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리 지식론 연구

2001.10.11 16:59

신호승 조회 수:1141 추천:1

프레이리의 지식론 연구

진보적 교육 대안을 제출함에 있어 '교육과정'에 대한 기본 관점을 분명히 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교육과정'이야 말로 교육에 있어 가장 근본적이며 본질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학제나 학교모델, 교원양성, 대학교육체제 개편 등의 문제는 결국 어떠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즉, 자본주의 체제에 순응하기 위한 인간을 길러 내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한 학제나 학교모델이 자본주의의 모순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를 열어가기 위한 인간을 길러 내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제나 학교모델이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라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이론분과에서 지식론(인식론)을 학습하기로 한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동안 아들러가 80년대 초반 제안한 '파이데이아 제안'을 중심으로 교육과정 및 방법에 관해 고민해 온 것은, 기성의 교육론에서는 마땅히 대안적인 내용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차에 '지식', '기능', '이해'라는 명쾌한 체계를 가진 제안에 매력을 느꼈던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파이데이아 제안'을 찬찬히 뜯어 본 소감으로는 그들의 철학적 전제, 특히 인식론(지식론)적 전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이 주장하는 교육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인간 외부에 실재하는 객관전 '지식'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 객관적 '지식'이란 인류가 역사적으로 쌓아 온, 소위 '고전'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고전'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왜 서양의 '고전'만 고전으로 취급하는지를 질문해야 한다.

'고전'을 공부하지 말아야 함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든 농민이든, 그 누구든 '고전'을 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 목적이 무엇이냐는 점이다. 아들러를 중심으로 한 '파이데이아 그룹'의 최종적인 목적은 그들이 정식화 한 바 '제3열', '이해'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낳아가야 한다. 그 한 걸음은 '실천 praxis'이며 이를 통해 세계를 바꾸는 일이다.

여기서 프레이리의 지식론 연구의 의의가 있다. 한국에서 진보적 교육과정의 기본 관점은 반드시 이 '실천 praxis'라는 개념을 그 안에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 이는 교육의 목적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 바, 공교육 구성 원리로서의 실천을 보다 분명히 정식화해야할 필요가 있다.

프레이리의 지식론은 기존 마르크스-레닌주의적 지식론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그가 노동자를 포함한 민중들의 적극적인 참여(대화와 실천)를 통한 교육을 주장한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마르크스-레닌주의적 지식론의 핵심 키워드는 '~ 외부에서의' 주입 이론이다. 즉, 노동자들은 '자연발생적으로' 자신들의 사상을 형성시킬 수 없으며, 외부의 어떤 주체(프로레타리아당)에 의해 '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프레이리는 이러한 생각을 부정한다. 다음의 인용구는 기존 마르크스-레닌주의적 인식론과 프레이리의 인식론의 분명한 차이를 드러내 준다.

"... 해방의 과제 속에서 혁명적 지도력이 택해야 할 올바른 방식은 '해방의 선전'이 아니다. 그 지도력은 또한 피압박자들에게 자유에 대한 믿음을 '주입'해서 그들의 신뢰를 얻으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올바른 방법은 곧 대화(對話)에 있다. 피압박자들이 자신의 해방을 위해서 싸워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되는 것은 혁명적 지도력을 부여해주는 선물이 아니고, 그들 자신의 '의식화'의 결실이다"
(프레이리, 성찬성 역, <페다고지>, 광주 53쪽)

그렇다면 프레이리의 이러한 인식론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진보적 교육 담론(주로 공교육 개혁을 목표로 하는) 구성에 주는 함의는 무엇일까? 이 질문이 앞으로의 연구에서 밝혀져야 하는 과제라고 볼 수 있다. 다음은 참고 문헌.


파울로 프레이리, 성찬성 역, <페다고지>, 도서출판 광주, 1979
---------------, 한준상 역, <교육과 정치의식-문화, 권력 그리고 해방), 학민사, 1986
---------------, <희망의 교육학> 4장, 7장, 번역 초고
---------------, <프레이리의 교사론>, 아침이슬, 2001
정정호, '비판적 페다고지와 어문학 교육-파울로 페레이리 다시 읽기, 새로 쓰기를 위한 시론', <비평> 제3호, 2000
심성보, '왜 지금 다시 <페다고지>를 읽어야 하는가?', <진보평론> 제7호, 2001, 현장에서 미래를
James Blackburn, 'Understanding Paulo Freire:reflections on the origins, conceps, and possible pitfalls of his educational approach', Vol 35 No 1, Oxford Univers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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