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시대는 '이상의 시대' '진보의 시대'일까?

2002.12.24 14:10

희야 조회 수:984 추천:1

글쎄, 아래 옮겨놓은 글 처럼 한 시대가 끝나긴 끝난 모양인데.... 앞으로 올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는 '진보진영'이 하기 나름?이라는 상투적 다짐 밖에는 못 하겠네요. 이번 토욜, 새 정권의 성격에 대해 토론할 때 많은 분석들이 제출 되었으면 합니다. 아래 모 게시판에서 퍼온 후배님의 글처럼 '아름다운 세상', '이상주의'를 향한 시대가 과연 도래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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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남쪽에서 한 시대가 끝났군요. 1961년 5월16일 새벽, 박정희가 한강을 건너면서 시작된 그 한 시대가 드디어 끝났군요. '근대화된 조국'을 꿈꾸었던 청년 장교들로부터 시작되어, 개발과 억압의 시절을 거쳐, 그 아류 기회주의자들의 이전구투로 이어지던 그 한 시대가 끝났군요.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과 민주노동당의 의미있는 약진은 가히 한 시대의 획을 그었다고 할 만 합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굳이 원한다면 '혁명' 혹은 '혁명적 사건'이라 불러도 좋을 듯 하군요. 학부 때 공부하던 역사학을 계속 공부했더라면 여기에다 좀 더 그럴 듯한 이름을 붙이고, 좀 더 근사한 역사적 해석을 첨가할 수도 있을텐데...아쉽군요.

어쨌건, 이 '혁명'은 하루이틀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지요. 노무현이라는 한 인물이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리고 백기완을 내세운 '좌파'가 참으로 오랫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1987년부터 따지면 딱 1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군요. 그리고 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의 피와 땀과 눈물과 넋이 쏟아부어졌지요. 또 그런 만큼, 설사 이번 선거에서 저러한 최상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속도가 조금 늦춰지고 양상이 조금 달라질 지는 몰라도, 그 변화의 기본적인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겠지요.

이 '혁명'의 방향이 무엇일까 하는 건 쉽지 않은 질문이네요. 다만, 지나간 한 시대가 '부국강병'과 '생존'을 위한 '실용주의'의 시대였다면, 이제 시작되는 한 시대는 뭔진 모르지만 어쨌건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이상주의'의 시대일 꺼라는 정도의 느낌은 오는군요. 종종 그것은 '진보'라는 두리뭉실한 말로 표현되기도 하지요. 또 그 안에서 건국 이후 한번도 제대로 대접받아 본 적이 없었던 '민족주의'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꺼라는 정도의 직감은 드네요.

또한 동시에 이제 더 이상, 여러가지 이상주의를 한데 뭉뚱그리는 그릇으로서의, 그리고 그럼으로써 보편적 당위성을 갖는 개념으로서의 '진보'는 존재하지 않을 꺼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하긴 애당초 그런 모호한 ‘진보’는 지나간 한 시대의 특수한 상황이 빚어낸 산물이었지요. 이를테면, 노무현의 ‘진보’와 민주노동당의 ‘진보’는 이제 자신을 구체화하면서 사뭇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때로는 함께하기도 하고, 때로는 갈등을 빚기도 하겠지요. 당장 민주노동당만 해도 이제 그냥 ‘진보정당’이 아니라 ‘노동자 계급 정당’으로서의 성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발전을 추구할 것이고, 이는 노무현으로 대표되는 현실주의 노선과는 겹치지 않는 부분이 꽤 있겠지요.

많은 우여곡절을 보게 되겠지요. 국제질서도 변화하고 있고, 생산양식도 변화하고 있고, 의식도 변화하고 있으니깐요. 또 한국인들 앞에 반드시 장미빛 미래만이 펼쳐져 있는 것만도 아니겠지요. 지금이야 많은 이들이 혁신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수많은 요인들이 서로 얽혀있는 복잡한 관계망인만큼 때로는 주체의 의지와 무관한 변고들도 생기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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