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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현 대선 정세에 관한 참고 글

2002.12.01 00:12

정은교 조회 수:2498

16대 대선과 지식인의 선택


주대환(민주노동당 마산합포지구당 위원장)


1. 16대 대선의 역사적 지위, 또는 중요성
2. 미국식 개혁인가, 유럽식 진보인가?
3. 이회창인가. 노무현인가?
4. 보수 양당 구도인가, 2+1 구도인가?
5. 지식인의 선택은 무엇인가?
6. 바람직한 지식인의 정치 참여 방식은 무엇인가?



제16대 대통령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다. 치열한 권력 투쟁, 아니 차라리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승패의 결말을 알 수 없는 이 전쟁에 대해서, 전장(戰場)의 한 가운데서 전투병의 한 사람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무언가를 말하려고 할 때 아마도 엄청난 착시와 착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나 개인의 주관적 희망과 입장이 사물 인식을 크게 왜곡시킬 것을 미리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나의 앞뒤 맞지 않는 몇 마디 외침도 최소한 ‘역사로서의 현재’에 충실한 발언이 될 수는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사려 깊은 누군가가 가만히 들어보면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나름의 의미를 가진 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두서없이 그저 생각나는 대로 몇 마디 적어본다.

1. 16대 대선의 역사적 지위, 또는 중요성

잘 알다시피, 제16대 대선은 지난 15년간의 민주화 과도기, 흔히 3김 시대라고 부르는 한 시대를 마무리 짓는 시점에 놓여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의 가설을 세워 볼 수 있다. 그 가설은 “2002년 대선에서 나타나는 여러 현상들은 3김씨가 퇴장한 이후에 한국 정치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보여 줄 것”이라는 가설이다. 그런 가설은 결국에는 십수 년이 지난 후에야 진위가 판가름 날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은 다만 그러한 가설이 옳다는 전제를 가지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관찰하는 것이다.
“2002년 대선이 3김 시대 이후의 한국 정치의 방향을 보여줄 것”이라는 말을 뒤집는다면, 2002년 대선의 구도와 결과가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 다가오는 십수 년, 아니면 한국이 선진국 대열로 본격 진입하고 북한을 ‘통일시켜’ 새로운 나라를 만들 만한 정치경제적 역량과 사회문화적 역량을 갖추게 되는 어느 날에 이를 때까지의 한국 정치의 기본 구도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는 지금 매우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만들고 관찰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이 역사가 굽이치는 결정적인 순간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러 측면에서 이 대선을 바라보아야 한다. 단순히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인가라는 한 가지 흥미로만 이번 대선을 바라볼 수가 없다.
이런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15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1987년 대선을 돌이켜보자는 말이다. 돌이켜 보면 1972년부터 1987년까지 계속된 15년간의 군사파쇼통치의 시대를 마무리짓는 1987년 대선에서 그 후 15년간의 지루한 민주화 과도기의 모습이 결정되었다. 1987년 대선의 당선자가 누구인가만이 중요한 사실은 아니었다. 그런데 2002년 대선은 바로 1987년 대선과 같은 역사적 지위, 또는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가정이다.
1987년 대선을 돌이켜보면 노태우가 당선되었을 뿐만 아니라 김영삼 씨가 2등, 김대중 씨가 3등을 하고 김종필 씨가 4등을 하였다. 2등을 한 김영삼 씨와 3등을 한 김대중 씨가 차례로 대통령을 하고 김종필 씨도 나름대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다시 말해서 민주화 과도기의 구도가 정해지고, 민주화의 속도나 방법, 주도권의 향방이 정해진 것이다.
1987년 대선의 구도가 실제로 이루어진 것과 달랐다면 어떻게 되었을 것인가? 먼저 양김이 분열하지 않고 한민당의 원류로부터 흘러오는 보수정당이 하나로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 것인가? 그리고 ‘운동권’이 진보적 기치를 들고 독자적인 세력으로서 대통령 선거에 참여했다면 어떻게 되었을 것인가? 그랬다면 우선 민주화의 속도와 철저성에서 크게 달랐을 것이다. 지역주의가 정치의 핵심 요인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진보정당도 만들어졌을 것이다. 브라질의 경우가 그렇게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물론 실제로는 이렇게 되지 않았지만 김근태나 이해찬, 그리고 김영환 같은 사람들, 결국 주사파와 비판적 지지파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특별한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군부가 민주화의 헤게모니를 쥐게 되었으니 이 나라의 민주주의 혁명은 처음부터 타락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타락에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이번 16대 대선을 경과하면서 3김 시대 이후의 정치구도가 결정될 것이다. 역사적, 문화적 조건으로 볼 때, 우리는 3김 시대의 종식과 더불어 지역주의가 어느 정도 퇴조하면서, 미국식 보수 양당 구도가, 일정한 정책적 차이를 가지는 보수 양당이 대립하는 정치구도가 만들어져 나가는 그러한 경향성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보수 양당 구도로 만족하지 않고 하나의 진보정당을 첨가시켜 2+1 구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권영길의 득표수는 바로 +1의 1차적 가능성을 판가름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아마도 5퍼센트가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며 실제로 권영길 후보가 그 정도는 득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극우 파시스트들이 보수정당으로부터 독립하여 또 하나의 작은 정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2+2의 구도가 되는 것이나 아직은 파시스트들이 이회창의 한나라당에서 안주할 것으로 보인다. 장세동 같은 사람도 있지만 극우파의 주류는 아니다. 전두환은 장세동의 대통령 출마를 말렸다. 전두환이 장세동의 출마를 말렸지만 듣지 않아 “장세동도 나이가 들어 이제 내 말을 듣지 않는다”고 개탄했다고 하지 않는가?
또 이번 대선을 통해서 이 나라가 한 걸음 더 발전해나가는, 다시 말해서 사회진보와 통일로 나아가는 길의 방향과 주도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더 이상 식민지도 아니고 군부독재 국가도 아닌 민주화된 정상적인 국민국가, 세계 13위의 경제 대국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런 문제가 이번 대선에서 국민적으로 토론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2. 미국식 개혁인가, 유럽식 진보인가?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현재의 상황을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눈부신 경제적 발전을 밑받침으로 하여, 민주화운동을 또 다른 동력으로 하여 우리나라는 사회 문화적 발전을 거듭하여 이제 어엿한 중진국이 되었다. 이제 선진국의 문턱에 있다. 남북간의 군사적 대립과 긴장이 하나의 걸림돌이기는 하지만 이 문제만 어느 정도 적절한 수준으로 통제하고 완화시키면 우리나라는 더욱 발전하여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러한 조건으로부터 ‘진보’가 출발하고 규정된다. 많은 국민들이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가기를, 진보하기를 원한다. 물론 현재에 만족하는 보수도 있고 과거가 좋다는 반동도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반동은 그렇게 많지 않다. 누가 과거로 돌아가고 싶겠는가? 군사독재 시절로 말이다. 그런데 보수도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것이 특이한 점인데, 그만큼 우리나라가 아직 안정적이지 않고 급속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지킬만한 ‘현재’가 없는 것이다. 물론 멀지 않은 장래에 급속한 변화의 시대로부터 안정의 시대로 가면서 서서히 보수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원하는 진보는 무엇인가? 이 평범한 국민들의 진보는 폭이 넓고 다양하고 애매모호하다. 다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는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데 어디로 가야하는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를 좀더 자주 토론할 필요가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미국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럽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소련이 무너지고 중국이 자본주의화의 길로 나아가면서 또 다른 길, 공산주의의 길은 갈 수 있는 길이 아님이 밝혀졌다. 미국으로 가는 길과 유럽으로 가는 길, 나는 사람들이 이 두 가지 방향의 차이를 생각한다면 자기가 생각하는 진보의 내용이 보다 명확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유럽은 어떻게 다른가? 미국은 자유주의적인 정치철학을 바탕에 두고 만들어진 나라이고 유럽은 사회주의적인 평등 이념이 바탕이 된 나라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유럽에서는 국가가 복지를 내걸고 부자들로부터 엄청난 세금을 거두어들여 빈민과 실업자와 노인을 위해 쓰고 있다. 그리고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국가에서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 국민의 최저생계를 국가가 보장하고 있다. 소득이 많거나 재산이 많은 사람들은 매우 많은 세금을 내면서도 불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사회주의적 사고가 일반화되어 있다. 통일되기 전에 서독은 사회주의를 내걸었던 동독보다 ‘더 사회주의적인’ 나라라고 평가되기도 했다.
반면에 미국은 자유주의의 이념이 압도적인 나라이다. 뉴욕 항 입구에 선 자유의 여신상이 이 나라를 상징하는 만큼 이 나라는 자유의 나라인 것이다.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철학에 따라 총기 소지를 법으로 금지하지 않고 있는 나라이다. 자유 경쟁을 원리로 하다보니 빈부격차가 크다. 개인의 자유는 보장되어 있고 경쟁에게 이기는 자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나라이지만 반면 치열한 경쟁의 낙오자는 비참하다. 세계 최고의 부자 나라이고 기회의 나라이지만 인종차별의 어두운 면을 가진 나라이고 범죄율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의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애매한 생각 가운데서도 대다수는 미국으로 가는 길을 부지부식 간에 받아들이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미국이 미래 우리나라의 모습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서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의 ‘개혁’이 나온다. 개혁이라는 것은 그저 바꾸자는 것이지만, 구체 역사적으로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나라를 조금이라도 더 미국에 가깝게 만들자는 이야기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러니까 개혁은 신자유주의적인 진보를 말하는 것이다.
김영삼과 김대중의 정치적 영향력만큼이나 ‘개혁’이라는 말은 ‘진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그러나 무언가를 애매모호하게 말하기 위한 말, 정치적 수사로서 개혁이라는 말보다는 진보가 더 정확하다. 왜냐하면 진보는 보수와 반동이라는 분명한 대립항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보’인데 무슨 진보인가를 묻고 미국으로 가자는 것인지 유럽으로 가자는 것인지, 자유주의적인 진보를 말하는지 사회주의적인 진보를 말하는지를 잘 구분해야 할 것이다.
미국으로 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회사의 회계 장부가 정확해져야 한다. 모든 거래가 투명해져야 한다. 자유 경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연고주의, 학벌주의를 타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정부패를 추방해야 한다. 이른바 ‘정실자본주의’를 배척하고 합리화를 해야 한다.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유럽으로 가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유럽으로 가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커지고 진보정당이 자리 잡아 임금 격차를 줄이고 계급간의 사회적 차별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유럽으로 가는 길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노동운동을 하고 진보정당을 하는 것이다.
유럽식 진보파, 사회주의자의 관점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교육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 교육의 실정에 대해서야 이구동성으로 “이대로는 안 된다”고 외치고 있다. 이항규가 [대학 없애야 우리가 산다]는 책을 쓰고 김동훈이 [대학이 망해야 나라가 산다]는 제목으로 책을 써도 사람들이 공감한다. 대학 간판을 따기 위한 입시 경쟁이 과도하게 전개되면서 교육이 엉망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토록 십대 아이들을 괴롭히고, 생각하고 운동하고 체험할 여유를 주지 않고 키우면서, 그토록 많은 돈을 들이고 많은 인력을 들여 붕어빵 같은 인간들을 양산하는 생산성 없는 산업이 한국의 교육이라는 것이다. 이런 교육이 계속되는 한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 사회문화의 발전도 그 한계가 뻔하다는 것이다. 이런 인적 자원으로서 발전할 수 있는 한계에 이미 우리나라가 도달했다고 한다.
유럽식 진보파의 관점에서 보자면 문제는 어디서 출발하는가? 우리나라에서는 대학 교육에 대한 가수요가 너무 크다. 그리고 그 가수요는 과잉 경쟁을 부르고 과잉 경쟁은 공부를 왜곡시킨다. 공부는 단순 주입, 암기, 반복 문제 풀이 연습 등으로 전락한다. 그리고 학교는 창의력 없고 실질적 지식이 부족하고, 철학과 주관이 없고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분명하지 않은 2류 인력을 공급한다. 결국 기업과 연구소와 사회 모든 분야가 전사회적인 창조적 생산력의 한계를 보인다는 것이다.
문제의 발단이 대학 교육에 대한 가수요라면 그것이 왜 발생하는지를 보아야 한다. 대학 교육에 대한 가수요는 학벌에 따르는 임금 격차, 인간 대접의 차이가 너무나 크다는 것이 원인이다. 독일처럼 한 사람의 노동자가 취직해서부터 정년퇴직할 때까지 받는 임금, 즉 ‘평생임금’이 대학 졸업자와 실업계 고등학교 또는 전문학교 졸업자가 같다면, 직장과 사회에서의 인간적 대우가 박사 출신 연구원과 실업학교 출신 기술자가 동등하다면 왜 굳이 적성에 맞지 않는 아이를 대학 보내려고, 그것도 일류 대학을 보내고야 말겠다고 아우성을 치겠는가?
계급 계층간 불평등이 해소되고 직업간의 소득 격차가 줄어들고 일류 대학과 이류, 삼류 대학 졸업자가 차별대우를 받지 않게 되면 대학입시 경쟁이 완화되어 각자의 소질에 맞는 교육, 각자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교육, 스스로 문제를 세우고 해결할 수 있는 창조적 능력을 가진 인재를 길러내는 그런 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유럽식 사회주의자의 주장이고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 권영길의 주장이다.
그 배경에는 김영삼, 김대중 정권이 줄기차게 추진해온 신자유주의적인 교육개혁의 한계에 대한 인식과 비판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노선을 이어받고자 하는 노무현과는 권영길이 함께 할 수 없는 근원적이고 철학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다.

3. 이회창인가, 노무현인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비교하면 두 당의 색깔 차이가 어느 정도 나는가?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만큼의 차이가 나는가? 이회창과 노무현을 비교하면 두 후보의 정치철학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가? 부시와 고어만큼 차이가 나는가? 구체적 정책과 노선의 분석을 통해서 전문적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이겠으나 분위기는 대충 비슷한 정도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아직은 일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즉 정치철학적 차이가 두 당의 정체성으로서 확고해진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대체로 그 지도자 노선이나 집권 전략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수준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선명한 대비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대북 문제 같은 경우에는 비교적 뚜렷한 차이가 난다. 이회창은 대북 강경발언을 일삼아 상당히 위험한 인물로, 부시 비슷한 인물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회창이 당선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북한은 좀더 강경한 상대를 만나게 되겠지만 큰 틀의 대북 정책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회창이 집권해도 기존의 햇볕 정책을 이어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최장집 교수의 ‘예언’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회창이 당선되면 전쟁이 터질 것이고, 공안정국이 올 것이고, 다 죽는다”는 식의 선동은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다. 노동자 농민의 입장에서 볼 때 중요한 사회경제 정책에서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계속 이어갈 것은 두 후보가 동일하다. 그래서 “이회창이든 노무현이든 마찬가지다”라는 이야기가 노동자, 농민의 집회장에서 저절로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사회주의자의 입장에서 볼 때 당연히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 특히 두 후보 간의 사고방식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아마 두 당 간의 정책적 차이보다 두 후보 간의 차이가 더 클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 실제로 당선될 사람은 누구인가? 후보 등록을 하기 직전 지지도는 노무현이 많이 앞서는데 당선 가능성은 이회창이 훨씬 앞서는 여론 조사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대부분의 언론기관들은 보도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은 이회창의 당선을 점치고 있다는 말이다.
후보 등록 직전인 25,26일 실시된 각 언론의 여론 조사를 보면 대다수가 지지도에서는 노무현이 이회창을 앞서고 있다. 문화일보에서는 이회창 39.1% 노무현 48.2%, 동아일보에서는 이회창 35.2% 노무현 42.2%, SBS에서는 이회창 38.6% 노무현 45.7%, KBS에서는 이회창 37.0% 노무현 43.5%, MBC에서는 35.8% 노무현 42.1% 중앙일보에서는 33.2% 노무현 41.8%, 한겨레신문 이회창 39.6% 노무현 47.8%로 노무현이 지지도에서 우세하여 격차가 크게는 9.1% 작게는 6.3%였다.
그런데 당선가능성에서는 문화일보 조사에서 이회창 62.9% 노무현 28.3%, SBS 조사에서는 이회창 61.0% 노무현 27.1%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노무현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절반가까이가 자기가 지지하는 노무현의 당선을 믿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일보 조사에서도 지지도는 이회창 38.8% 노무현 44.4%로 노무현이 5.6% 차이로 앞서고 있다. 그러나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층에서는 이회창이 43.3%, 노무현이 43.9%로 거의 차이가 없다. 또 당선가능성을 물은데 대해서는 응답자의 60.1%가 이회창을 꼽은데 비해 25.9%가 노무현을 지목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대동소이하다. 결국 단일화 이후에도 여전히 대다수가 이회창의 당선을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편을 따르겠다. 국민의 60%에 이르는 다수가 믿는 것을 믿겠다. 즉 이회창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무현 당선의 가능성에만 모든 것을 걸고 다른 면들은 외면하는 행동은 옳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어떤 측면이 중요한가?

4. 보수 양당 구도인가 2+1 구도인가?

2+1 구도는 당장은 미국식 보수 양당 정치로 가지만 상당한 장기적 과제로서 또는 어떤 역사적 계기 이후에 유럽식 정치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을 통해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 커다란 과제가 남아 있는 만큼 통일과 정에서 정치구도의 변화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권영길의 합동 토론 참가, 그리고 ‘3강 진입’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바로 2+1 구도의 가능성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2+1 구도가 지난 지방 선거 이후에 다시 한번 이루어지면서 상당히 안정적인 구도로 될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본다. 이번 대선의 결과 그 자체로 2+1 구도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 가능성은 충분히 검증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음 주에 발간될 민주노동당 기관지 [진보정치]에 <노무현으로의 단일화를 환영하며>라는 글을 썼다.

그들은 성공했다. 일거에 대선의 판도를 바꾸었다. 노무현이나 정몽준 둘 다 나름대로 승부수를 던진 셈이고, 재미있는 게임을 보여주었다. 단일화를 위한 협상의 전격적 합의, 단일 후보 결정을 위한 일대 일 TV 토론 대결, 그리고 그 직후의 여론 조사, 깨끗한 승복 등 그들은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았던 일을 해냈다.
그들의 성공, “국민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재미를 줄 수 있었던 성공”은 대선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우리 당이라고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고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아마 정몽준으로의 단일화보다는 당장 득표 면에서 손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일화되지 않았을 경우에 우리가 입을 손실은 너무나 치명적이라서 비교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 거리낌 없이 노무현으로의 단일화를 환영할 수 있다.
이 시점,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상기할 점은 우리가 지금 3김 시대가 종식되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3김씨가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질 날이 한달이 남지 않았다. 지금 끝나가고 있는 시대를 3김 시대라고 흔히 말하지만 실은 1987년 이후의 ‘민주화 과도기’라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이 대선은 민주화 과도기 이후의 한국 정치의 구도가 짜여지는 역사적 과정이고 일대 사건이다. 그것은 흡사 1987년 대선에서 그 이후 15년간의 민주화 과도기의 한국 정치의 기본 틀이 짜여진 것과 같다. 지역 대결구도라는 기본틀도 이 때 만들어졌다. 그리고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이라는 득표순서는 바로 그들이 대통령되는 순서였거나 그들이 누릴 정치적 영향력의 순서였다.
3김 이후, 민주화 과도기 이후 한국 정치의 구도가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는 가장 큰 흐름으로 보수 양당 체제로의 복귀의 경향을 들 수 있다. 자유당-민주, 공화당-민주당 또는 신민당, 민정당-신민당과 같은 보수 양당 체제, 아니 그러한 양당 체제보다도 더 미국식 양당 체제에 가까운 보수 양당 체제로 돌아가는 커다란 흐름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한동이나 장세동은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다. 박근혜도 노를 젓지 못하고 이인제도 배를 띄우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커다란 흐름 속에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라는 특이한 현상도 나타나는 것이다.
정몽준은 지금 이 순간 독립된 당을 유지하려고 하기보다는 적당한 지분 보장과 함께 통합하는 것이 이로울 것이다. 정몽준이 단일화 승부수를 너무 늦게 띄워서 패배한 것과 같이 다시 한번 합당을 너무 늦게 하여 낭패를 당하는 것도 다 보수 양당 구도로 돌아갈 것이라는 커다란 흐름을 깊이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유학 가서 무엇을 보았는가? 아니면 미국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 한국의 뿌리 깊은 민주당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것인가?
노무현은 공연히 <백범일지>를 읽기 보다는 차라리 미국물 먹은 정몽준과 대화를 더 많이 하는 것이 이로울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야 하는 정당은 결국에는 미국의 민주당과 같은 정당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무현은 자기가 이승만에 대항하는 김구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시대착오적인 지사(志士) 의식에 사로잡혀 있으면 결국 패배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그가 3김 시대의 종식이라는 큰 흐름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아서 한 마디 충고를 하고 싶은 것이다.
요컨대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예전의 보수 양당 구도로 돌아가는, 아니면 미국식 보수 양당 체제로 한국정치가 나아가는 큰 흐름의 하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흐름을 갈라치면서 우리 당의 권영길 후보가 제3의 후보로서 자리 잡은 것은 의미심장하다. 즉 박찬종, 정주영, 이인제 등이 자리 잡았던 그 자리에 진보정당의 후보, 권영길이 자리잡은 것은 바로 두 보수정당에 더하여 그들보다는 작지만 통일 이후를 바라보는 장기적 전망을 가진 하나의 진보정당이 자리잡는 “2+1 구도” 형성의 가능성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 이어 대선에서 다시 나타날 진보정당의 가능성은 아직은 우연으로 주어진 면이 크다. 왜냐하면 누군가 보수 양당 체제로 흐르는 대세를 거슬러 제3당을 형성하려고 애를 쓸 때 그들이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로 인해 우리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인제, 정몽준, 박근혜 등 광범한 정치혐오감정과 양비론에 힘입어 제3의 세력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는 자들의 소심함과 분열이 우리에게 준, 이 하늘이 내린 기회를 잘 살려야 하는 의무가 우리에게는 있다. 지방선거 당시에 박근혜는 미약했고 정몽준은 시작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선에서는 정몽준이 나타나 우리를 상당히 곤란하게 하더니 이제 뜻밖의 단일화로 인하여 다시 한번 기회는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에는 우리가 하늘이 준 흥부의 박씨 같은 이 씨앗을 잘 키워서 그 가능성이 2004년 총선에서 최종적으로 다시 검증되고 확인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아직은 이루어지지 않은 진보정당의 원내진출과 함께 비로소 확인되고 인정될 것이다. 2000년에 이미 충분히 가능했지만 이루지 못했던 원내진출, 그것이 2004년이라고 그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5. 지식인의 선택은 무엇인가?

여기서 과연 노무현의 당선과 2+1 구도의 형성이라는 두 가지 바램이 상충하는 것인가를 살필 필요가 있다. 과연 권영길의 선전(善戰)과 많은 득표는 이회창을 당선시키고 노무현을 낙선시킬 것인가? 오히려 권영길의 선전과 많은 득표는 노무현에게 유리하고 이회창에게 불리한 것은 아닌가?
우선 가장 근본적으로 보아야 할 점은 권영길의 존재로 인하여 노무현의 위치가 중도(中道)로 되는 것이다. 이회창이 너무 오른 쪽으로 치우쳐있는 그런 구도가 되는 것이다. 누구에게 유리한가? 이런 측면을 본다면 상당한 힘을 가진 권영길의 존재가 결코 노무현에게 불리하지 않다. 보기에 따라서는 권영길의 존재는 대선후보들의 말과 공약을 전반적으로 진보 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그리고 노무현을 도와주고 있다. 권영길의 존재로 인하여 노무현에게 좌파라는 공격은 먹혀들지 못하는 조건이다. 요컨대 권영길의 표가 노무현의 표를 나누어먹고 있다는 식으로 단선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물론 분명히 표는 나누어진다. 권영길의 표가 권영길이 아무 조건도 없이 사퇴하면 대부분 노무현에게로 갈 것이다. 그러나 결선투표제가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안철현 교수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의 ‘선거연대’를 제안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결국 비판적 지지론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비판적 지지론이 단순 지지만으로 그치는데 비해 선거연대는 실제로 민노당이 연대세력으로 노후보 선거운동을 하고 그 결과 만약에 집권하게 되면 연립정부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정책상의 일정한 지분은 보장받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제안은 가장 먼저 민주당 측에서 받아들여야 의미가 있다. 그리고 우리가 듣기로 민주당은 민주노동당과의 선거연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미 이루어졌지만 정몽준과의 후보 단일화 및 선거연대에만 모든 것을 걸고 있었다. 그러므로 안철현 교수의 “민주당과 노후보가 그 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도 문제인데 그 점에서 현재의 한국정치지형은 진보진영의 지지가 오히려 부담스러웠던 과거의 정치지형이 아니며 노후보측의 정책이 민주당 내의 어느 집단보다도 민노당이 연대할 부분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는 진술은 현실과 정확하게 부합되지는 않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민주당에서는 민주노동당과의 연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민주당 대선기획단에서는 밝히고 있다. 그러면 안철현 교수는 민주당에다 민주노동당과의 연대를 고려하라고 제안하는 것이 순서이다. 민주당은 왜 민주노동당과의 연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을까? 그것은 아마도 민주노동당과의 연대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덧붙여 기본적인 정세 판단에서 다른 점이 있다. “한국의 정치 지형은 결국 보수와 진보의 두 진영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많다.”는 안철현 교수의 판단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오히려 나는 한국의 정치지형은 결국 보수 양당체제로 개편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다만 진보정당이 통일 이전에 뿌리를 내려 자생력을 가져야 통일의 과정이나 그 이후에 진보정당이 살아남거나 아니면 나아가서 진보와 보수의 구도로 재편할 ‘작은 가능성’을 남겨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식인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노무현의 당선을 도우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권영길을 도와주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그리고 두 가지는 서로 도움이 되기도 하고 부딪치기도 한다. 그래서 선택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어 있다. 그리고 실제로 어느 정도의 표들이 서로 엇갈릴 지도 정확하게 가늠할 수 없다. 그래서 결국은 각자 자기의 세계관에 따라,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사회주의자는 진보정당의 당원으로서 권영길 선거운동을 하거나 후원을 하고 자유주의자는 노무현을 지지하게 된다. 그리고 대다수의 지식인들은 다시 한번 자기의 ‘정치적 자아’를 진지하게 스스로 묻게 된다. 자기의 정치철학과 자기의 가치관이 선택의 불가피한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6. 바람직한 지식인의 정치 참여 방식은 무엇인가?

경남도민일보는 최근 ‘몸사리는 교수들’이라는 제목으로 1면 머리기사를 쓰고 있다. 우리는 이 기사를 읽고 일반적으로 지식인의 정치 참여, 또는 대학 교수들의 정치 행위에 대해서 그리고 특히 이번 대선에서 지식인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두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주완 기자가 쓴 이 흥미로운 기사의 전문을 보자.

16대 대선을 앞두고 각 대통령 후보 진영에 참여하거나 지지선언을 하는 대학교수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 교수들의 명단을 주최 측이 공개하지 않아 의구심을 사고 있다.
노무현을 지지하는 교수들의 모임을 자처하는 ‘개혁과 통합의 정치를 위한 전국교수모임’(상임공동대표 이종오 계명대 교수)은 10일 오후 부산 민주공원 소극장에서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모임을 갖고 “노무현 후보야말로 시대적 요구와 국민적 여망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 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국의 1298명의 교수가 노무현을 지지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와 평화, 통합과 번영의 새 시대를 위하여’라는 결의문과 ‘노무현 대통령 후보에 대한 요구서’를 채택, 이날 오후 5시 마산 사보이호텔에서 이를 직접 노 후보에게 전달했다. 이들 교수는 서울 경기에서 420여명, 광주 전남에서 350여명, 부산 경남에서 130여명의 교수가 노 후보 지지선언에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모임의 경남지역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경남대 안승욱 교수(경제학과)는 참여교수들의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그 명단은 내가 갖고 있지 않다”면서 “공동대표를 제외한 전체 명단은 비공개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지서명에 실무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다른 교수도 “조선, 동아, 중앙일보 등 일부 언론에 악용될 우려가 있어 비공개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10일 발족한 민주당 경남선거대책위원회 김성진 기획단장은 “우리는 명단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아마 중앙당이나 노 후보에게는 따로 전달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지지선언을 한 사람이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이와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회창 후보 경남선거대책위원회(위원장 김종하 국회의원)는 지난 9월부터 대선공약개발위원회(위원장 권경석 전 경남도 부지사)를 구성, 공약과 정책개발을 해왔다. 한나라당은 30명의 위원 중 20명이 경상대와 창원대, 경남대, 창원전문대, 양산대 등의 교수들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교수의 명단도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경남도지부 관계자는 “교수들이 대부분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는 걸 꺼리고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열린사회희망연대 김영만 대표는 노 후보 지지교수들의 명단 비공개에 대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 자체가 어떤 불이익이나 악용 가능성까지 감수하겠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는데, 지식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밝히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기회주의적인 동기를 자인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경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강창덕 대표도 “교수들이 각 정당의 정책 수립에 관여하고 자문을 할 수는 있지만, 정책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도 당당히 이름을 밝혀야 한다”며 “최고의 지성인이라는 대학교수들이 이름도 밝히지 못할 일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황은 대충 이런 것 같다. 이회창을 지지하는 대학교수들이 아마 가장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침묵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 일부는 매우 적극적으로, 실질적으로 이회창 후보를 돕고 있다. 그러나 매우 조용하게 소리 없이 돕고 있다.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대학 교수들도 상당히 많다. 그리고 그들은 지지선언에 참여하여 서명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이름이 공개되는 것은 꺼리고 있다. 권영길을 지지하는 교수들은 숫자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민주노동당 당원이거나, 내놓고 지지를 한다. 물론 그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 교수들이 제일 많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편안하면서도 품위 있는 처신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여러 가지이지만 이런 문제들이 연이어 제기될 것이다. (1) 과연 대학 교수들이 어떤 특정한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옳은가? (2) 지지를 한다고 공개적으로 또 집단적으로 ‘지지 선언’을 하는 것이 옳은가? (3) 지지 선언을 하면서 이름을 밝히지도 않는 것이 옳은가?
우선 대학교수가 대통령 후보 누구를 지지하는 것은 당연히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바로 다음 문제에서 복잡해진다. 나는 ‘지지 선언’이라는 집단행동의 방식은 좀 촌스럽지 않나하는 생각이다. 대학교수가 아닌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러한 행동은 대학교수라는 직업에 따르는 후광, 또는 ‘도덕적 권위’(?)를 이용하자는 것이니 특권의식의 산물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책임하기도 하다. 그렇게 ‘지지 선언’ 한번 하고 나서 그에 따르는 어떤 책임을 지는지 알 수 없다. 이런 방식보다는 특정 정당의 당원이 되어 참여하고 지지를 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일 것이다. 예를 들면 노무현을 지지한다면 민주당에 입당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민주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최소한 개혁국민정당이라도 입당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그리고 당연히 지지선언을 했으면 이름을 떳떳이 밝혀야 한다. (200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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