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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교육 행정상의 차이

2001.12.01 13:48

오마이뉴스 조회 수:1877 추천:109

한국과 미국의 교육 행정상의 차이

한국과 미국의 교육 제도

이창남 기자 changnam@localnet.com

본인은 미국의 한 주립대학교의 사범대학 교수로 있으면서, 근간에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교육 문제와 관련하여 다른 나라의 교육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이 글이 한국의 교육 발전에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본인은 미국에 유학을 오기 전 한국에서 약 8년간 현직 교사로 근무하였으며, 약 7년간 미국의 사범대 교수로서 교생 실습 지도 등 여러 기회에 미국의 초, 중, 고등학교를 방문하고 관찰하였기 때문에 최대한 객관적으로 두 나라의 교육 제도를 비교하려고 한다.

미국과 한국의 교육 제도에 있어 매우 현저한 차이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미국에서는 평교사가 자라서 교장이나 장학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교사가 되는 과정과 교장이나 장학사 등 교육 행정가가 되는 과정은 별개의 것이다.

이 나라에서는 교장이나 장학사가 되려면 대학에서 교육행정 (educational administration) 과정을 거쳐서 자격증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은 교사를 양성하는 교사교육 (teacher education) 과정과는 요구되는 과목이나 시험 등이 현저히 다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교육 행정가가 되는 과정에서는 교육법과 교과 과정, 학생의 행동 지도, 그리고 교원의 통솔 등이 주된 과목을 이루는 반면, 교사 교육 과정에서는 아동 발달, 학습 지도 방법, 평가 방법, 행동 지도 방법 등이 주된 과목 들이다.

그리고 실제 학교에서 교장이 하는 일도 한국의 교장이 하는 일과는 현저히 다르다. 미국에서는 아침에 학생들이 등교할 때에, 학교 버스에서 학생들이 내리는 것을 점검하며 학생들과 가장 먼저 아침 인사를 나누는 사람이 바로 교장이다. 그리고 하교할 때도 학생들이 학교 버스에 오르는 것을 다 지켜보는 사람도 역시 교장이다.

학부모의 애로사항을 가장 일차적으로 듣는 사람도 교장이며, 학생이 교실에서 심한 행동 문제를 일으키면 해당 교사가 학생을 보내는 곳도 교장실이다. 혹시 여러분이 미국의 고등학교를 방문하는 경우, 학생이 수업 시간에 들어가지 않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나 살피기 위해 무전기를 들고 복도를 왔다갔다 하는 사람이 있거든 그 사람이 교장일 가능성이 많다.

본인이 한국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할 때에는 교장이 하는 일은 이런 것과는 매우 거리가 멀었다. 그들은 대개 아침에 교사 회의를 주관하고, 외부 인사들을 만나기 위해 교장실을 비우거나, 학교에 있는 경우에도 낮잠을 쫓기 위해 뒷짐을 지고 교실을 기웃거리며 복도를 돌아다니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런 일 이외에 더 많은 일을 하는 교장들께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어쨌든 미국에서는 교사교육 과정과 교육 행정 과정이 다른 관계로 젊은 교장과 여자 교장이 매우 많다. 또한 교장이 하는 일이 교사가 하는 일보다 오히려 더 힘들기 때문에, 그리고 많은 법적인 시비에 관여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교장들이 이직을 하는 관계로 장학사나 교장이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교사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단기간의 연수를 거쳐 교감이나 교장 등 교육 행정가가 되기 때문에 부차적인 문제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다른 사람보다 먼저 교감이나 교장이 되려고 경쟁을 하는 관계로 떳떳하지 못한 거래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경쟁에서 진 교사들은 쓸데없는 패배의식을 맛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우리나라의 교사들이나 교장들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제도상의 결함을 지적한 것일 뿐이다.

한 가지 본인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의 교사들의 지적인 수준은 세계 어느 나라 교사들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학생들 사이에서 "공부를 잘하면 나중에 선생 밖에 못한다"는 말이 있었다. 이것은 한국의 교사들의 저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미국의 경우는 이것과는 천지 차이이다.

이 나라에서는 교사란 전통적으로 여자들의 직업으로 여겨져 왔으며, 심지어 여자들도 아주 소신을 가지고 뛰어드는 경우가 아니면 대개는 공부를 잘하면 돈을 잘 버는 다른 분야로 진출하게 마련이다.

남자들의 경우는 그것이 더 심하다. 그래서 아주 교사가 될 소신을 갖지 않는 한 똑똑한 사람들은 다른 분야로 간다. 그래서 한국에는 "지적 수준이 높은 교사"라는 큰 교육 자산이 있다. 이것을 잘 살리는 것이 한국의 교육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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