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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공공성이 대안이다!

2002.07.22 12:40

특집팀 조회 수:1153 추천:4

:::특집글3

공공성이 대안이다!
- 민주공동체 교육개혁론의 정립을 위하여

 

1. 대안으로서 공공성의 지위

교육공공성은 민주공동체 교육개혁의 기본 방향이자 중심 원리이다. 교육의 공적 성격을 온전히 실현함으로써 민중 교육권 보장, 총체적 인간발달과 공동체사회를 향한 참교육, 교육민주화로 나아갈 수 있다. 교육공공성은 현단계 한국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와 병폐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핵심 기준인 동시에 명분적 우위와 논리적 근거로 교육시장화의 오도된 방향을 제압해 나갈 수 있는 개념적 지표이다. 민주공동체 교육의 방향이자 중심 원리인 교육공공성의 대안적 지위를 간단히 정리해본다.

(1) 민주공동체 교육개혁의 기본 방향

우선 교육공공성은 공교육 전반을 진단할 수 있는 지표가 되는 총체적 개념이다. 공공성을 단지 소유와 운영 주체의 문제만이 아니라 교육 내용과 의사결정과정까지 포함하는 총체적인 것으로 본다면 현단계 한국 교육이 안고 있는 주요한 모든 문제는 결국 공공성의 부재와 왜곡으로 귀착되며 해결의 방향 역시 공공성 강화로 모아진다.

예컨대 사학 비중의 비정상적 확대는 소유와 운영 주체의 공공성 빈약이며, 관료적 통제와 비민주성, 사학의 전횡은 운영 방식과 의사결정과정의 공공성 부재로 규정될 수 있다. 또한 입시위주의 암기식 교육, 경쟁의 강요와 왜곡된 인간상의 추구는 공교육의 내용과 역할의 공공성 상실로 규정된다. 열악한 교육재정과 낙후된 교육환경은 그 어떤 것보다 우선적인 것으로 설정되어야 할 교육의 공적 의의를 정치적 역관계 속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극도로 심각한 교육공공성의 부재와 왜곡으로 인해 인간다운 삶을 위한 교육권 보장과 교육복지 실현은 커녕 비인간적 입시 경쟁과 사교육비 확대, 불평등의 심화속에서 한국공교육은 거의 누더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육의 전반적 문제가 공공성의 부재와 왜곡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구조적으로 이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향과 원리는 당연히 공공성의 강화와 실현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공공성은 새로운 공교육시스템을 구상하는 민주공동체 교육개혁의 기본 방향과 원리로 설정된다.

(2) 교육권 보장과 참교육, 교육민주화를 한데 묶는 중심 개념

또한 교육공공성은 민주공동체 교육 실현을 위한 주요 과제들을 한데 묶는 중심 개념이 된다. 한국교육의 주요 과제는 크게 세 측면에서 설정될 수 있다.

첫째, 기본권으로서의 교육권 보장과 확대의 과제이다. 민중교육권 실현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유아에서 대학교육, 그리고 사회교육에 이르기까지 공교육의 영역이 확대되어야 하며, 타고난 사회경제적 지위에 상관없이 사회적 책임과 보장하에 교육기회가 부여될 수 있도록 무상교육이 실현되어야 하며, 인간적 가치를 최대한 교육을 통해 함양될 수 있도록 질 높은 교육을 향한 끊임없는 개선이 이루어져 나가야 한다. 교육공공성은 이 같은 교육권 보장의 근거와 방향이 된다.

둘째, 교육의 내용과 역할의 공공성 실현이다. 참교육으로 표현될 수 있다. 교육의 목표는 개인의 인간적 가치와 사회의 공동체적 가치를 함께 실현하는 것이어야 하며 앞으로의 민주공동체 사회의 주인이 될 주체를 형성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교육은 더 이상 지배 세력의 이데올로기적, 문화적 지배를 관철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되며 모든 사람의 인간적 가치와 공동체적 선을 추구하는 보편교육, 민주적 공동체 교육이 되어야 한다. 교육공공성은 지배 교육, 입시 교육을 극복하고 총체적 인간발달과 공동체성의 실현으로 나아가는 참교육의 방향과 근거가 된다.

셋째, 공교육의 운영과 의사결정과정의 공공성이다. 교육민주화로 표현된다. 교육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과정은 교육에 관계된 모든 교육주체, 특히나 전체 사회에 있어서는 노동자와 농민 등의 다수이지만 사회적, 교육적 약자인 주체의 참여가 보장되고 교사의 주체성과 전문성이 결합되는 민주적 과정이 되어야 한다. 또한 국가와 전체사회 차원에서 개개의 단위학교에 이르기까지 민주적이고 투명한 참여와 운영이 담보되어야 한다. 교육공공성은 이처럼 교육민주화의 근거와 방향을 제시하는 원리가 된다.

* 교육공공성이 여러 측면에서 제기되는 주요 과제들을 일관된 방향과 원리로 한데 묶어 세우는 중심 원리가 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공교육 전반에 대한 통일적 이해가 비로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교육문제에 대한 논의 속에서 생겨나는 혼란들은 많은 경우 공교육 전체를 관통하는 '교육공공성'이라는 중심 준거 없이 저마다의 관심과 다양한 기준으로 바라본 탓이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종종 '다양성이냐/평등이냐', '유연성이냐/안정성이냐', '학업성취인가/인성교육인가'라는 식으로 문제를 대립되는 가치에 대한 선택 문제로 접근하는 경우들이 있다. 이는 그 의미와 우선 순위가 불분명한 가치들을 병렬적으로 놓고 고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공성이라는 준거로 바라본다면 어떤 하나는 버리고 하나를 취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지 않게 된다. 각각의 가치나 의미들을 재규정하면서 통일적으로 해명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다양성/평등성' 대립의 경우 다양성은 공공성에 입각한다면 질이 다른 교육상품으로 서열화하고 소비하는 상품적 다양성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다양한 교육기회를 부여하는 교육적 다양성으로 재규정된다. 그렇게 본다면 다양성은 결코 평등성과 대립되지 않는다. '학업 성취/인성 교육'의 대립 구도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대립 구도로 바라보는 학업 성취라는 의미에는 대개의 경우 이미 공공성에 위배된 치열한 입시 경쟁과 서열화를 인정해 버린다는 전제가 숨어 있다. 서열화는 아니라 하더라도 지식 위주가 전제되며 결국 인성 함양이라는 교육적 가치와 대립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이 역시 만약 공공성에 입각하여 지식과 교양, 다양한 특기 적성과 인성 교육이 한데 묶이는 '교육 성취'로 바라보게 된다면 인성교육과 결코 대립하지 않는다. 적지 않은 경우 이 같은 선택적 접근들은 사실상 교육공공성의 가치와 의의를 부정하는 경우들이 많았는데 그것은 실제로는 공공성을 우선적 기준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부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발생하는 개념적 고민이었을 뿐으로 보여진다. 그렇지만 교육공공성을 중심 준거로 분명히 하고 바라본다면 이론적, 내용적으로 교육적 가치가 대립하는 경우는 없다. 왜냐하면 교육공공성이란 결국 교육적 가치를 모든 이에게 어떻게 공평하게 실현하느냐의 문제이고 '교육적'이란 의미 역시 공동체 속에서 공공적 가치와 필수적으로 결부되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현재 왜곡되어 있는 교육현실과 공공성의 가치가 대립될 뿐이며 실제의 고민은 왜곡된 현실을 인정할 것인가/아니면 교육적 가치와 공공성을 추구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이다.

공공성의 중심성과 관련된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는 흩어진 교육개혁 논의의 방향을 한 데 모으는 한편 교육의 근본 개혁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부딪쳐온 장애들을 극복할 수 있는 관점과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전까지의 논의는 교육현실을 바라볼 때 공공성이라

는 중심 준거 없이 관료주의와 억압적 통제, 이데올로기적 왜곡, 입시 위주의 획일화된 교육, 서열화와 학력주의 등 여러 문제들을 병렬적으로 놓아 왔다. 이 같은 병렬적 파악 속에서는 여러 다기한 문제들 중에서 무엇이 핵심인가를 설정하기도 어렵고(결국 저마다의 조건과 취향으로 중심 문제를 설정하게 된다.) 어느 문제에 대한 해결 방도를 내어온다 하더라도 다른 문제들에 막히면서 대안으로서 힘을 잃곤 했다. 예컨대 입시위주 교육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참교육이라는 방안을 모색하더라도 대입이라는 선발 기제의 엄연한 현실 앞에서 무력하게 되며, 그래서 한 걸음 나아가 한 줄 세우기 대입을 극복하기 위해 '자격 고사화'나 '선발 고사 폐지'를 주장하더라도 대학서열화라는 더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래도 힘을 내서 전진하고자 대학서열화라는 문제에 착목하게 되더라도 대학의 서열적 권력구조와 강고한 기득권이라는 장벽에 그만 암담해져 버린다. 그리하여 결국은 '교육문제에는 답이 없다.'는 식의 불가지론이나 '사회 개혁 이전에 진정한 교육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식의 패배주의에 빠지고 말았던 것이 지금까지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공공성을 중심으로 공교육전반을 바라본다면 전체를 관통하는 방향과 대안을 내어올 수 있다. 최근 왜곡된 교육구조의 정점인 대학서열화에 대한 대응으로 '대학 평준화'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기 시작하였는데 이는 드디어 공공성이라는 기준 속에서 공교육 전체를 안목에 두게 되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대학서열화 문제를 바라볼 때도 '대학교육도 공공성에 입각하여 다루어야 한다.'는 관점을 분명히 세운다면 대학의 서열적 권력 구조라는 장벽에 막혀버리는 것이 아니라 넘어서야 한다는 방향을 가질 수 있으며 나아가 학벌사회라는 병폐를 '대학평준화'라는 교육재구조화를 통해 치유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3) 정책 대안을 구성하는 원리

교육공공성은 개개의 정책 대안들을 구상하고 실현하는 정책의 기본 원리이기도 하다. 예컨대 교육재정 문제를 바라볼 때, 재정의 정치적 우선 순위는 교육의 공적 의의에 비추어 설정되어야 하며(국가 재정의 최우선적 순위로 잡혀져야 한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그러하다.), 사회적 책임의 재정 확보, 질높은 교육과 교육평등을 지향하는 투여, 투명한 운영 등이 기본 원리가 되어야 한다. 교육내용의 구성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독점이나 지배 세력에 의한 일방적 방식이 아닌 공공적 의사 결정 과정에 의해야 하며, 내용 또한 공공성에 입각해서 구성되어야 한다. 정책 마련에 있어 보다 구체적인 사항들은 여타의 세부적 원리나 원칙, 방법이 도입되어야 하겠지만 기본 틀거리는 공공성이 정책 원리로 작용해야 한다. 공공성이 정책 원리로도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은 교육정책이란 결국은 공교육이라는 '공공 사안과 현실'을 사회적 '공적 주체'가 '공공성'에 입각하여 '공공적 방식'으로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2. 대안이면서 대안이 아닌 상황

민주공동체 교육으로 나아가는 대안의 중심 방향이자 원리로서 교육공공성의 의미를 살펴보았지만 공공성을 대안으로 제출하는 것 자체는 사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신자유주의교육과 정반대로 교육의 공공성과 국가적 책임과 보장의 확대, 교육투자의 증대... 등을 주장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신자유주의교육의 성격과 문제점', 진보교육 0호, 1999')

"전교조는 공교육 정상화의 전략을 '교육의 공공성 확립'에서 찾는다. 이는 문민정부와 국민정부에서 지연된 국가부문으로서 교육체제의 해체와 공공부문으로서 새로운 교육체제의 수립을 향한 길이다."(이 순철,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 공공성의 큰길로', 2001)

이미 수년 전부터 교육운동진영에서는 '시장화'에 맞선 대안적 방향으로 '공공성' 강화를 제기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 수년 동안 공공성이 강조되어 왔지만 불행히도 공공성은 아직 대안적 지위를 확고히 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사회적 입지는 물론이고 교육운동 내에서조차 그 지위는 애매하다. 그것은 무엇보다 공공성을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추상적 수준의 개념만을 내세워 왔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공공성이 시장화에 대한 반대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은데 무엇을 지향하는 지는 애매하며, 그 의미 또한 부분적으로 느껴져 왔다. 그래서 공공성을 주장하는 우리의 외침에는 왠지 힘이 실리지 못하고, 사회적 반향은 크지 않다. 심지어는 공공성 강화는 곧 국가통제의 강화 아니냐는 폄하도 있다. 이것이 대안으로서 공공성이 처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성'은 유일한 대안이면서도 아직 대안이 아닌 것이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몇 가지 지점을 살펴본다.

(1) 수세적, 방어적 이미지

대안으로서의 힘을 삭감하는 우선적 요인은 공공성이 주로 시장화에 반대한다는 방어적 이미지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공공성은 결코 반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본질적으로는 대안의 개념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방어적인 개념으로 느껴지게 되는 것은 공공성이라는 방향이 제출된 정치적, 실천적 과정 때문이다. 실제로 공공성 개념은 공공성 부재와 왜곡이라는 한국교육에 대한 진단을 통해 처방의 방안으로 제출되기보다는 시장화 공세가 몰아치면서 그때서야 그에 맞서는 대항 개념으로, 수세적인 모습으로 제출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한국교육을 뜯어고치는 개혁 원리로 제출되었어야 할 공공성이 미처 구체적인 내용을 갖추기 전에 수세적인 대항 개념의 모습으로, 그것도 추상적 수준에서 먼저 제출됨으로써 시장화 반대의 의미로만 부각되었을 뿐 대안적 정책 원리로서는 각인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운동은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건대 시장화 공세 이전 교육운동은 기본권으로서의 교육권 보장과 교육평등의 중요성, 공교육체제 전반에 대한 구조적 인식이 매우 불철저하였으며 파시즘적 억압의 해소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리라는 낭만적 시각에 머물러왔다고 할 수 있다. 그 같은 낭만성, 구조적 인식의 미비는 또한 공교육시스템 개혁의 주체로서 나서지 못하는 주변인으로 머무는 것으로 연결되었다. 예컨대 교육과정이나 학교 정책, 대학 선발 기제 등 공교육의 주요 사안들에 개입할 꿈도 꾸어보지 못했던 것이다. 90년대 이후 변화의 시기에 들어서서도 7, 80년대의 분석틀로 상황을 바라보았고, 시장화 공세에 상당 기간 혼란을 겪었다.

시장화 공세로 인해 공교육의 근본적 위기에 처하고 나서야 공교육에 대한 구조적 인식에 접근하기 시작했으며 비로소 공교육을 바라보는 핵심 개념으로 공공성을 제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공공성은 시장화에 대응하는 추상적 방향 수준에서 제출되었고, 구체적 대안을 갖추지 못한 방어 개념으로 다가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공공성은 결코 방어적 수사로 그쳐서는 안될 민중교육권 실현과 질높은 교육을 향한 공세적 방향이다. 새로운 반전이 필요하다.

(2) 의미에 대한 오해와 부분적 인식

미처 충분한 논의와 공유를 거치지 못한 채 시장화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추상적 수준에서 공공성 개념이 제출됨으로써 그 의미에 대한 잘못된 인식들도 낳게 되었고 이 역시 공공성의 대안적 지위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주요한 것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방어적 이미지'라는 외부의 인상만이 아니라 주체들에게서도 공공성을 쟁취의 영역이 아닌 보존의 대상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시장화 정책을 반대하면서 지켜내야 할 그 무엇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 때의 공공성이란 공공부문에 속하느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정도의 매우 제한된 의미로 파악된다. 이럴 경우 공공성은 당연히 교육을 새롭게 재구조화하는 대안의 지위로 인식되지 못하며 다만 반대의 개념적 무기로 사용될 뿐이다. 이 같은 경향은 공공성의 추상성과 그 동안의 수세적 상황으로 인해 적지 않게 야기되고 있다고 보인다. 보다 적극적 대안과 요구, 투쟁의 새로운 양상을 통해 극복해 나가야 한다.

둘째, 제한된 의미가 아니라 아예 '좋지 않은 것'으로 것으로 잘못 이해하는 경향도 일부 있다. 공공성을 국가 통제로 오해하는 것 등인데 공공성 개념에 대한 풍부한 정립과 공유가 필요하다.

셋째, 가장 주요하게는 공공성을 총체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교육재정의 문제나, 공교육의 영역 확대 등 단지 부분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에서는 예컨대 교육민주화나 교육내용의 개선 등은 공공성과 별개의 문제로 된다. 결국 공공성은 대안의 핵심적 위치가 아니며 참교육, 교육민주화 등과 병렬적으로 위치하는 주요한 방향 중의 하나로만 위치하고 만다.

(3) 구체성, 총체성, 현실성의 부족

그러나, 앞서 지적한 문제들의 모든 근원은 우리 교육운동 스스로에게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의 한계 속에서 대안으로서의 지위를 담보할만할 내용을 실천적으로 제대로 구성하지 못한 것이다. 공공성은 말로만 강조될 뿐 그에 입각한 새로운 교육의 상과 대안들을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제출해오지 못한 채, 수세적 대응만을 해왔다. 방어적 이미지, 부분적이거나 잘못된 인식을 극복할 만한 내용과 근거, 계기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던 것이다.

* 이 같은 이유들로 공공성은 대안이면서도 아직 대안이 못되는 상황에 머물고 있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역관계의 문제이기도 하다(대안의 여부는 사실 많은 부분 힘에 의한 것이다. 똑같은 수준이라도 힘있는 세력이 말하면 대안이 되고, 힘없는 민중이 말하면 대안이 되지 못한다. 민중의 요구가 대안이 되는 것은 도덕적 명분과 논리적 정당성 그리고 지속적이고 힘있는 투쟁에 의해서다.). 그렇지만 그 힘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근거를 창출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3. 공공성 : 힘있는 실천적 대안으로 세우기 위해

(1) 대안적 입지의 중요성

대안으로서의 입지가 그렇게 중요한가? 시장화 공세에 반대만이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라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 물론 시장화에 대한 반대 투쟁을 힘있게 하는 것이 기본이며 반대 자체에 일정하게는 대안적 방향이 담기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 정세는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힘있게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또한 대안을 분명히 세워야 방어와 공세의 결합 속에서 더욱 힘있는 시장화 저지 투쟁도 가능하게 된다.

대안적 입지의 중요성은 무엇보다 현재의 상황이 객관적으로 '지금의 공교육이냐/시장화냐'의 대립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공교육의 새로운 재구조화를 둘러싸고 '시장화냐/공공성 강화냐'의 근본적 대립이 전개되는 시기라는 것에서 비롯된다. 당연히 공공성에 입각한 우리의 대안을 제출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그래야 시장화에 대한 반대도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 펼쳐지는 상황은 실천적으로 그렇지 않다. 기존의 공교육에 대해 교육운동은 지속적으로 근본적 비판과 문제제기를 해왔으며 우리의 비판은 상당한 사회적 동의를 획득해 왔다. 그런데, 공공성에 기초한 교육운동의 대안이 미처 정립되기 전에 신자유주의에 의한 시장화 논리가 권력과 힘을 바탕으로 한 대안으로 침투해 들어왔고, 교육운동은 수세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객관적, 본질적 대립이 시장화냐/공공성이냐 임에도 불구하고 현상적으로는 우리의 투쟁이 기존의 공교육체제를 옹호하는 것으로 비추어져 버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투쟁의 결과는 뻔하다. 백전백패이다. 아무도 기존의 공교육을 옹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치열한 투쟁을 해도 조금씩 혹은 많이 시장화 공세에 밀려나갈 수밖에 없다. 공공성에 입각한 민주공동체 교육개혁론을 대안의 입지로 분명하고 힘있게 세워내야만 이 같은 구도에서 벗어나 시장화냐/공공성이냐의 본질적 대립 구도를 성립시킬 수 있다. 그렇게 해야 지던지 이기던지 내용적으로 대등한 대립구도가 형성되는 것이며, 설사 당장 시장화 공세를 막아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반전의 근거와 힘을 키워 나갈 수 있다.

또한 2002-3년의 권력재편기라는 특성은 대안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더한다. 각 정치 세력마다 교육공약을 주요 분야의 하나로 다루어 나갈 것이며, 이 시기에 형성된 이후의 교육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정책 대안을 힘있게 세워 우리의 주요 요구를 쟁점화하고, 각 정치 세력을 최대한 압박해 들어가야 한다. 설사, 이미 시장화의 방향에서 만들어진 주요 정당의 교육공약을 충분히 바꾸어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공공성에 입각한 대안이 있음을 힘있게 보여주어야 할 특별한 시기인 것이다. 공공성에 입각한 대안의 필요성이 분명하다면,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가?

(2) 공공성을 공세적 쟁취의 문제로 전환해야

우선 공공성이 방어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공세적 개념과 방향으로 각인될 수 있도록 전환하는 일이다.

그것은 우리의 투쟁과 공세적 요구의 제출, 그리고 그를 통한 사회적 의제화에 의한다. 공공성에 입각할 때, 우리가 공세적으로 제출할 수 있는 의제와 사안은 많이 있다. 교육환경 개선, 교육재정 확충은 물론이고 공공성에 입각한 학제와 교육과정, 입시제도 개선 나아가 대학평준화와 전체 공교육체제의 새로운 구상 등등이 있다. 그러나 공세만을 취할 수는 없다. 밀려오는 시장화 공세에 대한 대응이라는 당장의 전선을 버려 두고 다른 곳을 공격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방어와 공격의 결합이다. 또한 당장의 수비에서도 허물어져 가는 성벽만을 붙잡다가 깔릴 것이 아니라 성문 밖의 상대 진지도 공격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공세적 방어인 것이다. 예컨대 7차 저지만이 아니라 참교육과정(혹은 민주공동체 교육과정) 쟁취 요구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3) 체계적인 정책 대안의 제출 - 민주공동체 교육개혁안

대안을 대안답게 하기 위해서는 체계성과 내용적 구체성을 담보해야 한다. 교육방법론에서 학제와 교육과정, 입시, 대학교육에 이르는, 그리고 양성과정 및 지원체제, 정책 결정 과정에까지 이르는 공교육 전반을 일관된 방향과 원리에서 체계적으로 묶어 세우는 대안적 체계가 제출되어야 한다. 이전처럼 어느 한 문제에 대한 대안만에 그치거나 서로가 내용적으로 모순되어서는 대안으로서의 명분과 논거가 상실된다. 그리고 대안으로서의 설명력을 지닐 수 있는 수준으로 내용이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내용적으로 대안다울 수 있으며 시작은 작더라도 점차 힘을 키울 수 있다. 교육공공성은 바로 체계적이고 일관된 대안을 마련해 줄 수 있는 중심 방향이고 원리이다.

공공성에 입각한 개혁 대안 전반은 아마도 일단 당장 시행하기 어려운 것들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장의 현실성, 실현가능성이 문제가 된다. 실현가능성이 적다고 느껴진다면 대안으로서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당장 실현가능한 차원으로 대안의 수준과 내용을 낮춘다면 작은 것들은 가능한 것도 있겠으나 전체적 윤곽은 이미 우리의 대안이 아닌 것으로 변질된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우리는 현실성의 문제를 당장의 실현가능성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점차 높여나가는 차원으로 보아야 한다. '점차 높아지는 현실성'의 기초는 바로 명분과 일관된 논리와 설득력, 대안의 체계성이다. 그를 기초로 실천적 과정을 통해 사회적 동의를 넓혀 나갈 때 대안으로서의 입지가 확고히 서게 되는 것이다.

한편, 정책 논의 기구와 의사 결정 과정의 문제는 대체로 정치적 결단만 있다면 언제든지 가능한 부분에 속한다. 이 부분의 실현가능성은 당면 투쟁의 힘과 역관계에 달린다. 예를 들면 참교육과정은 좀 멀지만 그 문제를 다루게 될 '범사회적 교육과정 논의 기구'는 당장에도 가능하다. 따라서 제도적 정책 대안과 함께 정책적 논의 기구 구성 방안을 함께 제출하는 것이 교육민주화의 측면에서만 아니라 대안의 현실성을 높이는 데도 필요하다.

(4) 사회적, 정치적 의제화

사회적 동의 획득의 전단계가 의제화이다. 사람들의 관심사와 논란거리로 만드는 것이다. 의제화가 되고 사회적 동의를 넓혀 나가는 추세에 들어선다면 일단 대안적 입지는 구축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학벌타파 운동을 통해 대학평준화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부상시킨 것은 눈 여겨 볼만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학벌타파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으며, 조직적 역량도 소소하다. 그런데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잡지와 매체에서 이 문제를 다루게 되고 지식인 사회에서 동의의 폭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사회적 의제로 부상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단지 학벌타파 운동의 주체가 주로 교수들이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예전부터도 소수의 일부 교수들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것은 무엇보다 최근 사회적 불평등이 심각하게 확대되고, 노동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특권 계층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광범하게 확산되는 사회적 상황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 불만과 비판이 학벌주의와 그 토대인 대학서열화에 모아지면서 서열화를 깰 수 있는 대안으로 대학평준화가 제출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교육 대안과 관련하여 두 가지 의미를 준다. 하나는 공공성에 입각한 대안을 구성함에 있어 '대학평준화'가 필수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는데, 그 부분을 보충하고 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대학평준화가 의제로 부상하게 된 조건, 즉 사회적, 교육적 불평등에 대한 비판과 불만의 확산이라는 조건 속에서 우리 대안의 명분과 설득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교육 대안을 의제화하는 방안은 다양할 수 있다. 토론회, 심포지엄 등을 벌여 나가고, 투쟁 속에서 우리의 요구로 제출하며, 각 정치 세력의 교육공약에도 개입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제 사회단체 및 지식인과의 연대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공성에 입각한 교육대안을 민중진영 전체의 주요 사안이자 요구로 떠올려야 한다. 명분과 힘 모두에서 그러하다.

본질적으로 교육문제, 특히 시장화에 맞서는 우리 대안은 정치적 문제이며, 사회적 의제로 되는 순간부터 이 문제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의제로도 성립하게 된다.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투쟁을 통해 사회적 동의를 확보해 나가야 하고 그 같은 사회적 동의에 기초한 힘을 바탕으로 정치적 결단의 문제로 몰아가야 한다. 시장화냐/공공성이냐의 본격적 대립은 지금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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