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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 구조와 행위:변화의 변증법과 교육사회학의 진로

2002.04.03 11:39

홍은광 조회 수:2806 추천:5

사회학이론 연구

구조와 행위: 변화의 변증법과 교육사회학의 진로

홍은광 ∥ 교육문화실장

1. 사회학과 교육학의 공통점과 차이, 교육적 사회학의 진로

사회학과 교육학은 학문 발전의 역사에 있어서 상이한 중심점을 가져왔다. 즉, 사회학은 뒤르켐 이후 사회적 사실에 대한 설명을 목적으로 하여 발전해 왔지만, 이에 비하여 교육학은 그 태동이 교육에 대한 학문적 연구보다는 교사를 길러내기 위한 교직학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실천적이고 처방적인 성격을 강하게 가지면서 시작되어 왔다. 그렇지만 교육학 내부에서도 교육적 사실 그 자체에 대한 연구를 확보하고자 하는 '제 2기 교육학'의 흐름(장상호, 1997, 2000)과 함께 여러 관련 연구들도 기존 교육학의 처방적 성격보다 설명적 성격을 우위에 두고자 하는 흐름이 강해져 왔다. 따라서 교육사회학 또한 초기에 미국의 교육사회학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에서의 학교의 역할'을 주제로 학교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학습을 지도하는데 필요한 사회 문화적 지식을 중심으로 한 실천 지향적인 연구(교육적 사회학: Educational Sociology)가 진행되어 왔으나, 70년대 이후에는 교육사회학을 교육현상에 대하여 사회학적으로 탐구하는 학문(교육의 사회학: Sociology of Education)으로 생각하는 학자들이 늘어나게 되었다.(김신일, 1985) 이후 파슨스와 뒤르켐을 중심으로 하는 기능주의 이론과 보울스와 진티스, 카노이를 중심으로 한 정통 맑스주의적인 갈등론의 대립이 진행되었으며, 이러한 대립이 거시적 사회 구조만을 중심에 놓고 설명한다는 비판을 하면서 구체적인 교육상황에서의 작용을 연구하고자 하는 신교육사회학이 지식사회학과 민속지학적 연구 방법론을 중심으로 제기되어 왔다.(김신일, 1985)

최근에는 사회학과 역사학이 시간을 통해서 매개된다면 같은 현상에 대한 연구이며, 특히 근대교육 체제의 변동을 연구하고자 할 때에는 사회학적 연구대상과 역사학적 연구대상이 일치하기 때문에 역사사회학의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시도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이는 한국 근대 교육의 역사적·사회적 기원과 그 기원 과정의 결과로서의 한국 근대교육의 특질과 기능을 구하고자 한다. 그러나 역사사회학은 역사학과 사회학의 단순한 접합이 아니라 역사 변동에 대한 고유한 인식 틀을 가지고 있다. 역사과 사회학 모두 역사변동의 과정을 기술할 때, 인간과 사회구조 중에서 어디에 설명적 우위를 두어야 할 것인가의 문제에 봉착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아브람스는 행위와 구조의 상호작용을 역사적 과정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였으며, 기든스의 경우 이러한 상호 작용을 '구조화'라는 과정으로 개념화하였다. 교육역사 사회학은 이러한 구조화의 관점을 기반으로 하여 근대 교육의 형성이라는 주제를 탐구하기 위하여 사회구조, 교육 체제, 인간 형성의 세 요소의 관계 속에서 현재의 한국 근대 교육의 형성과정을 분석할 것을 제안하며 나아가 사회변동을 위한 교육 행위의 가능성을 타진해보고자 한다.(김기석, 1999)

이러한 시도는 교육적 사회학(Educational Sociology)에서 교육의 사회학(Sociology of Education)으로 그 흐름이 바뀌면서 교육사회학의 학적 정체성이 사회학의 하위 학문으로 바뀌고, 또한 여러 부분학문의 물리적 접합형태로 있는 현재의 교육학의 현실에서 인간 행위를 통한 사회적 변화를 위한 '제 3기1) 교육적 사회학(Educational Sociology)'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제 3기의 교육사회학은 1.2기를 극복하면서 교육의 본질적 원리인 인간행위의 변화와 이를 통한 사회 구조의 변동을 위한 의식적 실천과 사회학적 방법론, 안목이 만나는 새로운 교육사회학이라 할 수 있다.

2. 사회학에서의 인간 행위와 사회 구조의 관계에 대한 탐구의 역사

고전 사회학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뒤르켐, 마르크스, 베버에게서 찾을 수 있는 공동점이라면, 이들이 모두 현재 우리가 '이론'이라고 부르는 분야에서만 작업을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구체적인 현상, 즉, 자본주의의 성장, 계급간의 갈등 혹은 원시종교 등의 경험적 현상에 대한 '설명'을 하고자 했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이론적 방법론들을 활용한 것이다.(이재열, 1996: 24)

위의 세 고전 사회학자들은 방법론적 전체주의, 구조주의, 방법론적 개인주의라는 연구방법론에 기반 하였다는 평을 각각 받지만, 그 이론의 생명력이 돋보이는 순간은 구조와 행위와의 관계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경험적인 설명이 이론과 함께 진행될 때이다. 따라서 위의 사회학자들의 사회 이론 속에서 나타나는 구조와 행위의 변증법적 관계에 대한 분석은 이후의 구조이론과 행위이론을 통합하는 새로운 방법론의 기반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인간과 사회구조 중에서 어디에 설명적 우위를 두어야 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하여 고전 사회학의 대표격인 뒤르켐은 사회학의 독자적인 영역을 설정하기 위해서 심리학주의와는 다른 사회 구조적 힘의 규칙을 찾는데 주력하였으며, 이의 결과로 방법론적 전체주의를 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뒤르켐 사회학이 방법론적 전체주의를 중심적으로 선택한 것은 사실이지만 뒤르켐의 사회변화에 대한 설명에서도 행위의 논리를 찾아볼 수 있다. 이를테면, 그의 [사회 분업론]에서도 인구의 증가와 통신과 교통 기술의 발전을 통한 사회적 상호 작용의 증가는 행위자에게 경쟁의 심각성을 깨닫게 하며, 행위자는 자연히 극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찾아내는 합리적인 행위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분업의 발생에 대한 뒤르켐의 구조주의적 설명의 행간에는 행위자의 행위가 중요한 요소로서 잠재되어 있으며, 이는 구조 변동의 "원인으로서의 구조→행위→결과로서의 구조 변동"이라는 인과사슬을 통해 설명하는 것이다.(김용학, 1996: 10) 또한 [프랑스 교육의 진화]에서 그는 "프랑스 근대 중등 교육은 왜 그리고 어떻게 소수 정예를 대상으로 한 고전 인문주의 교육이라는 특질을 갖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당시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던 집단적 신념, 열망, 가치, 규범, 습관, 관행, 사상 등의 사회적 관습에 대한 분석을 진행한다. 이러한 문화적 측면에 대한 분석과 함께 그는 제국의 등장과 같은 정치 변화, 시장과 보시 발달에 따른 부의 축적과 같은 경제 사정의 변화, 신분제도의 변천과 그에 따른 계급갈등과 같은 여러 사회 조건의 변화를 함께 분석함으로서 구조수준과 행위 수준의 양 수준에서의 분석과 이의 관계에 대한 설명을 통해서 프랑스 중등 교육의 변화의 원인과 양상을 설명한다.(김기석, 1999: 42-46) 결국, 뒤르켐 사회학에서도 구조와 행위의 연결 고리에 대한 탐구는 그의 구조 변동 이론의 중심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물론 그에게는 사회학의 고유 영역을 구성하는 것이 선결과제였기 때문에 방법론적 전체주의를 선택하였지만, 그의 이론에서의 행위의 역할은 이후의 행위이론의 학문적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전형적인 거시 사회학과 구조 결정론으로 평가되는 마르크스의 사회 이론에서도 우리는 인간 행위와 사회 구조의 변동 관계를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마르크스는 [무월(霧月) 18일]에서 역사가 인간의 계획과 통제를 벗어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인간은 스스로 자기의 역사를 만들지만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뜻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역사를 자신이 선택한 사회환경 속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환경 속에서 만든다.(김기석, 1999: 22)

언뜻 보기에 위의 진술은 인간의 역사가 구조의 결정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위의 진술에서 마르크스는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역사를 만들고자 하는 행위를 하지만 그 행위의 선결 조건은 사회 구조가 기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구조와 행위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이는 인간의 역사를 행위 혹은 구조 하나로 설명하고자 하는 단편적인 시각을 넘어서 구조와 행위의 연관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는 경제적 구조에 중심을 둔 분석을 하고 있으며, [무월(霧月) 18일]에서는 각 계급집단의 행위의 결과로서 초기의 의도와는 다른 의도하지 않는 영역에서의 사회 변화로 귀결되는 과정에 대한 행위론적 분석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무월(霧月) 18일]에서 마르크스가 가진 중심 질문은 "왜 공화정의 시도가 루이 보나빠르트 16세의 즉위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았는가?"라는 것이었다. 이 과정을 마르크스는 각 집단 사이의 경쟁과 협동, 경제적 정치적 역관계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분석하고자 시도하였다. 이는 마르크스 이론이 결정론적이라는 것에 반하는 것이다. 즉 마르크스 자신도 구조와 구조 사이의 변동이라는 시간 속에서의 인간의 행위의 역할에 대한 분석과 구조수준의 분석을 넘나들면서 역사 변동을 설명하려는 시도라고 평가될 수 있다.(Abrams, P, 1982.) 역사 변동의 사회구조적 법칙을 발견했다고 평가받는 [자본론]에서도 사회 구조 변동의 미시적 기제를 담고 있다는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이는 분석 마르크스주의 연구자인 엘스터에 의해서 진행되었다.2) 이러한 연구는 마르크스 이론의 구조의 변동에 함축되어 있는 미시적 행위의 의미를 다시 확보하고자 하는 시도라 할 수 있으며, 엘스터 자신도 이러한 시도가 마르크스의 사회 구조 변동을 설명하는 데 더욱 유익한 방법임을 주장하였다.

베버는 통상적으로 '방법론적 개인주의'의 방법론에 기반한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베버 사회학이 가진 구조주의적 관점과 차원이 재발견되면서 베버는 양 차원의 이념형적 수단성을 적시하고, 이를 통해 이들 차원의 결합의 가능성을 예시한 사회학자로 인식되기 시작하고 있다. (전성우, 1996: 57) 베버는 구조의 힘을 인정하면서 사회 구조와 행위와의 관련성을 찾고자 하였다. 그는 어떤 일원적 힘이 사회나 개인 행위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관련된 역학 내에서 사회적 변동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자 하였다.

베버의 구조주의는 어느 하나의 인과요인에 독점적 우위를 부여하지 않는다. 즉, 그는 생산력, 생산관계 및 상부구조간의 결정론적인 관계에서 출발하지 않으며, 따라서 베버는 일원론적인 그리고 일직선적인 인과론과 환원론을 거부한다. 오리려 베버는 인간의 행위동기와 행위가 전개되는 제영역들을 규정하는 기제들 및 거기서 사용되는 수단들의 위상을 원칙적으로 대동한 것으로 간주한다. 베버는 한편으로는 이른바 생간 또는 노동기제, 문화기제 및 지배기제 간의 밀접하고 체계적인 상관관계와 상호작용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지마,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상호작용의 논리적 그리고 이론적 전제조건으로서 이 세 가지 기제들의 상대적인 독자성, 자기법칙성을 인정하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세 영역 간에는 해소될 수 없는 근원적 갈등 또는 긴장관계가 존재한다고 본다.(전성우, 1996: 71-73) 그의 이러한 인식은 사회를 언제나 긴장관계에 있으며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변화되어 가는 구성물로서 보게 한다.

베버의 연구물 중 사회 구조의 변동과 행위의 관계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물로 [신교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있다. 이 연구물은 구조를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구조의 강압적 측면과, 구조의 가능적 측면을 동시에 역동적인 관계 속에서 파악하고 있다. 이 연구물에서 베버는 구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위의 선택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인 자본주의 출현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합리적 자본주의의 근본은 비합리성인 것이다.(김용학, 1996: 69-70) 이는 기든슨의 이론에 비추어 볼 때 행위수준이 구조화 될 때 행위자의 의도 혹은 비의도의 결과로 구조의 변동이 이루어짐 베버의 사회학 방법론을 통해서 보여주는 예이다.

이상에서 설명한 고전 사회학의 세 거장으로부터 우리는 구조와 행위의 관계에 대한 통합적 인식이 사회적 구조의 변동을 설명하는데 중요한 지점임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위의 세 사회학자는 각기 다른 방법론으로 평가받지만 구조와 행위의 관계에 대한 구체적이고 경험적인 연구가 함께 진행될 때 그들의 이론이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었으며, 그들의 이론과 연구 속에서도 이러한 구조와 행위의 관계에 대한 긴장이 서려 있음을 보았다. 이 세 학자 이후 방법론 자체에 대해서 보다 명확하게 논의하고자 하는 사회학자들이 많이 있었다. 그 중, 부르디외, 기든스, 아브람스는 구조와 행위의 관계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방법론적 탐구를 진행하였다.

부르디외는 어떻게 구조가 새롭게 되고 재생산되는가라는 문제, 그리고 그 재생산 과정에서의 행위자의 행위를 설명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하여 부르디외는 주관주의와 객관주의의 인식론적 결함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실천론'을 제시한다.(현택수 外, 1998: 80) 이는 구조와 행위에 대한 통합적 인식을 말한다. 그는 자신의 방법론을 '구성주의적 구조주의 혹은 구조주의적 구성주의라 하며, 행위와 구조와의 관계를 아비투스라는 개념을 통해서 해석하고자 한다.(현택수 外, 1998: 106) 아비투스는 주관적인 경험도 아니며 구조자체도 아닌 인간의 행위를 통해서 구조화되고 또한 동시에 인간의 행위를 구조화하는 것이다. 아비투스는 외재성의 내재화 과정을 분석하는 기본 개념이면서 동시에 내재성의 외재화를 통해서 사회 구조의 재생산 과정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아비투스의 담지자인 사회행위자는 계급구조의 산물인 동시에 계급 분류화 행위의 주체이다.(현택수 外, 1998: 113) 이러한 부르디외의 이론에 대한 비판은 그의 이론 또한 순환론의 위험을 가지고 있으며, 결정론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놓여 있다. 즉, 구조는 행위를 통해 생성되지만 이 행위는 이미 사회의 객관적 구조에 의해 구조화된 행위이고, 따라서 구조가 구조화되고 구조화되는 구조는 다시 구조를 생성시키는 구조가 된다는 것이다.(현택수 外, 1998: 118)

아브람스와 기든슨은 '구조화 이론'을 통해서 사회 구조와 행위의 변화과정을 설명하고자 한다. '구조화'란 행위와 구조의 관계를 바라보는 기본 관점으로 사회 변동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개인이나 구조 어느 하나에 치우치는 편향을 바로 잡기 위한 안목이다. 역사학과 사회학 모두 역사변동의 과정을 기술할 때, 인간과 사회구조 중에서 어디에 설명적 우위를 두어야 할 것인가의 문제에 봉착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아브람스는 행위와 구조의 상호작용을 역사적 과정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였으며, 기든스의 경우 이러한 상호 작용을 '구조화'라는 과정으로 개념화하였다. '구조화'는 사회구조가 인간의 행위의 조건을 규정하며, 인간의 행위가 사회 구조의 변화를 추동하는 과정을 개념화한다. 물론 인간의 행위는 개체 인간의 수준에서 제도와 관습 수준까지를 포함한다.

"역사(또는 사회)는 행위자의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런데 그 의도는 역사에 의해 만들어진다. 뿐만 아니라 이 두 가지는 동시에 이루어진다. 즉 개인가 구조는 각기 영향을 주는 것만큼 동시에 받는다. 다음, 인간이 역사를 만드나 자신이 뜻하는 대로 희망하는 그대로를 만들지는 못한다. 따라서, 행위자의 의도와 다른 결과가 타나난다. 즉, 역사는 의도만큼, 또는 그 이상, 의도되지 않은 결과의 연속이다."(김기석: 1996)

이는 구조와 행위 사이의 변증법적 관계가 역사적인 사회 변동의 기본 원리이며 이를 다소간 도식적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은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구조화는 아브람스의 경우에는 "structuring", 기든슨의 경우에는 "structurat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이는 "행위 수준이 새로운 구조 수준에 영향을 준다, 즉 행위의 구조화"라는 의미가 강한 표현이다. 위의 도식에서 우리는 구조 수준에서 행위 수준에 영향을 주는 것과 행위 수준에서 구조수준에 영향을 주는 두 가지 작용 양식을 구분하여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 작용 양식은 서로 다른 방식과 특질을 가진 작용 양식으로 구조화(structuring)라는 말로 그 의미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하여 위의 그림에서의 ②, ④의 경우와 ①, ③, ⑤의 경우의 작용 양식을 구분하고 개념화하고 각 작용양식의 특질을 밝힐 때 사회 변동의 과정을 보다 풍부하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구조(structure)'와 '행위(agency)'의 개념의 정교화가 필요하다. '구조'라고 했을 때 정확히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지에 대한 개념정의가 부족한 상태이다. 맑스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구조는 생산력과 생산관계를 의미한다. 하지만 사회 변동의 과정에서 이해되어야 할 구조의 수준은 정치 경제학적 수준에서만의 구조가 있는 것이 아닌 상대적인 의미가 더 크다. 즉 경제 구조와 교육 체제의 관계에 있어서는 전자가 구조의 의미를 가진다면 후자는 행위의 의미를 가진다. 또한 교육 체제와 인간 행위의 관계에서는 전자는 다시 구조의 의미를 가진다면 후자는 행위의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구조와 행위 수준의 구분이 필요하다. 이 구분은 기본적으로 상대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이며 이 상대적인 과정의 역동적인 관계를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사회 변동의 과정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3. 사회 구조, 인간 행위 변동의 과정으로서의: "구조화 + 행위화" 모델: '시간'과 '변화'

사회학의 여러 개념 중 교육학의 입장에서 가장 중점적인 의미를 가진 개념은 '시간', '인간', '변동'등의 개념일 것이다. 즉, 교육(사회)학은 '시간에 따른 인간 행동의 변화' '인간의 행위의 결과로서의 구조의 변동' '이에 대한 실천자로서의 의식적 개입'에 중심적 의미를 부여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학의 관심에서 봤을 때에는 사회학적 연구 방법론 중 구조와 행위의 관계를 통한 구조, 행위의 변화를 이론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방법론이 가장 교육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미시-거시 연계의 인과관계는 '시간'의 차원을 포함하고 있다. 거시구조의 영향력은 일정한 시간간격을 구고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며, 미시적 수준에서의 행위의 결과는 역시 일정한 시간간격을 두고 거시 구조를 변화시킨다. 이러한 시간의 차원을 고려할 때 회귀분석이나 대부분의 추리통계와 같이 시간에 대한 고려가 없는 연구방법론을 극복하고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미시와 거시 양자의 변동을 동태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한다.(이재열, 1996: 69-71) 또한 교육을 통한 인간 행동의 변화의 가능성과 이의 결과로서의 구조의 변동 가능성은 구조 - 행위 이론에 배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설명한 구조화의 관점은 인간 행위와 사회 구조의 관계의 일면만을 다루고 있다. 즉, 구조화의 관점이 행위 수준이 어떻게 구조의 수준을 변화시키는가의 문제에 중심이 있다면 "행위화"의 과정은 구조 수준이 어떻게 행위 수준을 규정하는가의 문제에 핵심을 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제시한 [그림 1.]에서 ②, ④의 경우와 ①, ③, ⑤의 경우의 작용 양식은 서로 다른 방향과 특질을 가진 작용양식이다. ②, ④의 경우는 행위 수준의 내용이 어떻게 구조 수준의 특질을 변화시키는가의 과정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조화'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①, ③, ⑤의 경우의 작용 양식은 구조 수준에서의 행위 수준에 대한 규정력을 나타내는 "행위화"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 변동의 과정에 대한 인식 틀로서 우리는 "구조화와 행위화의 계속적인 작용의 시간적 흐름"이라는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행위화'의 과정은 기본적으로 행위 수준에 대한 구조 수준이 가지고 있는 '규정성'이라는 특질을 가진다. 이는 맑스주의 사회 이론에서의 '규정성'으로 완전한 결정성이 아닌 행위의 특질과 정도를 규정하는 기본 조건의 역할로서의 '규정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의 반대적 개념으로서는 행위 수준의 '상대적 자율성'을 들 수 있다. 이는 행위 수준의 내용과 정도가 구조 안에서 일정한 수준에서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며, 이는 규정성과 함께 행위화의 과정의 특징을 결정시키는 두 번째 요소이다. 더 나아가 '상대적 자율성'은 '구조화'의 논리적 가능성을 전제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행위는 그 상대적 자율성으로 인하여 이전 구조의 특질을 변형시키는 역동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 과정으로서의 '구조화'의 결과로서 새로운 내용의 구조가 나타나게 된다.

요컨대, 아래 [그림 2.]를 들어 설명한다면 구조1에 의해서 규정되지만 상대적으로 자율성을 가진 행위1이 "행위화"되며, 이 행위화된 행위1은 그 상대적 자율성으로 인하여 구조 1의 특질을 변형시키는 역동적 가능성을 가지며 이 결과가 구조2로 "구조화"된다. 이러한 과정의 연속을 우리는 사회 변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구조와 행위의 개념은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구조의 개념은 맑스적 개념에서의 생산관계의 경제적인 요소를 뜻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행위의 개념은 말 그대로 개체나 집단의 인간 행위로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한 사회 구조에는 경제 구조와 인간의 행위 사이에 여러 단계의 수준이 다른 요소들이 놓여 있다. 특히 근대 국민 교육의 출현 이후 교육 체제는 인간 행위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로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 체제 또한 사회적 경제 구조에 일차적으로 규정받는 사회 제도(human agency)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육 체제는 구조인가 행위인가? 교육 체제는 완전히 구조적 측면만을 갖는다고 할 수 없으며, 또한 완전히 행위의 측면만을 가진다고 할 수 없다. 교육의 구조성 혹은 행위성은 절대적으로 규정되는 개념이기보다는 상대적인 관계에서 도출되는 개념이다. 즉, 교육체제는 사회 구조에 비하여는 행위의 측면을 가지고, 인간 행위에 비하면 구조의 성질을 가진다. 따라서 우리는 구조와 행위 수준에 대한 상대적인 개념화를 할 필요가 있다.


위의 그림은 교육체제와 관련한 사회 구성 요소를 세 가지 수준의 분석 수준 즉 사회 구조, 교육 체제, 인간 행위의 수준으로 상대적 개념화를 시도한 그림이다. 위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이 교육체제와 사회 구조의 관계는 "행위성을 갖는 교육체제와 구조로서의 사회 구조의 관계"에 있으며, 교육 체제와 인간 행위 사이의 관계는 "행위로서의 인간 행위와 구조로서의 교육 체제"의 관례로 정립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 구조와 교육체제의 관계는 "교육체제의 상대적 자율성과 사회 경제적 구조의 규정력"의 상호 관계에 있으며 이는 사회 구조에 따른 교육체제의 "행위화" 과정과 교육체제에 따른 사회 구조의 "구조화"관계를 설명하는 기본 관계라 할 수 있다. 또한 교육 체제와 인간 행위와의 관계는 "교육체제를 통한 인간 형성과 인간 의지의 역동성"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이 또한 교육 체제에 의한 인간 행위의 "행위화" 과정과 인간 행위의 역동적 과정을 통한 교육체제의 변화의 과정인 "구조화"의 과정을 설명하는 기본 관계이다. 그리고 교육체제를 통하지 않은 사회 구조와 인간 행위의 상호 작용의 관계 또한 성립한다. 이러한 관계는 교육 체제를 제외한 정치 문화 사회적 제도를 통한 상호 작용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적 교육체제가 구축되기 이전에는 사회 구조와 인간 형성의 관계는 교육체제 이외의 것에 의해서 중심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위의 그림이 시간 정지 상태에서의 개념화라면 교육학의 핵심적인 개념인 '시간'을 투영한 개념화는 {그림 2}와 {그림 3}의 복합으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체제는 그 자체로 고립된 영역이 아니며 사회 구조와의 끊임없는 상호 작용 속에서 변화하고 있으며, 또한 교육체제에 의해서 형성된 인간은 교육체제의 변화를 추동하거나 사회 구조의 변화를 추동하기도 한다. 이러한 세 가지 요소의 관계와 그 관계 속에서의 세 요소의 변화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 한국 교육의 전체를 설명하는 것이 될 것이다.

사회 구조, 교육 체제, 인간 형성이라는 세 요소를 기반으로 하는 위의 이론은 아직까지 각 요소의 정확한 개념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일반적으로 사회 구조는 경제적 관계를 중심으로 한 생산 관계를 중심적 의미로 가지고 있으며, 교육 체제는 기간 교육 체제를 뜻한다. 위의 이론에서의 가장 중요한 지점은 각 요소간의 관계의 특성과 그 관계들의 총합이 사회 구조, 교육 체제, 인간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시간 개념을 투영하여 해석해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술한 "사회 변동의 모델로서의 구조화 + 행위화 모델"과, "구조와 행위 수준의 상대적 개념화"를 복합적으로 개념화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위에서 제기한 3요소 중 사회 구조는 가장 구조적 성격을 가지는 요소이며 인간은 가장 행위적 성격을 가지는 것이다. 또한 교육 체제는 상대적으로 구조적 특성을 가지기도 하며, 행위적 특성을 가지기도 한다. 따라서 사회 구조는 교육 체제와 인간 행위에 논리적으로 선행하는 규정 조건으로서 작용하며 교육 체제와 인간 행위의 형성과정에 "규정성"을 가지는 "행위화" 과정에 영향을 준다. 이에 대하여 교육 체제와 인간 행위의 형성 과정은 사회 구조에 대하여 상대적 자율성을 가진다. 사회 구조에 위한 인간 행위의 행위화 과정은 교육체제를 경유한 행위화의 과정이 있으면서, 동시에 교육체제를 경유하지 않은 정치·문화·사회적 차원에서의 행위화의 과정이 있다.

교육체제는 3요소 중에서 상대적인 위치에 있으면서 사회 구조에 관해서는 행위적 성격을 가지며 동시에 인간 행위에 비하여는 구조적 성격을 가진다. 사회 구조에 대해서 가지는 상대적인 자율성은 사회 구조의 변화를 추동하는 "구조화" 과정의 기본 전제로서 작용하며 사회 구조는 교육체제에 의해서 제한된 조건 내에서 변화할 수 있다. 교육체제는 인간 행위의 "행위화"과정을 유발하며 특정한 인간성, 인간 특성, 인간 유형을 제시하교 명시적인 교육과정과 잠재적인 교육과정을 통해서 인간을 형성한다. 이러한 과정을 교육 체제에 의한 인간 형성의 행위화 과정이라고 개념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교육 체제가 제시하고 목적으로 하는 인간 형성이 온전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인간 형성이라는 행위 수준이 가지는 의도성과 비의도성 상대적 자율성에 의한 역동적 변화 가능성 때문이다.

인간 행위는 3요소 중에서 가장 상위의 행위 수준이라고 할 수 있으며 사회 구조와 교육체제에 의해서 규정성을 받으면서 "행위화" 된다. 그러나 인간 행위는 구 수준의 구조적 성격을 가진 요소에 대해서 상대적인 자율성의 의지의 역동성을 가지며 이는 특정 인간 행위에 의해서 처음의 상호 구조와 교육 체제가 변화 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게 한다. 이러한 과정을 인간 행위에 의한 사회 구조와 교육체제의 "구조화"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다소간 도식적으로 표현하자면 아래와 같은 그림으로 표현된다.

행위화의 과정은 3가지 다른 양식으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위의 도식에서 '행위화 ①'은 사회 구조에 의한 교육구조의 변화이며 이는 그 동안의 교육사회학의 중심 주제 내용이다. 이는 사회 구조, 보다 핵심적으로는 경제 구조와 교육체제 사이의 관계에 대한 탐구영역이며 맑스주의 교육사회학의 중심 주제였다. 보울스와 진티스의 '자본주의 미국에서의 학교'와 같은 연구는 미국의 자본주의 발달에 따른 공교육 체제의 형성과 그 특질의 규정에 대한 연구 내용이다. '행위화 ②'는 교육 체제가 어떠한 인간을 형성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이는 특정 시기의 교육체제가 가지고 있는 특질과 기능이 어떠한 인간형을 배출하였는가의 문제가 1차적인 문제이다. 하지만 인간 행위의 역동성은 교육체제의 의도가 인간 형성에 완전하게 투영되지는 않게 한다. 즉, 폴 윌리스의 '노동 학습'의 경우에는 학교 체제의 의도와 인간 행위의 상호 작용을 분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행위화 ③'의 과정은 교육역사 사회학에는 직접적인 연구 영역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이후의 구조화의 과정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 또한 필요하다. '구조화①'의 과정은 특정 인간형이 교육 체제에 영향을 주는 과정을 말한다. 이에는 기본적으로 인간 행위의 자율성과 역동성을 전제로 하며, 이의 결과가 교육 체제의 변화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연구이다. 그리고 '구조화 ②'의 과정은 교육 체제가 사회 구조의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이다. 마지막으로 '구조화③'의 과정은 인간행위가 사회 구조에 주는 영향을 연구하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여러 연구 영역은 각기 분리되어 존재할 수는 없다. 즉, 각각의 연구 영역을 연구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교육 역사사회학 연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상호 작용을 각각의 수준사이의 관계에 따라서 분석해 낼 수 있으며, 이의 시간적 흐름에서의 변화의 원인과 그 양상을 분석하는 것이 교육역사사회학적 연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여 위의 도식은 연구자가 내적으로 인식해야 할 내용이지 도식적으로 각각의 영역을 분리한 채로 연구를 해서는 안될 것이다. 분리의 단순한 총합은 전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4. '변화'를 위한 교육: 실천자로서의 의식적 개입

학문 자체가 하나의 실천적 행위임에는 분명하다. 마르크스가 '실천적 인식'이 인간의 기본적인 인식방법임을 주장하고, 베버 또한 근대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실천으로서의 학문과 정치를 주장하였으며, 부르디외 또한 실천적 사회학을 주장하였다. 실천과 인식은 전혀 다른 두 영역이 아니다. 학문적 행위 자체 또한 이미 학자의 입장에서의 관심 영역에 대한 분석작업이라면 하나의 실천 행위라 할 수 있으며, 인식자로서의 인간의 외부 세계에 대한 실천은 인식의 밑거름이 된다.

사회학은 사회적 사실에 대한 객관적 접근을 주요한 목적으로 표방하지만. 만하임의 이적과 같이 인간은 실존적인 조제 제약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존재 제약성은 자신의 인식 대상과 방법, 내용을 규정하게 된다. 각각의 인식 내용은 동일 시간대에서의 상이한 문화, 이해를 가지는 계급, 집단의 상호 '경쟁'이라는 요소와 '세대간의 층'이라는 시간적 차이의 요소에 의해서 달라진다.(Karl Manheim, 1992: 349-350)

결국, 만하임에 있어서 지식사회학이란 "존재제약성에 대한 판단기준을 마련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이 문제를 가차없이 철저하게 규명함으로써 지식의 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이론외적 조건이 갖는 의미"를 밝히는 작업이다.(Karl Manheim, 1992: 343) 하지만 그렇다고 만하임이 각각의 시각구조에 따른 인식내용에 대해서 상대론적인 입장을 취한 것은 아니다. 만하임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물, 사상으로서의 '물자체'의 존재에 대하여 부정하지 않고, 다만 이에 접근하고자 하는 각각의 시각구조가 그 관찰자가 처한 상황으로부터 본질적으로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상대론적 인식론의 귀결이 결국 서로 다른 인식내용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서 더 이상의 분석적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면, 만하임은 이러한 함정을 비켜나가고자 했던 것이다. '자기 자신의 존재론적 제약성'까지 포괄하는 연구자의 자세와 객관적 실재에 끊임없이 근접하고자 하는 분석적 시도는 현대 사회학이 기본적으로 전제해야 할 기본적인 자세일 것이다.

만하임의 지적처럼 연구자가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입장과 방법으로 대상에 대해서 다가가는 것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이를 연구자가 적극적으로 공표하고 자신의 주관적 입장의 전제에 대해서 인정하는 것이 보다 지적으로 정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주관을 가능한 최대한도로 줄여나가고 상대적으로 자신을 객관화시켜내는 작업이 정지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정말 가치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라고 장담하면서 자신의 연구물을 제시하기보다는 자신이 '존재론적 불완전성'을 가지고, 주관적 입장을 배제 할 수 없음을 과감히 인정하고 그러한 전제 위에서 자신의 연구물을 평가하기를 바라는 것이 보다 진정한 '지적 정직성'일 것이다.

사회학 내부에서의 이러한 방법론적 반성에 터하여 교육 사회학에 있어서도 그 방법론적 반성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교육학 나름의 본질적인 성격 즉, '의식적 실천으로서의 교육현상에 대한 탐구'를 위한 교육적 사회학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 행위로서의 교육행위'의 본질은 '타자에 대한 설득'에 있다. 뒤르켐 이후로 교육은 사회화의 과정이라는 것은 상식적인 개념으로까지 우리의 의식 수준에 고정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화라는 개념과 교육이라는 개념을 구분해야할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 뒤르켐은 사회화를 "이기적이고 비사회적인 존재인 개인이 집단의식을 내면화함으로써 사회적 존재가 되도록 하는 과정"으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의 사회화는 현 사회의 능동적 변화와 진보의 에너지를 설명해내지 못한다.

교육이라는 것이 정형화된 체제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을 포함한 보편적 인간행위로 규정된다면 우리는 역사적 변혁과 진보의 에너지를 생산해 내는 과정으로서의 교육의 개념을 필요로 하게 된다. 교육은 분명 사회의 변화의 역동적 에너지를 그 안에 가지고 있다. 교육이 중시하는 것은 현상태의 안주가 아니라 보다 나은 상태를 추구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현상태의 고정 태에서 안주하지 않고 잠재적 가능성의 영역을 향해서 경주하는 과정이 교육의 핵심을 이루며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교육이라고 개념화 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화가 개인을 한 사회에 적합한 인간으로 기르고 길들이지만, 그렇게 길러진 인간이 도리어 그 사회의 적합성을 비판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오로지 교육을 통해서이다.(조용환, 1997)

이러한 의미에서의 교육에 대한 사회학적 탐구의 핵심은 '시간과 의식적 실천을 매개로 한 인간 행위의 변화와 이를 통한 사회 구조의 변동 가능성'일 것이며, 이를 위한 방법론으로서는 이 글에서 분석하고자 한 구조와 행위의 변동에 대한 통합적 이해의 방법론일 것이다. 그리고 사회학적 안목을 가지고 이를 위한 지적 수행 작업이 제 3기 교육적 사회학의 방향이 될 것이다.

■ 참고 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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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필자는 교육적 사회학(Educational Sociology)을 제 1기, 교육의 사회학(Sociology of Education)을 제 2기로 정리하고자 한다. 1기의 특성은 교직학 중심, 2기의 특성은 사회학 중심이었으며, 제 3기의 교육사회학은 1,2기를 극복하면서 교육의 본질적 원리인 인간행위의 변화와 이를 통한 사회 구조의 변동을 위한 의식적 실천과 사회학적 방법론, 안목이 만나는 새로운 교육사회학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의 교육의 본질적 원리는 기존 사회학 혹은 교육사회학에서의 '사회화(Socialization)'의 개념과는 다른 원리를 전제하는 것이다.
2) 엘스터는 마르크스 이론의 핵심적 개념인 모순과 국가이론, 그리고 이데올로기의 미시적 근거를 분석 시도한다. 그는 모순이 부분으로부터 전체에 관한 관계를 추론할 때 발생하는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에 기초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자본주의의 핵심적인 구조적 모순과 위기가 결국은 미시적 행위자의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의 불일치에 의한 구성의 오류에서부터 기반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자본주의에서의 국가에 대한 자본가의 전략적 사고의 근거 또한 자본가들의 노동자들과의 협상에서의 직접적 적대성의 은폐 전략, 개별 자본가에 대한 집합 자본의 통제 필요성, 국가를 이용한 제도적인 타협의 탄력성에 대한 요구에서 미시적으로 분석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엘스터는 이데올로기의 기인을 피지배 집단의 투사(投射) 심리, 인지의 불일치 해소를 마음의 평화에 대한 희구로 설명한다. (김용학, 1992: 141-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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