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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과정 중심 평가를 둘러싼 논의

-평가 혁신을 위한 대안으로 볼 수 있을까-

 

황진우(서울목동초)

 

 

일제고사에서 수행평가까지 초등학교 평가 모습

 

교육에서 평가의 목적은 무엇일까? 일상적인 학교의 교육 활동을 통해서 학생 개개인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학습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잘하는 부분은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부족한 부분은 보충할 수 있도록 피드백하기 위해서 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교육은 입시라는 장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 초등 평가 역시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나 결과 중심의 평가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해설서에서 확인되고 있는 것처럼 평가의 목적이 ‘학생의 교육 목표 도달도 확인’이라는 것은 평가가 학생을 서열화하는 도구이며 서열화가 객관적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중•고등학교와는 달리 초등학교는 입시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었다. 앞서 교육과정에 명문화되어 있는 글에서는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실제 초등 현장에서도 학생 서열화의 도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초등학교의 성적표 변천사를 살펴보면 일제 강점기 때 ‘갑을병정’식으로 표기되던 성적표가 해방 이후 ‘수우미양가’로 이름만 대체되어 90년대 중반까지 40여 년간 이어진다. 그러나 이 방식은 96년 서울시교육청이 장학지침을 통해 ‘서술식으로 기술하라’고 지시하면서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후 2001년 3월 교육인적자원부 훈령 ‘초중고 학교생활기록부 전산처리 및 관리지침에 명기되면서 학생생활기록부에는 교사의 성적 서술 내용만 기록되고 있다.

5단계(수우미양가) 평가 방식에서 서술형 평가로의 변화는 그간 평가 방식에 있어서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 함께 도입되었던 수행평가 역시 일제식 지필평가가 주를 이뤘던 초등 평가 방식을 혁신할 수 있는 계기였다. 당시 서술형 평가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시작된 논쟁에서 서술형 평가 방식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입장은 ‘학생들의 발달 정도를 정확히 알 수 없다.’라는 이유를 들었으며 이는 학부모 내에서도 주로 제출되었고 일부 자기 관성을 넘지 못하는 교사들에게서도 제출되었다.

단계형 평가에서 서술형 평가로의 전환의 의미는 학생들을 줄세우는 결과 중심의 평가를 탈피하자는 취지였다. 그리고 점수로 학생을 규정하는 방식보다는 좀 더 세밀한 평가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자는 취지라고 볼 수 있다. 서술형 평가 전환의 논쟁은 소위 ‘내 아이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알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불만과 서열적 구조에 익숙했던 평가 방식에서 오는 논쟁이었다. ‘단계형으로 회귀하자’는 주장은 결국 학생에 대한 평가가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지원한다는 것과는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단계형 평가와 서술형 평가의 논쟁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만큼 우리 교육의 상황이 서열적인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며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전면화로 인해 더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점수로 대표되는 단계형이 학생 개개인의 발달 정도를 파악한다는 것은 허구이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된 평가 방식을 다시 회귀하지 못하고 있다.

단계형과 서술형 논쟁은 이후 절충적으로 변화된다. 서술형 평가와 연결되는 수행평가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 교육의 전면화 시기 학생 서열화 욕구는 더 기승을 부렸다. 이러한 요구는 서술형 평가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졌고 학교생활기록부의 기록 방식은 서술형을 유지하되 학생과 학부모에게 통지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3단계 평가(잘함, 보통, 노력요함)와 서술형 평가를 병행하게 된다. 이후 학교서열화 정책의 일환으로 국제중 등 특목중이 생기면서 3단계 평가로는 학생들의 순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특목중의 요구로 4단계 평가(매우잘함, 잘함, 보통, 노력요함)로 전환된다. 국제중의 경우, 5학년 2학기와 6학년 1학기 학생 성적을 요구했다. 당시 생활통지표는 대부분 서술형 평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기 때문에 국제중이 요구하는 4단계(A, B, C, D)평가를 위한 비교육적인 파행적 사례가 드러났다. 사실 국제중의 요구는 불법 입학전형자료를 학교에게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국제중은 물러서지 않고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했고 이는 초등학교 평가방식의 퇴행으로까지 이어졌다. 결국 단계가 1개 더 늘어 4단계 평가방식이 병행되었다. 학생들의 순위 경쟁을 통한 서열 방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초등학교의 평가 방식 역시 결과 활용에 치중되었던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 국제중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전면화 되던 이명박 정부 시기 평가 방식의 퇴행은 극에 달한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NCLB(낙오방지법)를 명분으로 일제고사를 통해 전국 단위 줄세우기를 시도했다. 일제고사는 그간 수행평가 중심으로 변화되던 초등학교 평가 정책을 전면적으로 퇴행시키는 것이었으며 학교 간 서열화의 하드웨어로 인식되었다. 일제고사는 서울의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의 작은 학교까지 문제풀이식 교육으로 회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일제고사 결과를 학교별•시도별로 순위를 공개함에 따라 시도교육청 역시 일제고사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수업방식(문제풀이)를 은연중 강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대국민 사기극으로 끝난 ‘임실의 기적’은 일제고사가 초등학교 평가를 황폐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일제고사를 통한 학생과 학교의 서열화는 고등학교 학교 선택제의 명분이 되었다. 소비자인 학부모들에게 일제고사를 통해 서열화된 고등학교 메뉴판을 제공하는 것이 학교 선택제다. 이는 결국 학교를 프로축구처럼 1부 리그와 2부 리그(또는 3부 리그까지)를 나누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는 현재 서울 일반고 슬럼화의 주 요인이 되었다.

일제고사를 둘러싼 MB정권과 교육노동운동진영의 공방은 치열했다. 교육노동운동진영은 파면, 해임이라는 정부의 초강수에도 굴하지 않고 일제고사 불복종 선언 및 학생의 평가 선택권을 전면화하면서 투쟁을 전개했다. 그 결과로 현재 초등의 일제고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부분 폐지가 이루어졌고 문재인 정부 들어 전면 폐지된 상황이다.

단계형 평가와 서술형 평가의 논쟁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와 함께 지필평가 중심의 일제식 평가(동학년 평가 등)와 수행평가의 논쟁이 진행되었다. 소위 지필평가와 수행평가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수행평가 자체의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지만, 수행평가는 교수-학습에서 학생들의 참여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상대적으로 지필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초등학교는 수행평가를 중심으로 한 평가 방식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현재 2015 개정교육과정이 초등학교에 적용되면서 ‘과정 중심 평가’가 강조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과정 중심 평가의 강조가 교사들의 피부에 와 닿지는 않지만, 교육청이 중점 과제를 실현하는 방식을 보면 향후 교사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예상이 가능하다. 자칫 교사와 학생들에게 질곡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그렇다면 소위 기존의 수행평가와는 다르다고 회자되는 과정 중심 평가는 어떤 것일지 살펴보고자 한다.

 

 

대안으로 제출된 과정 중심 평가, 문제는 무엇일까

 

일제고사 방식의 평가에서 수행평가로의 전환 배경과 목적은 무엇일까? 수행평가를 통해 그간 초등학교 평가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이며 현재까지 학생 평가 방식의 대안으로 제출되고 있다. 수행평가의 목적은 학생 줄세우기 일변도의 평가 방식을 탈피하는 것에 방점이 있었다. 일제고사에 익숙했던 학교문화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수행평가는 가르친 교사가 문제를 제출하지 않으면 구현하기 어려운 평가이다. 교사가 교수-학습에서 학생들에게 부족한 것이나 수업 과정에서 부족한 것을 수행평가를 통해 보완해가는 과정을 염두에 둔 것이 수행평가라 볼 수 있다. 이는 과정 중심 평가의 취지와도 맞물린다. 결과 중심의 평가 방식을 탈피하기 위해 교수-학습 과정(수업)이 평가라는 과정 중심 평가가 제출된 것이다. 수업이 이루어지는 중에 학습자의 성취 정도가 포착되며, 바로 바로 수업으로 되돌려 수업의 변화를 가져오는 역동적인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행평가와 과정 중심 평가는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는 평가의 흐름에서 제출된 것이며 평가의 목적이 학생 서열화가 아닌 개개인의 성장과 발달을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행평가와 과정 중심 평가가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에 어떻게 정리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교육부는 7차 교육과정에서 교육과정을 성취기준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면서 평가에서는 일제형 지필시험을 전면 금지하고 수행평가를 실시하라고 했다. 7차 교육과정의 취지는 평가 혁신을 이루자는 것이었지만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7차 교육과정의 평가 정책은 수행평가를 형식화시키고 일제고사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또한 7차 교육과정의 핵심 정책인 수준별 교육과정은 학교 현장에서 우열반으로 외화 되었고 초등의 경우 특별 보충 여부를 결정하는 계기로 작동되었다. 이런 조건에서 성장을 돕는 평가는 문서에만 존재하는 것이 되었고 여전히 점수로 판별하고 줄을 세우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수시 개정’이라는 이름으로 2009 개정 교육과정을 제출한다. 학교 교육과정 자율화를 내세워 학년별 편제표를 학년군, 교과군 편제로 바꾸고, 성취기준도 학년군으로 제시했다. 교사의 연임을 염두에 둔 학년군이었지만 학교 현장의 조건은 다음 학년과 연계되는 시스템을 전혀 마련하지 못했다. 수시 개정의 취지에 맞게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계속 바꾸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은 수시 개정의 취지에 맞게 내용을 담아내지 못한 교육과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평가에 있어서는 교육과정을 성취기준으로 개발하고 생활기록부에도 성취기준과 성취수준에 따라 평가할 것을 훈령 개정으로 강제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09 개정 교육과정은 평가 영역에서도 준비가 부족했다. 성취 기준과 핵심 성취 기준의 경계가 모호함에 따라 현장에서는 일대 혼란이 발생했다. 교육과정 문서에는 학년군별로 영역별 성취기준이 제시되어 있어 어떤 것이 어느 학년 것인지를 알기 어려웠다. 그런데 교육부는 교사들에게 성취기준에 따라 가르치라고 했으니 현장의 혼란은 당연히 예견된 것이었다.

교육과정의 문제가 대사회적으로 드러나던 시기에 진보민주교육감 지역에서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전개된 학교혁신운동은 평가 방식의 개선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특히, 혁신학교에서 실험적으로 전개된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평가 방식의 개선이 사실상 과정 중심 평가의 뿌리라고 볼 수 있다. 다양한 평가 도구의 개발과 통지 방법의 개선을 중심으로 실천된 평가 혁신은 평가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특히, 초등학교 평가를 분석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흐름이 창출되었다. 혁신학교에서는 수업이 이루어지는 중에 학습자의 변화를 주목했으며 이에 대한 결과를 바로 수업으로 되돌려 수업의 변화를 가져오는 역동적인 교수-학습 과정을 모색했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점수로 수치화된 학생의 평가 결과가 학생의 학습 정도를 정확히 알려주지 못하기 때문에 수업이 곧 평가라는 관점에서 수업을 전개하였다. 결과적으로 과정 중심 평가를 통해 교사가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수업을 통해 이를 구현하고, 수업 속에서 학생들의 상황을 파악하여 교육과정과 수업에 되돌리는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선순환 구조’(연계성)을 만들고자 했다.

평가의 혁신은 교육의 혁신과 연결된다. 평가의 내용과 중요성에 대해 이념과 입장을 넘어 모두 중요한 영역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평가의 혁신은 우리 교육의 매우 중요한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실험적으로 전개되던 평가 혁신의 흐름은 이후, 평가 방식의 기술적인 혁신의 관심을 넘어 평가 혁신의 철학적•이론적 배경으로 관심이 확대되었고 이는 다양한 소모임과 연구모임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은 진보민주교육감 지역의 주요 정책으로 부각되는 계기가 되었고 현재는 2015 교육과정의 적용의 확대 흐름 속에서 ‘과정 중심 평가’라는 언표로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실 평가 혁신과 관련하여 학교혁신운동을 추진하던 혁신학교에서 제출된 개념은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위한 평가 혁신이었다. 수업과 동떨어진 평가가 아니라 수업 중에 학생들 개개인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이를 바로 수업 중 피드백하는 역동적 교수-학습 과정을 전제로 했다. 따라서 학생의 성적(점수)을 가장 중요시 하던 기존 평가 프레임을 전환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2015 교육과정이 전면화 되면서 ‘과정 중심 평가’라는 언표를 통해 소위 관에서 주도하는 교육정책으로 제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학교에서 강조되고 있는 ‘과정 중심 평가’란 무엇일까? 교육청을 중심으로 제출되고 있는 내용을 보면, “시대 변화에 따라 교육평가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기반한 평가 계획에 따라 교수•학습 과정에서 학생의 변화와 성장에 대한 자료를 다각도로 수집하여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평가’가 과정 중심 평가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모든 학생들에게 획일적으로 실시되는 일제식 평가 방식보다 전 과정을 세밀히 살펴보기 때문에 더 공정하다고 말하고 있다.

변화된 시대가 꼭 과정 중심 평가를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지만, 과정 중심 평가에 대한 문서상의 내용에 대해 굳이 반박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교육과정에서 ‘과정 중심’의 평가 언급은 새삼스럽지 않다. 4차 교육과정은 목표 지향 평가, 다양한 평가 방법, 평가 결과에 따른 적절한 지도를 언급하고 있다. 5차 교육과정에서는 ‘교육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교육의 과정으로 실시’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6차 교육과정에서는 평가를 ‘교과와 특별 활동의 학년별 성취 수준을 설정하고, 다양한 평가 도구와 방법으로 성취도를 평가하여, 학생의 목표 도달도를 확인하고 수업의 질 개선을 위한 자료로 활용’할 것을 기술하고 있다. 7차 교육과정은 가르친 교사가 가르친 것을 평가하는 ‘교사의 평가권’을 언급한다. 현재 적용중인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습의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를 강화하여 학생이 자신의 학습을 성찰하도록 하고, 평가 결과를 활용하여 교수-학습의 질을 개선’하자고 제시하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며, 교수-학습-평가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고 교과의 성격과 특성에 맞는 방법으로 평가하되, 서술형 평가나 수행평가의 비중을 확대하라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평가 혁신의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과정 중심 평가’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전면화 속에서 논쟁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왜일까? 기존의 것을 버리지 못하는 교사들의 관성이 원인일까? 좋은 취지와 방향을 갖고 있지만, 관이 주도하면서 탱자가 되버린 것인가? 아니면 자체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신자유주의 교육 평가 ‘수행평가’의 연장선인 과정중심평가

 

서방 세계가 펼친 교육 개선 노력을 학계는 크게 보아 신자유주의적 교육 개혁, 세균(GERM, Global Education Reform Movement)이라고 비난한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이를 수용한 국가들의 교육 황폐화를 초래했다. 소비자 선택을 빙자해서 무한 경쟁을 조장하였고 수업에 있어서는 학급자의 구성을 이유로 방기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신자유주의 교육의 내적 측면을 강제하는 기제는 기준 설정과 그 성취 여부를 따지는 평가이다. 패러다임의 전환 차원에서 제출된 수행평가가 대표적인 방식이다. 현재 강조되고 있는 과정 중심 평가는 수행평가를 규정하는 특징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우리 교육은 아직도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폐해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진보민주교육감 지역에서도 이런 저런 처방과 예방 조치로 외적으로 확연하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학급에서 전선을 후퇴하여 최후의 마지노선을 평가에 구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구성주의와 수행평가의 핵심 DNA를 지닌 ‘과정 중심 평가’라는 것을 통해 신자유주의가 명맥을 유지한다고 보고 있다. 과정 중심 평가는 교육부 실세들이 사활을 걸고 확산시키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에 대한 새로운 평가 프레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 배경에 핀란드 교육과정을 접목하고 있다. 핀란드 교육과정의 내용을 통해 ‘평가 기조와 학습을 지원하는 평가 문화’를 형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평가의 본질은 ‘학생이 스스로를, 스스로의 진척을, 나아가 동료와 함께 하는 일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문화적 능력’을 자기 것으로 내제화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현재 ‘과정 중심 평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평가 방식 일체를 전환하여 학생의 전면적 발달을 이뤄낼 수 있는 새로운 평가 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취지는 좋지만 문서에 국한된 수행평가, 과정중심평가-교사들의 헌신성만을 요구

 

과정 중심 평가는 수행평가의 확대를 전제로 하고 있다. 수행평가에 있어서도 그 취지는 좋지만 현장에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정부가 수행평가를 도입하기 시작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수행평가는 아직 학교현장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수행평가가 정착하지 못한 원인으로 수행평가에 관련하여 제도의 변화와 현장의 관행 간에 존재하는 깊은 간극을 들고 있다. 그동안 교육학계와 정책담당자들은 지나치게 제도의 변화에만 매달리면서 현장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우리나라 교육에서 ‘서열화 효율성’이 중요시되는 관행이 수행평가라는 정책 변화가 학교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셋째로, 그동안 국가교육과정이 교사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지식내용을 가르치도록 요구하고 있어서 이를 완화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형태의 수업방식이나 수행평가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비판이다. 교사들이 가르쳐야 할 학습 분량이 여전히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교사들의 교수 및 평가 방식의 변화를 위해서도 정부가 학교현장의 자발적인 변화를 지원하는 데 중심을 두기보다는 여전히 정부가 현장에 지시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제재하는 방식에 의존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5년 만에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제도가 바뀌어 일관성이 훼손됨에 따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가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학교현장에서 이에 대한 준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향후 수행평가의 확산을 위해서는 현장의 변화를 지원하는 ‘상향식 점진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교사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지원하고 교사들의 역량을 강화해 주며 학교 변화의 점진적 확산을 지원하는 현장 중심의 상향식(bottom-up)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첫째, 수행평가의 현장 실천을 지원할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교사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함께 참여하여 교과별로 양질의 수행평가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담은 수행평가 가이드라인을 작성하고 이에 관한 정보와 함께 온라인 연수 프로그램을 인터넷 웹 기반으로 먼저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교사의 수행평가 역량을 강화할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수업과 평가 방식의 변화에 대한 교사들의 늘어나는 관심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을 위한 연수의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못하였다. 따라서 교사들에게 수업과 평가 방식의 변화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연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수행평가의 학교 확산을 지원할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학기제 학교, 자율학교, 혁신학교 등부터 교내 수행평가체제를 구축한 후 다른 학교로 확산되도록 하여야 한다. 넷째, 학업성취도평가부터 수행평가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대학진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학입시제도의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어 왔지만, 학생들의 대학진학에 바로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교사들과 교장들에게는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학업성취도평가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위의 의견은 수행평가는 그 취지는 타당하니 한국교육 여건과 교사들의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연결되고 있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일명 ‘교수평 일체화’ 역시 교사들의 자기 성찰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제언을 살펴보면, ‘교육과정을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설계하여 즐거운 배움 중심 수업을 실천하며 그 과정 속에서 학생의 성장을 돕는 평가를 하는 바람직한 선순환적인 일체화’를 위해 ‘교사들의 헌신성을 요구하고 있다. 교수평 일체화를 위해 교사들의 변화가 필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이러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물적 토대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여전히 교사들은 업무와 민원에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취지의 정책 역시 그것이 구현될 수 있는 물적 토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양하게 제출되고 있다.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 과정 중심으로 평가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취지의 타당성은 인정하나 실제 학교현장에서 벌어지는 모습은 좋은 취지와 동떨어진 모습이라는 의견이다. 그리고 교사의 헌신성을 잣대로 접근하는 방식은 과정 중심 평가가 안정화되는데 있어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헌신적인 교사가 과정 중심 평가도 잘한다.”는 논리는 상대적으로 ‘과정 중심 평가를 하지 않는 교사는 노력하지 않는 교사?’로 환치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평가는 촘촘한데 피드백은 어디에?

 

과정 중심 평가의 강조로 수행평가의 양이 급증했다는 기사는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물론 중•고등학생의 경우라 초등학교의 상황과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과정 중심 평가가 안정화된다면 초등학교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기사는 과정 중심 평가 강조로 과목별 수행평가 및 서술형 시험의 비중이 45%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수행평가 축소’를 청와대 국민 청원한 고교교사의 글을 인용하면서 현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과정 중심 평가의 취지는 수업이 곧 평가여야 한다. 어떻게 보면 학생은 자신들이 평가를 받고 있는지 몰라야 하는 것임에도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선, 수행평가는 사전 고지를 해야 한다. 아울러 사전 고지된 수행평가는 일정정도의 시간과 결과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서 수행평가의 양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평가의 시간이 많아짐을 의미하기 때문에 위의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학생의 입장에서는 질곡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럼 교사들은 어떨까. 초등학교의 교과목수는 많다. 그리고 담임이 담당해야 하는 과목의 수도 많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육청 연수 내용에 따르면, 담임교사가 개발해야 하는 과정중심평가의 수행평가 가지수는 엄청나다. 한 과목당 성취기준을 평가하기 위해 교사가 준비해야 할 평가의 가짓수는 대략 30~40개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대안으로 동학년 협의 및 교과목 협의를 통해 함께 협력해서 평가영역과 방식을 결정하라고 하지만 이 또한 초등학교에서 구현되기에는 그간의 관성이 너무 크게 작동된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교사가 ‘과정 중심 평가’를 올곧게 구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정 과목에 대한 부분적 적용이 현재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초등학교에 전학년에 걸쳐 전면화되고 있는 첫해의 모습이다. 좋은 취지의 평가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질곡으로 다가온다면 그 방법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

 

 

진정한 평가 혁신을 위해 집단적 모색을 시도해야

 

이 글에서는 현재 시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점을 중심으로 정리해보았다. 아직 초등에서는 과정 중심 평가가 교사들의 핵심적인 고충 사안으로 제출되지는 않고 있다. 다만, 그간 교육청에서 하는 일들의 관성에 비춰볼 때, 아마도 멀지 않은 시기에 교사들을 옥죄는 것 중의 하나가 될 것으로 예견된다. 이것이 평가 혁신이다라고 대안을 제출하는 것은 필자의 역량에도 맞지 않고 아직 구체적인 폐해가 드러나지 않은 조건에서 쉽지 않다. 다만, 이 글이 학교 단위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평가에 있어서 바람직한 방향과 실천에 대한 집단적 모색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현재 전반적인 분위기는 과정 중심 평가의 확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의 교육 현실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입장이 지배적이다. 수행평가는 학습 과정에서 학생의 성취도를 높여주는 게 본래 목적인데, 상급학교의 진학 자료인 학생부에 기록되면서 ‘평가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행평가 결과를 학생부에 기록하거나 입시에 활용하는 방식을 바꿔야 수행평가의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출되고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새로운 문화가 유입되는 것도 어렵지만 바뀐 제도에 대해 무난히 적응해가는 경향이 강한 공간이다. 초등교사들의 문화적 특징으로 기인한 것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초등교육이 가졌던 관성의 힘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교에서의 진정한 평가 혁신을 위해 교사들의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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