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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학생 학력신장방안‘ 대응을 진단한다

'서울학생 학력신장방안‘ 대응을 진단한다


조남규 | 서울 오남중

 

1. 학력신장방안이란?


2004년 서울시 교육감에 새로 취임한 공정택은 이미 지방에서부터 점차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 즉 “우리 지역 일류고 만들어 일류대 많이 보내자”는 분위기(실력 전남! 선진경기! 등)를 서울에서도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소위 ‘서울학생 학력신장방안’이란 걸 연구(?)하여 2005년 2월 발표하였다.

연구기간은 고작 2-3개월 정도이고, 태스크포스 팀이란 걸 만들었는데, 온갖 잡탕밥에 핵심은 국영수 중심으로 성적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초등학교에서는 그동안 공식 실시를 금지해왔던 일제평가를 대대적으로 도입하고, 서술형 통지표를 5단계로 등급을 나누어 보내며, 각종 경시대회를 학급->학교->지역교육청->시교육청 수준으로 벌여나가겠다는 것이다.

중고등학교에서는 3월에 대대적으로 중1 진단평가(국,영,수)를 실시하고, 이를 근거로 우열반(소위, ‘수준별 이동수업’)을 3수준(상,중,하 반) 이상으로 운영하되 그 비율을 2005년 40% ->2006년 50% -> 2007년 60%로 올리며, 지필평가에 서술․논술형 평가를 30% 이상 반드시 실시하도록 하였다.


2. 2-3월 서울지부의 대응과정


서울지부에서는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위와 같은 학력신장방안 구상에 대하여 알고 있었고, 적절한 라인(교육감 산하 서울교육발전특별위원회 등)을 통하여 ‘학력신장방안’내용에 대해서 문제제기한 결과 일부 항목을 삭제하거나 표현의 수준을 떨어뜨린 바 있으나, 결정적으로 초등학교의 일제고사와 중1 진단평가가 그대로 발표되었고, 초등학교의 통지방식을 ‘수, 우, 미, 양, 가’ 5단계 평가에서 표현만 ‘수, 우, 미, 양, 가’가아닌 5단계평가(?)로 발표되었다.

새로이 집행부가 구성되고 임기를 시작하는 어려움도 있겠으나, 단지 협상만을 통하여 새로 취임한 공정택 교육감의 공약사항인 ‘학력신장방안’을 뒤집을 수는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서울학생 학력신장방안’의 공식 발표 이후, 당장 3월 9일 실시하겠다는 중1 진단평가는 중학교 교사들에게 상당한 충격과 부담으로 다가왔다. 서울지부의 항의에 서울시 교육청의 담당 장학사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실시여부를 자율에 맡기도록 추진하겠다고 하였으나, 이 담당 장학사의 건의(?)는 서울시 교육청 상층에 의해 묵살되었다.

학교 현장에서는 서울지부와 교육청 담당자와의 협의에서 교육청이 실시여부를 학교 자율로 하기로 했다는 말을 믿고 시험 보지 않아도 된다고 열심히 설득하였으나, 시험 일주일 전부터 교장들은 ‘공문 없으면 나는 못 움직인다.’고 하였고, 시험 3일전에는 오히려 “시험 날짜만 자율 결정이고, 시험은 반드시 보아야만 한다.”는 교육청 공문이 내려와 학교 현장에서 대응을 더욱 곤란하게 하였다.

실제로 3월 9일 중1진단평가에 대한 서울지부 차원의 지침은 전무한 상태였다. 실제로 3월 9일 중1진단평가가 서울 남부와 관동을 제외한 전 지역에 걸쳐서, 일사불란하게 치러졌다. 그 결과 진단평가 결과를 외부에 알리지도 말 것이며,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알리지 말라던 지부와 서울시교육청간의 협의내용과는 무관하게 이미 많은 학교들이 3월 중순이 되자, A학교는 평균이 90점, B학교는 평균이 80점, C학교는 평균이 70점이라는 사실들이 이미 ‘발 없는 말’이 되어 퍼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이제 입학한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은 이미 학원에서 입수한 ‘시험 대비 정보’를 들고 와, 담당교과교사나 담임에게 진단평가를 준비하려면, 학원에 다녀야 하느냐는 질문을 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개학 직후의 어려움과 서울지부의 지침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상태에서도 일부 현장에서는 교사의 자존심을 걸고, 가능한 수준에서의 대응을 해냈다.

시험 실시 자체를 교무회의에서 논의한 끝에 완전히 막아낸 학교들도 있었고, 시험을 강행에 맞서 수업을 진행한 교사들도 있었다. 일부 교사들은 시험지 자체를 폐기하였고, 일부 교사들은 시험을 자기 수업시간에 같이 풀어보는 방식으로 대응하였다. 시험이 끝난 후에도 많은 학교에서 교장은 채점을 하여 결과를 가져오라 하였고, 교사들은 채점할 수 없다는 지난한 싸움이 벌어졌다. 시험을 보지 않고 수업을 진행하거나 시험지를 폐기한 교사들에게 교장은 사유서를 써라, 시말서를 써야한다고 협박하였고, 이 협박에 조합원들은 어이없어 하면서도 분회별로 대응하는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이러한 학교 현장의 대응에 대한 서울지부의 지침은 “분회의 집단적인 거부는 가능하나, 개개인의 거부는 안된다.”라는 한 줄이었다. 그 외에는 때 늦은 선전지의 배포와 김빠진 뒤의 서명용지 배포였다.

3월 중순이 되어 중1 진단평가가 한 고비를 넘기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국,영,수,사,과 5과목을 중1, 고1에서 과목마다 지필평가의 30%를 반드시 서술형․논술형으로 출제해야 한다는 지침이 불거졌다. 서술․논술형 문항은 2006년에는 중2, 고2까지 확대되고 2007년에는 중고등학교 전 학년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3월말 학부모 총회 등을 앞두고 학교마다 학교교육계획서를 짜고 고사계획을 발표해야 하는데, 중1, 고1 수업을 담당하는 국영수사과 교사들의 부담과 분노는 대단했다.

서울시 교육청의 서술∙논술형 지필평가 30% 출제 방침은 일단, 교육부의 학업성적관리 지침조차 어기고 있는 내용이다. 또한, 바로 전 교육감이 그렇게도 강조하던, 수행평가의 틀 자체를 아예 없애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현재 수행평가체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교사들이 몇 년을 연구하고 공들여서 조금은 안정화 되어가기 시작하는 ‘수행평가’의 틀 자체를 없애겠다는 ‘발악’이다. 중1진단평가와 더불어 현장 교사들을 깡그리 ‘무시’하는 독재정권시대에서나 횡횡하던, ‘일방통행의 교육행정 유령’이 다시 고개를 들이밀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서술형∙논술형 지필평가 30점(100점 만점) 반영은 학생들의 ‘창의력’을 신장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런데, 국어는 ‘말하기, 협동학습, 도서관 수업 등’이 중요하고, 영어는 ‘작문, 해석 등’의 문제를 낸다 할지라도 이는 서술․논술형 평가의 취지인 창의력 등과 거리가 먼 것이다. 수학은 풀이과정을 주관식으로 쓰는 것인데, 이 역시 창의력 등과는 거리가 멀고, 사회는 그동안 진행해왔던 ‘자료 조사, 신문 만들기 등’의 수행평가를 약화시키는 것이며, 과학은 전통적으로 수행평가를 실험실습으로 해오고 있는데, 오히려 실험실습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교과와 각 교과별 단원의 특수성 등을 완전히 무시하고, 이렇듯 서술․논술형 평가를 강요하는 이유는 단 하나, 앞으로 대학입시에서 논술이 강화된다는 것 때문이다. 서술․논술형 평가 30% 이상 반영 지침은 학교 현장의 대대적인 반발에 부딪혔고, 공정택 교육감조차 문제점에 대해 시인하고 수정공문을 내리기로 하였으나, 실제 현장에 내려온 교육청 공문은 “여건이 되지 않는 학교는 1학기 실시 유보, 준비 갖추어 2학기 때 실시”하라는 것이다.

이 공문에도 불구하고 교장들은 담합하여 1학기부터 실시하는 것을 최대한 밀어 부치고 있다. 2학기부터 실시하는 학교의 교장을 왕따 시키는 분위기조차 만들면서 “어차피 2학기부터는 해야 하는데, 지금 못할 게 뭐 있느냐”며 강력시행 및 공정택 교육감의 역점사업에 충성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서술형․논술형 평가 역시 단위 학교의 대응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양상을 띠며 전개되고 있다. 1학기에 겨우 막아낸 학교들은 2학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지 혼란스럽다. 1학기 중간고사 시험문제를 당장 출제해야 하는 교사들은 또 어떻게 학생들에게 서술∙논술형 평가를 준비시키고, 어떻게 채점해야 할 것인지 난감하기만 하다. (일선 교사들의 불만을 가장 크게 받는 부분이 채점인데, 서술형∙논술형 평가는 반드시 두 사람 이상이 채점을 하고, 채점표에 기재하고, 평균점수를 주도록 되어 있다.)

단위학교에서 조합원이든 비조합원이든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직접적인 질문을 받아야만 하는 분회장들의 입장은 갈수록 난감하기만 하다. 겨우 ‘2학기 전에 어떻게 해결되지 않겠어요!’라는 식으로 무마하는 정도이다.

특히, 단체협약 이행이나 민주적 학교운영 등에 분회의 목소리를 키워왔던, 활동력 있는 분회의 분회장들을 중심으로 “분회에서 다 알아서 하라면, 지부, 본부는 뭣 하러 있느냐!”는 강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3.‘학력신장’반대인가, 학력신장‘방안’반대인가?


이번 투쟁과정에서 근본적으로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학력신장’을 반대하는 것인지, 학력신장은 괜찮은데 그 ‘방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인지가 시종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사실은 불분명한 게 아니라, ‘방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후자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서울지부 대응방안의 가장 큰 문제이다.

‘방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는 “일부 문제가 있으니 고쳐주세요” 하는 건의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게 되어있다. 국제적인 학력평가기관에서조차 우리나라 학생들의 지적 수준은 최상위임에도 학습동기에서는 최하위라는 사실은 우리 교육의 문제가 학력신장 그 자체가 아니며, 특히나 학벌위주의 사회에서 입시위주의 교육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학력신장은 그 자체로 학생들에게나 우리나라의 미래에 반교육적임을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인데, 서울지부의 문제제기는 ‘방안’의 성안과정이 비민주적이고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기본적으로 한 풀 접고 싸움에 임할 수밖에 없는 모양새를 만들게 되었다.

처음부터 학력신장 자체에 반대하면 동의하는 대중의 폭이 좁아지거나, 언론에서 학부모들에게 불리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한다손 치더라도, 조합원에 대한 교육선전조차 ‘문제점 지적’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투쟁의 과정에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점을 중심으로 생각해보면, 이러한 태도는 서울시 교육청의 운영방식에 대한 문제제기 이상을 넘어서기 힘들다. 지도부가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해야, 조합원 대중은 투쟁의 과정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게 되고, 투쟁의 과정에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4. 지도부의 대중추수주의가 낳는 폐해들


그동안 서울지부는 진단평가에 대한 대응이나 서술∙논술형 평가에 대한 대응 방침을 내놓으라는 분회, 지회의 요구에 ‘3월이라 바쁘다. 새 집행부로서 어려움이 많았다.’라는 대답과 함께 ‘지부도 답답하다. 대중들이 그리 분노하지 않는다. 조합원들이 서명에도 적극 참여하지 않는다. 일부에서만 분노할 뿐 대부분은 조용하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대중이 엄청나게 분노하고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분위기면 앞장서 싸웠을 텐데, 우리 내부에서도 차이가 심하여 중간수준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대중의 현 상황이나 수준을 빙자하여, 지도부가 투쟁의 목표나 수위를 미리 조절하고, 그 책임을 다시 대중에게 떠넘기는 태도이다.

이미 드러나고 있는 가장 위험스러운 징후는 분회장들도 벌써 전교조 돌아가는 시스템을 대략 알아서, 지부, 본부의 강력한 투쟁 의지가 있는지부터 먼저 살피고, 분회에서 싸우면 승산이 있는지를 가늠해 보는데, 지부, 본부에서 싸울 의지가 없다는 점을 ‘눈치’ 채고 학교에서 적절한 ‘타협지점’을 찾아 정리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중1 진단평가 실시에 대한 지부의 지침이 ‘원칙적으로는 반대, 현실에서는 학교 단위로 알아서 대응’이라는 식이니, 중1진단평가 정도는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역량이 있는 분회에서조차, ‘시험은 보되 성적처리는 하지말자.’는 식으로 학교장과 협상하여 정리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결국 힘들어지는 것은 ‘과도한 학습노동’에 내몰리는 아이들, 단 한 푼도 ‘사교육비’를 줄일 수 없는 대다수의 학부모들, 그리고 교사로서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짓밟혀야 하는 교사들뿐인 것을...

서울지부 현 집행부는 지난 2004년 말 선거 공약에서 “지도부가 막아주어야 할 것들을 막지 못하고 단위학교에게 내맡기는 것은 무능한 지도부이다. 우리는 위에서 다 막아주겠다.”고 선전하여 당선되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조합원들이 자기들은 가만히 앉아서 지도부가 다 막아줄 걸 기대하고 있다. 이 조합원들을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하고 있으니, 듣는 사람이 답답하고 울화통이 터질 일이다.

위에서 압박이 닥치면 대중은 한편으로는 두려움에 또 한편으로는 분노에 몸을 떨게 된다. 여기에 지도부가 해야 할 일은 그 분노를 함께 공감하면서 대안을 제시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서울지부 지도부는 “두렵기도 하고 분노도 있군요. 어떻게 할까요? 제가 대신 전해드리리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대중 활동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결과는 패배주의의 확산, 될 만한 일만 골라서 하는 사업 작풍, 투쟁의 과정에서 성장하기보다는 타협의 과정에서 어깨를 으쓱하는 제스처만을 배우게 할 뿐이다. 대중을 알뜰하게 보살핀다는 명목으로 대중을 지도부에 의존하게 만들고, 지도부는 대중의 분노와 투쟁을 도구로 삼아 협상의 기술만 늘려갈 뿐이다. 이것이 바로 노동조합의 관료주의를 낳고, 투쟁을 거세해 가는 과정이 아닌가. 이미 대기업노조들이 이러한 과정을 10년 정도 거치면서, 이제 스스로 비정규직을 외면하고 채용비리로 발전하는 토대로 작용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당장, 서울지부는 조합원 앞에 반성해야 한다.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을 반성하라는 것이 아니다. 애초부터 ‘불가능한 공약’을 걸어 조합원을 기만한 죄를 반성해야 한다.

광폭하게 밀어닥치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과 절대 권력을 쥔 ‘교육마피아 행정 관료’들과 맞서 우리 교육을 지켜내는 일이 어찌 지도부 조합원 따로 따로 움직여서 될 일이었던가?

이제라도 서울지부는 서울시교육청의 ‘학력신장 방안’의 문제점을 낱낱이 조합원들과 공유하고, 서울지부 집행부들이 앞장서서 싸우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조합원들과 함께 ‘경쟁과 입시교육만을 강조하는 서울시교육청’에 맞서, 투쟁의 장을 열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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