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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모바일 밸리’ 김나지아 고교[문화]

2001.04.26 13:40

진보교육연구소 조회 수:2373 추천:264

<제4의물결>(23) 스웨덴 ‘모바일 밸리’ 김나지아 고교 [문화] 01/4/26


최형두 기자/choihd@munhwa.co.kr
‘모바일 밸리(Mobile Valley)’로 불리는 스웨덴 스톡홀름 근교의 시스타 연구단지. 이동통신기술에 관한한 미국의 실리콘 밸리보다 앞서 있다는 뜻에서 모바일 밸리라는 별칭이 붙은 이 연구단지는 노키아와 함께 세계무선통신시장을 주름잡는 에릭슨의 본거지이자 세계유수의 정보통신업체들이 차세대 통신기술 개발에 땀을 쏟고 있는 곳이다. 여기서 도시외곽 고속도로를 타고 10분쯤 가면 ‘IT김나지아’라는 사립고등학교가 나온다.

98년에 설립된 전교생 400명의 이 학교 교실에 들어서면 ‘정보기술(IT)혁명 이후 교실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 것인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학생 30명 가량은 초고속통신망에 연결된 개인용 컴퓨터의 키보드와 마우스에 손을 얹은 채 4∼5명씩 한팀을 이뤄 마주 앉은 상태였다.

이들은 교사가 제시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지런히 인터넷을 누비며 토론하고 각 팀이 만든 연구발표문을 공유하는 중이었다. 1학년 학급에서는 ‘에너지 불변의 법칙’에 대해 공부하고 있었는데 교사는 칠판에 ‘풍력이 전력으로 전환된다’와 같은 5가지 예시를 적어놓고 학생들로 하여금 그 원리와 사례를 찾도록 하고 있었다.

카린 이베르센 보만(여·55) 교장은 “학생들은 팀을 이뤄 문제제기에 근거한 교육(PBL)과 문제지향형 교육(POL) 방식으로 교육받고 있다”며 “최신 IT 멀티미디어 기기를 이용해 학생들은 다양한 주제들이 혼재돼 있는 현실의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공부는 수업시간 이후에도 교사, 그리고 팀원간의 전자우편(e메일)으로 계속 이어진다. 이 속에서 학생들은 협력을 통해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얻고 나누면서 사회적 경쟁력을 키우고, 평생 학습방법을 익히고 있다. 또 학교측이 제공하는 개인용 컴퓨터와 멀티미디어를 마음대로 사용하면서 교실과 기숙사, 혹은 집에서 인터넷과 팀워크를 결합시켜나가고 있다. 이로써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은 서로를 더욱 단단하게 묶으며 생생한 교육현장을 구축하게 된다.

방과후 혼자 남아 ‘유럽경제공동체(EEC)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관한 역사 숙제를 하고 있던 이 학교 2학년 토머스 니마크(17)군은 “백과사전과 EEC사이트 등을 검색해 과제물을 작성중”이라고 말했다. 니마크가 받은 전자우편함을 열어보니 담임선생인 토머스 칼손과 한팀 친구들의 메시지가 주루룩 떠올랐는데 그는 한 메시지를 열어보며 “선생님이 내가 제출한 과제물에 대한 평가를 해주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이 학교에도 여전히 종이교과서는 있지만 학생들은 인터넷속의 수많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며 팀과 학급 단위의 공동노력으로 새로운 교과서를 매일 매일 직접 만들어 나가고 있다. 교실은 이제 종이교과서 테두리에 갇혀있지 않고 인터넷속 ‘정보의 바다’를 힘차게 항해하고 있는 셈이다. 교사들도 방학기간을 이용, 해마다 2주일씩 미디어센터로 파견되거나 외부 전문강사를 초빙해 학년별, 과목별로 그룹을 나눠 시시각각 변하는 IT기술과 컴퓨터분야 지식을 배우고 있다.

덕택에 이 학교의 한 학급은 99년 2월 스웨덴의 전화회사인 텔리아가 주최한 ‘인권을 주제로 한 홈페이지 경연대회’에 출전,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와 인권선언 등을 철저히 연구한 뒤 홈페이지에서 인권침해에 대한 수많은 논쟁과 토론을 활발히 벌여 학급전체가 뉴욕여행을 하는 대상을 받았다.

이 학교와 같은 교육시스템의 변화는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스웨덴과 핀란드 등지에서 광범하게 진행되고 있다.

스웨덴 방문전에 만난 핀란드 교육부의 리사 후오비넨(여) 대학국장은 “인터넷과 IT혁명은 핀란드 곳곳에 흩어진 대학들이 서로의 교수진을 효율적으로 공유하고 보다 경쟁력있는 커리큘럼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실의 변화, 디지털교재의 개발은 전국의 초·중학교 교사들이 교과목별로 협력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만들고 있다”며 “교사들은 1년에 1∼2차례 이상씩 모여 IT와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새로운 교육방법과 교재개발에 대해 논의하고 서로의 성과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스톡홀롬·헬싱키〓최형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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