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개념의 구체화를 위해

2001.10.30 12:21

신호승 조회 수:1149 추천:1

어제 이론분과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아래 이론실장님이 예고하신 대로 '교양'개념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주제였습니다. 지난 주, 국회도서관에 가서 자료를 잔뜩 복사를 해다 놨는데... 게으른 탓에 제대로 검토를 못했습니다.

이론실장님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강영혜의 논문을 일부 발췌해서 이야기 거리로 삼았습니다. 역시 공부안한 티가 나서 깊이 있는 이야기는 되지 못했습니다만, 예전 글에서 초중등교육에서 추구해야 하는 교육과정을 '전인적 교양 중심 교육과정'이라는 말로 표현했는데 이를 대치할 더 좋은 표현을 찾기 전까지는 이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어제의 세미나는 '교양'이라는 말의 역사적/개념적 분석에 주로 초점을 맞추었고, 다음 세미나에서는 좀더 구체적으로 논의가 진척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다른 나라의 사례를 좀더 찾아 보기로 하였습니다. 그 예로 송순재 선생님이 진행하시는 성공회대 교육사랑방에서의 이야기들, 한겨레신문과 서울시교육청이 공동으로 진행한 현장 교사들의 외국학교 방문기 등등을 각자 찾아 보기로 하였습니다.

아래는 제가 어줍짢게 발췌한 글의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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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교육' 개념의 구체성 확보를 위해

2001. 10. 29(월).
진보교육연구소 교육이론분과 세미나

[아래의 내용은 강영혜의 박사 논문 "공교육체제에서의 자유교육의 의미"(서울대학교 대학원, 1990년) 중 일부를 재구성해 옮긴 것임]

1. 개념에 대한 이해
- 개념 이해의 어려움 : '교육'이란 사전 속에 기록된 언어의 배열, 조합에 의해 그 의미가 규정되는 추상언어가 아니라 구체적인 가치지향과 이의 실천으로서의 활동을 통해 그 의미를 획득해 나가는 생활언어임. 그런 만큼 자유교육의 의미를 한가지로 명확하게 지적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음
- 개념 이해의 방법 : 따라서 개념에 대한 이해는 교육사를 통해 자유교육이 추구되어온 다양한 사회 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여 그 윤곽을 그려 봄
- 자유교육 liberal education의 세 가지 번역어 : 인문교육, 교양교육, 일반교육 // 각각은 자유교육의 어떤 특정적인 면을 강조하여 보여 주고 있으므로 각각의 경우에 부각시키고자 하는 특징이나 배제하고자 하는 교육적 입장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
- 인문교육 : 교육내용의 원천과 그런 교육내용을 통해 충족시키고자하는 교육적 관심을 시사 // 오랜 종교적 지배에서 벗어나 현세적이고 인간중심의 삶의 가치를 지향하는 르네상스 당시의 문화적 관심에 부응하여 교육실제에서 일어난 변화를 대표하는 것으로서 인문 중심의 자유 교육 // 신학적 내용이 아닌 인문적 내용, 그 중에서도 그리스·로마의 고전을 자유 교육의 내용으로 삼고자한 교육적 경향 // 내세를 위한 준비로서의 교육이 아니라 현세 속에서 인간적 가치를 구현하려는 인간중심의 교육으로서 그 가치의 원천이 고전문화, 특히 문학작품이라고 여김으로써 이후 서양의 근세교육에서 중등교육의 뿌리깊은 전통으로 자리잡게 되었음 // 특히 르네상스 당시의 인문교육은 당시에 새롭게 대두되고 있던 상업적, 세속적 이익의 추구나 과학적 발견들과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실제적 관심을 배제하는 교육으로 정착됨
- 교양교육 : 인간으로서의 교양을 계발시키는 과정이라는 특정의 교육적 신조를 담고 있음 // 교육의 일반적 원리로서 이해될 수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대학이라는 특수한 교육의 장을 염두에 두고 생겨난 개념 // 중세 시대 대학이 발생한 이래 대학교육의 교육과정은 교양교육과 전문교육의 결합으로 이해되어 왔으며, 그 점에서 교양교육은 전문교육 혹은 전공과정과 대비되는 교육과정이며 전문교육을 받기에 앞서 폭넓은 지성과 다양한 경험의 발달을 위해 예비로 제공되는 교육이라는 의미가 강함 // 전문교육이 말 그대로 고도의 전문성과 사회적 유용성을 겨냥한다면 교양교육은 한 개인으로서, 시민으로서 기본적인 교양을 쌓아 인류의 문화를 향유하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음 // 중세 이후 자유교육의 전형적인 교육내용으로 자리잡아온 칠자유학과(seven liberal arts)의 교육적 가치도 이러한 교양교육의 취지에서 파악될 수 있는 것
- 일반교육 : 20세기 대중적 공교육체제 하에서 자유교육을 파악하게 될 때 부각되는 것 // 고전이냐 과학이냐 하는 교육내용의 원천에 관한 논란 보다 일차적으로 교육의 대상을 염두에 두고 생겨난 개념. // 특정한 직업을 염두에 두고 제공되는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 어떤 직업을 갖게 되건 국민 누구 나가 하나의 인간적 자질을 구비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교육임을 암시 // 이점에서 일반교육은 교양교육에서처럼 전문적 훈련이나 직업·기술 교육과 대비되는 개념이되 교양교육이 대학을 염두에 둘 때 유의미하게 성립되는 개념이라면 일반교육은 대중교육체제하에서의 중등교육을 겨냥하고 생겨난 개념임 // 일반교육의 개념 속에는 교육을 받아야할 교육대상과 관련하여 민주주의적 고려가 담겨 있는 것
- 위 세 가지 번역어는 '자유교육'을 하나의 교육활동 내지는 프로그램으로 부각시키고 있음 // 가령 신학이나 자연과학적 내용이 아니라 고전문학을 가르쳐야 한다거나(인문교육), 전공과정에 앞서 기초교양을 가르쳐야 한다거나(교양교육), 혹은 특정의 직업·기술 교육이 아닌 공통의 교과목을 가르쳐야 한다(일반교육)는 요구를 통해 자유교육을 구체적인 교육활동의 내용으로 인식함 // 따라서 각각의 경우가 내세우는 자유교육을 통해 어떤 교과나 지식들은 교육실제에서 배제되게 되며, 애당초 어떤 종류의 지식이나 활동들은 자유교육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간주
- 그러나 '자유교육'은 특정의 프로그램이기에 앞서 교육에 대한 일반적 원리 내지는 정신을 지칭하는 것


2. 역사적 접근
- 자유교육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유교육 사상에서 유래한 것으로, 지식과 인간의 이원론적 형이상학을 토대로 하고 있음.
- 따라서 자유교육은 자유인이 비자유인의 생산활동을 수단으로 하여 여가생활을 제대로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으로 자리잡아 왔음
- 아리스토텔레스와 연관지을 때, 자유교육의 중심이 되는 자유인의 의미는 두가지 차원에서 조명 가능 : 정치적 차원(사회제도적 맥락을 반영하는 특정 신분으로서) & 심리적 차원(자유로운 마음의 발달과 그 결과 삶의 자세로 드러나는 도덕적 인격으로서)
- 교육적 이상으로 '자유인'을 규정할 때, 정치적 차원과 심리적 차원을 분리해 검토해야 하며, 심리적 차원은 현대 민주사회에까지 '가치로운 교육'의 전형이 될 수 있음
- 이러한 자유교육관은 사회제도적 배경의 변천에 따라 계급특권적 색채는 약화되었지만 지식 그 자체를 위한 지식의 추구라는 주지적 관심은 유지되어 옴
- 이러한 전통적 자유교육관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부활시킨 사람이 허스트(P.H. Hirst)임. 그는 일곱 가지 '지식의 형식'을 토대로 하여 지식을 교육의 선험적 가치로 내세움으로써 지식이 인간 마음의 발달에 있어 차지하는 논리적 중요성을 부각 시켰음
- 전통적 자유교육관에서는 일과 여가, 이론과 실천의 구분을 통해 이론적 지식만이 인간적 본질에 부합한다고 보고 자유교육의 관심을 지식에 국한 시킴


3. '교양교육' 이념의 내실화를 위해
- 프락시스 개념의 재발견 : 프락시스란 구체적 현실 인식과 활동의 전개 속에서 이론과 실천의 평면적 구분이 극복된 상태임. 따라서 프락시스는 세계 구성의 주체로서 인간의 능동적이고 실천적인 삶의 자세를 함의
- 프락시스를 자유교육의 철학적 기초로 수용하게 될 때, 자유교육은 표준적 문화를 내면화하는 과정을 넘어서서, 인식 주체의 자주적인 문제제기와 해결을 강조하게 됨.
- 즉, 앎을 삶과 분리된 순수사유로서가 아니라 생활세계에 뿌리박은 진정한 자기의식의 발달을 중요시하게 됨


4. 검토
- 위 글의 필자가 가진 주된 관심이 "'자유인의 교육'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적 전통의 자유교육이 현대 사회, 즉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산업화된 대중사회 속에서 공교육제도에서의 교육원리로서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 것인지를 검토해 보는 것"이며 이는 "자유교육을 교육사 속에 기록되어 있는 특정의 교육적 경향으로서가 아니라, 우리 시대 우리 사회의 '자유교육'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밝혀 보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음
- 여기까지 보면 필자는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산업화된 대중사회', 즉 자본주의 사회의 공교육이념으로서 '자유교육' 이념을 재발견/재창조하려는 시도? ... 논문을 좀더 구체적으로 뜯어볼 필요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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