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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씨의 하루를 보고

2007.07.12 00:49

로자 조회 수:2798 추천:325

이른 새벽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는 문씨는 철야를 하고 돌아오는 아내와 너무도 무미건조한 대면을 하며 하루를 쓸쓸하고도 서글프게 시작하는데..

서울의 문래동 소위마찌꼬바라 불리는 영세공장에서 아픈 노인네와 커가는 아이들로 철야를 밥먹듯 하면서도 건강하고 사람좋은 허씨, 일하기 싫어 땡땡이 칠 궁리만 하는 강씨와 몇몇 젊은 노동자가 하루를 시작한다.
문득 하늘을 보며 오후엔 굵은 장대비가 쏟아질 것 같다는 허씨의 말에 문씨는 차라리 세상을 싹 쓸어버릴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고 한다.

축구가 영국노동자의 취미였다면 한국노동자는 짧은 점심시간을 내 족구를 하며 허기진 배를 순대국과 막걸리로 채우며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하면서  묵묵히 노동을 한다.
나른한 오후 쉬는 시간 허씨는 잠에 골아 떨어진다. 문씨는 빌려준 돈을 받으로 아는 동생이 일하고 있는 노조사무실에 들르지만 그들의 열성적인 활동에 수고 하라는 말만 남기고 밖으로 나오고, 프레스 앞에서  흐릿하게 돌아가는 영상.
허씨가 그만 금속절단기에 손가락이 잘리고 잘린손가락을 찾아 얼음채워 병원으로 달려가고 손가락중 하나는 세균감염이 심해 붙일 수 없다는 의사의 무미건조한 말.
오늘은 야근 않하고 술한잔 사겠다고 했던 허씨.  괜찮다는, 이 정도의 아픔은 아픔도 아니라는 손가락 없어도 일할 수 있다는 허씨의 말을 뒤로 하고 병원을 나온 문씨는 노조사무실을 지나쳐 공장으로 가면서 극은 끝난다.
... 배경음악으로 인터내셔널가는 울리고

짧은 영화는 많은 여운을 남긴다. 문씨가 노조사무실로 들어가지 않고 흘끗쳐다보고 지나친 것. 이후 문씨는 어떻게 변했을까.

이현상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박정훈 감독, 또 배우로 출연했던 경기본부의 활동가들은 투쟁하는 노동자의 삶을 다룬 2탄을 만들고 싶단다.

이 영화가 노동자의 짧은 여가를 tv를 시청하며 너무도 자신의 존재와 다른 자본가들의 생활을 동경하거나 자학하게 하는 공중파를 넘어 일상적인 노동자의 삶이 하나의 예술로 승화되어 노동자에게 다시 다가가길 희망한다.   동지들과 34분동안 같이 영화를 보고 싶다.(디브이디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