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의시민연대 기관지 '우리와 다음'에서 청탁이 와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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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이가 자연과 함께하는 사회를 위하여

신호승(교육비평 기획실장)
eduphilos@dreamwiz.com


최근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는 단연 '교육' 문제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비전 2011' 보고서에서 내린 교육 처방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KDI는 향후 10년간 한국 경제의 발전을 위해 '수월성'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이 가능하도록 '다양성'이 보장된 교육 시스템으로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였다. 또 이를 위해 30여년간 지속되어 온 '고교 평준화'를 해제하자는 도발적인 주장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교조로 대표되는 교육운동 진영은 KDI의 입장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고, 정부 부처 내에서도 KDI의 입장에 동의하는 재정경제부와 이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반대하는 교육부 간의 논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각종 TV 토론회 및 신문 지상에서는 '고교 평준화'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인 것이다.

필자가 본 고의 주제와는 차이가 있는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에 대해 의아해 할 독자들도 있으리라 본다. 아마 독자들은 이 글을 통해 우리 아이를 자연과 친화력이 있는 아이로 기르기 위한 방법론을 기대할 수도 있겠다. 미리 밝혀 두지만, 이글은 독자의 기대에 어긋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글의 필자가 던지는 도발적 질문을 곰곰 생각해 보길 권고한다.

짐작컨데 이 글의 독자들은 우리 사회의 환경 문제에 대해 일반 시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과 참여를 할 것이다. 또 이러한 관심과 참여는 자연스럽게 자녀들에 대한 교육 문제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환경 교육, 자연 친화적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고, 또 자신의 가정과 지역 사회에서 구체적인 실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아 교육 단계에서의 '자연 친화적' 교육에 대한 지향을 밝히며, 운동으로서 그 실체를 드러낸 것은 아마도 '공동육아협동조합' 운동일 것이다. 이 운동의 주창자들은 현재의 유아 교육 현실에 대해 비판하며, '자연 친화적', '생태 지향적' 교육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영어' 교과 도입 이후,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전문학원'이 점점 더 그 세를 불려 나가고 있고, 맞벌이 하는 부모 때문에 하루 종일 학원을 전전해야 하는 유치부 아동들이 늘어가는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보면, '공동육아협동조합' 운동을 통해 자연 친화적 교육을 시키는 것이 어찌보면 우리 사회의 소중한 실험으로 받아들여 질 수도 있겠다.

초등 단계의 학교 이상 수준에서 다양한 '대안' 교육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유아 교육 단계에서 '대안' 교육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얼마전 유아교육 공교육화를 위해 뛰고 있는 한 운동가로부터 '공동육아협동조합'이 유아교육 공교육화를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바있다. 반대 주장 뒤에 숨어있는 세세한 논리에 대해 차분히 논의할 시간이 없어 아쉬웠지만, '공동육아협동조합'이 유아교육 공교육화를 반대한다는 사실이 필자에겐 일종의 충격으로 다가왔다.(필자는 이것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만약 사실이 아닐진데, 그저 어디서 주워들은 풍문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공동육아협동조합' 운동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누가 되었다면 미리 사과하겠다. 하지만, 내게 이야기를 전해준 운동가는 적어도 내겐 매우 신뢰할 만한 분이었다는 점만 밝힌다.)

현재 우리 사회의 유아교육 현실은 어떠한가?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어떤 학부모들은 자녀의 '영어' 교육을 위해 한달에 50여만원의 돈을 아낌없이 학원에 바치고 있다. 그러나 신문이나 TV 등에서는 잘 다루어지지 않아 우리의 시야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저소득층의 아이들은 기성 세대의 보살핌을 거의 받지 못하여 방치되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교육 시장의 무한 팽창, 소위 '세계화' 및 '수월성' 추구에 급급한 정부의 무책임 행정 그리고 학부모들의 제자식 위하기에서 비롯된 왜곡된 '교육열' 등으로 착종된 우리의 유아교육 현실은 기이한 괴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바로 잡고자 한 것이 '유아교육 공교육화' 주장인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공동육아협동조합'은 '유아교육 공교육화'를 반대한 것이다. 여기서 잠깐, 앞서 언급한 KDI 보고서를 떠올려보자. 그들은 '수월성의 추구'라는 미명하에 학부모의 '선택'과 학교의 '다양성'을 주장했다. 필자가 '유아교육 공교육화'에 반대한 '공동육아협동조합'의 입장에서 KDI 주장의 또 다른 변종을 확인했다면 지나친 논리의 비약일까? 자기 자녀의 '자연 친화적', '대안' 교육의 '선택'을 통해 자기 자녀의 '수월성'을 높이고자 하는 중산층 학부모들의 '욕망'을 말이다.

공교육이란 한 인간이 사회에 태어나 그 사회에 적응하고, 자신의 관심과 특기에 비추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간으로 성장 발달하도록 하는 사회적 장치이다. 이는 사회(국가)의 의무이며, 한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사회 기관인 것이다. 따라서 이는 자라날 세대에 대한 기성 세대의 의무이며 책임인 것이다.

KDI는 이러한 공교육의 원리를 시장주의적 원리로 대체하고, 국가의 의무를 개별 학부모의 책임으로 떠넘기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들은 사회(국가)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재정을 확충하겠다는 어떠한 계획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오로지 '다양성'과 '선택'이라는 앙상한 논리만이 있는 것이다. 물론 '자연 친화적' 교육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만약 KDI의 주장이 우리 사회의 교육 원리로 채택된다면, 자연 친화적 교육은 물론이고 인성 교육 등 우리 사회의 공동체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교육이 사라지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런 상황에서 KDI나 교육부에서 그렇게 주장하는 국가의 '경쟁력'이 길러질 수 있을까?

애초 필자는 '자연과 함께 하는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유아교육에 초점을 맞춰 글을 써 달라는 편집진의 주문을 받았다. 그 논제를 들고 한참을 고민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독자들은 아마도 자신의 자녀들을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해 기대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러한 논의는 필자의 현재 능력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아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부모로서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을 함께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 글을 쓰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진정으로 우리의 모든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책은 없는가? 필자는 여기서 중산층의 가족이기주의를 넘어 사회 전체의 평등한 발전을 추구하는 비전을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교육 문제, 특히 유아 교육의 문제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필자는 자연 친화적 교육이 일부 계층 혹은 소수 호사가들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믿고 있다.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에 불만을 갖고 '자연 친화적' 교육에 대한 '대안'을 찾는 소중한 시도가 자칫 가족 이기주의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고, 모든 아이들을 위한 '대안'으로 갈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눈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할 때이다.

210.112.238.34 신호승 (eduphilos@dreamwiz.com) 03/05[01:22]
음... 글을 보내면서도, 과연 이글이 실릴 수 있을까 했는데... 편집진에서 실지 못하겠다는 연락이 왔군요...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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