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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 특집_교원평가 20문 20답

2005.04.18 14:43

jinboedu 조회 수:1289

교원평가 20문 20답 교원평가 20문 20답

정은교 | 양강중

 

Q 1. 당신들은 ‘교원 평가’를 반대하는가?

A: 그렇다! 반대한다! 그런데 교육부는 그동안 여러 반대 의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네들의 ‘교원평가’안을 밀어붙여 왔다. 그러므로 잘 알아들으라고 더 분명하게 말한다. “우리는 ‘교육부가 내놓은’ 교원평가안을 전면 반대한다. 그 안이 상당부분은 이치에 맞고 일부만 문제가 있다면 우리는 ‘부분 수정’만 요구하겠지만 우리 생각에는 그것이 기본 골자에 문제가 있고 애시당초 철학이 잘못되어 있다. 그러므로 ‘아예 폐기하라’고 요구한다.”

교육부의 평가안은 교원 개개인을 어거지로 등급을 매겨 서로 갈라놓고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속셈이 뚜렷하다. 공교육 부실의 주된 원인을 ‘교원 개개인의 자질 문제’로 떠넘기려는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원평가/구조조정은 사학재단의 횡포가 여전한 사립학교에서 특히나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다


Q 2. 아니, 당신들은 ‘모든’ 교원평가를 다 거부할 셈인가?  

A: 넘겨 짚지 마라. “너희는 교육부의 평가안을 반대한다 → 그러니까 너희는 ‘모든’ 평가안을 반대하는 셈이다”라는 말은 깡패 논리가 아닌가. 뒤집으면 “평가는 필요한 것이잖아? 그러니까 군소리 말고 우리 지령에 순종해!”하는 우격다짐이다.

개념부터 제대로 짚어보자. “상대방의 잘잘못이나 부족한 점을 살펴서 일러주는 것”이 평가의 상식적인 뜻이다. 이 평가야 교원들이 당연히 받아 왔다. 동료장학이나 교과협의회 자리에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가.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돌려서 평가를 자청하여 받은 교원들도 있다. 그런 평가 관행이 좀 부족하다 싶으면 더 활성화할 방도를 꾀하면 될 일이지, 마치 교원들이 ‘탱자탱자’ 지내온 양 “왜 평가를 거부하느냐?”고 당신들이 서슬퍼렇게 닦아세울 권리는 없다.

당신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기구를 만들고, 갖은 항목을 다 집어넣어 온 교원들이 갖가지 잡무와 커다란 심리적 부담에 시달리게 하고, 심지어 갖가지 비교육적 양상들을 빚어낼 것이 뻔한, 그렇게 전체주의적으로 제도화된 평가”다. 그런 통제기구를 반대한다 하여, “교원들이 어떤 평가도 받지 않으려 한다. 제멋대로 가르치겠다는 심뽀다.”하고 몰아붙이려 한다.


Q 3. ‘평가’는 좋은 것이 아닌가?

A: “(모든) 평가는 좋은 것이다. → 그러니까 교육부 평가안도 (더러 허술하기는 해도) 좋은 것이다”라고 구렁이 담 넘지 마라. 교육학적으로 온당한 평가만이 좋은 것이다.

학생들이 치르는 시험도 따져보자. 성적순으로 ‘줄 세우기’하지 않고, 다만 학생의 다음 진도를 헤아리기 위하여 순수하게 치르는 시험은 백번 필요한 것이고, 그런 시험을 학생들이 부담스러워하거나 상처 받을 리 없다. 그러나 상급학교 선발/탈락의 기준으로 삼으려고, 즉 ‘갈라치기’하려고 치르는 시험은 교육학에서 장려하는 시험이 아니다. 나날이 실력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학생들의 경우가 그러하거늘, 교원들에게야 더 말해 무엇하랴.

‘평가의 제도화’를 굳이 강행하려는 데에는 ‘숨은 전제’가 있다. “다그치고 을러대지 않으면 교원들이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선입관이 그것이다. 40만 교원 대다수는 ‘교단에 서는 보람’으로 박봉을 견디며 살아 왔는데 당신들 눈에는 40만 교원이 ‘보람’은커녕 그저 ‘시켜야 말 듣는 옹졸한 인간 군상들’로 밖에 비치지 않았다는 말인가. 

‘국제학력비교’에서 한국학생의 학력은 최상위권이지만, ‘학습동기는 최하위권’으로, 극단적인 양면성을 띠고 있음이 밝혀졌다(→국민이 불신하는 만큼 공교육이 부실하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어서 다행이기는 했지만). 당장 먹기는 곶감이 달겠지만, ‘평가 강요 체제’가 길게 보아서는 교육적 기반을 무너뜨린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이런 ‘평가숭배 관행’을 깊이 성찰해야 마땅하거늘, “왜 애들한테는 시험 보라면서 너희는 왜 평가받지 않니? 너희도 한번 당해 봐라.”고 다그치는 것은 거의 협박이요, 대상을 잘못 택한 눈먼 앙갚음이다. “우리 상당수 교사들은 애들 시험 부담을 줄여주자고 그동안 끊임없이 개선운동을 벌였소. 멀쩡한 생사람을 잡지 마시오!”

교육당국이 왜 ‘교원평가’에 매력을 느끼는지 곰곰이 살펴보자. 정부 내에서 교육복지 예산을 따올 끗발은 없지, 교육에 대한 국민적 불만은 엄청나게 높아서 사사건건 욕을 먹지, 무엇 하나 근본대책 세울 실력은 안 되지.... 이런 가운데 ‘공교육 부실’에 대해 ‘교원들 탓’으로 몰아가는 것은 교육당국의 책임을 벗어던질 좋은 수단이 된다. ‘교원평가’는 교사들을 옭아매어 통제하고, 말 잘 듣지 않는 교원들을 굴복시키고 내쫓기에 더없이 좋은 무기가 된다. 어찌 그들이 마다하랴?

교원평가가 들어오면 어찌 되는가? ‘자기성찰의 풍토’는 어림없는 이야기다. 시장경쟁에 쫓기는 학원강사들에게서 보이는 ‘점수 올려주기, 인기 얻기’ 등 비교육적 관행들이 학교에서 버젓이 벌어질 것이다. ‘다면 평가’는 교원들에게 눈치 볼 대상을 더 늘려주었을 뿐이다. ‘혹시나 무능력자로 찍히면 어쩌나...’ 수많은 교원들이 꼭 전전긍긍해야 당신들의 속이 시원한가? 이는 ‘조센징은 때려야 말을 듣는다’는 오래된 제국주의자들의 경멸 논리만큼이나 교원집단을 ‘하찮은 존재’로 취급하는 논리가 아닌가? 


Q 4. 선진국인 영국과 미국, 일본에서도 ‘교원 평가’를 추진해오지 않았는가?

A: 그렇게 추진한 나라가 몇이 있지만, 하지 않는 나라가 더 많다.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나라의 사례를 ‘모범’이라 말하지 말라. 그들 나라에서도 반대가 많다(그들 나라에서 차터스쿨 등 한때 선보였다가 현실에서 무리함이 드러나서 후퇴한 교육개혁안도 많다). 미국과 일본이 경제 강대국일지는 몰라도, 사회복지와 교육복지는 결코 선진국이 못 된다. 미국의 이른바 교육경쟁력은 그들의 경제패권 지위로 하여 끌어들인 외국유학생 덕을 톡톡히 받고 있지 않은가.

외국에서 배우려면 ‘교원평가’ 이야기가 입 밖에도 나오지 않는 독일에서 배우라. 이미 영미형 자본주의 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자기반성의 소리가 정부 일각에서도 나오고 있지 않은가.(자본전면개방에 대한 정직한 반성문은 없지만 최근 한국은행에서 ‘투기자본 규제’ 이야기가 나왔다. 미국달러에 목매달다가 한국도 위험해지겠다는 경계론도 나왔다)

  무엇보다 이들 나라들은 모두 교원평가를 성과급, 연봉제와 연결시켰다는 점을 기억하라.


Q 5. 당신들은 자질이 부족한 교원들에 대해 국민의 원성이 자자하다는 것을 모르는가?

A: 원성이 높은 대상은 성추행, 심한 모욕과 체벌, 금품수수를 저지르는 일부 교원들이다. 이는 교원평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징계하느냐는 문제다. 이들을 일러 ‘부적격 교원’이라 해야 옳다. 획일적인 평가 도구로 하위에 속한 이들을 부적격으로 낙인찍는 건 곤란하다. 7차 교육과정은 ‘특별보충’이랍시고 예산을 먼저 배정하고 무조건 하위 몇%를 나머지 학습을 시키라는 폭력을 저질렀다. 이 사고에서 그들은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부진아로 학생들을 낙인찍듯이 교사들도 부적격으로 함부로 낙인찍으려 들지 말라. ‘부적격’의 기준부터 분명히 하라.

또한, 진짜 ‘부적격자’는 수업 평가를 한다고 드러나는 게 아니다. 교원평가로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우겨서 학부모들의 여론을 얻으려 들지 말라. 학교의 미묘한 문화와 비민주적 의사소통구조가 문제요, 뻔히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구조가 문제 아닌가. 임용과정에서 경쟁만 시켜 골라뽑기만 할 뿐 튼실한 양성체제는 갖추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책임을 교사들에게 돌리려는 건 후안무치다.

부실한 양성 체제와 사립학교 교원 채용에 대한 국가의 무책임과 재단의 전횡, 왜곡된 의사소통구조, 관리자의 책임방기로 교사직을 유지해온 ‘부적격자’는 단위학교 교사회, 학생회, 학부모회에 ‘징계요구권’을, 학교운영위원회에 ‘징계 1차 심의권’을 부여하여 징계권을 현실화할 일이다.

드물게는 정신질환자와 같이, 업무수행이 곤란한 교원들도 있을 수 있다. 아주 드물게! 이들을 방치하는 문제는 무사안일한 관료들에게 따질 일이요, 교원평가와는 전혀 무관하다.


Q 6. 그들 말고도, 실력이 없거나 자질 향상에 게으른 교사들이 많지 않은가?

A: 교사의 실력/전문성이 해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아니다. 그러니 ‘전문성/실력 부족’ 교원이 많다면 이는 교원양성과 임용 과정이 무척 엉성했다는 뜻이고, 양성임용과정을 제대로 다잡는 것이 옳은 해결책이다.

다만, 기왕에 배출된 교원들의 전문성 향상을 돕는 것이 ‘과도기적 조치’일 터인데, 이는 현장교원 자율연수체제 장려를 통해 북돋는 것이 순리이다.

학부모들과 관료들이 문제삼는 ‘실력/전문성’이 과연 무엇이지도 우리 교사들은 생각해야 한다. 학력신장을 정책목표로 삼고 학교폭력을 침소봉대하고 있다. 여기에서 교사들한테 주문하는 ‘실력/전문성’은 아이들을 (때로는 폭력을 써서라도) 잘 드잡이해서 성적을 높이는데 유능함을 발휘하는 ‘입시형’ 교사가 되라는 것이다. 평가라는 폭력을 휘둘러 이런 왜곡된 기준을 강요하기에 앞서, 그 기준부터 뿌리채 성찰할 일이다. 


Q 7. 이를테면 미적분을 변변히 가르치지 못하는 수학 교사도 있다. 이렇게 전문성 부족이 두드러지는 경우도 ‘자율연수’로 극복된다는 말인가?

A: 그런 경우가 과연 얼마나 있는지, 실사부터 하고서 말하라. 그런데 그 실사는 학부모와 학생의 판단을 빌지 않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적분 영역은 초중고 수학에서도 가장 난이도 높은 영역에 속한다. 예전의 교원양성과정이 미흡하여 그런 일이 생겨났다면 ‘과도기 조치’로서 ‘고교 → 중학’으로 인사교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순리다.

교과전문성이 부족한 경우는 대부분 교과 폐쇄(교련)나 축소로 하여, 부전공 연수를 통해 교과를 바꾼 교원들의 경우다. 또한 조령모개식, 유연화 목적의 교원정책으로 인해 중등교사를 초등으로 임용하고, 단기 속성으로 자격 소지자를 양산하는 일을 정부에서 저질렀다. 이 문제는 굳이 교원평가제도를 요란스럽게 들여오지 않아도 파악할 수 있고, 이미 파악된 문제다. 이들에게는 ‘전공 연수’를 더 받을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고 당사자들도 기꺼이 더 연수받으려할 것이다.


Q 8. 교원들의 실력과 열성이 부족하지 않으냐는 학부모, 학생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이들의 의견을 들어야 하지 않은가?

A: 옳은 말이다. 그러므로 제도적으로는 학부모회와 학생회를 서둘러 법제화하고 이들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이들이 학급운영과 수업, 학교계획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말할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수평적 관계 형성을 통한 허심탄회한 의사소통 구조 이 속에서의 의견 수렴은 교사들에게 좋은 자극과 격려가 된다. 다만, 교원 개개인을 (내쫓는 것을 전제로) 따로따로 점수를 매겨서 ‘평가’하는 제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교원들의 열성을 꺾는 것은 평가의 부재 탓이 아니다. 평가는 ‘근평’이라는 형태로 나름의 통제장치로서 있었고 그것이 만들어낸 부작용은 학부모들조차 아는 사실이다. 열성을 가지고 담임으로서의 역할과 수업을 잘해보려고 애쓰는 교사들에게 관료들은 ‘교장의 명을 따르라’ ‘절차를 밟아서 하라’고 윽박질렀던 것이 불과 몇 해 전이고 여전히 이런 풍토는 남아있다. 교육과정을 편성할 권한도, 교사에게 평가의 재량권도 전혀 없지 않은가. 게다가 정신없이 쏟아지는 잘못된 정책들은 학교현장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실적을 위한 잡무처리로 노동강도가 강화되었고 ‘교사가 밥’인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온 탓에 교사들은 스스로 자발성을 거세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그래서 ‘무기력증’에 빠진 듯한 교사가 많아 보이는 것이다.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주라. 노동강도가 아니라 노동의 질이 문제다. 교원평가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근평이 몇몇 ‘승진지향적’ 교사들에게 효과를 본 것이라면 교원평가는 모든 교사들을 ‘시키는 대로만’ 하는 수동적 풍토, 무사안일과 눈치보도록 만드는 거푸집이다.


Q 9. 왜 그렇게 집요하게 개별 평가를 반대하는가?

A: 교원노동은 매우 복잡하고 다면적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평가자의 주관을 피할 수 없어 악용되기 십상이다. 이를테면 극우 정치풍토가 만연된 일본에서는 ‘기미가요, 히네마루’를 거부한 양심교사가 ‘부적격 교원’으로 주로 낙인찍힌다. 

일률적 기준에 의해 평가할 경우, 교육활동이 그 좁은 틀 안으로 제한되고 왜곡되기 쉽다. 영미에서는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교원평가를 연계짓는데, 평가의 객관성을 따지다 보면 영미의 방식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는 전인적 교육을 지향해야할 공교육을 학업성취 향상에로 편협하게 몰아서, ‘지필고사 성적경쟁 바람’만 일으킨다. 영미에서는 그 부담으로 하여 성적조작 비리가 흔한 일이 되었다. 당신들은 그런 교육을 원하는가?

학교교육은 저마다 따로 하는 게 아니라 ‘협력’하여 한다. 서로 비판하고 서로 배우는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교원간 경쟁이 반드시 뒤따르는 교원평가는 교원간의 '협력구조'를 깨뜨린다. 영국에서는 이렇게 삭막해진 교원 풍토를 견디지 못하여 교직 이직률이 높고, 교직이 ‘꺼리는 직업’의 하나가 되었다.

겉으로는 ‘교원자질과 학교 교육력 향상’을 내걸지만 실제로는 업적주의 보수와 인사제도 개편에 활용하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이 구호는 이데올로기다.

교원 다면평가 시스템에서라면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 개선'을 꿈도 꾸지 마라. 눈치가 보이니깐 긴장해서 더 잘 할 거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서로 ‘평가’를 무기로 휘두를 가능성이 99%다. 지금의 입시로 대별되는 선발시스템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평가’이다. 학부모들은 여전히 학교운영위원의 자식들에게 수행평가가 유리하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아무리 인간적이어도 냉정하게 평가결과를 산출하면 ‘나쁜 선생’이 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1,2점으로 대학이 바뀌고 배우자가 바뀌는 마당에 예민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마찬가지로 교사들을 개별 평가하여 결과를 산출하고 등급을 매기게 되면 교사들은 당연히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교사들에게 보여줬던 왜곡된 행위와 생각들에 갇히게 되고 만다. 그래서 교원평가는 학부모나 학생들에게도 결코 ‘유리한’ 게 아니다.


Q 10.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절차를 마련하면 되지 않겠는가?

A: 일본의 악용 사례를 떠올리라.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조하다보면, 학생들의 시험성적(학업성취도)과 연계지어 교원을 점수매기겠다는 식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몇해전 학업성취도 평가에 우리 학교가 표집학교로 정해졌다는 소릴 듣고 평가원에 전화를 걸었다. ‘교사들의 교육활동의 결과는 학생들의 평가결과’라는 것이 그 사람의 이론적 견해였고, 신념이 확고해서 전화로 길게 언쟁을 한 적이 있었다. 이것이 지금 교육학자들과 관료들의 생각이다. ‘교사의 노동의 산출물은 학생들의 성적’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초기 도입당시에는 대체로 ‘느슨’해보여서 ‘이걸 어따 써?’하고 느긋하게 여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게 바로 평가를 도입하려는 쪽의 작전이다. 그들에게 신념화된 교육이론이 바로 이런 것이라면 결국 교사들은 ‘학생의 성적’으로 승부해야 할 날이 반드시 오게 된다. 하루의 수업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면 교사들의 모든 수업을 비디오로 찍어서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일이 일어나겠는가? 그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가장 채택하기 쉽고 그들도 내심 바라는 것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교사의 성과를 직접 연계시키는 것이다.

교사 나름대로 애써 기준을 마련한다 해도 학생들에게서 성적에 대한 불만은 나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항상 교사들에게 평가의 객관성, 공정성, 신뢰성을 주문하는 게 관료들이고, 학부모들이고, 학생들이다. 그러다 보니, 교사들은 주관적으로 보이는 평가는 스스로 삼가고, 점수화가 가능한 단순한 평가를 지향하게 된다. 수학은 쪽지 시험을 주로 치러서 수행평가 항목으로 하고, 체육은 폼이나 향상된 정도보다는 기록을 재는 것이 속 편하다. 그렇다면, 지금의 교원평가는 ‘허술하기 이를 데 없는’ 것도 사실이다. 교원평가에 찬성하는 사람들에게서조차도 교육부가 제시한 평가틀은 불만을 자초하게 되어 있다. 교원평가 도입을 막지 못하면 ‘더 합리적인 평가체제 구축’의 단계로 간다. 객관성에 대한 요구와 ‘학생의 성적이 곧 교사들의 교육활동의 가장 명백한 결과’라는 교육관이 결합되는 순간, 교사들은 자신들이 담당한 학생들의 성적에 따라 봉급과 등급이 달라진다.

이것이 초래하는 가장 불행한 결과는 교사들이 자기도 모르게 ‘특정학생들을 소외’시키는데 가담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성적은 아무리 교사들이 코피 쏟으면서 가르쳐도 쉽사리 오르는 게 아니다. 학급평균을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공부 잘하는 반’을 고르는 것이고, 시험문제를 은근히 알려주는 것이다. 평가원이 시행하는 학업성취도 평가가 있는 전날 ‘학교에서는 너는 내일 가정학습을 해라’라는 ‘권고’를 하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이것은 이미 미국의 차터 스쿨들이 성과를 포장하기 위해 써먹은 수법이었음을 기억하자.


Q 11. 정부는 “‘교원평가’를 구조조정과 연계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지 않는가?

A: 이미 구조조정과 연계해온 국가들에서 모델링했으면서 그렇게 부인하는 것은 낯 뜨거운 일이다.

“‘재교육’을 더 받으라는 것이지, 내쫓자는 말은 아니다”라는 변명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말이다. ‘재교육’ 명령을 받는 사람은 이미 교단에서 무능력자로 낙인찍혀서 큰 사회적 심리적 타격을 받고, 사실상 자진사퇴 압박을 느낀다. 학부모들과 학생들 사이에 ‘저 교사는 재교육을 받았데’라는 소문이 퍼지게 되면 담임교체 요구와 교과담당 교사 교체요구에 그 교사는 직면하게 될 수 있다.

담임과 수업을 배정받지 못하게 된 교사가 그 수모를 이겨내며 학교에 출근할 수 있겠는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견디는 사람들도 있긴 하겠지만 실제로, 일본에서 재교육 대상자 중에 다시 학교로 복귀한 사람이 드물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렇듯 내쫓기 위한 수단이 ‘재교육’이라는 포장임을 잊지 말자. 강제 퇴직만 해고가 아니다. 스스로 마지못해 나가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이미 기업들이 즐겨 사용한 정리해고 방식이었음도 상기하자.

(피평가) 당사자에게 ‘원자료 공개’ 아닌, 평가지표별 점수를 제공하겠단다. 수업 자기계발 자료로는 ‘원자료’가 쓸모있지, ‘점수’는 보수와 인사개편 자료로 쓰일 뿐이다.

평가결과를 ‘자기반성의 계기’로 쓰라고 해놓고 ‘이의제기권’을 설정한 것은 자가당착이다. 이는 새로운 근무평정도구로 삼겠다는 속셈의 표현이다.

평가관리기구를 학교와 교육청에 별도로 설치한 것도 성과급, 자격증 갱신제 등과 연계하려는 속셈의 표현이다. 미국 등에서 일반화된 제도가 이것이다.


Q 12. 교사들이야 설령 ‘부담’을 느낀다 해도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는 ‘교원평가’가 좋은 것 아닌가?

A: 학교에 여러 가지 솔직한 의견피력을 할 기회를 갖지 못한 대다수 학부모들이야 학교측(교장, 교사)에게 무엇인가 따가운 비판의 소리를 하고 싶은 욕구가 강할 것이다. 그래서 심정적으로 ‘교원평가’를 시원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므로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들에게 ‘비판적인 지적’을 제시할 수 있는 ‘자리’ 만들기는 숙고할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매겨진 평가가 교원의 자존심을 구겨뜨리고, ‘무능교사’ 낙인이 찍혀 ‘사실상 퇴출’로 내몰린다고 상상해보라. 평가가 정확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악의적 주관이 개입하여 억울하게 ‘무능교사’로 내몰리는 경우를 생각해보라. 그럴 가능성 때문에 틀림없이 교사들은 주눅이 들어, 비굴한 눈치작전에 급급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학업성취와 연계’하니까 학생들 성적을 올리려고 문제를 미리 가르쳐주는 등, 갖은 비리가 다 생겨났다고 한다. 그런 부정적인 양상들을 무릅쓰면서까지 ‘점수 매기기’를 강행해야 옳은가?

왜 평가하는가? 평가의 목적은 전문성이 부족한 교원에게 실력양성의 기회를 갖게 하고, 열성이 부족한 교원에게 분발하도록 촉구하려는 것이 아닌가?  ‘퇴출 및 사회적 경멸’로 이어질 점수 매기기를 통하지 않고서는 실력부족 교원을 가려낼 수 없는가?

교원 전문성의 영역에는 비단 교과실력뿐 아니라 학급경영, 아이들 상담/지도 능력도 포함된다. 그런데 이 영역을 엄밀하게 계량화할 수 있는가? 교사들에게 시간과 권한을 주라. 그리고 교사들끼리 대화하고 서로 배울 기회를 늘리라. 그것이 가장 좋은 자극제로서 교사들을 서로 북돋울 수 있다. 이건 경험이 말해주는 진리이다.


Q 13. 전교조의 대안은 무엇인가?

A: 먼저, 교육부에게 충고한다. ‘평가제도’를 따지기 전에, 교원양성과 임용의 내실화를 먼저 고민하라. 그 문제가 풀리면 ‘교원의 자질 향상’ 문제는 아주 작은 사안이 될 것이다.

둘째, 교육부는 마치 그동안 ‘교원평가’가 없었다는 듯이 요란하게 떠드는데, 이미 교원 ‘근무평정’이 있어 왔다. 관료적 통제의 도구로 쓰여져 온 ‘근무평정’부터 없애고, 학교자치(교사회, 학부모회, 학생회 법제화)와 교장 선출보직제도를 들여오라. 교원이 승진의 조바심을 접고 가르치는 소임(수업, 학급운영)에 전념할 때, 교원자율연수의 풍토가 획기적으로 마련된다.

교사들을 싸잡아 비난하여 교원평가 강행의 구실로 삼지 마라. 인성에 결함이 있는 일부 교원의 문제는 ‘학교내 징계 요구권’을 보장하여 민주적 장치로서 견제하게 하라.

학교 구성원들이 함께 집단적으로 토론/비판을 나누는 ‘학교 종합평가제’로 나아가자. 교사/학생 간에, 같은 교과/학년끼리, 교사/학부모 간에 ‘평가회’를 정례화하여 수업과 학급운영, 학교계획에 대해 토론/비판을 공유한다. 혹여 미흡한 점이 있는 교원들은 이 과정에서 비판받고 분발하게끔 촉구한다. 관료적으로 부과되는 ‘평가’보다 이 과정에서 사람은  스스로 더 분발하기 마련이다. 이 과정은 학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또 다른 ‘교육운동’의 계기가 될 것이다.  


Q 14. ‘학교종합평가제’는 막연한 그림이 아닌가?

A: 작년 OECD 한국교원정책 검토단이 제시한 ‘한국 교원정책진단과 정책권고’에서는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평가의 초점은 교사 개인에게만 전적으로 맞춰져서는 안되며, 전체로서 학교에 평가의 중심이 놓여야 한다. 더구나 평가는 처벌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교육개선의 도구로 쓰여야 한다.” 우리의 ‘학교종합평가제’는 이 권고를 구체화한 것으로, 먼저 시작되어야할 것은 ‘방향성 설정’이다.

교사가 스스로 학생들에게 ‘평가 받는 일’은 이미 일부 교원이 자발적으로 실천해왔다. 교원들에게 높은 책무의식과 자부심을 고취해준다면 교원들 간의 ‘평가회’가 활성화되기는 아주 쉽다. 평교사를 교육 내실화의 주체로 내세우려면 학교 민주화가 한 걸음 더 진전되어야 한다.  

근평부터 없애라는 따위, ‘전제’를 문제삼는 논리는 부분적 반론일 뿐이다. 가장 정공법은 ‘지금의 평가 관행들로도 충분하다==동료장학, 학교계획 토론, 교과협의회 등’ ‘새로운 것 없어도 된다’를 한 목소리로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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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읽을거리_‘참세상’을 열자 file jinboedu 2005.04.18 2505
124 읽을거리_‘독도수호’는 민중의 언어가 될 수 없다! file jinboedu 2005.04.18 1821
123 읽을거리_서로의 인격을 무시하는 행동은 ‘아웃’시키자 file jinboedu 2005.04.18 2195
122 읽을거리_사월의 싸늘함, 그 모순된 감정을 그리며 file jinboedu 2005.04.18 1997
121 현장에서_꼬마여걸 수정이를 그리워하며 file jinboedu 2005.04.18 1394
120 현장에서_천성산 고속철도 반대투쟁 반성문 file jinboedu 2005.04.18 1268
119 논단_사립학교법 개정과 자립형사립고 문제 file jinboedu 2005.04.18 1650
118 논단_운동의 위기와 계급적 선택 file jinboedu 2005.04.18 1255
117 논단_'서울학생 학력신장방안‘ 대응을 진단한다 file jinboedu 2005.04.18 1583
116 특집_교원평가, 안일한 대응이 파괴적 결과를 file jinboedu 2005.04.18 1490
» 특집_교원평가 20문 20답 file jinboedu 2005.04.18 1289
114 특집_교원평가의 내용과 문제점 file jinboedu 2005.04.18 1831
113 서문_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file jinboedu 2005.04.18 1277
112 읽을거리_평화바람-평화없이는 자유도 없다 file jinboedu 2004.04.28 2609
111 읽을거리_프랑스 68혁명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 jinboedu 2004.04.28 4585
110 현장에서_학생, 부모, 선생님에게 신뢰받는 대책이 되기를…</ file jinboedu 2004.04.28 2267
109 현장에서_살인적인 0교시 조기등교, 강제보충·타율학습을 즉각 중단하라 file jinboedu 2004.04.28 2952
108 논단_대학으로 침투하는 자본의 손 file jinboedu 2004.04.28 1503
107 논단_지적재산권과 건강 file jinboedu 2004.04.28 1393
106 기획연재_교육사회학 훑어보기(2) file jinboedu 2004.04.27 22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