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 보편교육 강화를 지향하는 세계 교육 >

진보교육연구소 이론분과

 

한국에서는 고교학점제라는 엉뚱한 아이디어를 통해 보편교육 축소를 시도하고 있지만 세계교육 흐름은 그와는 정반대로 ‘OECD 교육 2030’에서 나타나듯 보편교육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OECD가 보편교육 강화를 추구하게 된 요인과 그동안 신자유주의 및 구성주의에 상당한 영향을 받아 왔던 영미권 국가에서의 변화 움직임. 그리고 보편교육의 질적 강화를 위한 최근 핀란드의 고교교육과정 개편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1. OECD의 교육 방향 전환과 그 요인

 

1) 보편교육 강화를 이야기하는 OECD

세계교육 흐름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OECD2018‘OECD 교육 2030’을 발표하면서 매우 적극적으로 보편교육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교육은 직업 세계를 준비하는 것 이상이라면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지식, 기능, 태도 및 가치를 광범위하게’ ’반드시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내고 그 미래로부터 혜택을 누리는 데 필수적인 지식과 기능, 태도와 가치를 개발시킬 수 있다. 아이들은 가까운 미래에 필수적인, 명확한 목적의식적 목표를 수립하는 방법, 다른 관점을 가진 타인들과 함께 일하는 방법, 발견되지 않은 기회를 찾아내는 방법, 큰 문제들에 대한 다층적인 해결책을 발견하는 방법 등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 교육은 청소년들을 직업 세계를 위해 준비시키는 것 이상을 목표로 해야 한다.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이 실천적이고 책임감을 갖고 참여하는 시민이 되는 데 필요한 기술들을 전달해 줄 수 있어야 한다.”실제 활동에 필요한 광범위한 지식과 기술, 태도와 가치가 필요하다.

 

OECD 2030은 보편교육 강화를 단순히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이 학습에 참여하고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한다면, 높은 수준의 교육 내용이 제공되어야 한다.” “과부하 때문에 학생들은 핵심적인 학문적 개념들을 능숙하게 익힐 시간이 부족하고, 균형 잡힌 생활을 추구할 수도 없으며, 우정을 쌓을 수도, 잠을 자거나 운동할 시간조차 부족하다. 학생들의 초점을 더 많은 학습 시간에서 학습 시간의 질로 옮겨야 할 때이다.“

 

OECD는 보편교육에 대해 3가지 조건을 내걸고 있다. ’광범한 내용깊게 이해해야 하며, 그러면서도 학습 시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내용을 적은 시간을 들여 깊게 배우려면 이는 결국 현재의 보편교육 수준을 질적으로 제고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를 위한 제안으로 체계적 교과 학습‘, ’전이력의 우선 순위‘, ’통합주제 학습과의 결합‘, ’교육과정의 역동적 재구성등을 제시한다. ’OECD 교육 2030‘의 전반적 내용은 보편교육의 질적 수준을 왜, 어떤 방향과 목표로,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교사 역량 및 교수-학습 제고에 관한 제안을 내놓을 것이라 예고하고 있다.

 

2) 전환의 요인

OECD는 보편교육 강화만이 아니라 사회 변혁을 위한 교육의 역할 확대도 함께 제시한다. 자본의 입장을 대변하고 신자유주의 및 구성주의에 경도되어 왔던 OECD의 전환은 다소 의외이며 여전히 신자유주의 잔재가 강고히 남아있고, 구성주의가 득세하고 있는 한국적 상황에서는 상당히 갑작스럽게 다가온다. 그러나 시대 변화 및 구성주의의 오류에 대한 실천적 확인 속에서 그러한 변화는 불가피하고 필연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OECD의 전환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이다.

 

1) 시대적 요청 때문이다.

가장 크고 근본적 요인은 교육을 둘러싼 세계적 차원의 거대한 지형 변화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속가능 미래 건설을 위한 사회 변혁(Transform of Society)에 대한 교육의 기여’, ‘변혁적 역량등 기존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 과제를 OECD가 제출하게 된 배경에는 기후위기에 대한 실제적 대응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고, 2008년 경제위기 및 정치사회적 갈등 격화로 사회적 대응 역시 시급하게 요구되는 객관적인 시대적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OECD 2030은 이러한 문제들을 사회 및 세계의 지속가능차원의 문제로 규정한다. , 막연한 심각성 차원을 넘어 직접적이고, 시급한 대응을 요구하는 문제로 보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사회와 인류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식은 OECD의 독자적 인식이 아니며 범세계적 차원의 인식으로 그만큼 시대적 절박성을 전제하고 있다. 2015UN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결의한 이래 지속가능한 미래 건설을 위한 세계 변혁은 세계적 차원의 핵심적 공통과제가 되고 있으며, 이후 유네스코는 물론이고 OECD도 동참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지속 가능의 문제는 총자본에게도 지속가능한 자본주의의 문제를 제기한다. 2008년 경제위기는 신자유주의 축적 시스템의 모순과 한계를 폭발적으로 보여주었고 불평등 심화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자본주의 자체의 안녕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OECD 교육 2030’에서 단순히 유엔과 유네스코에 동조하는 수준을 넘는 적극적 표현과 입장이 때때로 나타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하다.

시대 상황 및 그에 대한 인식과 관련하여 중요한 부분은 내용 자체보다 거기에 담긴 문제의식의 강도와 실제성이다. 그래야 OECD를 포함한 세계적 교육담론의 전환을 이해할 수 있다. 유네스코와 OECD 보고서에 등장하는 ‘2030’‘2050’등의 숫자는 세계적 차원에서 합의, 공유된 실천적 일정표이다. 20302015년 결의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사항들을 달성하겠다는 목표 시점이고, 2050은 완전한 탄소 중립에 이르겠다는 목표 시점이다. 이러한 일정들은 자의적으로 설정된 것이 아니라 과학적 분석과 논의를 거쳐 확인, 합의된 최소한의 일정표이다. 기후 위기가 시간표가 정해진 위기라면 불평등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 사안 모두 국제적 차원에서 반드시 해결, 극복해야 할 과제로 확립되었다는 것이다.

 

유네스코와 OECD에서 제출하는 교육 2030’ 개념은 2030년에 성인이 되어 2050년까지 지속가능 사회건설을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주체를 지금부터 형성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를 위해 지금부터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며 그 방향이 바로 최대한 모든 사람이 변혁적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보편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직 한국적 상황은 맨날 듣던 이야기수준으로 대하고 있지만 세계적 흐름은 그렇지 않다. 특히 유럽의 경우 지속가능 사회 건설문제가 매우 현실적인 실천적 과제가 되고 있고, 미국도 바이든 이후 빠르게 현실의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세계적 차원의 새로운 흐름에 대한 정보와 분위기 공유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적용되는 기후 관련 국제협약인 쿄토의정서가 올해(2021) 만료되고 이후 강제성이 상당히 확대된 파리기후협약이 적용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머지않아 한국사회에서도 자본에게 사회적 책임을 묻는 ESG 등 점차 현실적 과제로 등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2) 구성주의의 오류의 실천적 극복에 의해서다.

OECD의 전환은 교육 내적으로는 그동안 교육담론을 주도해 왔던 구성주의의 오류를 실천적으로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서라고 할 수 있다. 8-90년대 이래 구성주의는 선택’ ‘교육소비자’ ‘학생주도등 개별 교육을 강조하는 개념을 통해 세계 교육담론을 주도해 왔으며, 데세코 핵심역량 프로젝트를 계기로 절정에 이르렀었다. 구성주의의 역량 개념은 지식과 괴리된 것으로 기초지식과 교과교육을 폄하하면서 역량교육을 별도로 강조하는 비과학적 편향으로 나타났다. 어떤 역량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면 발달원리를 무시한 채 곧바로 그를 위한 역량교육을 강조하고 적용하려는 시도들이 진행되었다. ‘창의성 교육’ ‘융합 교육등이 그러했고 최근에는 코딩 교육도 등장하였다. 데세코 이후 진행된 소위 역량 중심 교육과정논의에서도 무슨무슨 온갖 역량 개념들로 교육과정을 채우려는 시도로 나타났었다.

그러나 이러한 역량 개념은 발달원리에 위배된 비과학적인 것으로 구체적인 교육내용을 채울 수 없었으며, 기초지식과 교과교육에 대한 폄하로 아동, 청소년의 개념발달을 후퇴시키는 것으로 결과되었다. 뿐만 아니라 구성주의의 개별 교육 추구 및 개념 교육 폄하는 교육불평등을 더욱 확대시킬 수밖에 없었다. 구성주의의 절정을 가져왔던 역량 중심 논의는 오히려 그 오류와 한계를 실천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되었다. 많은 나라에서 학업성적에서 역량으로라는 구호를 수용하면서 역량 중심논의를 전개하였으나 구체적 교육내용과 교육과정으로 전화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이론적 오류, 한계 노정과 보편교육 강화를 요청하는 시대 변화가 맞물리면서 교육 내부의 이론적 지형도 변화되었고 그것이 데세코 핵심역량에서 교육 2030’으로의 내용적 전환으로 나타난 것이다.

 

 

OECD의 전환에 대해 우리는 의의와 한계를 동시에 보아야 한다. 사회 변화를 위한 교육의 역할 강조, 구성주의적 편향 극복 및 보편교육 강조 등은 매우 긍정적이며 특히, 고교학점제와 같이 극단적인 편향을 보이고 있는 한국에서 잘못된 정책을 극복하는데 상당한 근거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한계 또한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시대 인식에서 여전히 성장주의에 매여있는 한계를 지니며 교육이론에 있어서도 아직 발달에 대한 체계적 관점이 부족하고 일부 구성주의와의 절충도 남아있다. 우리의 대안적 논의는 이러한 한계들을 극복하면서 전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2. 영미권의 변화

세계적 차원의 교육담론 변화 과정에서 OECD 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들에서도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신자유주의 및 구성주의에 경도되어 왔던 영미권 국가들의 변화는 의미심장하다고 할 수 있다. 영국과 뉴질랜드 사례를 소개한다.

 

* 영국

영국은 신자유주의와 구성주의의 본산이라 할만한 나라이며 보수당 정권만이 아니라 3의 길을 주창했던 블레어 총리 시절 노동당도 신자유주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친 나라이다. 그 점에서 한국, 미국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그런데 그런 영국에서 지난 2013년 편향된 역량 중심관점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선언하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 2013년 개정된 영국의 국가교육과정 총론에서는 이전의 역량 중심에서 핵심 지식을 강조하는 교육과정으로의 전환을 다음과 같이 공식화하고 있다.

 

3.1 국가 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교육받은 시민이 되는 데에 필요한 핵심 지식에 입문시키는 데 있으며, 이를 위해 학생들이 지금까지 사유되고 말해진 최상의 것을 접하고, 인간이 창조하고 성취해 온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한다.

 

이에 대해 세계 주요 국가의 교육과정을 비교연구한 총론 주요 사항 및 교과 교육과정 현황 비교연구’(조상식 외. 2019) 보고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영국의 2013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교과의 핵심 내용 지식을 명료하게 규정하여 역량 중심의 교육과정의 한계의 극복, 즉 교육과정 상의 처방적인 요구사항을 줄이고자 하였다. 특히 현 정부는 국가교육과정 상의 핵심교과로서 모든 학생들이 배우도록 되어 있는 영어, 수학, 과학 교육의 수준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이들 교과의 핵심 지식을 좀 더 엄격히 규정하고자 했다.(소경희, 2015)” “영국 국가 교육과정의 목표는 역량 발달로부터 핵심 지식에의 입문으로 전환되었다(소경희, 2015). 국가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목표는 핵심 지식임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총론 주요 사항 및 교과 교육과정 현황 비교연구’, 조상식 외. 2019)

 

역량 중심 교육과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목표가 핵심 지식에 있음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은 소위 3의 길을 주창했던 노동당 블레어 총리 시절 신자유주의 교육정책과 구성주의를 적극적으로 수용했고 한국에서와 같이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도입하게 된다. 여기에 대해 좌, 우 모두에서 비판이 제기되었는데 진보진영에서는 힘있는 지식개념을 주창한 마이클 영 등을 필두로 노동계급의 주체적 성장을 가로막는 것으로, 보수진영에서는 전통적 주지 교육의 가치가 훼손된다는 비판을 전개하였다. 그러던 중 비판의 한 축이었던 보수당이 재집권하면서 역량 중심 논의를 폐기한 것이다. 따라서 영국의 변화는 편향된 역량 중심 탈피라는 부분과 함께 보수적인 전통교육으로의 회귀관점이 함께 결합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진보진영의 비판도 광범하게 진행되었고 무엇보다 방만하고 비실제적인 실천적 오류로 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역량 중심폐기를 전적인 보수 회귀로만 규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또한 예전의 전통교육 자체로 돌아가는 것도 가능하지 않다. 영국 사례는 자유주의의 낭만적 유도리 교육이 실천적 오류로 인해 좌우 모두에서 비판받으면서 폐기된 일본의 사례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유도리 교육에 대해 보수쪽에서는 주로 학력 저하를 문제 삼았고, 진보쪽에서는 노동계급의 발달 저해와 그에 따른 교육 불평등을 문제 삼았다. 일본의 경우는 유도리 교육을 입안한 것도 폐기한 것도 보수 정권이다. 영국 사례는 신자유주의헤게모니가 약화되면서 보수진영 일부도 구성주의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며, 좌우 모두로부터 기반이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마이클 영 등 영국의 진보교육 진영은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면서 OECD의 전환 과정에 상당히 기여하기도 했다.

 

* 뉴질랜드

뉴질랜드는 영미권 국가의 하나로 1990년대 이래 신자유주의와 구성주의에 경도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뉴질랜드는 싱가포르와 함께 고교에서 선택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희귀한 경우 중 하나이다. 그런데 최근 뉴질랜드도 고교교육에서 보편교육적 성격을 강화하려는 개편 작업을 공식화하였다. 영미권일 뿐 아니라 몇 안 되는 전면적 선택 중심 나라에서 보편교육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사례라는 점에서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뉴질랜드 교육제도의 특수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뉴질랜드는 고교의 학제적 성격이 여타 나라와는 좀 다르다. 뉴질랜드 학제는 일반고교 졸업 이후 2년간의 대학준비과정을 두고 있는 영국 학제를 변형한 것으로, 중학교를 4년 과정으로 하는 대신(영국은 중학교가 3) 고교를 영국의 대학준비과정과 같은 성격으로 운영하는 특수한 형태이다. , 대다수 나라들의 일반 고교와 동일하지 않으며 기본 성격 자체가 대학준비과정이기 때문에 진학하려는 대학의 계열, 학과에 맞추어 거의 전면적인 선택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고교 교육과정이 사실상 대학의 예비 교육과정인 것이며 그와 관련 예비적 선발 기능도 지니고 있다. 뉴질랜드 고교는 학년이 아니라 레벨1, 2, 3으로 나뉘어 지는데, 각 레벨 단위마다 한국의 수능과 유사한 국가학력인정시시험(NCEA)’을 치러 통과해야 다음 레벨로 올라갈 수 있으며, 레벨3까지 누적된 국가학력인정시시험(NCEA)’ 점수로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그렇게 레벨3까지 통과해 대학진학 자격을 얻는 비율이 40% 정도 되며 나머지는 중도에 그만두게 된다. 이처럼 뉴질랜드의 선택 중심 고교 교육과정은 한국 및 대다수 나라들과는 전혀 다른 특수성을 지닌 제도이다.

일부에서는 뉴질랜드 교육에 긍정적인 시각을 지니기도 하지만 교육불평등 문제, 고부담 시험의 문제 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특히 1990년말 이후 신자유주의 교육이 일정하게 도입된 이후 비판들이 확대되어 왔다. 그러던 중 최근에 드디어 뉴질랜드 교육부도 그러한 비판을 수용하기에 이른다.

 

뉴질랜드의 불평등한 교육 체제.....사회학자 존 브래드독(John Braddock)은 지난 1989년 데이비드 랭(David Lange) 총리 시절 실시된 내일의 학교교육 개혁 이후 사회적 불평등이 학교 체제로 옮겨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일의 학교교육 개혁은 일선 학교에 많은 자율권을 주었으나 결과적으로 사회 경제적 위치에 따른 학교간 경쟁을 유발시켰다는 것이다. 이 교육 개혁 이후 중산층 백인 가정은 학군내 학교를 거부하고 더 높은 등급의 학교에 자녀들을 입학시키는 소위교육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가 시작됐다는 지적이다.....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가난한 가정 하위 25% 학생들은 상위 25% 학생들에 비해 수학에서 낮은 성적을 보일 확률이 6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아일랜드, 이스라엘, 폴란드에 이어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나쁜 결과였다.” “계층간 격차 벌려주는 고교 NCEA 제도...유러피언, 아시안, 높은 데실 학교의 학생일수록 과학, 영어, 수학 등 아카데믹 과목들을 공부하고 마오리, 파시피카, 낮은 데실 학교의 학생들은 대학 입학 신청시 인정되지 않는 호스피탈리피(hospitality), 소매, 건축 등 기술 중심의 직업 과목에 더욱 많이 등록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고교에서 NCEA 레벨 3를 수료해도 이들 학생들 간에 다른 과정을 거쳐 왔다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뉴질랜드 교육의 문제점들이 개선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뉴질랜드 코리안포스트, 2017. 8. 3)

 

현행 자율학교 모델이 원래 의도대로 학생 성취도를 끌어올리거나 공평성을 개선하는 데 성공적이었다고 시사하는 증거는 없습니다. 사실은 학생 성취도가 정체했고 일부 영역에서는 악화되었으며, 성취도가 가장 좋은 학생과 가장 나쁜 학생 간의 격차가 확대되었습니다.”(뉴질랜드 교육의 미래 보고서’, 뉴질랜드 교유부, 2018)

 

이러한 비판을 수용하는 것과 함께 시대변화의 추세 속에서 뉴질랜드는 최근 수년간 교육개혁을 위한 광범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였는데, 최근 공식화된 개혁의 주요 내용 중의 하나가 고교 교육에서 보편교육적 성격을 강화하는 것이다.

 

“NCEA 표준 재구축의 일환으로 레벨1광범위한 학습 영역에 걸친 폭넓은 교육에 다시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표준을 구축하기 위해 교사 및 과목 협회와 긴밀히 협력 할 것입니다.” “더 광범위한 NCEA 변경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NCEA 자격을 가진 모든 사람이 추운한 수준의 기초 문해력 및 수리력을 갖도록 보장하기 위해 필수 문해력 및 수리력 표준이 2023 년부터 도입될 것입니다.”(2020123일 뉴질랜드 교육부 보도자료, 뉴질랜드 교육부 홈페이지)

 

대학 준비과정인 고교의 학제 차원의 성격 자체를 바꾸지는 못하지만 우선 레벨1에서 보편교육적 성격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뉴질랜드 교육부는 고교에서 보편교육적 성격을 강화하려는 배경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수년에 걸쳐 더 많은 전문교과가 레벨1로 들어갔고, 이로 인해 학생들은 너무 빨리 선택을 좁히게 되었습니다. ... 레벨2에서 보다 전문화된 학습이 시작되기 전에 학습자가 강력한 기초에 필요한 핵심 기술, 지식 및 역량을 습득하도록 지원할 것입니다.”(2020123일 뉴질랜드 교육부 보도자료, 뉴질랜드 교육부 홈페이지)

 

모든 학생이 성공하는 교육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문화적이고 구조적인 변혁을 꾀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미래 세대가 복잡하고 중대한 경제사회환경적 당면 문제에 대처할 충분한 준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존 제도를 적당히 손보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뉴질랜드 교육의 미래 보고서’, 뉴질랜드 교유부, 2018)

 

뉴질랜드 교육부가 밝히 이유는 조기 진로 결정의 부작용시대변화에 따른 교육적 용청두 가지이다. 시대변화 속에서 더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보편교육적 성격을 강화하겠다는 것도 의미 있지만 지나치게 빠른 진로 결정이 타당하지 않다는 인식은 고교학점제로 인한 조기 진로가 문제가 떠오르고 있는 한국 상황에서는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뉴질랜드의 변화는 레벨1에 초점을 둔 부분적 변화이다. 또한 대학진학준비과정이라는 학제적 성격 때문에 선택중심 교육과정 틀을 유지한 채 선택 대상 교과 수를 줄이는 방식의 제한적 변화이다. 그러나 보편교육 강화라는 세계적 흐름을 보여주는 매우 의미 있는 사례이다. 왜냐하면 조기 진로 결정 및 전면적 교과 선택을 시행하던 나라에서조차 교육적, 시대적 차원에서 보편교육 강화의 방향으로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영국의 변화가 다소 정치적, 보수적 차원의 성격이 있었던 반면 뉴질랜드의 경우 거의 전적으로 교육적 차원의 논의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3. 핀란드 : 보편교육의 질적 강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

선진교육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핀란드의 경우 원래부터 고교교육의 보편교육적 성격을 분명히 해왔다. 핀란드 ’2019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기초(2019년 발표)‘에서는 고교 교육의 과제와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고등학교 교육의 임무는 포괄적인 일반 교육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 고등학교에서 학생은 사람, 문화, 환경 및 사회에 대한 필수 지식, 기능 및 실천력을 축적합니다. ... 고등학교 교육 기간 동안 학생은 자신의 정체성, 인간 인식, 세계관 및 세계관, 그리고 세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구축합니다. .. 고등학교 교육은 기본 교육의 커리큘럼을 기반으로 합니다. ... 고등학교 교육은 학생들이 미래를위한 계획을 세우고, 글로벌 시민 의식을 키우며, 계속해서 배우도록 안내합니다.”(핀란드 ‘2019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기초’)

 

고교 교육의 임무가 포괄적인 일반 교육즉 보편교육을 강화하는 것이고, 고교에서 학생들은 기본 교육(교과) 커리귤럼을 기반으로 필수적인 지식, 기능, 실천력을 쌓아 미래에 대비하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자율적이고 유연한 교육을 지향하면서도 고교에서 2/3에 달하는 필수교과를 운영하는 핀란드 교육의 확고한 교육철학과 방향이 나타나고 있다. 핀란드의 보편교육으로서의 고교교육에 대한 분명한 입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역량 교육 논의가 한창이던 2015 개정 고교교육과정에서도 동일한 내용으로 서술되고 있다. 핀란드는 신자유주의 및 구성주의가 만연하던 시절에도 흔들리지 않고 확고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한 모습은 비단 핀란드만이 아니라 대다수 유럽 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자유주의가 기세등등하던 시기 일부 나라에서 무료이던 대학등록금을 유료로 한다거나 하는 매우 부분적 변화는 있었지만 교과 선택 따위의 논의로 휘둘린 적은 없었다.

 

핀란드의 보편교육의 질적 강화를 제기한 OECD 논의에 맞추어 고교 교육과정에서 매우 구체적이면서도 큰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OECD 2030이 제기하듯, 더 광범한 내용을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교과교육과 주제통합교육을 결합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실제적이고 체계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영역이 고교교육이다. 왜냐하면 주제통합교육은 분과적 교과를 전제로 해야 의미있게 진행될 수 있는데, 고교에서야 어느 정도 체계적인 분과적 교과 교육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체계적이고 의미있는 주제통합교육 하기 위해 지난 2019년 기존의 과목 운영단위인 기존의 코스제도를 유닛제도로 변경하는 개편을 단행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096830db.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443pixel, 세로 411pixel

 

 

교과의 공통 목표는 포괄적 역량 영역으로 구체화됩니다.”

고교 교육은 코스가 아닌 학습 단위를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하나의 학습 단위에는 하나 또는 여러 과목의 모듈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핀란드 교육부 발간 일반 고등학교 교육과정홍보 브로셔(2020))

 

 

< 20218월부터 시행 예정인 새로운 핀란드 고교교육과정 편제표 >

교과군 및 교과

필수 교과

개설 과목(유닛)

선택 과목

개설 과목(유닛)

모국어와 문학,

외국어

모국어 및 문학

12

6

A 언어(2 모국어)

12

4

B1 언어(1 외국어)

10

4

B2 B3 언어(2, 3 외국어)

 

16+16

수학 / 과학

수학 공통

2

 

단기(기본 수학)

10

4

장기(응용 수학)

18

6

생물

4

6

지리

2

6

물리

2

12

화학

2

8

인문/사회

철학

4

4

심리학

2

8

역사

6

6

사회

6

2

종교 또는 라이프

4

8

보건

2

4

예체능

체육

4

6

음악과 미술

6

 

음악

2-4

4

미술

2-4

4

교육 및 진로 상담

4

 

주제 연구

 

6

필수 과목(유닛) 최소 이수 과목(유닛)

94-102

 

선택 과목(유닛) 최소 이수 과목(유닛)

20

 

 

 

 

최소 총 이수 학점

150

 

(출처 : 핀란드 ‘2019 고교 국가교육과정 총론’)

 

핀란드는 고교 교육과정에서 지금까지 코스제도를 운영해 왔다. ‘코스는 교과군의 세부 과목에 해당한다. 예컨대, ‘역사교과군에 고대사’ ‘근현대사’ ‘세계사같은 세부 과목이 있다고 치면 그 세부 과목이 코스가 되며 우리나라 2단위 정도와 비슷한 수업시수를 지닌다. 그런데 기존의 코스대신 유닛단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유닛은 기존 코스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업시수를 지니며 따라서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1단위와 비슷하다. 이렇게 학습 단위를 좀 더 세분화하는 것은 주제통합 교육을 좀 더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면, 역사 교과의 경우 지금까지는 필수 코스가 3개인데, 6개 유닛으로 나누면서 그중 1~2개 유닛을 통합주제교육으로 공식화하는 방식을 통해 활성화, 체계화하려는 것이다. 필수과목 비중은 그대로 유지되어 기존의 47~51개 필수코스가 새 교육과정에서는 94~102개 필수 유닛이 된다. 유닛 제도는 올해(2021)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핀란드 사례는 새로운 시대가 요청하는 교육 변화 속에서 우리가 고민해 나가야 할 실제적 지점의 한 부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교육적, 실제적 근거가 전혀 없는 고교학점제의 엉뚱한 아이디어와 논쟁에서 벗어나 미래교육을 위한 대안을 구성할 때, 한국적 상황에서도 구체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78 교사교육권 재정립과 전교조의 과제 토론회(12/02) 자료집 file 진보교육 2023.12.05 31
577 챗GPT-디지털 기술과 교육혁명 토론회 자료집 file 진보교육 2023.07.02 109
576 디지털교육정책 대응방향 토론회 자료집 file 희동 2023.05.10 138
575 2022_11_08_대입제도 개편방향 토론회 자료집 file 희동 2022.11.09 193
574 [1102 토론회]대전환 시대 지속가능 의제와 변혁적 역량 자료집 file 희동 2022.11.02 332
573 교육노동운동의 방향과 과제 토론회 자료집 file 진보교육 2022.07.16 111
572 유네스코 '교육의 미래 2050' 번역(연구소 수정본) file 진보교육 2022.05.26 1541
571 '교육의 미래 2050'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번역본 file 진보교육 2022.05.20 451
570 제20회_참실대회_토론마당_대학무상화와 평준화의 경로와 전망 자료집 file 희동 2022.01.12 421
569 제20회 참실대회_급별 대안교육과정 자료집 file 희동 2022.01.07 1034
568 1218_유네스코 '교육의 미래 2050' 분석 토론회 자료집(최종) file 희동 2021.12.17 15511
567 유네스코 '교육의 미래 2050' 번역문(초벌) file 진보교육 2021.12.04 5029
566 [보도자료] 대안교육과정 토론회 결과 file 희동 2021.10.27 153
565 2021년 1023 대안교육과정 토론회 자료집 file 희동 2021.10.21 751
564 저출생/고령화 시대와 교육 변화 file 진보교육 2021.08.26 496
563 코로나 19와 학생 사회정서적 상태 보고서 file 진보교육 2021.08.08 588
562 0724 고교학점제와 입시교육 토론회 자료집 및 보도자료 file 희동 2021.07.22 5572
» 보편교육 강화로 나아가는 세계교육-영국, 뉴질랜드, 핀란드 사례를 중심으로 file 진보교육 2021.05.31 1179
560 고교학점제 미래교육의 희망인가? 재앙인가? 토론회 자료집 file 희동 2021.05.21 7427
559 OECD Edation2030 심포지엄 자료집 및 결과 보고 file 진보교육 2021.04.23 2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