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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 다시 학교 현장에 서서

2003.05.02 20:31

김재석 조회 수:1190 추천:4

현장으로

다시 학교 현장에 서서

김재석 진보교육연구소 소장, 영등포여자고등학교


지난달 교육개방 저지를 위한 농성장에서 만난 본부 전임자들이 여전히 두꺼운 파커에 내복까지 입고 다니는 것을 보고 '철모르는 사람들'이라고 짐짓 타박을 주었다가 4월말까지 내복을 입고 다니던 사람이 웬일이며, 학교에 돌아가더니 무장해제를 했다는 되레 핀잔만 받고 말았다. 사실, 전임자들은 언제, 어디서 길바닥에 주저 앉아야할 모른다. 그만큼 우리의 교육·노동·정치 등의 현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두꺼운 파커에 내복으로 무장하고 철을 모르는 아니라 잊은 투쟁하는 우리의 전임자들에게 자리를 빌어 경의를 표한다.

여하튼 나는 지난 3 간의 전임을 마치고 학교 현장에 복귀하여 비로소 철의 변화를 만끽하고 있다. 교정 나무들의 움을 보면서 봄이 오는구나 싶었는데 느티나무는 어느새 포실포실한 연초록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사실 철의 변화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느껴졌다. 뽀송한 매끄러운 얼굴에서 초봄의 긴장을 살짝 느낄 있었는데 어느새 춘곤증에 겨워하며 많이 풀어졌다.

그동안 학교는 많이 변해 있었다. 학습지도안은 컴퓨터에 연간 계획서만 올려 주면 끝이란다. 출근부·주번근무·학급일지 폐지된 지금 이야기하면 이상한 사람이다. 초등선생님들께 정말 미안하지만 주당 18시간이 초과 수업수당 지급 기준이다. 특히 부장교사를 전체교직원회의에서 2배수로 추천하여 뽑았다고 한다. 인근 중학교 곳에서는 단일 후보를 뽑아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그간 단협의 성과이며 단협을 학교에 강제하기 위한 우리 조합원들의 피나는 투쟁의 결과물이다. 내가 있는 학교도 작년에 학교장의 독선적 태도와 일반 교사의 무관심으로 무척 힘겹게 싸웠다고 한다. 이러한 싸움을 통해 조합원들은 단련되고 분회가 학교의 기간조직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이 학교 현장이 일부 민주화되고 잡무나 불합리한 관행이 폐지된 반면 다른 쪽에서는 근무조건을 악화시키는 새로운 요인들이 무척 늘어나 있었다. 수행평가가 필수이고, 7 교육과정에 따른 부진아 지도도 해야하며, 특히 아이들에 대한 각종 정보와 교육활동을 컴퓨터에 입력시킴과 아울러 수기장부를 동시에 만드는 이중 작업이 교사들을 매우 번거롭게 한다. 그리고 교육청 공문도 없어진 것이 있는 한편 새로운 것이 생겨났기 때문에 예전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와중에 새삼 안타까운 것은 단위학교 분회의 역량이다.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있는 분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공립중고등학교의 경우 조합원수가 거의 과반수에 이르는 학교가 많지만 학교를 주도하는 분회는 많지 않다. 지난 수년간 우리 전교조가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 정책 철폐를 위한 싸움에서 많은 성과를 내면서 교육계의 확실한 대안 세력으로 자리잡았다고 대체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반면 분회단위에 대한 평가는 위와 같이 인색한 편이다. 이에 대해 사업의 집중점이 전국단위 싸움에 모아진 결과라는 분석도 타당하지만 동시에 목적의식적인 분회단위 사업 배치에 소홀했던 점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작년도 서울지부 공립초중등 민주적 인사자문위원회 쟁취 사업 결과 일부 분회가 비약적인 발전을 하면서 학교를 주도할 있는 토대를 마련한데서 찾을 있다. 이처럼 대중적인 이슈가 분명한 사업을 분회 사업으로 배치하고 체계적으로 지도·지원을 한다면 좀더 많은 분회가 학교를 주도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네이스 투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엄중한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리고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 제정반대 투쟁부터 교육개방을 저지하기 위한 싸움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이리하여 지금 전조합원 연가투쟁이 논의되고 있다. 우리 학교 조합원 분이 정부의 네이스 강행 방침 발표이후 교무실로 찾아와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결국은 연가투쟁으로 가야겠군요." 작년 9월부터 싸워온 정보인권 보호와 교원통제 저지를 위한 네이스 폐기투쟁을 결코 중단할 없다는 것을 현장의 조합원들이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입력하는 아이들의 정보가 나갔을 그것이 가져올 결과를 너무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지난 차례 대중적 연가투쟁을 하면서 이제 우리 조합원들은 이러한 투쟁의 경로와 지도부의 자세에 대해 알만큼은 안다. 그들은 자신들이 대상화되는 것을 제일 싫어하고 자신들의 역동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여건이 주어지기를 원한다. 그리고 지도부가 자신들을 신뢰하고 궁극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를 갈망한다.

학교 현장은 역동적이다. 수많은 아이들의 살아 숨쉬고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교사들이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따라서 단위학교에 잠재된 역량은 무한하다. 그러나 분회가 살아 움직이지 않는 진보를 위한 운동에너지로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이번에 학교의 변화된 모습 가운데 하나는 교사들이 틈만 나면 인터넷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히 교사들 사이의 대화는 줄어들었다. 실제 공간에서 교사들의 상호작용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이에 결국은 분회가 나서야한다. 어떤 형태로든지 분회가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분회 단위의 공동사업을 배치하는 분회 활성화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것을 힘있게 추진해야 한다. 그리하여 학교를 주도하는 분회를 늘려가야 것이다.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를 저지하고 공교육을 강화하는 힘도 결국은 여기서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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