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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 특집3> 참교육 이념과 실천운동의 재정립
2018.10.27 16:12
참교육 이념과 실천운동의 재정립-재구성의 방향
- 전교조 30년 참교육실천, 앞으로의 30년을 위한 『참교육실천운동 2.0』이 필요하다 -
황진우(목동초)
Ⅰ 참교육이념에 대한 고찰
1. 민족민주인간화교육의 형성 배경과 발전
80년대 초 교사운동은 소모임 차원의 운동에서 출발하여 87년 이후 평교사회와 교사협의회, 그리고 89년 노동조합건설 투쟁, 그 이후 합법화투쟁을 통하여 교사대중운동으로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런 발전 과정에서 89년 전교조 건설시 ‘참교육’이란 화두를 던졌다.
참교육이란 말은 ‘교육이 참다운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우리 교사들의 열망, 그리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기대와 바람을 담고 있었다. 그러기에 이 화두는 전교조에 ‘진보성’과 ‘운동성’을 부여하였고, 진보성을 가진 많은 교육동지들을 결집시키고 그들의 열정과 투쟁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되었으며, 학생과 국민들이 전교조를 지지하게 하는 배경이 되었다. 이로써 ‘참교육’은 교육계의 ‘진보성’을 대표하는 상징어가 되었다.
이 때 ‘참교육’은 ‘민족민주인간화교육’이라 하였다. 민족교육이란 민족의 평화와 통일, 민족의 자주적 번영을 위한 교육을 말함이었고, 민주교육이란 이 땅의 민중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민주적인 권리를 실현해나가는 교육을, 인간화교육이란 사람이 사람답게 존중되고 자아실현을 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말하였다. 참교육은, 요컨대, 민족과 민중과 인간을 위한 교육, 즉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담고 있었던 것이다.
86년 교육민주화 선언, 87-88년 교사협의회, 평교사협의회, 그리고 89년의 전교조 결성기 교사대중의 요구와 투쟁은 학교민주화, 교육행정의 민주화와, 교사의 권리 확대, 교육환경 개선에 집중되어 있었다. 전교조 합법화투쟁기 주요 요구는 교사의 단결권 획득이었고 이는 당시 교사 운동의 중심축이 ‘교육민주화투쟁’이었으며, 교사 대중의 ‘참교육’이란 슬로건으로의 결집은 ‘교육민주화 요구’의 표출이었음을 말해준다.
이렇게 90년대의 ‘참교육’이란 슬로건은 교사대중의 ‘교육민주화 요구’와 교사운동 지도부의 ‘민족민주인간화교육 지향’이 결합된 것이었다. 당시 전교조 운동은 김영삼·김대중 등의 정치세력부터 민족민주운동권까지 폭넓게 결합되어 반독재민주화투쟁전선을 형성함에 축을 같이 해 교육계의 반독재민주화투쟁전선의 일종인‘교육민주화투쟁전선’의 상징이었다.
90년대 초 대중의 ‘참교육’ 지향은 ‘교육민주화’ 차원의 것이었지만, 교육민주화의 발전과 함께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방향으로 꾸준히 발전하여 왔다. 이는 교과모임과 주제모임의 발전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교과모임은 이제 연수에 해마다 수천 명이 참여하고, 발행 자료가 교육활동에 널리 활용되어 보편화될 정도로 발전하여,기존 학계의 관념적인 교과교육론을 극복하고, 참교육을 낮은 차원이지만 교과교육에 구체화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학생생활지도와 관련된 학급운영, 상담활동 등의 활동과, 교육문화와 관련된 풍물, 놀이, 영상 등의 활동이 상당히 넓은 폭으로 발전하여 교육문화를 바꾸어 가는 하나의 축을 형성했다.
또한 일종의 가치 지향적 내용을 담고 있는 교육활동 영역이 태동하여 발전하여 왔다. 이러한 주제 영역들의 발달은 교사운동의 진보성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2. 민족민주인간화교육의 유효성
참교육 이념으로서의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은 1980년~90년대의 한국사회의 시대적 상황에서 제출되었다. 분단-냉전-반공의 엄혹한 현실에 대한 대응으로 민족교육이 제기되었고, 장기간 지속된 군부독재와 수직적-권위적 문화에 대한 저항으로 민주교육이 제기되었다. 또한 비인간적인 입시경쟁과 학생의 인권을 유린하는 군사적 학교 문화에 대한 대항으로 인간화교육이 중심 이념으로 제시되었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형식적 민주화의 진척,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전면화, 신자유주의 정책과 통치방식의 확산 등을 거치면서 사회 성격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간 전교조에서는 민족민주인간화교육의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또한 전교조 결성부터 전교조합법화 초기까지 전교조 교사를 포함한 참교육실천운동은 동료 및 학생에게 좋은 자료를 제공하고 학급운영을 남달리 잘 풀어가는 교사였다. 즉, 참교육실천운동은 교사 자신의 실천만으로도 충분한 것으로 표출되었다. 이러한 실천은 참교육실천대회(참실대회)를 통해 교사의 실천 활동 경험을 전달-공유하면서 다시 자신의 학급에서 실천하는 것으로 총화 되어 왔다.
그러나 참교육실천운동은 단순히 수업-평가의 방법론적 개선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전교조 30년을 경과하는 지금 더욱 그러하다. 결성 당시 참교육실천강령은 이후 생태, 평화, 페미니즘 등 가치 교육을 포함하면서 더욱 풍부해졌다. 또한 교육과정연구모임을 중심으로 교육과정개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교사들의 고민의 장으로 가져왔으며 이러한 고민은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교육 철학을 중심으로 한 교사 정체성에 대한 고민들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참교육실천운동은 일반교사들의 교육활동과 간극이 좁아져 그 차별성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참교육실천운동이 전교조 교사만의 전유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며 전교조 창립 및 초창기와 같은 등가의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참교육이념과 참교육실천운동의 재정립-재구성이 필요함을 말해주고 있는 것으로 민족민주인간화교육의 유효성에 대한 검토의 시기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전교조의 새로운 30년을 위해 참교육이념과 참교육실천운동의 재정립-재구성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향후 전교조 운동과 결합하여 새로운 전교조 운동을 창출하는 기준으로 작동될 것이다.
3. 참교육이념-참교육실천운동의 재정립-재구성 필요성 제기
촛불혁명은 현 정부 탄생의 배경이었다. 결과적으로 자유주의 정권 창출로 귀결되었으나 그간 자유주의 정부 때와 다른 지형이 한반도 정세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변화가 감지되고 있고 교육 역시 일정정도 영향을 받고 있다. 우리 사회를 움직이던 민주 대 반민주 전선은 본격적으로 자유주의 세력을 포함한 보수 대 진보 전선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것은 자유주의세력과의 담론투쟁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에 있어서는 자유주의교육 대 참교육의 치열한 담론투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근한 예로 대입제도 개편방향 논쟁, 고교학점제에 대한 논쟁 등을 보면 교육부문의 담론 투쟁이 현 정부를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세력과 전교조를 중심으로 한 교육혁신 세력의 논쟁 구도로 나아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참교육이념 및 참교육실천운동의 재정립-재구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전교조 역시 상황 변화에 따른 전략적 검토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새로운 상황은 가치교육에 대한 재구성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는 다양한 부문의 이슈들을 통합해왔다. 이는 부문의 사안들과 추구해야 할 가치를 구현하는데 일정정도 어려움으로 나타났었다. 그러나 현재, 형식적인 민주주의의 진전으로 인해 다양한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것을 교육에서 반영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간 전교조가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던 가치교육 영역(생태, 평화, 페미니즘 등)의 재구성을 통한 확대의 필요성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참교육이념의 재정립-재구성과도 연결되며 전교조 참교육실천운동의 중요한 과제로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
전교조 내에서 신자유주의교육의 종언을 선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이다. 현 정부 중심의 교육개혁은 지지부진하다. 제일 먼저 추진되어야 할 인적 쇄신은 교육부에서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민중의 개, 돼지 발언 당사자가 다시 교육부 관료로 돌아오는 것은 법적 절차에 따른 것이라 하니 그렇다 쳐도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했던 관료들에 대한 처분 결과는 현 정부의 인적 쇄신의 의지를 확인하는 증거이다. 또한 교육 정책에 있어서도 신자유주의와 폐절하는 정책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입제도 개편 과정, 국가교육위원회 건설 후퇴, 대학평준화를 위한 국공립대학 네트워크, 공영형 사립대 운영 등의 공약 실종 등 그 증거들은 다양하다. 이는 자유주의 세력의 교육철학의 모호성에서 기인하며 그 결과 불명확한 교육정책의 제시로 연결되고 있다. 현 정부를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세력은 교육혁신의 정책과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사이에서 동요하고 있으며 이러한 동요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유지-개선 정도의 정책들을 제시하는 것으로 표출될 것이다. 이러한 조건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이전같이 맹위를 떨치지는 않겠지만 자유주의세력의 교육정책 동요로 인해 유지-개선되면서 한국 사회의 교육개혁을 더디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대한 완전한 폐절을 요구하는 투쟁도 일정정도 유지되겠지만 향후 교육정책과 관련된 중심 구도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활용하는 자유주의세력과 신자유주의 폐절을 통한 교육혁신으로 나아가는 진보세력 간 치열한 담론 투쟁이 예견된다. 변화된 지형은 참교육이념 및 참교육실천운동의 재정립-재구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30년을 준비하는 전교조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로 설정되어야 한다.
지나온 30년, 교사로서 교실에서부터 혁신은 매우 중요한 참교육실천운동이었다. 민주 대 반민주 구도의 시기에서는 교사들에게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를 옹호하는 역할이 강제되었으며 이는 학생에게 자본주의적 가치관과 태도를 주입하게 되고, 교육을 통해 전달하는 지식, 기술이 가장 가치 있으며, 유일하게 합리적이고 보편타당한 지식으로 합법화함으로서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적 입장을 옹호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었다. 이런 조건은 교실에서의 소소한 실천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건이 되었다. 전교조 참교육실천운동은 지나온 전교조 30년의 중요한 운동적 실천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시점에서 참교육이념과 참교육실천운동은 상징성만 남아 있다. 현재 전교조 조합원에게 참교육이념과 참교육실천운동의 의미는 무엇인지 되물어야 할 때이다. 상징성만 남아있는 참교육을 다시 운동적 관점으로 복원해야 한다. 전교조 조합원들의 새로운 참교육실천운동을 조직해야 할 것이다. 이에 앞으로 전교조 30년의 전망 속에서 참교육이념과 참교육실천운동의 재정립-재구성이 필요하다.
Ⅱ 참교육이념 및 참교육실천운동 재정립-재구성 방향
1. 교육철학을 중심에 둔 재정립-재구성이 필요하다
교사의 전문성은 단순히 수업 방법이나 평가의 기술적 개선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동과 청소년 발달에 대한 과학적 이해 및 일반적 인식-인지 이론, 정서 이론 등 다양한 심리학, 교육과정, 교과의 지식-개념-이론에 대한 깊은 이해, 수업-평가-상담 등에 전문적 방법론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즉 철학적 사고를 중심으로 교사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육은 인간 발달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이는 교육과정에 있어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며 교사에게도 아동과 청소년 발달에 중심을 둔 교수-학습의 통일적 시각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을 통한 부의 세습과 신분상승의 경로는 한국 교육이 교육 본연에서 멀어지게 된 계기가 되고 있다. 이에 교육을 개인적 출세와 경제의 수단으로 보는 도구적 교육관이 만연해 있다. 이는 전교조로 하여금 경쟁 만능의 비인간적 교육현실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도출하게 하고 있으며 이는 발달과 협력을 강조하는 교육철학 정립의 필요성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간 전교조가 참교육실천운동을 통해 교육민주화와 교수-학습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 앞으로 전교조의 참교육실천운동은 휴머니즘과 과학성이 결합된 교육학과 교육철학을 중심에 둔 활동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그간 참교육실천운동이 수업개선에 대한 방법론으로도 충분히 그 역할을 해 왔다면 앞으로의 30년을 위한 참교육실천운동은 자유주의 교육정책이 강화될 전망 속에서 실천운동을 고민해야 하고 그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현존하고 있는 다양한 학습방법론을 꿰뚫고 있는 철학적 사고에 대한 깊은 성찰과 모색이 필요한 것이다.목표와 이유를 상실한 다양한 수업 모형은 공허할 수 있으며 아동과 청소년 발달에 동떨어질 수 있다. 학생 중심이라는 언표로 인해 자칫 교사의 중요성을 간과했던 것처럼 전교조의 참교육실천운동 역시 새로운 요구와 변화에 발 맞춰 재정립-재구성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2. 제도개선투쟁과 참교육실천운동 왜곡된 구도를 넘어서자
전교조 활동가들에 대한 호명 방식을 보면 지금까지 참교육실천운동에 대한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소위 계선활동가(또는 조직활동가), 참교육실천(참실)활동가라는 호명이 그것이다. 그간 전교조는 참교육이념과 참교육실천운동을 통해 교육민주화(학교민주화)와 수업혁신을 추구해 왔으며 이는 제도개선투쟁과 수업혁신운동이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합금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호명에서 나타나 듯 이러한 분리적 사고는 전교조 내에서 제도개선투쟁과 참교육실천의 선차성 및 중심 논쟁을 불러 일으켰으며 마치 계선활동가는 참교육실천운동을 하지 않는 것처럼 묘사되기도 했으며 참실활동가들은 개별적 실천에 함몰되는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했었다. 심지어 이러한 왜곡된 구도는 전교조 실천운동에서 단결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표출되기도 했었다.
전교조 조합원은 참교육실천운동을 통해 교육제도개선에 참여하고 자신의 전문성을 신장시켜야 하는 책무성이 부여된다. 이는 제도개선투쟁과 참교육실천운동이 선차성과 선택의 문제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떼어낼 수 없는 것을 떼어서 사고하는 행태는 지양되어야 하며 자유주의 세력과의 담론 투쟁이 치열해질 것이 예고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전교조에게는 참교육이념 및 참교육실천운동이 재정립-재구성을 통해 한국 사회의 교육혁명 및 교사 정체성강화를 위한 실천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올바른 관점의 복원을 통해 제대로 된 참교육실천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3. 학교 시스템과 문화를 바꾸는 참교육실천운동
한국 교육의 난맥상 중 하나가 수직적인 관료 체제로 인한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자율성 부족 문제였다. 교사를 수동적인 존재로 남아있을 것을 강요해온 관료 체제로 인해 교사들의 순종이 미덕인양 회자되고 있는 것이 현재까지 학교의 모습이다. 그간 전교조의 투쟁은 교육민주화와 학교민주화를 위한 기나긴 여정이었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은 전교조 투쟁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전교조의 투쟁은 학교 민주화의 진전을 가져왔다. 그럼에도 교장의 권력 독점은 온존되었으며 교사 자율성이 제한됨으로 인해 현장을 혁신적으로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교원의 승진제도를 중심으로 한 교장의 권력 독점은 지금까지도 교사들에게 수동적 존재로 남아 있는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는 시스템의 문제이며 시스템의 문제는 교육제도를 바꿔내는 투쟁으로 상승되어야 할 것이다.
변화된 정세는 학교민주화투쟁의 상도 변화시킬 것이다. 그간의 비민주적 교장 대 민주적 교사들의 대립이 약화되고 학교시스템 개혁이 중요 과제로 제출될 것이다. 이러한 과제는 개인의 실천을 통해 구현되지 않는다.이는 집단적 실천이 요구되며, 이것은 전교조의 참교육실천운동의 새로운 방향을 예고하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시스템을 바뀌어 내는 학교민주화투쟁을 참교육실천운동의 중요 사업으로 설정해야 하며 그 중심에 학교의 권력 분점이 있다.
학교혁신 및 혁신학교 운동은 학교 현장의 자율성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교육과정을 실험적으로 적용함으로써 학교 문화를 바꾸어 내는데 성과를 가져왔다. 또한 교장공모제 등 교장 권력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통해 새로운 학교를 꿈꾸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실천들이 일정정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시스템과 문화를 바꾸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혁신학교는 그 성과가 혁신학교 내에서만 머무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학교업무정상화라는 이름으로 일정정도 일반학교에도 혁신학교의 성과가 전달되었으나 이는 혁신학교에서는 꼭 필요한 영역이었지만 혁신학교 성과의 일부만 도입됨으로 인해 오히려 일반학교에서는 학교업무정상화의 핵심 기제인 교육지원팀 구성여부가 여전히 논쟁이 되고 있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교장자격증제도에 대한 허구성을 세상에 드러낸 것은 유의미한 것이었다. 또한 내부형교장공모제의 경우 교장선출보직제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내부형교장공모제를 통해 교장의 역할을 한 대다수의 교사들이 교장이 된 후 교장 자격증을 취득(?)함으로 인해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역할이 매우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개인의 성향에 따른 결과가 아니며 교장 권력에 대한 변화만으로는 기존 교육 행정의 인적쇄신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며 이는 학교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교장선출보직제의 경우 교장의 위상을 전면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정책이라 볼 수 있으나 이 제도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학교 시스템의 개혁과 함께 진행될 때만이 학교 안의 수평적 관계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학교 시스템과 문화를 바꾸는 참교육실천운동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학교권력구조의 분점이 이뤄져야 한다. 교육3주체(교직원회, 학생회, 학부모회) 기구의 법제화를 위한 실천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교직원회의(또는 다모임)의 의결기구화를 실천적으로 요구해야 할 것이다. 학교교육과정 편성 시 학생회, 학부모회 의견수렴 및 학교 사업 채택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교장, 교감(또는 일부 교사를 포함하여)만이 학교운영 주체가 아니라 교직원 전체로 확대되어야 한다. 이는 교육과정 편성 주체의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 학교교육과정의 편성 주체가 전체 교사로 확대될 때 학생의 발달을 고려한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관계를 중심으로 한 협력적 학교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교육위기의 시기라고 명명되는 현재, 교사의 전문성을 신장시키는 교사의 교육권 보장이 필요하다. 교육위기의 또 한축인 학교 안 갈등과 폭력에 대해 학생인권 실현을 중심으로 한 평화적 학교 운영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학교 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교직원간 노동연대 역시 참교육실천운동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4. 학교교육과정에 적극 개입하는 참교육실천운동
학교교육과정은 단위 학교의 교육 목표와 교육 내용을 담은 설계도이다. 기존의 학교교육과정은 국가교육과정과 시도 교육과정 편성 운영 지침에 따른 상명하달의 문서화이자 보고 문서에 그친다. 교과목 편제와 시간 배당, 연간 수업일수와 수업 시수 등의 숫자표를 근거로 온갖 계기교육을 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이 문서는 교장과 몇몇 부장, 일반적으로는 연구부장이 주물럭거리다 뚝딱 만들어내곤 한다. 따라서 ‘문서 따로 실제 따로’가 학교의 여전한 실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조합원들이 주축이 되어 운영되고 있는 혁신학교에서는 학교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교육과정을 실현하고 있다. 자율학교라는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민주적인 교육공동체로 재구조화하려는 운동이 단위 학교를 거점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그 첫 시작이 학교를 행정 업무가 아닌 교육활동으로 재편하는 것이고, 여기에 학교교육과정은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상이자 함께 설계한 큰 그림으로 설정된다. 각급 학교 학생들의 실제적인 발달 특성과 지역의 사회문화적 상황을 반영한 학교교육과정은 구체적인 수업 실천으로 이어지며 끊임없이 수정 보완되고 있다.
정태적인 텍스트가 역동적인 실천과 운동으로 재활성화되는 혁신학교 학교교육과정 만들기는 실은 전교조 참교육실천운동의 누적된 역사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2000년 제7차 교육과정 개정 투쟁으로 촉발되었던 대안교육과정으로서의 참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논의와 시도들, 그리고 각 분과별로 진행되어온 교육과정 현장 연구들, 일제고사 반대 투쟁의 성과들이 모아진 결과인 것이다. 조합원들이 학교 현장의 교육 활동가이자 교육 전문가로서 신자유주의적으로 재편되는 국가교육과정에 대해 비판하고 투쟁해왔던 이력과 그 과정에서 학습한 교육과정 문해력이 학교교육과정 만들기에 실질적인 토대가 된다.
학교 구성원들이 주체가 되어 함께 학교교육과정을 제대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곧 학교 자치와 일상 속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다수의 혁신학교들이 보여주고 있듯이 그 길이 결코 매끄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각자의 철학과 경험에 따라 다종다양한 의견들이 제출되고, 학교의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해보지 못했던 구성원들은 봇물 터지듯 튀어나온 것들에 난감해한다. 이 때 학교 구성원들이 전체 과정에 고루 참여할 기회를 갖고 공동의 약속을 정하고 함께 비전을 세우는 일은 중요하다. 이것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학교 교육목표와 주체상이 설정되고 교육내용과 활동이 선별되기 때문이다.
학교교육과정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일 년의 흐름을 갖는다. 학년 및 담임 배정과 학년/교과 교육과정 논의, 기획팀 구성, 기본교육 활동에 대한 전체 협의, 학년/교과 교육과정과의 조율, 교육과정 설명회, 교육과정 확정 및 교육 활동, 분기별 혹은 학기별 교육과정운영 평가, 교육과정 구성원 설문, 교육과정 연수 및 워크숍 등. 이 전 과정이 교사 주체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성찰로 꾸려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적인 학교 문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수업혁신과 학교혁신을 함께 사유해온 전교조의 참교육실천운동이 적극 개입해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조합원 활동가들이 열정으로 이룬 성과들이 민주주의는 삭제된 채 매뉴얼로 박제되어 교육부와 교육청 사업들로 하달되는 상황이다. 애초에 참교육실천운동을 토양삼아 시작되었고 여전히 진행 중인 혁신학교의 학교교육과정 세우기라는 과업은 교사를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의 주체로 세우는 일이자 학교에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길이다. 이제 혁신학교에서의 학교교육과정 함께 만들기의 실험적 경험들이 참교육실천운동 2.0으로 제대로 수렴되어 향후 전망으로 제출되어야 할 것이다.
5. 학습소모임의 전략적 건설을 통한 참교육실천운동
전교조 조합원 수에 대한 평가는 진단은 비슷하나 처방에 대해서는 각양각색이다. 혹자는 조합주의 활동을 강화하여 조합원 수 증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판단도 부정적이지만 전교조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방향일 뿐만 아니라 그간 30년 전교조 참교육실천운동에 대한 부정이다. 교사가 조합원인 전교조에서 참교육실천운동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며 이는 조합원의 교육실천과 전교조 조직 강화-확대로 연결되어 있다. 현재 분회활동의 정체에 대해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래서 조합원 확대에 대한 고민이 전교조 내 중요한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전교조 창립 및 합법화 초기에는 전교조에서만 얻을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이로 인해 교사들은 전교조에서만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조건은 교사들이 조합원에 가입하는 동기가 되었다. 이는 전교조 참교육실천운동 속에서 교육활동의 내용성을 체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며 이는 전교조의 조직 확대로 연결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참교육실천운동이 전교조 조직 강화-확대의 한 축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전교조의 30년 참교육실천운동은 교실 수업 변화와 대중화에 기여해 왔다. 이로 인해 전교조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교육 실천 간극이 좁아졌다. 현재의 참교육실천운동이 일반교사들의 교육 실천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참교육 이념 및 실천운동의 재정립-재구성이 요구되는 또 다른 이유는 참교육실천운동이 전교조의 조직 강화-확대와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참교육실천운동의 방향은 조직 강화-확대의 관점에서 설정되어야 한다. 전교조는 20~30대 조직화 방안을 중심으로 조직 확대 사업을 추진해왔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방향성은 2030위원회가 만들어지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인 조직 확대와 연결되지 못했었다. 즉, 2030위원회 활동을 위해 2030세대의 교사들이 전교조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사업 방식 역시 2030의 취향에 착목함으로서 제한적 범위 내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의 참교육실천운동은 전교조 조직 강화-확대와 연결되어야하며 이는 조합원들의 전문성신장과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활동이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전략적 차원에서의 학습소모임 운동을 제안하고자 한다.
교직을 시작하고 5~10년 흐른 시기의 특징은 교사들이 자신의 교육활동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갖는 시기라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교육활동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면서 자신이 교사로서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스스로 하는 시기라 볼 수 있다. 교사로서의 자기 성찰은 교사로서의 성장과 발달의 욕구와 연결되어 교육실천에 대한 내적 성장의 욕구로 이어진다. 따라서 새로 다가올 30년 참교육실천운동은 교사들의 성장을 중심으로 한 학습소모임의 전략적 건설이 필요하다. 교사 대중의 학습 욕구를 실천적으로 묶어내는 사업 전망이 필요하다. 이러한 학습소모임 활동은 교사들의 학습욕구를 묶어낼 수 있는 좋은 계기이며 이는 전교조 조직 강화-확대의 중요한 연결 고리가 될 것이다. 다종다양한 학습소모임과 지부-지회-분회의 조직 체계는 전교조의 씨줄과 날줄이 되어 참교육실천운동의 촘촘한 그물망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이는 전교조의 조직 확대-강화의 주요한 경로가 될 것이며 이를 통해 현재 위축되어 있는 분회 활동력을 복원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조합원의 양적 증가도 중요한 일이지만 어떤 내용으로 증가하는가는 더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일회적인 아카데미 사업을 넘어서는 새로운 방식의 운동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교조의 참교육실천운동2.0은 총체적 시각에서의 운동이 필요함을 말해주고 있다. 한국교육의 근본적인 변화와 교사 개인의 실천은 총체적인 운동으로서 결합되어야 한다. 그간 전교조 참교육실천운동이 이러한 총제적인 운동으로서의 고민을 채우지 못해왔다면 앞으로 다가올 전교조의 30년은 달라져야 하며 그간 30년 전교조의 역량은 이를 충분히 실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변화된 지형은 새로운 운동방식을 요구한다. 교육노동운동의 중심인 전교조의 향후 30년을 위해 이제는 그 논의를 시작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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