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학부모의 태도, 자기충족예언 등

2001.10.19 18:04

송경원 조회 수:1576 추천:1

## 어디에다가 올릴까 한창 고민하고 뒤지다가 여기에 올립니다. 자료실은 첨부화일이 없으면 올라가지도 않더군요. 요즘 책을 뒤적이다가 보게 된 내용입니다.

1. 이대 오욱환 교수의 <한국사회의 교육열>을 보다가 김희복의 박사학위논문에 대해 소개한 것을 발견해서 올립니다. 부산지역 중산층의 교육형태에 대한 문화기술지 연구에서 발췌한 것. 문화기술지란 한 문화를 이해하는 과정의 기록으로, 연구자가 연구대상 집단의 생활세계 속에서 참여관찰이나 심층면접 등을 통해 얻게 된 그 사람들의 가치, 지식, 기술을 정리한 것. 물론 특정 맥락의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것(상대적)이기에 일반화시키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통계나 조사연구 등으로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각광받고 있는 연구방법. 쉽게 말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우리 외부에 존재하는 사람이 이야기한다고 보면 됩니다.(같이 생활하고 대화하는 것을 통해).
참, 아래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이 모든 중산층 학부모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그렇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요.(앗,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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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복(1992), 학부모 문화연구: 부산지역 중산층의 교육열, 서울대 박사학위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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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학부모들의 교육현실에 대한 상황 정의와 자녀교육 지원 활동의 장면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나타나는 포괄적인 인지적 원리로서의 문화주제는 '수월지향', '타자준거', '엄마주도', '가족이기주의', '투자지향', '권위포기' 등 여섯 가지로 추출되었다."(A7)

이 여섯 가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수월지향(excellence) 원리는 학부모들이 자녀교육에서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언행이 '뛰어나야 한다', '최고가 되어야 한다', '일류라야 한다'로 표현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경우, 수월성은 절대적 기준에 의해 판단되지 않으며 상대적 격차를 넓히는데 편중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남들을 제치고 앞서기를 기대하며 그 영역도 학교 성적에 거의 제한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더라도, 다시 말해서‘모가 나는 한이 있더라도’남보다 앞서기만 하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발상은 전인교육에 전면적으로 배치되며 한국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전인교육의 부정적 측면을 극명하게 표현한다.
둘째, 타자준거 원리는 ‘남하는 만큼은 해야 함’을 의미한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업성적을 높이기 위해 과외나 학원 수강의 종류와 방법을 결정하거나 자녀의 학습 활동을 통제할 때, 자녀의 교우관계를 통제하거나 지원할 때, 담임교사에게 ‘인사’해야할 때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알려고 하며 자녀들의 '기를 죽이지 않으려는' 목표아래 타자들을 크게 의식하고 뒤쳐지지 않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자녀 교육에 너무 열성적인 어머니('설치는 엄마')가 드러나게 되고, '설치는 엄마'의 행위가 준거(準據)가 되면서 자녀교육을 위한 어머니들의 경쟁이 가열된다. 어머니들은 이 '설치는 엄마'를 비난하면서도 비슷한 행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셋째, '엄마 주도' 원리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어머니가 자녀 교육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뜻이다. 각 가정에서 남편은 '자식 공부에 관심이 없는 사람', '자식 공부에 관심이 많아도 신경을 쓸 형편이 못되는 사람', '아이들 공부에 관해서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 등으로 인식되는 데 비해서, 아내는 '학습 활동을 일일이 챙기거나 지도하는 사람', '학부모회에 참석하는 사람', '아이 공부에 대한 정보가 많은 사람', '다른 사람들과 모여 쓸데없이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사람' 등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이 팽배되어 있는 만큼, 어머니들은 자녀 교육으로 심리적 압박(stress)을 많이 받고 있으며 자신의 생활을 영위(營爲)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어머니가 자녀교육을 주도하기 때문에, 자녀교육에 문제가 발생하면 "아빠는 펄펄 뛰고 엄마는 죄인의 모습이 되기가 쉬운 것이다")
넷째, 가족 이기주의 원리는 학부모들의 행위가 자녀들의 이익과 직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학부모들은 육성회 활동보다 담임교사에 대한 사적 지원을, 찬조금이나 기부금 지원보다 과외수업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족이기주의 행위가 만연되어 있기 때문에 제한된 공교육비(公敎育費)에만 의존하는 학교교육은 부실해지고 상대적으로 각 가정의 사교육비는 급증하고 있다.
다섯째, 투자 지향 원리는 자녀 교육에 투입되는 물질적 및 정신적 투입을 모두 투자로 간주한다는 뜻이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위해서는 "돈을 들여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 원리가 적용되는 데에는 투입에 대한 산출의 비율이 무의미하고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 투입의 절대량이 문제되지 않는다. 학부모들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거나 "돈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교교육의 상품화가 가속화된다.
여섯째, 권위 포기 원리는 '자식이 상전(上典)'처럼 떠받들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기를 죽이지 않고 비위를 거슬리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학력과 학벌을 높이기 위해 전통적 가정 훈육과 부모의 권위를 포기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업성적을 높이기 위해 정규 수업 후에도 과외, 학원수강, 자율학습, 보충수업 등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가 자리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결과적으로 청소년들이 가정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함에 따라 가정, 학교, 사회에서 오랫동안 미성숙한 상태로 남아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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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피그마리온 효과(Pygmalion effect)와 자기충족예언(Self fulfilling prophercy) 아시죠. 교사가 기대(두루뭉실한 기대가 아닌 매우 구체적인 기대)를 하면, 학생들이 교사의 기대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요. 교사의 영향력이나 차별을 이야기할 때, 흔히 제시되는 것이지요. 최근 이것에 대해 자세히 공부하였는데, 학생을 보고 교사가 기대나 신념을 갖게 되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성: 남자냐 여자냐. 교사의 가치관(가부장제 같은 것)이 우선 중요함. 특히 저학년 소년들과 조숙한 소녀들이 피해자일 확률이 큼. 육체적으로 덜 발달되었거나 많이 발달된 학생들의 경우 정신적인 면에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음.

(2) 사회경제적 지위: 중산층 이하, 저학력 부모의 자녀에게 낮은 기대를 하는 경향이 크다. 사회경제적 지위로 인한 낮은 기대 수준은 계급에 따른 교육적 차별을 의미하며, 피그마리온 효과나 자기충족예언의 근거 중에서 가장 큰 것임. 결국 계급재생산을 극복하기 위해 흔히 제시되는 피그마리온 효과나 자기충족예언 조차도 계급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함.(저소득층이 주로 있는 학교임에도 성적이 우수한 이유의 가장 큰 요인을 자기충족예언이라고 함. 하지만 이것은 교사집단의 아주 의식적인 활동의 결과)

(3) 학교의 지위: 학교가 도시에 있느냐 농촌에 있느냐, 부자동네에 있느냐 가난한 동네에 있느냐, 학교에 돈이 많은가 적은가에 따라. 후자의 경우 기대치를 낮게 설정함.

(4) 외모: 옷을 깔끔하게 잘 있는가, 비싼 옷을 입는가, 유행을 타는가에 따라. 그렇지 않은 경우 낮은 기대.

(5) 말투: 표준말이 아닌 경우, 말을 어눌하게 하고 자기 표현이 서툰 경우, 거친 표현을 쓰는 경우에 낮은 기대.

(6) 단정성: 단정하지 못한 글씨와 행동, 교사의 지도에 대한 경청 및 행동변화 미흡, 별종일수록 낮은 기대.

(7) 좌석위치: 교실의 뒷쪽과 측면에 앉은 학생일수록 낮은 기대치.

(8) 후광효과: 학생의 이전 성적이 낮을수록 낮은 기대.

(9) 준비도: 수업준비도가 떨어지는 학생일수록 낮은 기대.

(10) 능력별 반(분단)편성: 낮은 능력 편성집단일수록 낮은 기대.

(11) 교사 사회화: 다른 교사들에게 특정 학생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낮은 기대를 갖는 가능성이 있음. 특히, 고참 교사일수록 새로운 교사들에게 교육의 가능성보다는 학생들의 한계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음.

* 이런 근거들에 바탕하여 학생에 대한 구체적인 기대를 하는데, 이 과정은 무의식적이거나 잠재적인 성질을 띠고 있음(사람을 처음 볼 때 10초동안의 외모 관찰 결과에 의해 첫인상이 결정되는 것과 같음. 추후 결정된 첫인상의 확대와 강화는 쉽게 이루어지나 그 역은 많은 의식적인 노력이 요구됨). 따라서 의식적으로 자기를 뒤돌아보고 반성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필요함.

* 사실 이 내용을 보는 순간, 그동안 충청대 애들을 가르치던 태도가 생각나더군요. 무진장 잘못했구나 하면서 말입니다. 부지불식간에 그들에 대한 낮은 기대를 갖고 가르쳐왔고, 그래서 그들에게 피해를 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3. 앞서 이야기한 근거 중에 (10) 능력별 반편성에 따라 교사의 기대가 다르다는 내용은 7차의 수준별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수준별 학급(분단) 편성은 영미에서 오랫동안 시행되어 왔던 능력별 학급편성(tracking)과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확대된 것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이것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 필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가정하고 있습니다.

(1) 학습능력과 교육과정의 계열들(track)을 일치시키는 것이 학생들의 좌절을 줄일 것이다.
(2) 비능력별 편성은 낮은 성적의 학생이 높은 성적의 학생들의 학습진도를 뒤쳐지게 한다.
(3) 학생은 비슷한 능력의 학생들과 함께 학습할 때 좀 더 효과적으로 배울 것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교육과정평가원의 허경철 박사팀(7차 입안자)들도 이 가정에 근거하고 있지요. 어떻게 보면, 상식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정은 가정일 따름이지요(나쁘게 말하면 망상일 뿐이죠).

영미에서의 tracking에 대한 연구 결과들은 거의 부정적이거든요(평균은 떨어진다. 특히 낮은 성적의 학생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이것은 평준화에 대한 우리나라의 연구결과들과 일치합니다). 능력별 편성의 결과가 좋았다는 결과는 매우 적습니다. 몇몇 소규모 연구에서 높은 능력집단의 학생들에게 적은 성적 향상이 보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낮은 성적의 학생들에게는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지만요. 그리고 높은 성적집단의 학생들이 보인 성적 향상도 과연 능력별 학급편성의 결과이냐 라는 질문이 존재합니다(다른 연구에서는 그 학생들의 재능이 뛰어나서 그렇다는 결과가 나왔거든요).
결국 많은 연구들은 능력별 학급(분단) 편성이 교육적, 도덕적 근거가 부족한 부적절한 교육적 관행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난 30년동안 영미에서는 능력별 편성에 대한 소송이 진행되었고, 거의 대부분 문제많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하긴 능력별 학급(분단) 편성 자체가 승자와 패자를 만드는 제로섬(zero-sum) 게임으로 공동체의식 함양에 부적절하다는 점에서 결코 교육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요. "뒤떨어지는 자에게 더 많은 관심을"이라는 교육결과의 평등 슬로건에도 위배되구요(이 슬로건은 어느덧 교육의 슬로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학급편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교육적 지침(영미의 경우)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정규 교육과정과 기능의 강화를 위해서는 이질적 학급편성을 하라
(2) 보충학습이나 심화학습을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동질적 학급편성(능력별 반편성)을 할 수도 있다. 이 때, 반드시 학생들의 구체적인 결함에 근거하여 동질 집단을 구성해야 하며, 단기간에 이루어져야 한다. 결함이 해결되면 그 즉시 원래 집단으로 복귀시켜라.
(3) 저학년(1-12학년 중에서)에서의 동질 집단 편성은 중등학교에서의 성취 불균형의 근간이 되므로 절대 하지 마라.

* 자기충족예언이나 능력별 반편성의 문제점을 놓고 보면, 개별화 수업도 학생에 대한 기대를 달리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습니다. 기대를 달리 한다는 것과 개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다르니까요. 그래서인지 위의 지침에서는 능력별 편성이나 개별화수업을 하지 말고, 학생들의 자발적인 인간관계에 근거한 협동수업을 하라고 이야기하네요. 그게 공동체의식의 함양에도 도움이 되고, 지식의 전달이나 습득은 기본적으로 사회적이기에 교육은 협동적인 과정이라는 전제에도 부합된다나요.

(추신) 이왕 말한김에, 학생의 인지적 능력 신장에 가장 좋은 수업방법은 무엇일까요? 지시적 수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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