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퍼옴) 실물성장 없는 거품 ‘신자유주의의 모순’
2008.09.17 07:57
시장의 방종-美정부 방관 맞물려 ‘파국’
세계는 ‘시장의 실패’를 목도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양대 모기지 업체 패니메이·프레디맥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은 불과 1주일 전이었다. 그런 미국 정부가 다시 리먼 브라더스와 AIG의 부실을 해결하겠다며 다른 금융기관에 이들 금융회사에 돈을 빌려주라 말라 하며 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을 정부의 방임 속에 실물경제의 성장 없이 부동산과 파생금융상품의 거품으로 호황을 구가해온 금융 자본주의에서 찾고 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막대한 금융 이익을 단시일에 창출하는 금융시장에 대한 불개입 원칙을 고수했다. 그런 논리 때문에 미국 정부는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강제하지 않았고, 도덕적 해이에 가까운 금융기관의 영업 관행과 실물 경제의 수익창출이 없는 금융 자본주의를 방임했다.
2006년 금융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이 미국 전체 기업들이 벌어드인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케네스 로보프 하버드대 교수도 금융기관의 순익은 실제 국내총생산(GDP)의 2~3%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다른 나라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해 시대에 뒤떨어진 보호주의라고 폄훼하며 국제사회에서 신자유주의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했다. 외국에서 국가의 개입은 곧 미국 기업에 대한 무역 장벽으로 되돌아온다고 인식해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끊임없이 국가의 시장개입에 대한 방어벽을 무너뜨리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가 보여주듯이 시장은 국가의 개입 없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결국 시장은 스스로 국가를 불러들여야 했고, 국가도 시장에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16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장사가 잘될 때는 정부 개입을 꺼려하다가도 망하게 되면 어김없이 손을 벌리는’ 시장의 위선을 지적했다. 시장은 결코 그 스스로 완전할 수 없다는 의미다.
금융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미국에서 시장의 실패가 확인되었다는 것이 이번 금융위기의 본질이다. 시장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율적인 기능을 갖췄다는 논리에 근거해 지난 20여년간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 헤게모니가 도전받기 시작했다.
<워싱턴 | 김진호특파원>
세계는 ‘시장의 실패’를 목도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양대 모기지 업체 패니메이·프레디맥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은 불과 1주일 전이었다. 그런 미국 정부가 다시 리먼 브라더스와 AIG의 부실을 해결하겠다며 다른 금융기관에 이들 금융회사에 돈을 빌려주라 말라 하며 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을 정부의 방임 속에 실물경제의 성장 없이 부동산과 파생금융상품의 거품으로 호황을 구가해온 금융 자본주의에서 찾고 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막대한 금융 이익을 단시일에 창출하는 금융시장에 대한 불개입 원칙을 고수했다. 그런 논리 때문에 미국 정부는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강제하지 않았고, 도덕적 해이에 가까운 금융기관의 영업 관행과 실물 경제의 수익창출이 없는 금융 자본주의를 방임했다.
2006년 금융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이 미국 전체 기업들이 벌어드인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케네스 로보프 하버드대 교수도 금융기관의 순익은 실제 국내총생산(GDP)의 2~3%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다른 나라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해 시대에 뒤떨어진 보호주의라고 폄훼하며 국제사회에서 신자유주의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했다. 외국에서 국가의 개입은 곧 미국 기업에 대한 무역 장벽으로 되돌아온다고 인식해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끊임없이 국가의 시장개입에 대한 방어벽을 무너뜨리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가 보여주듯이 시장은 국가의 개입 없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결국 시장은 스스로 국가를 불러들여야 했고, 국가도 시장에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16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장사가 잘될 때는 정부 개입을 꺼려하다가도 망하게 되면 어김없이 손을 벌리는’ 시장의 위선을 지적했다. 시장은 결코 그 스스로 완전할 수 없다는 의미다.
금융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미국에서 시장의 실패가 확인되었다는 것이 이번 금융위기의 본질이다. 시장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율적인 기능을 갖췄다는 논리에 근거해 지난 20여년간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 헤게모니가 도전받기 시작했다.
<워싱턴 | 김진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