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 이론분과 세미나 논의 내용 정리

2002.03.16 19:14

희야 조회 수:1354 추천:1

아래 공지한 대로, 3월 14일 이론분과 올해 첫 세미나를 진행하였습니다. 역사적인 날(?) 이었습니다. 올해가 시작된지가 벌써 세 달째인데, 이제 첫 세미나라니... 살인적인 일정과 막연한 계획으로 미뤄지다가 비로소 세미나 시작.
올해 상반기 계획은
1. 교육, 공교육, 학교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것. 혹은 만들어 나가는 것. 그래서, 공교육의 존립근거와 의의를 재확인하여, 진보적 교육론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굉장히 거창합니다. 다소, 한가롭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겠지만,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라는 판단에서 탐구 주제로 선정하였습니다.
2, 교육노동에 대한 탐구입니다. 노동과정에 대한 이론을 고찰하고, 현시기 교육노동의 특질을 특정합니다. 그래서, 교사노동운동 논의로 까지 이어가려고 합니다.

둘다 상반기 중에 해결봐야할 주제들이고, 하반기에는 겨울 워크샵의 내용에 위의 내용을 보완하여 다듬음으로써 지난 겨울 보다 버전 업된 내용으로 워크샵을 마련해볼까 합니다.
--------------------------------------------------------------------------------------
첫번째 세미나의 커리는 이홍우의 '교육의 개념'이었습니다. 이 책의 각 장에서 다룬 교육의 정의를 검토하고, 앞으로 타산지석으로 삼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우리 입장에서 볼 때, 내용 자체를 흔쾌히 받아들일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비교적 체계적으로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논의를 이끌어 가고 있구나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는 교육에 대한 주류 담론 중 하나라는 생각(지금은 상당히 위축되었지만, 이홍우 교수는 일종의 사단을 꾸리고 있으며, 각 대학 교육학과에 포진해 있습니다.)에서 언젠가는 제대로 읽어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세미나에서는 '정범모의 정의', '피터즈의 정의', '뒤르껭의 정의', '듀이의 정의'를 차례로 살폈습니다. (아래 발제문 참조)

1. 정범모의 공학적 정의에 대한 비판
교육현상의 공통된 특징을 비교적 잘 포착해내고 있으나, '개인'의 차원에 편향된 정의 방식이며, 기반이 되고 있는 과학철학의 한계가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실증주의적'사고방식, '행동주의 심리학'에 치우쳐있다. 즉, 인간의 변화는 측정, 관찰 가능하고, 낱낱의 요소로 분해할 수 있다. 여기에서 인간의 행동은 '통제'의 대상이다. 마치 실험실 속의 연구대상을 연상시키는 정의이기도 함(<--이건 이론실장의 사견).
또하나, 교육과 교육 아닌 것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인간행동의 계획적 변화"를 교육이라고 하면, 예컨대, '약물주입'에 의한 의도적 변화 유발 행위도 교육이라고 보게 되는 오류를 범한다. 따라서, 정범모의 공학적 정의는 교육현상의 일반적 특성을 기술하고 있긴 하나, 교육을 정의하는 필요조건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즉, 교육과 비교육의 경계선 설정에 실패한 정의이다. 더불어, 천보선 연구실장은 교육현상에서 늘 있게 마련인 '전수'의 개념이 배제되어 있음을 지적.
저자인 이홍우 역시 '공학적 개념이 갖는 근본적 애매성'을 지적하고 있다. '교육받은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를 이야기하지 못함으로서 교육과 비교육의 차이를 드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가치에 대한 중립성 가정이 이런 사태를 야기했다고 이홍우는 이야기 한다.
** 신호승 연구원은 이홍우는 겉으로는 정범모를 매우 "칭송"하고 있으나 여지없이 까고(비속한 표현을 용서해 주십시오) 있다고 지적.

2. 피터즈의 성년식 개념
피터즈의 성년식 개념은 매우 보수적인 입장의 '인문주의자'들(자유교육 주창자)을 대표하는 교육의 정의방식이다.
일단, 내재적 정당화로 불리우는 '교육의 가치 정당화' 논의는 피터즈가 옹호하고 싶은 교육의 형태를 염두에 둔 것이다. 피터즈의 개념 속에서 교육은 오로지 '학교에서 교과를 가르치는 것'에 국한되며, 이때 교과의 내용은 매우 보수적인 가치 기준에 따른다. 지배계급의 문화가 이 사람이 '입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육의 내용이다.
그리고, 이 사람이 말하는 가치가 왜 가치로운 것으로 인정받게 되었는지의 과정에 대해서는 일언 반구도 없다. 즉, 힘의 관계 속에서 특정의 지식이 공식적인 것으로 인정받고, 가치로운 것으로 자리잡는 지에는 관심이 없다.
피터즈의 교육개념은 어떤 현상을 정의함에 있어서, '가치'를 깊숙이 개입시킴으로서 '교육'에 대한 논의를 '교육적'인 것에 대한 논의와 등치시킨다는 한계가 있다. 즉, 어떤 현상을 '객관적'(객관성의 범위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는 미지수지만)으로 정의하는데 있어서 주관성이 압도해버리고 있다.
정범모의 공학적 정의에는 '교육받은 인간'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면, 피터즈의 정의는 교육의 목적이 교육에 대한 정의를 이끄는 역할을 함으로써, 현실 세계에서 교육이라고 불리우는 다양한 현상에 대해 무기력하다. 더욱 위험한 것은 이런 정의를 잣대로 '교육'과 '교육아닌 것'을 임의적으로 구분하고, 이 그물망에 걸린 것만을 교육학의 연구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비교육적인 교육현상'(이를 테면, 과열 조기교육)에 대한 교육학적 탐구의 가능성을 봉쇄해버리는 오류가 발생한다. 이는 우리 나라에서도 많이 보이는데, '장상호'의 교육본위론이 바로 그러하다.

3. 뒤르껭의 사회화 개념
피터즈가 어느 시대, 어느 사회든 '고정된 실체'로서의 교육의 이상적 모습을 주관적으로 정당화했다면, 뒤르껭은 사회적 특징과 교육을 긴밀하게 연결시켰다.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뒤르껭의 기여는 교육의 문제를 사회와 관련지어 바라본 데 데 있다. 그러나 '사회화' 역시 너무 넓은 정의의 그물망이어서, 교육현상을 특정하는 개념으로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사회(제도)와 개인의 관계를 바라보는 그의 독특한 시각에서 비롯되었다. 뒤르껭에 따르면, 개인은 사회제도의 강압 하에서 별다른 역동적 가능성을 갖지 못한다. 그리고 뒤르껭의 이런 논의는 미국으로 건너가 파슨즈에 의해 매우 보수적인 '구조기능주의'를 형성케 된다. 갈등을 배제한 기능론의 시초를 뒤르껭에서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인간은 그가 속한 사회에 의해 '만들어질' 뿐이다. 이것이 바로 사회화이다. 개인과 사회를 아무런 갈등 없는 관계로 상정..

4. 듀이의 정의에 대한 이홍우의 거부감과 비판.
이홍우는 책의 서두에서 듀이에 대한 노골적 반감을 드러낸다. 즉, 이홍우는 정범모와 피터즈와 뒤르껭을 무대에 세워 교묘히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한다. 내심 이홍우는 피터즈의 보수적 정의에 기울어져 있다. 그리고, 비판의 화살은 듀이에게 집중적으로 꽂힌다. 교육은 그 자체로서 가치로운 것(즉, 내재적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바깥의 실용성(외재적 가치)의 견지에서 교육의 가치를 찾는 것은 '천박하다'고 까지 이홍우는 생각한다.
천보선 실장은 '교육은 경험의 계속적인 성장'은 교육이라기 보다는 학습에 대한 규정이라고 지적. 따라서, 교육에 대한 정의로서 이 역시 '별로 훌륭하지 못한' 것이라고 결론.

이홍우는 자신의 보수주의적 관심에 충실하게 위의 논의를 그럴 듯하게 이끌어가고 있다.

---------------------------------------------------------------------------------------
5.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논의하는 기본 원칙

첫째, 인간의 실천양식으로서 교육행위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임에 분명하므로 교육을 '사회적 사실(fact)'로 놓고 바라보고 정의해야 한다.
둘째, 과연 '주관성'(더 솔직하게는 '계급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가?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되는 데에는 반드시 맥락이 존재한다. 연구소에서 "뜬금없이" 교육의 정의를 화두로 삼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떤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히려 객관성의 문제는 노급의 입장에서 교육을 바라보았을 때 확보된다는 다소 애매한 말로 그날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 앞으로 계속 문제가 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세째, 결국, 우리가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한 맥락을 염두에 두되, 어떤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계속 논의할 수 밖에 없다.
네째, 뭔가를 정의하는 작업은 '경계선'을 긋는 작업이다. 연구소에서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따질 때도 경계선 찾기로 집중될 것이다. 다만, 둘째, 세째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의 주관성(이는 개인성과 임의성과는 구별되는 '계급성'일 수도 있다)을 점검할 필요는 있다.

기타, '교육'과 '교육적'을 구분할 것, '교육개념'과 '교육이념'을 구분할 것. 다만, 변화의 방향을 염두에 두고 작업에 임할 것!!

-------------------------------------------------------------------------------------
이상이 그날의 논의 였습니다.
기록도 충실하게 하지 못하고, 기억력도 신통치 않아서 이 정도로 밖에 정리하지 못하였습니다...
다른 연구원께서 읽어보시고, 잘못된 부분이나 빠진 부분을 보완해 주십시오.

다음 세미나 때는 '교육사상사 '(일본사람이 쓴 것이라는데...)내용 일부와 부르디외, 프레이리의 글을 부분적으로 보기로 하였습니다.
앞으로 세미나 방식은 '선수세미나'의 전형을 창출해보자!는 야심을 품고, 발제는 과감히 생략하고 모두 충실히 읽어온다는 전제하에, 한 장씩 문제제기 등을 써오기로 하였습니다. 좀 벅찬 방식이기는 한데 논의가 제대로 되려면 끊임없이 각자의 문제의식을 정교화시키면서 읽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론분과 세미나는 참으로 빡세게(거친 표현..) 진행되거나 중간에 흐지부지 되거나 그럴 거 같습니다. -_-...





211.183.124.120 신호승 (eduphilos@dreamwiz.com) 03/18[12:46]
세미나가 다소 산만하게 진행된 것에 비하면 정리가 매우 훌륭하군요.역시 이론실장님 짱이야!!! 근데... 제가 집에 있다고 했던 일본인이 쓴 교육사사상사는 아무리 찾아 봐도 없네요... 쩝. 천보선 선생님 집에 책 있으면 연구소에 가져다 주세요.

댓글 0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9 Re..의문/보완/과제... 신호승 2002.03.27 733
88 Re..잠정적 답변) 지적 감사드립니다 희야 2002.03.27 687
» 3/14 이론분과 세미나 논의 내용 정리 희야 2002.03.16 1354
86 Re..3/14 이론분과 세미나 논의 내용 정리 송경원 2002.03.21 843
85 Re.. 동의 홍은광 2002.03.24 837
84 Re..뒤르껭에 대해 희야 2002.03.21 935
83 교육이란 무엇인가? file 신호승 2002.03.14 3388
82 공지) 이론분과세미나 이론실장 2002.03.12 728
81 Re..커리제목이 잘못되었습니다. 이론실장 2002.03.12 755
80 공지)이론분과 첫 모임 이론실장 2002.03.05 706
79 [펌]근대적 노동자 - 교사/김진철 file 시노승 2002.03.05 869
78 [투고글] 모든 아이가 자연과 함께하는 사회를 위하여 신호승 2002.02.28 868
77 2기 초짜세미나 첫 모임 권봉 2002.02.14 717
76 제2기 초짜세미나 커리 (검토용) file 이론실장 2002.01.31 1533
75 학제와 교육과정 개편을 다룬 글입니다. (웍샵발표문) file 이론실장 2002.01.24 1165
74 통합형 고등학교의 운영방안 연구 file 홍은광 2002.01.16 764
73 이론분과세미나에 대해 이론실장 2001.12.18 742
72 참고할만한 건진.. 종민 2001.11.21 775
71 다음세미나 일정 공지 이론실장 2001.11.21 778
70 Re..다음세미나 일정 공지 신호승 2001.11.26 6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