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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자본독재 사슬 끊어야 진정한 민주사회 진입" -'자본' 번역

2008.06.21 14:04

반자본주의 조회 수:12483 추천:276

'자본1'(카를 마르크스) 번역한 강신준 동아대 교수
정본 독일어 MEW판 번역 완성도 높여 20년 전 자신 감수 출간물과는 큰 차이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은 국내에서 대표적인 금서(禁書)로 통한다. 1988년 이전까지는 정치적 금서로, 이후에는 경제적 금서로 출간이 지체됐다. 그런 '자본'을 동아대 강신준(53·경제학과) 교수가 '자본Ⅰ-1'과 '자본Ⅰ-2'(카를 마르크스/도서출판 길/각권 3만5천∼3만원)의 2책 형태로 풀어냈다. 질기고 오랜 사슬의 풀림이었다. "물론 한글판이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닙니다. 이미 20년 전인 1987년 금서의 자격(?)으로 번역 출간됐습니다. 몇 년 뒤에는 영어판을 토대로 한 중역판도 나왔죠." 이론과실천 출판사가 펴낸 '자본'(1987년)과 비봉출판사의 '자본론'이 그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이번 '자본'이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그는 이른바 정본, 독일어 'MEW(Marx Engels Werke)'판을 '제대로' 옮겼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제대로'에 방점을 찍은 것은 20년 전의 '이론과실천판'과는 전혀 다른 성격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하늘과 땅 차이죠."

하늘과 땅 차이? 그가 직접 번역한 것도 아닌데 국내 최초판본을 왜 그렇게 폄하할까. "그 책을 바로 제가 감수했습니다." 서슬퍼런 군부독재 시절. 운동권 학생 6명이 부랴부랴 번역한 원고를 자신이 넘겨받아 이곳저곳을 뜯어 고쳤다고 했다. 하지만 봉합하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책은 결국 미숙한 상태에서 그대로 출간됐고, 그는 '다음'를 기약하며 숨을 죽였다. 물론 그때의 '자본'은 1주일만에 강제로 수거됐다. 정치적 금서였다.

그러나 곧 제대로 된 판본을 내놓겠다는 계획은 '자본'이 정치적 금서에서 풀려난 뒤에도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참고로 그는 이듬해 '자본'Ⅱ, Ⅲ권을 잇따라 번역해 세상에 내놓았다.) 그렇게 세월에 묻혔다. "20년이 훌쩍 지났죠." 물론 그동안 몇 차례의 재출간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제적 탄압(?)이 출간을 좌절시켰다. 출판사마다 '돈이 안된다'며 출간을 거부했던 것이다. "그러다 지금의 '도서출판 길'을 만났습니다."

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번역 원칙이 다릅니다. 원전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독자가 읽기 편하게 한글판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주석도 많이 늘렸다. 책 뒷면엔 13쪽 분량의 후주도 달았다고 했다.

그런데 150년 전의 '자본'이 지금도 유효할 수 있을까.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토록 신성시된 레닌 동상마저 내동댕이쳐진 상태에서 말이다. "오해가 큽니다. 레닌주의와 막스주의를 구별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일이죠." 그는 단호했다. 이번 번역도 이런 오해를 풀고 진실을 드러내는 차원에서 시작했다고 그는 말했다.

"'자본'은 근본적으로 민주주의를 지향합니다. 공산독재인 레닌주의와는 전혀 다르죠. 북한의 김일성 주체사상과도 무관합니다." 분단 역사라는 속성 때문에 엉뚱하게 '자본'에 불똥이 튀었다고 했다. "'자본'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책입니다. 비정규직 사태도 마찬가집니다." 그는 묘하게도 마르크스 시대의 유럽과 작금의 한국이 너무 흡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타래처럼 얽힌 시국을 풀어내는데 '민주주의'만큼 좋은 도구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 민주주의가 바로 '자본' 속에 담겨져 있다.

글쎄, 당황스럽다. 그러면 지금 우리 사회는 뭐란 말인가. 민주주의가 여전히 지향점이라면 우리는 지금 민주사회에 살고 있지 않다는 뜻이 된다. "정치적 민주주의는 달성됐지만 경제적 민주주의는 여전히 공허하죠." 그는 지금 상태를 '자본독재'라고 규정했다. 신자유주의 체제의 다른 표현이기도 했다. 결국 그 자본독재의 사슬을 풀어내야 진정한 민주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어렵다고 소문난 책인데. "사실 많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바로 내 삶, 우리 사회의 현안을 짚어내고 길을 모색할 수 있는 책이라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는 책 앞 부분의 총론보다 뒷부분의 예제부터 읽기를 권유했다.

그는 내친 김에 올해말까지 '자본'Ⅱ, Ⅲ권 번역도 끝낼 작정이라고 했다. '자본'은 모두 4권. 제1권이 생산이고 제2권은 교환, 제3권은 소비(분배)다. 하지만 그래도 제4권(잉여가치 학설사)이 남는다. 제4권은 제1∼3권을 합친 분량보다 더 많다. "그것까지 다 끝내고 싶지만 그럴 기력이 남아 있을지…."

백현충 기자 choong@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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