대학에 대한 정책을 일반 사립대학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교육관료들도 인식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관료들은 대학에 대해서 공통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자연스레 교육정책은 국공립대학교와 사립대학교를 구별하는 입장을 취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면 국공립대학교를 사영화하여 대학의 공교육기관성을 일체 포기한다면 교육부는 대학에 대해서 공통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며, 대학에 대해서 부담했던 재정적 부담에서도 자유로와 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국공립대학의 사영화를 염두에 둔 국립대학발전방안이나 국립대학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은 공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을 포기하고 기업으로서의 대학을 염두에 둔 정책의 일환으로 밖에는 인식되지 않는다.

문제는 교육정책이 교육관련법의 틀을 벗어나서 추진된다는 부분이다. 우리 헌법이나 교육기본법이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회일반의 인식을 규범화한 것이라면 우리의 교육정책도 이러한 합의의 범위 아래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 헌법 제31조가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헌법상의 권리로 규정하고 이에 근거해서 제정된 교육기본법은 제1조에서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이 적용되는 교육이란 초중등교육뿐 아니라 고등교육을 거쳐 심지어 사회교육에까지 적용됨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교육기본법은 제9조에서 유아교육·초등교육·중등교육 및 고등교육을 실시하기 위하여 학교를 두며(제1항), 학교는 공공성을 가진다고 하고 있으며(제2항), 학교교육은 학생의 창의력계발 및 인성의 함양을 포함한 전인적교육을 중시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고 있다(제3항). 제1조와 제9조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대학교육기관은, 그것이 국공립학교이든 아니면 사립학교이든, 교육기본법상의 학교이며 교육의 목적은 건전한 인격을 가진 인간의 배출이며 교육기관은 공공성을 가진다는 것을 분명히 적시하고 있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신자유주의적인 타인과 경쟁하여 이길 수 있는 경쟁력있는 인간의 양성이란 교육을 행한 결과로서 나타나는 부산물일 수는 있어도 제1차적인 교육목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더불어 교육기본법은 대학을 공교육기관성을 전제하고 있으며, 이는 대학을 기업화하려는 교육부의 정책의 근거가 될 수도 없다. 오히려 대학을 기업화하려는 교육부의 정책은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전면적으로 위배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교육정책이 현실의 어떠한 저항도 없이 추진된다면 현실을 규율하지 못하는 규범들은 사문화될 것이다. 오히려 인적자원개발기본법이나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등의촉진에관한법률과 같은 규범들이 그 공백을 채우면서 우리 고등교육을 지배하는 기본법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현실이 규범과 괴리되어 극도로 왜곡된 현실이 나타나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교육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 원인이 있겠지만 이러한 현상이 하나의 사회제도로 정착되게 된 원인은 바로 잘못된 교육정책에서 찾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대학교육이 개방의 대상으로 된 것은 대학을 기업으로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을 전적으로 승인하였다는 점에서 큰 문제이지 않을 수 없다.

 

2. 교육법체계의 변화

 

1) 종래의 법체계-최소한의 교육공공성의 인정

 

현재 우리의 교육관련 법체계가 교육공공성을 담보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적어도 교육공공성을 담보해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일원적인 법체계를 구성하고 있었다.

이 일원적인 법제도 체계는 헌법, 교육기본법, 사립학교법, 고등교육법 등 여러 법률에서 확인되고 있다. 우리 헌법은 제31조에서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 '교육의 자주성'과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교육기본법은 제1조에서 '교육에 관한 국민의 권리·의무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정하고 있고, 제2조는 '홍익인간의 이념과 인격도야 및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려는 교육이념'을 교육목적으로 하고 있다. 제3조는 국민의 학습권을, 제4조는 교육의 기회균등을, 제5조는 교육의 자주성을, 제7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교육재정 확보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제11조에서 학교등의 설립권한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내지 일정 법률요건을 갖춘 법인 또는 사인에 한정하고 있다.

사립학교법 역시 제1조에서 사립학교의 특수성을 인정하면서도 '자주성 확보'와 '공공성 앙양'을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학교법인은 그 설치·경영하는 사립학교에 필요한 시설·설비와 당해 학교의 경영에 필요한 재산을 갖추어야 한다.(동법 제5조) 또한 사립학교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할 수 있더라도 "교육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며(동법 제6조),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허가를 받아서만 학교설립이 가능해진다.(제10조) 학교설립이 된 이후에도 재산출연자의 학교운영에의 개입은 제한되고 이사회가 권한을 행사하고 이사회에 대한 규제가 허용되고 있다. 그리고 사립학교에는 민법이 준용되기는 해도 포괄적인 공법적 규제가 허용되고 있다.

이들 일원적인 공교육법체계의 특징은 비영리 학교법인에 의한 학교운영이며, 학교운영에 대해서 국가가 책임을 지는 구조라는 점에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2) 교육개방에 따라 형성될 법체계- 사적 영리추구를 허용하거나 이를 보완하는 법체계

 

교육개방이 이루어지면 앞서 본 단일의 법체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새로운 유형의 법체계가 혼합되게 된다(이원적 법체계로의 전환). 아직 개방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앞서 본 사전 개방의 내용으로서 제정된 또는 입법예고된 법률안을 볼 때 교육개방에 따라 형성될 법체계의 단면을 예측하여 볼 수 있다.

 

(1) 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

이 법률은 향후 시작될 교육개방의 내용을 미리 보여주는 전형적인 법률이다. 교육개방의 두 축이 이윤추구와 이윤의 송금인정이고, 이 내용은 사립학교법과 다른 법률에 의하여 부정되고 있던 부분이다. 그런데 이 법률은 사립학교법 제3조 즉 교육 공공성의 한 내용으로 비영리법인만이 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제하던 부분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여 교육을 통한 영리추구를 가능하도록 해주고 있다. 나아가 대학설립장소규제를 해제시켜 줌으로써 내국인 대학에 대해 특혜까지 보장하는 저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법령은 상당한 파급효를 가질 수 있을 것인데, 특히 외국교육기관에 대한 특혜조항들은 내국법인과 차별을 두는 것이다. 따라서 내국법인의 경우 이 특혜를 문제삼을 것이고, 그 반대급부로 무엇이 주어질 지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즉 동일한 대우로서 사립학교법인의 영리추구, 과실의 사유화, 기여우대입학, 등록금 자율화, 학교설립규제의 완화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2) 고등교육법 및 사립학교법 개정안

위 법안들은 외국의 우수한 대학원대학을 유치하여 국내 대학원과 경쟁을 시킴으로서 국내 대학원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외국의 우수 대학원 대학에 고등교육법 및 사립학교법상의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특혜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률들은 우리나라 전영역에 걸쳐 외국의 대학원 대학의 설립을 허용해 주겠다는 것인데, 아마 장소규제가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과는 달리 이윤추구 및 과실송금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

그러나 외국의 우수대학이 타국의 인재양성을 위해 별도의 인센티브도 없이 대학을 설립하여 질높은 대학원 교육을 제공하려 하겠는가? 지난 해 5월 23-2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교육개방관련 OECD/US 국제포럼 참석결과보고서"(교육부 7월 15일 자 공개)는 "외국에 분교설립 등 해외교육시장 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외국의 우수대학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이며, 일부 외국의 사이버대학 사설 온라인프로그램 제공자 어학학원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교육사업자만이 관심을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교육부의 전제는 상당히 틀린 것 같다. 무엇인가 보상시스템이 있어야만 외국의 우수한 대학원대학이 설립될 것이다. 그 보상내용의 하나가 특혜조항들이다. 이 특례로서는 먼저 학교법인 설립과 운영에 대한 특혜로, 설립요건의 대폭 완화나 외국인 출연 학교법인의 내국인 이사를 선임하지 않아도 되는 규제완화조항, 학교법인 해산시 잔여재산 귀속자의 범위 확대, 학교법인 설립·운영에 관하여 기본적으로 사립학교법을 적용하되, 선택적으로 일부 규정의 적용을 완화시켜 주는 것 등이다. 다음으로 대학원 설립·운영 요건상의 특례로 대학원 설립요건을 대폭 완화해 준다든지, 대학원 설립·운영에 관하여는 기본적으로 고등교육법을 적용하되, 선택적으로 일부 규정 적용 완화시켜주는 것이 있다. 세 번째로 외국 우수 대학원대학 설립 지원체제 구축으로 부지알선, 건물신축 또는 임대, 융자보증, 환경영향 평가 등 학교설립과 관련되어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교육인적자원부 중심으로 One-Stop 서비스 제공 등이 있다.

이런 정도의 특혜를 보고 진입하는 대학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수대학보다는 질 낮은 대학(원)이 특혜에 따른 투기나 학위판매를 통한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들어 올 가능성이 현재로는 높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공교육체계를 뒤흔들면서 외국 대학원 대학에 과도한 특혜조치를 베푸는 것은 개방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문제점만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외국의 우수한 대학원대학을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정부는 장기적으로 영리의 추구와 과실송금을 법적으로 허용할 것이다. 따라서 위 법안들은 과도기적 법안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방식으로 우리 대학원교육문제를 풀 수밖에 없는가 하는 것이다.

 

(3) 국립대학운영에관한특별법(안)

이 법안이나 별도로 입법예고가능성이 있는 교육부안의 핵심은 국립대학이 스스로 재원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주체는 그 명칭이 재정위원회(한나라당안)이든 아니면 이사회(교육부안)이든 발전계획을 수립하여 자율적으로 재원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수익사업을 인정하여 주겠다는 것이다. 자율성 보장이라는 미명하에 국립대학을 사유화하고 기업식 이윤추구의 단초를 마련한 것이며, 장기적으로 사유화하여 개방의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법안은 개방의 내용을 규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방에 대비하여 국립대학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

 

(4)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등의촉진에관한법률

이 법률 역시 직접적인 개방의 내용을 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앞의 국립대학운영에관한특별법(안)처럼 개방에 대비하는 내적인 구조개선의 측면이 크다. 개방이 일반화되어 국가가 대학에 지원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하여 교육기관이 스스로 대학운영의 재원을 마련하여 자생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도록 요구하고 현실적으로 반강제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상의 법률들을 볼 때 새로운 법체계의 특징을 둘로 나누어 평가할 수 있다. 하나는 개방에 따라 진입할 외국법인의 경우 영리법인이어도 상관없고 그 이윤을 송금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개방에 대비하여 국립대학을 사유화하고, 대학의 경우에도 이윤추구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는데 개방에 따른 국내 교육법체계를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단초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앞서 본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등의촉진에관한법률(안)은 기본적으로 대학의 성격을 달리 보겠다는 의미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종래에는 대학교육도 고등교육의 일환이었기 때문에 교육기본법 제2조상의 교육이념 즉 인격도야와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 함양에 기본적인 목적을 두어 왔다. 물론 대학교육은 전문교육인 만큼 산업대학, 교육대학, 전문대학, 기술대학 등이 있을 수 있으며, 이런 대학이 아니더라도 사회적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또한 대학이 개발한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합리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를 넘어 산학협력의 이름아래 산학협력단을 벤처자본으로 기능하도록 하고, 학교기업을 설립해서 교육 연구 및 기술지원에 대한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이를 대학평가의 주요 항목으로 설정하여 반강제하게 되면 그 결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 된다. 앞서 본 것처럼 대학을 기업화하려는 신자유주의정책과 결합해서 보면, 국공립대특별법이나 사학자율화정책과 결합시켜서 보면, 대학이 스스로 재원을 마련해서 대학을 운영하도록 강제하고 국가의 교육에 대한 책임을 포기하겠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된다.

나아가 국가가 포기한 공백으로 자본이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왜냐하면 대학은 단기간의 성과에 매달려 수익성이 보장되는 연구에만 매달릴 것이며, 기업에 대한 연구비 의존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다. 대학의 사회비판기능은 적어도 기업에 대해서는 무뎌질 것이며, 기업논리가 대학을 지배하거나 기업과 대학의 일체화현상까지도 예상이 가능하다. 그 결과는 당연히 대학에서의 공교육의 붕괴이다.  

이상의 제정된 법령이나 입법예고된 법안들을 요약하면 국립대학을 사유화하며, 모든 대학이 영리추구에 나설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분명 우리 공교육 체계의 일부분을 수정하는 형태로 사전개방을 준비한다는 것이며, 향후의 교육개방은 이보다는 확대된 수준이 될 것임을 예측하게 해준다.

 

3) 두 법체계의 대립과 귀결-공교육체계의 붕괴

 

이렇게 두 법체계가 병존하게 될 것이 예상되는데, 문제는 양자가 계속 병존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하나에 의하여 다른 한 법체계가 영향을 받고 변질될 것이라는 점이다.

단기적으로는 외국법인이 영리목적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것을 인정하는 개방에 따른 법체계가 현행 고등교육법이나 사립학교법의 예외적 운영형태로 될 것이나, 문제는 개방이 확대될수록 이러한 이질적 법체계가 공교육체계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즉 이원적 법체계 하에서 내국법인이 설립하는 학교는 과도기적으로 영리추구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사립학교법 등에 의한 규제는 점차 풀릴 것이다. 왜냐하면 외국법인과 내국법인에 대한 차별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사립학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사립학교(비영리 공익)법인의 요구가 거세질 것이며 결국 정부는 사립학교법을 개정하여 내 외국법인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법제로 갈 것이며, 결국은 공교육체가 완전히 부정된 상태를 기반으로 하여 교육에서 영리가 인정되는 일원적인 법체계로 변질될 것이다.  

이러한 법제의 일원화에는 사립학교를 설립하는 재산출연자의 사적 욕구에 의해서도 더더욱이 불가피할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사립대학은 그 동안 각종 부정부패와 비리로 특징지워질 만큼 대학운영에 문제가 많았다. 심지어 교육이라는 공공목적을 위해서 대학을 설립했는지 자체가 의심스러운 대학운영이 비일비재하며, 이로 인하여 출연재산을 약탈자본으로 인식하는 시각까지 대두되었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제 교육개방을 빌미로 영리성 추구가 가능해졌으니 종래의 사립대학교가 취할 행태가 가히 어떨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물론 법제의 단일화가 완성되고 나면, 대학은 단순한 영리추구에서 벗어나 전문적이고 대규모의 영리를 추구하려고 할 것이다. 이것은 정부의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면서 더더욱 강화될 것이다. 지금까지 교육부가 사립대학을 통제해 온 수단중의 하나가 사립대학에 대한 쥐꼬리같은 행 재정적 지원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GATS 제15조에 의하여 "회원국은 특정 상황에서 보조금이 서비스무역을 왜곡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다자간 규율을 통해 일부 완화되는 측면이 있더라도 점차적으로 보조금 지급은 어려워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영압박을 느끼는 사립대학교들은 폐지되는 보조금에 대한 반대급부로 전문적인 사업을 통한 이윤을 추구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공공성이란 찾아볼 수도 없을 것이고 우리 교육법제가 추구하는 홍익인간의 구현이라는 교육이념 역시 무의미한 개념이 되고 말 것이다.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수익을 올리는 학교기업이 오히려 경영을 잘한 대학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영리추구가 가능해지고 그 이윤이 개인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현실화됨으로써 교육비의 증대는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지금까지 금기로 여겨졌던 기여우대입학제는 전면적으로 실시될 것이다. 교육기회의 평등성이란 아무런 의미 없는 장식물로 전락될 것이고, 무산자의 교육기회는 봉쇄될 것이다.

 

3. 자본에 대한 교육의 종속

 

학교기업이 노리는 이윤추구는 한계가 있을 것이며 결국 대학은 자본의 종속적 지위로 전락할 것이다. 이러한 것은 개방이전부터 교육부의 정책이기도 하다.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은 대학의 역할과 기능을 혁신해야 한다고 하면서 "산업현장과 연계한 인력양성강화"와 "대학의 연구개발역량의 제고"를 들고 있다. 즉, 대학에서의 연구와 성과는 산업적 실용화와 연관하여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은 "지식기반사회에서의 국가경쟁력"이란 차원에서 합리화된다. 신자유주주의의 이념 하에서 경제운영의 주체가 자본가일 수밖에 없다고 할 때, 국가경쟁력이란 기실 사기업의 경쟁력 즉 개별자본가의 국제경쟁력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대학은 그러한 의미의 사기업이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연구역량을 제고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규범화한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촉진에관한법률은 학교마다 기술이전과 관리를 전담하는 산학협력단인 기술이전전담조직(TLO)을 두고, 자체 학교기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대학이 기술이전과 학교기업을 운영하여 자체 수익을 마련하거나 이윤추구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학교가 아닌 학교기업만이 살아남는 구조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개방과 그로 인하여 영리법인이 학교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의 학교진출은 학교의 기업화를 더욱 부채질 할 것이다. 아니 교육개방은 대학교를 초국적 자본과 국내의 교육자본에게도 폭넓은 활동의 자유를 주는 것이다. 자본이 운영하는 대학은 자본논리에 의하여 지배될 것이며, 교육논리는 대학에서 추방될 것이다.

이러한 대학은 수익자부담원리를 모토로 교육비를 부담할 수 없는 계층을 철저히 소외시켜 이 역시 공교육을 부정하는 형태로 자리잡을 것이다.

 

4. 교육공공성 쟁취를 위한 노력의 무산

 

무엇보다도 교육개방의 효과에 의하여 부정되는 것은 교육의 공공성과 자주성이며 교육의 공공성과 자주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던 교육자, 학생, 학부모의 노력을 일거에 허사로 만들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교육공공성 확보의 노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교육재정확보',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 '학벌타파', '대학자치의 구현'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노력들은 모두 교육공공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들인데 대학교육시장의 개방과 국립대학의 사유화 등을 포함한 구조조정 등은 이러한 교육공공성의 주장을 한 순간에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공공성의 기초가 되는 학교법인이 영리법인에 의해서 장악되면 대학교육은 공공사업이 아니라 영리사업으로 변질되어 버린다. 따라서 교육재정을 국가가 부담할 이유도 없어지고, 학벌이 타파되기보다는 개방에 따른 새로운 대학서열이 정해질 것이다.

자본에 종속되는 대학에서 교수 학생에 의한 자치란 자본을 위한 자치, 자율에서 벗어나질 못할 것이다. 최근에 교육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국립대학교수(협의)회를 이르면 2004년중에 법제화하고, 학칙 재 개정과 교과과정 등 학사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권을 교수회에 부여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종래 독점적 권한을 행사하던 총장 1인 체제에서 지역주민 동창회 각계인사 등이 참여하는 이사회가 재정운영권을, 교수회가 학사운영권을 갖고 총장은 단지 집행주체로 서는 이 교육부안은 앞서 본 대학자치라는 개념에 따르면 일견 대학자주권을 신장하는 듯한 내용이지만, 실제로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소위 이 교육부안이란 앞서 본 국립대학운영에관한특별법안의 일 내용인데 재정주체로서 국가가 빠지고 그 자리를 이사회가 차지한다는 것은 국립대학 사영화의 핵심적인 내용이고, 영리추구를 일반화시키는 내용의 다른 법률들과 함께 교수(협의)회의 의결권은 구조적인 외적 한계 내에서 그 운신 폭이 매우 협소해질 것이다. 즉 공공성이 파괴된 대학기업에서 '교육자본가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피고용인으로 전락된 교수'들의 모임인 교수(협의)회가 대학자치를 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부패사학을 척결하기 위해 모인 국민운동본부"의 사립학교법 등 개정안 역시 설령 (입법될 가능성이 없지만) 입법화된다 하더라도 자본에 종속된 사립대학에서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다. 예를 들어 '사립학교의 공공성 확대를 법령에 명문화'하자는 주장, '공익이사제의 도입 등과 같은 사립학교 운영주체인 이사회의 민주화', '교수회를 대학의 공식기구로 하는 방안' 등은 개방의 전제 조건과 모순된다.

GATS는 사립대학을 공교육기관으로 보지 않고,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며 바로 이 부분을 개방의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으로서 학교의 공공성이란 기껏해야 기업의 공공성 내지 한국적 의미로 재벌의 공공성과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공익이사란 기업의 외부이사의 역할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며, 교수회를 학사운영의 의사결정권자로 해준다 한들 '교육주체로서의 교수'는 없고, '교육자본가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피고용인으로 전락된 교수'들의 모임인 교수회가 무슨 대학자치를 구현할 수 있겠는가? 학생 역시 교육의 일방 주체로서의 성격을 이미 상실할 것이고, 많은 사교육비를 부담하고 교육기업이 제공하는 단순한 서비스의 수혜자로 전락하는 학생이 무슨 대학의 자치를 실현하겠는가?

 

 

IV. 대학교육에서 공공성의 확립이 갖는 의미

 

WTO의 일정에 맞추어서 우리 정부는 3월 31일까지 양허안을 제출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대학교육이 비영리성을 조건으로 하였지만 포함되었다. 교육개방으로 인하여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나 우리가 직면하게 될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대학교육의 공공성과 자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어떻게 해야 할 지는 이제 과제로서 남겨졌다.

대학교육의 경우에는 개방의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대학진학인구의 격감보다도 교육개방은 더 큰 파괴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더욱이 자유구역법이 정하는 바에 의하면 외국계 대학은 국내대학에 비해서 과도한 특혜를 받기 때문에 경쟁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와 같이 외국어를 선호하고, 유학을 선호하는 경향을 감안하면 외국자본과 외국대학에 의한 침식은 시간이 갈수록 강해질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외국계 학교와 국내 학교간의 이원적 법체계가 일원적 법체계로 변화하는 시점 즉 현행 법체계를 전면적으로 수정해서 국내의 사립학교법인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이 되어서 내국인에게도 교육사업에 대한 자본의 진출을 허용하고, 영리사업의 추구와 이윤의 사유화를 보장해 주는 상황이 되면 종래 우리 교육법제의 기본 골격은 완전히 바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현재의 공교육은 완전한 자유교육 다른 말로 표현하면 능력에 따른 계급교육으로 전환될 것이다. 있는 자는 충분한 교육서비스를 제공받고 만족할만한 사회적 신분을 보장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없는 자는 반대의 결과에 처할 것이며, 그 결과 신분의 고착화라는 부정적 현상에 직면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 교육법제가 규정하고 있는 최소한의 공공성 조항들을 확보해 내는 일이 중요하다. 그 방안은 단 하나이며 바로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교육의 공공서비스 성격을 부정하는 WTO 문서상의 교육시장 개념, 내지 정부가 권한을 가지고 담당하는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영역의 모든 서비스를 '상업적인 목적'이 있는 교육으로 보아 사립학교를 영리대상으로 하여 개방대상으로 규정하는 GATS상의 교육개념은 우리 교육법체계와 병존할 수 없는 전제들이다.

공공성이란 1차적으로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국가가 보장한다는 의미이며, 나아가 사회적 합의 도출을 통한 교육의 보편성의 실현까지 확장된다. 헌법재판소도 교육법제와 관련해서 교육의 공공성만큼은 확실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GATS에 따른 대학교육개방은 헌법이념에도 반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현재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안은 비영리공익법인으로서의 학교법인에 의한 공공적인 교육서비스 제공을 유지해 내는 일이다. 이를 관철하는 방법으로서는 이러한 대학교육의 공공성에 반하는 입법들을 철폐하는 방법이외에는 없다. 외국법인에 과실송금을 허용하는 경제자유구역법, 국립대학의 사유화를 전제로 하는 국립대학운영에관한특별법(안), 대학을 시장으로 내모는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등의촉진에관한법률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과 폐지를 위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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