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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7차교육과정 비판(행신고)

2000.08.02 07:57

서민철 조회 수:632 추천:27

고양시 행신고 분회 소식지5호의 기획글

7차교육과정 비판.

고등학교의 경우 내후년부터 시행하게 될 7차 교육과정의 기본방침은 이렇다.
①정보화·세계화에 적응할 수있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신장한다.
②10년간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을 운영하여, 국민 전체의 기초실력을 공고히 하고, 고등 학교 2, 3학년은 선택중심 교육과정 도입하여, 자율과 창의를 실현하며, 수준별 교육과정을 도입하여 개 별화 학습과 수월성을 추구한다.
③재량시간을 확대하여 교육과정 편성운영에서 현장의 자율성 추구한다.
"전국민이 교육전문가"일 정도로 교육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의 교육에 대해, 이와같은 후련한 교육적 대안을 찾기도 어렵지 않은가. 실제로 7차 교육과정은, 6차를 포함한 그간의 교육과정에 대하여, 주입식이고 지식위주며 공급자 위주고 하달식이며 자율과 창의를 저해했다며 힘주어 비판하고 그 대안으로써 위와같이 자신있게 제출된 것이다. 그런데, 교육에 관한한 혁신주의자임을 자임해온 우리가 그 훌륭하기 그지없는 7차교육과정을 정면 비판한다는 것은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육과정이 언제나 5년마다 한번씩 개정되고 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지만, 7차 만큼 "개혁"을 전면에 내세운 교육과정은 찾기 어렵다. 교육과정을 큰폭으로 바꾼는 일은 6차때부터의 일이다. 6차 교육과정도 선택과목수 확대, 교과내용 축소, 학교와 시도 교육청 재량 확대를 혁신적으로 시도했었다. 그러나 우리의 7차에서는, 6차의 그 "혁신적"인 교육과정도 다가올 21세기의 "패러다임적" 전환기에 대처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7차에서는 학생선택권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학습부담을 획기적으로 축소하며 학교와 시·도 재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헌데, 6차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야심차게 제출된 7차 개정안이 구상된 것은, 의아스럽게도 6차가 초등학교에서 막 시행되고 있던 95년 교육개혁위원회의 5.31교육개혁안이었다. 곧바로 이듬해 2.9에는 교개위 산하 교육과정 특위에서 국민공통기본교과와 고2·3의 선택과목제, 수준별, 수행평가를 골자로하는 교육과정안이 공표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그해 3월 한국교육개발원은 교육부의 위촉을 받아 7차교육과정 기초연구에 들어가 이듬해 7차 교육과정 총론과 각론이 확정되었다. 교개위의 2.9교육개혁안이 공표된 이후, 여러 학자집단이 교육과정 기초연구를 수행했지만, 이는 순수연구가 아니라 "위촉"받은 연구로서 교개위 공표안에 대한 "감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나름대로 야심찬 개혁안이었던 6차가 중고등학교에서는 시행되기도 전에 7차를 서둘러 계획한 이 웃지못할 한국 교육행정 현실에서, 百年之大計의 당위는 한갖 교육장관실 액자속에만 갇혀있을 뿐이었다.
장기간의 군사독재시기를 지나는 동안에 사회 각분야에 누적된 불구적 사회문제는 교육분야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교육에서의 모순이 심화되어 80년대부터 부각되기 시작한 교육문제라는 것은, 콩나물교실, 입시지옥, 지식위주, 창의성과 자율 저해, 개성 말살, 계급재생산 등의 문제로 국민들의 머리속에 문제의식화되고 있었다. 민주화 운동의 성과로 뒤늦게 집권한 문민정부에 있어서, 군사독재와의 단절 즉 개혁은 삼당야합으로 집권한 김영삼에 있어 정체성 자체였다. 그의 개혁 드라이브는 정치, 경제, 교육 각 분야에서 시도되었고, 교육부문의 "개혁"을 담당할 주체로 94년 교개위를 꾸렸다. 그렇게 태어난 교개위는, 자신의 존재이유에 따라 김영삼의 "개혁" 드라이브와 세계화 논리를 충실히 반영하는 개혁안을 안출하기 위해, 위원들로서도 감당하기 힘든 교육이념들을 동원해가며 가능한 한 최대한 "개혁적"이려 하였다. 이렇듯 7차교육과정은, 그 발상 자체가 문민정부의 개혁이미지 제고에 일조하는, 하나의 정치상품으로서 제출된 것으로서, 우리 자랑스럽기 그지없는 대한민국에서는 "교육행정 독립의 원칙"이라는 최소한의 상식도, 임용고시 수험교재에서만 노니는 빛바랜 먹물에 지나지 않음을 새삼 재확인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먼저, 한국의 교육문제 목록 중에서, 문제들의 우선성 문제가 전혀 고려됨 없이, 원인이 아닌 결과인 문제, 즉 창의성과 자율성 저해 및 개성 말살과 같은 문제를 교육문제의 제일원인인 것으로 파악하고, 여기에 집중적인 개혁에너지를 쏟아부었다. 학습부담 경감과 선택과목 확대는, 자체로 획기적인 교육적 의미를 가지나, 한국 교육현실에서 그것은 콩나물교실이나 입시지옥등의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결과에 가까운 현상이다. 개별화교육과 인성교육과 학생의 자율과 창의를 확대하는 교육은, 교사대 학생비율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교과별 교실 도입하고 건물 더짓고 교사 늘리고 하는 교육환경 개선을 통해 최소한 절반 이상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수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주장해 왔건만, 이러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교사충원과 시설확충은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것이고, 교육과정을 개정하는 일은 몇명의 교수들에게 연구비 몇백씩만 쥐어주면 끝나는 일이다. 그리고 방송에 일반인들이 생소해할 선택교과제, 수준별 학습 등의 기획안을 선정적으로 공표해주면, 오히려 손쉽게 정부의 교육개혁이미지를 홍보할 수 있는 것이다.
7차에서 학생의 학습부담을 경감하고 문과/이과 구분도 무시한채 학생선택권을 대폭 확대한 것은 결국 교육자-학습자 관계에서 학습자를 위주로 함을 천명하는 것이다. 정부쪽에서는 학습자 중심교육을 보다 효과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수요자" 중심교육이라는 말로 치환했다. 이 언술전환, 즉 교육자-학습자 관계를 공급자-수요자 관계로 바꾸어버린 이 언어전략은, 이미 사회적으로 "소비자가 왕"이라는 관념이 일반화된 상황에 편승하여,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한 학습자 중심주의를 선교하는데 보다 효과적인 것이다. 물론 그들은 교육관계가 과연 공급-수요 관계인지 논증을 한적 없으며, 다수 국민들도 교육을 시장과 동일시하려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다.
어쨌든, 학습자 중심주의의 입장에 서면, 그 궁극에서는 절대적 지식에 대해, 혹은 학자의 지식에 대해 회의하는 경향을 띠게 된다. 아울러 학습자의 성숙성을 미리 전제하게 되고, 수업상황은 "대화"나 "과정"으로 드러난다. 한국에서는 최대한도로 학습자중심주의를 추구한 7차에서는, 그 정당화 논거로 90년대 초중반 한국 지성계를 강타했던 포스트모더니즘(진리에 대한 극심한 회의론)을 들었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이 일관된 철학사상이라기 보다는 프랑스와 미국에서는 80년대, 한국에서는 90년대 전반에 유행했던 각종 회의론을 뭉뚱그려 일컫는 명사에 불과한 것이다. 더우기 90년대 후반으로 오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전망은 더이상 시대를 이끌어갈 수 없음이 드러났다. 또한 교육 자체의 본질적 기능이 복지적 기능에 있음을 들어 이는 수요자 중심을 요청한다 하였지만, 복지적 기능 말고도 더 중요한 인간발달 기능 사회화 혹은 문화화 라는 기능이 교육에는 있다. 아울러 복지적 기능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교육자의 숙의에 의한 교육이 함께 요청되는 것이다.
7차교육과정은 학습자중심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해석학적 교육과정론을 수용하고 있다. 해석학적 교육과정관은, 교육과정을 하나의 "과정"으로 파악하고 수업상황도 교사와 학생간 대화와 이해로 인식하며, 지식 또한 대화와 이해로부터 끊임없이 새롭게 창출되는 것이라는 사유방식이다. 물론, 해석학적 교육과정론이 교육과정 사조중에서 최근의 중요한 사조임에는 틀림없으나, 그것이 자체로 시대적 정당성(즉 현시기에는 반드시 해당 사조가 적용돼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을 획득한 것이 아니며, 해석학적 교육과정론의 현 한국시기에의 타당성마저도 조사된 바 없다. 교개위의 교육개혁 모두에, 21세기는 산업사회가 아닌 정보화·세계화의 시대로 "패러다임적" 대전환의 시대이므로, 기존의 산업사회적 교육시스템으로는 안된다는 논리로서, 7차교육과정을 주창하고 있다. 정보화·세계화가 시대적 추세인것은 확실하나, 그것이 과연 "패러다임적" 대전환인지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정보화·세계화는 산업사회의 자본가들의 자본축적 전략에 불과하며, 정보화·세계화는 사실 자본가와 자본의 정보화 및 자본의 세계화일 뿐이다. 따라서 21세기는 산업사회의 연장이며, 다만 이윤의 금맥이 공장으로부터 반도체로 옮겨졌을 뿐이다. 이렇게 "시대의 대전환" 주장이 허구라면, 그 따름정리로서의 해석학적 교육과정론의 시대 정당성론은 허구이다. 결과적으로 7차교육과정의 학습자중심주의는, 현시기 한국의 상황과 부정합된 교육과정이다.
7차교육과정이 갖는 한국 교육상황과의 괴리는, 고2·3의 선택과목제에 따른 교사수급과 교실확보 부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7차교육과정을 "감수"하기 위한 교육개발원 연구팀 보고서에서조차, 교개위의 선택과목제를 시행하려면, "사후대책"이 아닌 "선결조건"으로 반드시 교사수급과 교실확보가 미리 이루어져 있어야 함을 힘주어 강조했다. 그러나 97년 속개된 교원대책에서도 교사수급을 복수전공제와 연수대책 정도로만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복수전공제는 현재 사범대에서 시행하고 있는 성적 우수한 학생이 전공을 두개 취득하게 하는 것이고, 연수대책은 지금 현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통사회, 공통과학 부전공 연수이다. 결국 교사를 더 뽑지는 않으면서, 한교사가 두과목 가르치게 하는 교사노동력 착취를 통하여 교사수급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손안대고 코푼다"는 비아냥으로도 모자랄 정도의 교육무관심 자체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연수를 통하여 교사수급을 해결하겠다는 것은, 교사의 교과전문성을 심대하게 훼손하는 처사가 아닐수 없다. 연수는 재교육일뿐 "양성"이 아니지 않은가? 국화꽃 한송이를 피우려해도 밤새워 우는 작업이 필요한데, 수백수천명을 가르치게될 한 사람의 교사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천오백일동안의 산고도 오히려 모자라지 않는가? 복수전공이 갖는 교과전문성 약화 문제도 심상치 않은데, 교육부의 연수와 양성의 혼돈은 교육에 대한 몰이해이거나 무관심 둘중 하나다.
7차교육과정의 선택과목제를 시행하기 위한 교실건축계획은 구체적으로 아직 없다. 단계적으로 교실을 늘리겠다 공허한 약속만이 궁색하게 들려오는 정도이다. 이것은 "이론과 현실은 원래 다르다" 며 체념할 일이 아니다. 이론과 현실이 다르다면, 어떻게든 그걸 일치시키려는 실천이 필요하다. 그 실천은 이론을 폐기하든 현실을 변혁하든 둘중 하나다. 7차교육과정의 탁상공론과 현실의 모순에 있어서는, 과감한 교육예산 투입을 통한 교실건축과 교사증원을 통해 현실을 변혁하든가, 아니면 7차를 폐기하든가 둘중 하나를 정부는 선택해야 한다.
7차교육과정의 선택과목제에서는, 일반선택과 심화선택을 나누고 일반선택은 통합교과적인 가벼운 교과목(국어와 생활, 인간사회와 환경, 과학과 생활 등)을 배치하고 심화선택은 세분된 심화교과목(문법, 작문, 경제, 세계사, 세계지리, 미분적분, 물리I, 물리II 등)을 배치하였다. 이들이 다 개설되고 학생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가는 차치하고, 학생들이 과연 어려운 과목을 선택하겠는가, 자신의 진로와 흥미·적성을 고려하여 선택하겠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대학에서조차도 학점따기 쉬운 과목 혹은 학점 잘주는 교수의 강의를 골라가며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소신있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의 고등학생이 과연 얼마나 성숙했기에, 그들이 진정으로 쉬운과목을 추구하지 않고 어렵더라도 자신에게 필요한 과목을 선택하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일반선택은 교양과목군에서 두과목 이상, 기타 과목군에서 1과목 이상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쉬운 일반선택과목을 다 "선택"하고 어려운 심화선택과목은 최소한도로 "선택"하여 이수할 수도 있다. 선택과목중에서도 어느 학생이 미분적분, 물리, 한국지리 등을 선택하겠는가? 쉬운 작문, 화법 등을 선택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체육실기를 숱하게 선택하지 않겠는가? 볼링, 당구, 수영 등. 7차교육과정의 원래 취지를 잘 살리는 소신있는 학생이 과연 몇명이나 되겠는가? 그렇다면 7차교육과정은 그 소신파 학생 몇명만을 위한 교육과정이지 국민교육이라 할 수 없다.
최근 방송에서 여러차례 보도되었듯, 학생들의 기초학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이는 6차때부터 교과내용을 과감히 축소하고 수능을 쉽게 출제하고 대입전형 방법을 다양화한 결과다. 학생들은 그렇게 머리싸메고 공부안해도 대학갈수 있는 상황에다가, 자본주의 소비사회가 학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다 보니 학생들이 점점더 공부를 안하게 된 것이다. 이는 결국 국가 인력 문제로 귀착된다. 미국의 경우는 주별로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 없지만, 대체로 쉬운 교육 추구하다가 학생들의 기초실력에 문제가 생기면 Back to Basic으로 가다가, 다시 학생중심교육으로 가다가 다시 뒤집고 하기를 반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다시 Back to Basic으로 가고 있다. 미국과 같은 그러한 교육혼란을 우리가 왜 그대로 반복해야 하는가? 7차교육과정은 얼마전 미국에서 시행되던 K-1에서 K-10까지의 공통기본교과 체제를 그대로 복사("창조적으로 발전"시킨게 아닌 그야말로 복사기에 넣는)한 수준이다.
어느 고육신문(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는 인터넷 싸이트) 투고자의 말이다. "대학은 수준높은 미국대학 따라했는데도 대학 후진국 면치 못하고, 고등학교는 망한 미국교육 따라가서 고교교육 망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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