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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교육운동의 과제

자본의,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대학간 M&A... 그리고 대학 구조조정 진단


진보교육연구소 회보 특집팀


1. 들어가며

노무현 정권의 대학교육정책은 그 이전과 달라진 바가 별로 없다.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골자를 유지하며 지역발전 이데올로기에 근간한 지역발전 중심체 지방대 육성방안, 지방대의 권역별, 영역별 특성화를 위한 '지역 BK21' 정책 등이 골자를 이룬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은 지방대 육성을 기본으로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학과간, 통 폐합, 대학간 M&A 등 대학구조조정 정책이다. 물론 신자유주의적 대학구조조정 정책은 90년대부터 제기되었다. 여기서는 대학구조조정 정책이 어떤 내용과 기제로 작동되고 있으며, 구체적 방향은 어떤 것인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한국 고등교육 정책 변화를 살펴보면서 경제적, 정치적 변화에 따른 교육정책의 변화와 이데올로기 지형의 변화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2. 미군정 시기 교육정책

2-1. 교육정책의 특징: 한국교육위원회의 교육정책

 

이 당시 교육정책의 목표는 일본식 교육제도를 미국식으로 전환하는데 에 있었다. 다시 말해 일본식 군국주의적 식민지 사상 및 형태를 근절시키는 동시에 그것을 미국식 민주교육으로 대체하기 위해 '한국교육위원회'라는 자문기관을 신설, 이 기관을 통하여 교육정책을 심의·결정하였다.

해방이후 6 3 3 4 제도의 학제개편과 의무교육 실시로 인해 교육인구는 급격하게 팽창하였고, 이중 고등교육인구수는 중등교육인구수에 비하여 절대적으로 증가하였다. 고등교육인구수의 급격한 팽창의 주요 원인은 해방이후 폭발적으로 일기 시작한 교육열과 함께 더욱 중요한 것은 군정청을 통한 미국의 교육원조 및 개입에 있다고 본다.

한편 사회적으로 사회 발전에 따른 고급기술인력이나 전문인력 충원에 대한 요구에 의하여 고등교육의 양적 팽창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미군정 시기 고등교육의 양적 팽창은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고학력자의 양산으로 말미암아 학력과 취업구조간의 불균형이 초래, 그 결과 실업과 저 취업 상태가 심화되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시 대졸 취업자는 32.7%에 불과, 전체 대학졸업자의 반수 이상인 53.0% 가량은 직업을 갖지 않는 가사종사자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2-2. 교육이념의 특성

 

국내 지지기반이 부재한 이승만 정권은 '식민잔재의 청산'이라는 민족의 열망을 은폐·호도하기 위해 "반공은 곧 민주주의"라는 논리로 반공 이데올로기를 사회 전면에 부각시킨다. 또한 '홍익인간' 이라는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와 결합되면서, 학교에서는 학도호국단이 조직되어 학생들의 자율활동이 규제 받게 된다.

이 같은 교육이념은 교육을 한 인간의 인격양성이나 지식전달이라는 교육목표 대신 통치이데올로기의 강화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3. 60, 70년대 교육정책

 

3-1. 60, 70년 교육정책의 특성

 

이 시기의 교육정책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공업화, 산업화 등의 노골적인 경제적 요구에 좌우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해방이후 대학은 특권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육기회의 확대를 목표로 대학의 양적 팽창이 확대된다. 박정희는 1963년 대학 정비정책을 크게 변경, 종전에 폐교 또는 격하된 대학들을 원상복구 시킴으로써 64년에 이르러서는 대학정원은 이전과는 비교가 안되게 크게 팽창된다. 60년대 초반의 이러한 과정은 제 3공화국이 지속되는 60.70년대에 지속적으로 전개되었는데, 그 결과 1945년도에는 19개에 불과했던 대학의 수효가 1960년 85개교, 70년에는 168개교, 그리고 80년대에는 236개교로 거듭 증가하였다.

더불어 살펴봐야 할 점은 이 기간동안 단기 고등교육기관, 즉 초급대학과 산업고등전문대학 및 전문학교가 당시 경제개발5개년 계획과 산업현대화에 필요한 중견기술인 육성을 위해 일반 4년제 대학에 비하여 엄청난 팽창을 이루었다는 점이다. 이 시기에 중공업의 팽창과 중소기업의 지원책이 위와 같은 전문대학 및 산업고등전문대학의 팽창을 낳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그 당시의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교육정책을 조정한 것이다.

 

3-2. 교육이념의 특성

 

1962년 제1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의 진행에 따라 인력개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면서 고등교육기관의 역할은 경제발전에 맞는 인력을 생산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지기 시작하였다. 자연히 교육이념은 사회경제적 조건에 맞는 지식과 이러한 지식을 전수받은 인간을 생산하는데 맞추어진다. 따라서 대학의 학문은 점차 실용적 지식 중심으로 재편되고, 이와 반대로 인문지식에 대한 가치는 약화되는 흐름 속에 결국 생산과 직결되는 자연과학이나 공학분야가 각광을 받게 되었다.

 

4.  80년대의 교육정책

 

4-1. 80년대의 교육정책의 특성

 

70년대의 고등교육기관의 양적 팽창에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누적된 과열경쟁과 기회의 불평등의 문제는 고스란히 80년대로 이어져 온다. 80년대에 들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1980년 7월 30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대학입시제도의 개선을 주요 골자로 하는 교육정상화 및 과열과외 해소방안이라는 이른바 7.30 조치를 발표하기 이른다.

7.30교육조치는 입시중심의 교육으로부터 탈피하여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인간형성, 사회계층간 위화감 해소 등을 위한 범국민적 단합을 촉진시키고자 함을 목적으로 내걸었으나, 과잉통제에 따른 대학교육의 자율성 문제와 70년대와 같이 대학의 양적 팽창에 따른 교육의 질적 저하 등의 부정적 문제점 등을 도출하게 된다.

 

4-2. 7.30교육조치 특성: 이른바 대학의 대중화 시기

 

80년대 이후 교육정책의 핵심은 7.30교육조치이다. 이 조치는 1)81학년도부터 대학본고사 폐지, 내신성적으로 입학생 선발, 2)고교 이하 각급 학교의 교과목수와 그 수준을 낮추어 커리큘럼 조정, 3)대학 졸업정원제 실시, 4)대학 입학인구를 연차적으로 확대. 81년에는 최고 105,000명까지 증원, 5)방송 통신대학의 확충 및 교육대학 이수연한 연장, 6)과외추방 범국민적운동 전개를 주요골자로 한다. 이 중 1), 과 4), 5) 등을 통하여 알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엘리트 교육단계인 대학교육과정이 대중화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해방이후와 60-70년대를 거치면서 대학의 양적 팽창은 꾸준히 이루어졌으나, 1985년 대학재적학생수가 37.1%에 달함으로 본격적 고등교육의 대중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 90년대 이후 그리고 현단계 교육정책


5-1. 5.31 교육개혁안 특징

90년대 한국 교육정책은 신자유주의 질서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70년 이후 자본축적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노동력의 유연화, 공공영역의 민영화, 자유로운 시장 내로의 모든 영역 편입과 국가의 책임 축소 등이 신자유주의 질서의 핵심이다. 이런 질서와 궤를 같이 하면서 5.31 교육개혁안은 교육개혁안 자체의 의미를 둔 정책이라기보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이행계획서의 의미를 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5.31교육개혁의 주요 골자를 살펴보자면 아래와 같다(고등교육에 해당하는 항목 중).

1)열린교육, 평생학습의 기반 구축: 학점은행제, 최소전공인정 학점제, 원격교육 지원체제 구축

2)대학의 다양화 특성화: 대학모형의 다양화, 특성화, 설립정원 및 학사운영의 자율화

3)교육공급자에 대한 평가 및 지원체제 구축: 규제완화, 교육과정 평가원 설치

1), 2), 3)의 공통적인 면은 80년대 대학의 대중화를 더욱 확장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특히 96년 7월 제정된 대학설립 운영규정에 따라 대학설립의 규제가 대폭 완화되었으며, 대학정원 자율화와 학과의 신설이나 폐지 그리고 증원이나 감축에 관한 자율성을 인정함으로써 급격한 대학의 양적 팽창은 물론이거니와 재정적, 학문적으로 부실한 소규모 대학의 난립과 학문의 질적 저하를 낳게 되었다.

대학 설립과 운영에 대한 자율권을 인정해준 이면에는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따라서 대학 설립시기에서부터 대학의 전반적 운영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대학당국에게 전가된다.  
 

5-2. 5.31교육정책의 이념적 특징: 자본의 이윤추구 대학 내(內)로 노골화되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또 다른 측면은 교육의 시장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70, 80년대 교육이 정치적 도구로 전락한데 비하여 90년대 들어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교육의 경제적 종속을 더욱 강고히 하게 된다. 이는 국립대 특별법에 따른 국 공립대 민영화, 대학간 경쟁시스템 구축 및 강화, 대학 재정 구축의 일환인 산학협동시스템 도입 등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 돈벌이에 대학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대학의 기업화라는 말들이 여기저기 나오면서 대학은 이제 인간사회의 도움이 되는 지식을 다루는 공간이 아닌 이윤 증식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6. 소결론


이상 미군정 시기부터 이른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일환인 5.31교육개혁안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이를 살펴보면서 미군정 교육정책에서부터 5.31교육개혁안까지 두 가지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고등교육의 질적 향상과는 무관하게 대학의 양적 팽창이 항상 있어왔다는 점이다. 둘째는 대학의 양적 팽창에 따른 대학 실업의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존재했다는 점이다.

둘째, 대학 M&A를 통한 대학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현재, 대학의 양적 팽창과 그에 따른 대학 교육의 질적 하락을 낳게 한 일차적 책임주체인 국가가 그 책임을 개개별 대학과 교육 주체인 학생과 교사들에게 돌리고 있는 것이다.

5.31교육개혁안을 기점으로 대학설립규제를 완화하고, 대학 정원과 대학 등록금 책정의 자율성 등으로 선택의 다양성, 자율성의 기치 아래 재정이 탄탄하지 못한 (지방)사립대학의 난립을 부추겼다. 이는 교육부가 시인하듯이 부도위기 직전의 사립대학들이 줄을 서게 되는 기괴한 현상을 낳게 한 것이다. 대학 설립의 목적이 지역사회의 발전과 나아가 인류의 발전을 위한 지식을 생산하고 자치의 실현의 장으로써가 아닌 '이윤 축적'이므로 이른바 '대학 부도설'까지 나돌게 되는 것이다.

때로는 사회경제적 요구에 의해 혹은 정치적 이해에 의해 대학 수는 계속적으로 늘어왔다. 미군정 시기에는 엘리트 양성, 80년대에는 나날이 늘어가는 재수생의 수요를 맞추기 위하여, 90년대에는 소비자 운운하며 개인의 선택의 폭을 늘려준다는 명분 하에 대학의 양적 팽창을 의도적으로 '유도'한 후에 이제는 너무나 많은 대학수가 문제라며 부실대학은 자연스럽게 정리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니 병 주고 약주는 것도 이 정도면 그 도가 지나치다.  

현 대학의 구조적, 내용적 측면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는 식의 일시적이고 임시방편적이자 구체적 대학 현장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막가파식 교육정책을 내놓는 한국적 현실을 바꿔야 한다.


7. 대학간 M&A 특징과 문제


껍데기인 사립대 M&A 공포. 재정 80% 등록금 의존 적자 허덕... 퇴출 갈림길...본지가 지난해 대학 재정상황을 정리한 결산서를 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조사대상 105개 국내 사립대학 중 절반이 넘는 54개교가 적자... 105개 대학 중 42개 대학은 재정의 80% 이상을 등록금에 의존... 105개 사립대학의 지난해 순수 대학수입은 7조 9766억으로 미국 하버드대의 전체 예산 (2조 6000만원)과 비교할 때 약 3배... <헤럴드 경제> 2003/06/09

 지방 사립대학 '퇴출괴담' 현실로. 영호남과 충청, 강원 소재 일부 대학은 정원의 절반도 못 채워 재정위기에 봉착... 대학 구조조정 불가피.. 경부 지역 한 사립대학은 올해 신입생을 받은 결과 정원 1300명에 입학생은 600명에 불과, 충청권의 한 대학 또한 전체 학생수가 6500여명으로 한 학년의 정원 2705명을 산술적으로 더한 정원 1만여 명에 턱없이 모자람...<헤럴드 경제> 2003/06/09

위의 신문기사를 바탕으로 살펴본 바, 대학간 M&A 대상 1순위는 지방 사립대학들이다. 90년 초·중반 이후 급격히 늘어나게 된 대학 수와 더불어 대학 정원이 늘어나게 되면서 지방 사립대학들은 대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게 된다. 한국 사립대학의 등록금 의존률은 전체 약 70%이며, <표 4>에 의하면 지방사립대학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80% 이상에 달한다. 이는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지방 사립대학의 재정위기로 이어지게 된다.

지방 사립대학의 재정위기의 일차적 책임은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 없이 대학의 양적 팽창을 부추긴 교육당국에 있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대학의 자율성', '소비자 선택' 운운하면서 (지방)사립대학의 재정위기를 개별 단위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7-1. 고등교육의 시장화의 또 다른 이름... 대학간 M&A

 

2003년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에서 대학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선포한 바 있다.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의 골자는 대학간 M&A, 즉 경쟁력 있는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간의 인수 합병을 시도하여 방만하게 늘어나 있는 대학 수를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구체적 방안을 뚜렷이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산학협동을 통한 대학 특성화 및 대학 구조조정방안과, 경영이 불가능한 대학에 자발적인 퇴출의 길을 열어주는 특별 법안을 연내에 마련키로 하는 등의 '발언성' 방안만이 있을 뿐이다.

 

7-1-1. 대학 구조조정의  첫 번째 길 : 대학 특성화의 외피를 쓴 산학협동 정책

2003년 4월 17일 교육인적자원부는 대학평가 및 재정지원 기본계획에서 대학의 경쟁력 강화 노력을 평가하여 재정을 차등 지원함으로써 대학간 선의의 경쟁 유도 및 대학 교육, 연구의 내실화 도모와 각 대학이 제출한 특성화 계획 및 실적을 평가, 우수 대학에 대하여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가지고 대학 특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표 6>에 의하면 특성화 총 재정은 공 사립대학에 1,150억원, 국립대학에 1,120억원을 차등 지원하게 되어 있다.

대학 특성화 사업계획의 평가 지표와 항목은 교육실적, 연구실적, 학생지원실적, 경영재정실적, 특성화 추진과제와 특성화 추진계획 등의 타당성과 명료성 등으로 구분된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위와 같은 다양한 평가 지표와 항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1년 기준으로 전국 주요 대학의 특성화 추진분야 및 내용은 대부분 산학협동의 구체화 및 추진계획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는 9월 1일부터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촉진에관한법률이 시행되면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방대학에게는 호기로 다가올 것이며, 교육당국은 완전 시장체제 속에 경쟁을 통한 대학 교육 재정비라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그 목표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좋은 무기가 되는 것이다. 이 법의 내용은 기존의 산업교육진흥법의 기본틀을 유지하되 좀더 산학협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신설된 내용중 주목해야 될 조항들은 아래와 같다.

제 8조 (계약에 의한 직업교육훈련과정 등의 설치  운영) :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산업체 등의 요구가 있을 시에 새로운 학과, 학부의 설치를 할 수 있으나 이에 앞서 이미 설치되어 있는 학부, 학과 또는 유사한 학과, 학부를 활용토록 한다.

: 이는 기존의 산학협동에 관한 기업의 주문식 교육제를 다듬은 것으로 보인다. 주문식 교과과정은 기업이 요구하는 교육과정을 기존의 학과, 또는 학부과정에서 이행한다는 것이다. 대학 교육이 기업의 요구에 의해 조정된다는 의미는 대학의 연구가 산업계의 단기적 관심사항을 반영하여 단기연구에 과도하게 집중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더불어 고부가가치 지식 창출이라는 시장 지향적 지식관하에 기초과학, 인문학 등의 지식은 그 설자리를 잃어버리게 될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제25조 (산학협력단의 설립 운영) : 대학은 학교 규칙에 따라 대학에 산학협력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조직을 둘 수 있으며, 산학협력단은 법인으로 규정한다.

: 산학협력단(이하 산협단)은 대학의 하부조직이며, 독립된 조직이 아니지만 비영리법인체인 학교법인의 규정에 종속되지 않는 별도의 법인의 위상을 산협단에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는 산학협동이 가장 노골적으로 대학의 기업화를 표명한 조항이라고 볼 수 있다.

구체적인 문제점을 살펴보자면, 첫 째로 산협단의 단장을 학칙에 따라 대학의 장이 임면하되, 대학의 장, 소속 교직원, 외부인사 초빙 임용 등 단장 임면을 유연하게 열어놓아 산업체의 직원들도 단장을 할 수 있어 교육 철학이 전혀 없는 자도 오로지 기업의 이해에 따라 대학 교육을 주무를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놓았다.

둘째, 사립대학은 교비회계(수업료, 납부금)를, 국 공립대학은 학교 기업의 운영 수입금 등을 산협단의 수입금으로 규정한 조항은 국 공립대학의 학교 기업을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국립대특별법과 맞물려 국 공립대 민영화의 길로 이어질 것이다. 사립대학에 대하여 교비회계를 산협단의 수입으로 놓은 것 또한 대학을 기업화시켜, 자본의 무한한 이윤추구의 장으로 만들려는 자본의 노골적 기획에 다름 아니다.

셋째, 기술이전촉진법상의 기술이전전담조직과의 관계 속에서 산협단은 특허법 및 기술이전촉진법에 의한 기술이전전담조직의 역할과 우상을 갖게 된다. 이는 대학의 연구와 자원을 기업이 마음껏 활용하여 대학을 통한 특허, 지적재산권 등을 관할하여 이익을 창출하자는 논리이다.  

위의 분석과 더불어 종합적으로 봤을 때 산협단의 위상과 역할은 비영리 법인체인 대학과는 별도의 법인격을 부여받아 대학내에서의 무한한 이윤추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핵심단위로 그 위상과 역할을 다 할 것이다. 이외에도 국 공립대에 한하여 산업체와 특정학과 또는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직접 물품을 제조, 가공, 수선, 판매, 용역의 제공 등을 행하는 부서, 즉 학교 기업을 둘 수 있는 36조항과 제 37조에서는 협력연구소는 대학의 교지와 건물 등을 거의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대학의 영리추구, 대학의 기업화 등을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산학협동을 통하여 대학의 특성화를 이루겠다는 의미는 큰 틀에서 대학을 기업화하여 기업의 구미에 맞는 지식 중심으로 대학 교육을 재편하겠다는 것이며. (지방)사립대학의 재정 위기를 해소한다는 미명하에 대학 내에서도 이윤을 축적할 수 있는 기제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7-1-2. 대학 구조조정의 두 번째 길: 국 공립대 민영화 방안

민영화란 일반적으로 정부보유 자산의 민간매각을 의미하지만 이는 다시 세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첫째는 소유권의 이전 없이 추진되는 개방화이다. 이는 국영기업만 존재하던 산업에 민간기업의 진입을 허가함으로써 국영기업과의 경쟁을 유도, 국영기업의 비효율성을 감소시키려는 정책이다. 둘째, 국가자산의 소유권을 민간에 이전하는 방식으로서 국립대의 민영화가 이에 해당한다. 셋째, 사적부분의 공급을 장려하는 정책이다.

위에서 언급한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촉진에관한법률'중 제 36조에 해당하는 국 공립대의 '대학 기업' 허용 조항은 국가 책임 하에 국 공립대의 민간기업의 진입을 법적으로 허용한다는 의미에서 첫 번째에 해당하는 국 공립대 민영화 정책이다. 그리고 '일반회계와 기성회계로 이원화되어 있는 현행의 제도를 자율적 운영이 가능한 체제로 개편할 목적'으로 추진된 '국립대학 특별회계제도'의 도입은 첫 번째와 두 번째에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민영화 정책으로써 사실상 국립대학의 민영화를 위한 과도적 조치임이 분명하다.  

2003년 6월 18일 기획예산처는 교육재정계획 보도자료에서 고등교육 부분 재정지원을 대학의 자발적인 구조개혁 및 특성화 노력 유도에 초점을 맞추어 지원하는 한편, 국립대학에 대한 기관직접지원 비중을 점차 줄이고 단계적으로 등록금을 자율화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국립대의 자율성을 확대한다는 것은 단지 허울에 불과하며, 국립대학 특별회계제도의 연장선에서 등록금 자율화는 결국 국립대를 단계적으로 민영화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국회에서 국립대학과 고등전문학교를 "독립행정법인화"하려는 법안이 심의되고 있는 바 곧 통과될 전망이다. 이 법안에는 대학의 독립성을 높인다는 명분과는 정반대로 각 대학에 대한 문무과학성의 명령제도, 즉 중기목표를 문무과학성 장관이 결정하도록 하였다. 또한 이 법안에는 대학 운영에서 학장의 독재적 권한을 인정하고 있고, 교원의 비공무원화에 의해 교원신분이 불안정하게 되는 조항 등으로 미루어보아 대학의 민주주의와 학문의 자유를 위협하는 요소가 수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 법안의 전체적 내용의 핵심은 정부의 지배가 더욱 강화되는 것과는 반대로 등록금 자율화 등으로 정부는 재정적인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국립대학과 고등전문학교 "독립행정법인화"는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유도하고 대학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축소하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하에 이루어지는 국립대 민영화 방안의 하나이다. 이웃나라인 일본에서의 국립대 민영화 방안은 반드시 한국 교육정책에서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며, 이는 한국에서의 국립대 민영화 방안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정리하자면, 한국에서의 국립대학 특별회계제도 도입을 위한 국립대 특별법과 일본의 고등전문학교 '독립행정법인화'는 국립대 행정의 투명성과 자율성, 이와 더불어 등록금 자율화 등을 표방하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대학에 대한 정부의 책임 축소, 등록금 자율화에 따른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큰 틀에서의 대학 시장화 정책이다.


8. 결론: 교육공공성만이 대안이다


자유시장체제 하에 재정상의 문제로 인하여 대학이 퇴출된다 하더라도  정부가 추진중인 대학 구조조정 유도 방안에 따르면 잔여 재산의 일부분이 대학 설립자에게 귀속된다. 이는 단기적으로 대학의 수가 줄어들 수는 있겠으나 이를 역이용하는 대학들이 오히려 늘어나게 될 것이다. '교육'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학생들의 등록금을 이용한 '이윤축적'에 목적을 둔 대학 설립자가 대학을 세워 장사를 하다가 문을 닫으면 남은 재산을 챙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 교육의 질적 하락을 가속케 할 것이며, 더불어 대학의 영리추구의 불씨에 기름을 붓게 되는 꼴이 될 것은 뻔하다. 산학협동을 통한 대학 특성화는 고부가가치 학문만을 강조하는 꼴이 될 것이며, 나아가 대학의 기업화와 자본에 대한 대학의 종속을 더욱 강고히 할 것이다. 정부는 국 공립대의 행정적 측면의 비효율성과 사립대와의 형평성 논리를 들어 국립대 등록금 자율화를 너무나 당연히 여기고 있다. "대학도 기업의 경영논리를 도입해야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는 효율적 대학 경영을 할 수 있다",  "완전 시장 경쟁 시대에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선별하여 집중적으로 재정 지원을 해야 된다",  "대학 내적으로는 경쟁력 있는 학문은 산업체와의 연계를 통하여 지식 생산성을 높여야 된다"는 논리들은 반드시 대학 시장화, 대학의 기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국가와 기업이 대학에 가져야할 물리적인 책임을 민중에게 고스란히 전가하는 모양새를 취하게 된다.

그러나 대학 구조조정은 정부안대로 산학협동을 통한 대학 특성화 방안, 사립대학과 국립대의 형평성 운운하면서 국립대를 민영화하는 정책은 그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본다. 진정한 대학 구조조정은 구조조정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전면적 대학 구조개혁이 바탕이 되어야만 가능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싶다. 부도 직전에 몰린 지역대학은 대학간 서열화와 학문간 서열을 폐지하지 않고서는 지역 대학의 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 정리해보자. 첫째, 대학의 서열에 따른 대학간 학벌과 권력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둘째, 대학이 하나의 취업 준비 기관으로 인식되는 현실 지반들을 개혁해야 한다. 셋째, 산업교육진흥법, 대학 기업화, 국립대 민영화 등의 대학 시장화 정책을 저지해야 한다. 넷째, 대학 시장화 교육정책으로 인하여 대학이 영리추구 기관으로 전락되는 흐름을 끊어내야 한다.

자본의 이익에 봉사하고, 끊임없이 경제적 논리에 종속되는 대학 교육을 민중에 봉사하고 나아가 인류사회 발전에 기여할 고등교육기관으로 올바르게 개혁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자 한다.

① 대학 서열체계로 인한 대학교육의 위기를 해소하고, 대학의 기업화, 대학교육 시장화 저지를 위하여 대학의 공교육화는 대학 구조개혁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② 교육기회의 불평등 해소, 교육 기회의 평등적 실현을 위해 대학교육의 무상화는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③ 서울대학을 정점으로 하는 대학 서열구조에 따른 학벌주의, 입시위주교육, 파행적 사교육 확대 등 한국 교육 병폐의 근절의 길은 대학 평준화를 실현하는 데에 있다. ④ 고부가가치 지식 생산의 기치 하에 이뤄지고 있는 산학협동 교육은 인문학의 붕괴를 낳고 나아가 기초학문 말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자본의 이해에 따른 대학구조조정이 아닌 보다 장기적이고 인류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대학 구조개혁은 학문 중심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⑤ 네 번째와 더불어 사회적으로 공공영역의 일자리를 창출하여 인문학을 전공한 학생들의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 ⑥ 평생재교육시스템의 구축으로 교육복지를 실현해야 한다.

이상 앞으로 대학교육구조개혁의 실천과제들을 6가지 정도로 간추려 보았다. 자본의 이해와 요구가 점차 노골적으로 대학 내에 드러나고 있는 현재 우리는 교육의 공공성을 주장하고 있다. 민중의 이름으로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자본에 봉사하는 대학이 아닌 민중에 봉사하는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는 반드시 대학에 대학 교육 공공성의 깃발을 꽂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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