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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 현장에서_천성산 고속철도 반대투쟁 반성문

2005.04.18 14:58

jinboedu 조회 수:1180

제목 없음  

천성산 고속철도 반대투쟁 반성문


이헌수 | 양산여고

 

 

나는 부끄럽게 이 글을 씁니다.

처음 원고 청탁을 받았던 내용은 고속철도와 천성산, 그리고 지율 스님과 관련한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그때 거절을 했었어야 했는데 욕심이 앞서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쓸려니 도대체 어떻게 써야할지, 이미 다 아는 내용을,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더 잘 알 수 있는 내용을 주저리주저리 쓴다는 것이 계속 마뜩찮아서 미루다가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약속은 약속이다 보니 이 글이 실릴지 어떨지도 모른 채, 왜 글을 쓰지 못했는가 변명을 하고 싶습니다.

4년 전 지율 스님을 만나서 천성산에 임도를 내는 문제에 대해 말씀을 들었습니다. 지율 스님은 산에 계신 분이라 속세의 사정을 몰랐고, 지역에 연고도 없으니 하고픈 말을 풀어낼 데가 없으셨었나 봅니다. 그래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어쨌든 지역에서 활동하는 저와 우연찮게 연락이 되었고, 계속 지율 스님의 하소연(?)을 들어야 했습니다. 사실 지율 스님의 말씀이 하소연은 아니었죠. 양산 지역의 활동가라지만 딱히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는 제게 하소연 이상의 의미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겠죠.

그렇게 만난 뒤로 지율 스님과 자주는 아니지만 뵙게 되었고, 또 지율 스님이 아동들을 참 좋아라 하시다 보니 학생들과 함께 내원사로 놀러오기를 자주 청하셨죠. 하기야 그래봤자 자주 갈 처지는 아니었습니다. 핑계는 그때그때 달랐죠.

어찌 되었든 그렇게 해서 지율 스님의 1차, 2차, 3차 단식을 그냥 지켜만 봐야했습니다. 단식 중에도 지율 스님은 제게 전화를 하셔서는 진행 상황을 의논해주시고, 지역의 역할에 대해 요구도 하셨죠. 그러나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기껏해야 전화 드리고, 한두 번 찾아뵙는 정도 뿐이었습니다. 그때마다 여전히 핑계는 있었습니다.

3차 단식으로 공사 중단과 환경영향재평가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3차 단식이 끝난 후 지율 스님이 다시 전화를 하셔서는 당신이 앞에서 싸우셨지만 지역의 일이니 만큼 지역의 활동가들과 함께 보고회를 갖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지율 스님의 요구대로 지역의 시민사회노동 단체장들을 찾아다니며 지율 스님과의 비공식적인 간담회 일정을 잡았습니다. 간담회 자리에서 지율 스님은 이 현안과 관련한 조직을 꾸려 줬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셨고 이를 논의하기 위해 3차례의 공식적인 간담회를 더 진행하여 “도롱뇽 소송 양산시민행동”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양산시민행동을 통해 길거리 서명, 선전전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활동을 하였고,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만들어 뿌리고, 강연회도 개최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죠. “아, 이제야 지율 스님에 대한 죄스러움을 좀 벗는구나.”

일이 잘 진행되는 것 같더니 정부와 공단 측의 약속 미이행으로 인해 지율 스님의 4차 단식으로 이어졌습니다. 4차 단식이 100일이나 이어졌고, 그 길은 가시방석이었습니다. 한 순간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단식이 길어지면서 현안 지역인 양산에 연고를 둔 유일한 관련 단체라는 이유로 갑자기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지난 겨울 방학 내내 바빴었습니다. 라디오 간담회를 비롯해서, MBC를 비롯한 중앙방송들의 관심까지. 한 일이 없이 주목 받는 부담스러움과 갑자기 늘어나는 일정으로 인해 감당하기 힘들었습니다.

산고 끝에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또다시 환경영향재평가 실시가 합의되었고, 이와 관련한 활동들을 일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게 되었습니다. 다급해진 상황이 아니니 만큼 활동의 방식을 바꿀 필요가 생긴 것입니다. “도롱뇽 소송 양산시민행동”은 연대기구 형태로 구성되었고, 제가 집행위원장을 맡게 된 것은 지율 스님과의 관계가 가장 돈독하다는 단 하나의 이유뿐이었습니다. 제 운동의 전망이 환경운동에 있지도 않다 보니 운동의 전문성에 있어서도 떨어지고, 독자적 환경운동단체를 꾸릴만한 조직가로서의 면모도 없다 보니 지금 거의 정지 상태에 있습니다.

지율 스님과 만나서 일단 얘기를 나눠 본 후 “도롱뇽 소송 양산시민행동”의 조직적 방향을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산적한 일들을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습니다. 그런데 지율 스님은 여전히 바쁘시네요. 그저께는 대전에 계셨는데, 오늘은 어디에 계신지. 몸도 다 못 추스르고 전국을 다니시는 지율 스님을 생각하면 이렇게 안일하게 있어서는 안 되는데...... 갈 길도 바쁘고 마음도 바쁜데, 길을 못 찾겠네요.

양산은 지방의 소도시로 부산과 인접하여 독자적인 도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곳입니다. 그런저런 이유로 양산에는 제대로 된 시민사회가 없고, 기껏해야 소수의 노동 단체밖에 없습니다. 전교조 양산지회가 지역에서 가장 큰 노동 단체라면 지역의 사정은 뻔하지 않겠습니까. 또한 양산은 신도시 지구로 난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엄두도 못 낼 일들이 일어나도 시민사회의 저항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부산 쪽에서 양산의 현황을 걱정하고 대신 논평을 내주는 정도입니다. 처음 ‘도롱뇽 소송 양산시민행동’을 통해 지역에 건강한 환경단체를 하나 꾸려보고자 했으나 쉽지 않음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아직 그 희망을 버리지는 않고 있지만.


천성산은 전국에서 제일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산 정상입니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 시에서는 해맞이 행사를 천성산 정상 부근에서 진행해 왔었습니다. 산 정상에 있던 군부대가 철수하면서 산 정상에 120억원을 들여 “해맞이 시민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시에서 내놓았지요. 산 정상까지 임도를 확장해서 도로를 내겠다는 것인데... 이 문제도 어찌해야 될지 걱정입니다. 나날이 걱정이고, 매일매일이 산 넘어 산이군요.

하나를 마치지 못했는데, 또다시 일이 생기고 그 일을 변변히 틀어쥐지 못하고 있는 처지에서 무엇을 써야 할지, 무엇을 쓸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답답한 심정을 그냥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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