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선거가 끝나야...

2002.11.30 17:55

이론실장 조회 수:1102 추천:1

전교조 선거, 너무 중대한 일이어서 온통 정신이 그쪽으로 쏠려 있습니다. 몸도 그렇고.
덕분에 이론분과 활동이 좀 지지부진하네요.
다들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전교조를 혁신하지 않으면 신자유주의 파고를 넘어설 수 없고 우리가 열심히 논의하여 만든 교육공공성에 입각한 공교육개편의 청사진을 현실로 밀어올릴 주체의 동력은 더이상 활성화되기 어려우니까요.
저도 열심히는 아니지만, 혁신 진영이 이번 선거에서 꼭! 꼭! 전교조 운동의 중심에 우뚝서야 한다는 일념으로 광주에도 두번 당일치기로 다녀왔고, 전화 작업도 하고 있고 지회 홈피에도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광주에서 있었던 사립위 정책설명회는 정말 진땀나는 자리였습니다. 10분 안에 모든 얘기를 하라니... 선동형이 아니라 설명형인 저로서는 정말 힘들더군요. 그래도 전남 샘들께서 잘했다고 해주셔서 그냥 그렇게 믿기로 하였습니다. 위로성 발언은 아니었을지...)

어쨌든, 이론분과 연구원들께 신경 못 써서 정말 죄송해요.
전샘께서 일정 조정을 저에게 간곡히 부탁하신 바 있어요. 근데 그 부탁을 받은 후 분과 모임이 제대로 된 적이 한 번도 없어 결론이 나질 않았네요. 전 샘께도 죄송해요.
이하는 제가 저희 지회 홈피 선거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저는 요즘 이런 일 하고 있어요 하고 보고할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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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서부 지회 샘들, 안녕하세요.
불광중학교 조합원이자 전국대의원으로 또다시 나선 손지희입니다.
용기를 내어 자판을 두드립니다.

전교조 선거가 시작되었습니다. 합법3기 전교조 선거를 맞이하여 분회원들과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 지 고민 중이실 거라 짐작해 봅니다. 우리는 '마중물 같은 사람'을 선택해야겠지요. 저는 이번에 대의원으로 다시 나섰습니다. 저도 마중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교육부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조합원 대중을 믿고 힘차게 한 걸음씩 이끌고 나아갈 집행부, 시장화+개방공세에 맞짱 뜰 원칙과 배짱을 갖춘 지도부가 절실한 때입니다.

저는 이번 전교조선거가 감히 '정답'이 있는 선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들을 감히 '정답'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이들이 정말 올곧게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서 교육공공성을 강화할 이들이라는 믿음이 활동 속에서 싹터서 입니다. 정책을 보면 그냥 선거여서하는 말잔치가 아니라 '진실'과 '의지'가 묻어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경험한 바, 중심성과 방향성을 상실한 듯한 합법 1,2기 본부, 연가 투쟁 직후 말할 수 없는 열패감과 배신감을 갖고 시작한 지난 1년간의 대의원 활동은 저로 하여금 가만있지 말라고, 너 혼자만 잘 찍어선 안 된다고 등을 떠밉니다.

교육개방으로 상징되는 2차 신자유주의 공세가 시작되는 무렵에 치뤄지고 있는 지금 선거는 전교조의 명운이 걸린 선거라 생각됩니다. 거칠게 나마, 세 후보군의 특징을 제 나름대로 드러내보겠습니다.

1번은 사상적으로는 '반미 자주'노선입니다. 물론, 분단된 조국에서 통일, 반미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러기에 앞서 전교조는 명백히 '노동조합'입니다. 해서 노동조합의 방향성이 온통 그쪽으로 쏠려선 안될 일이라 생각합니다. 노동조합이 해야 할 가장 큰 사회개혁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생각합니다. 조직 내 민주주의의 기풍을 살리고 교육노동자의 권익을 지키고 공교육을 바로세우는 데 매진하는 것이 바로 전교조가 이 시대에 부여받은 사명이라 여깁니다. 무엇보다도 시대의 화두인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분들의 인식은 너무 안이합니다. 작년에 수많은 조합원이 떨쳐일어선 7차 투쟁이 잘못이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7차는 적당히 활용해도 좋다고 합니다.

3번은 1,2기 집행부에서 나오신 후보입니다. 잘 알다시피 작년 연가투쟁 직후에 우리가 본 모습은 '타협주의'였습니다. (좀 심한가요? 저는 확실히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후 경험한 발전파업에서 민노총지도부의 모습에서 저는 작년의 지도부가 오버랩되었습니다.) 작년 연가투쟁 후 제가 처음으로 참석한 대의원대회에서 집행부는 전교조 조합원 대중 보다는 교육부의 눈치를 보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대의원들에게 '잠정합의안'(쓰레기 같은!) 승인을 요구했습니다. 실리주의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원칙을 결여한 까닭에 실리도 챙기지 못한채 원칙만 저버리고 만 것이 지난 지도부가 범한 오류입니다.

모든 후보가 13년 가시밭길 함께 걸어온 전교조 활동가들임에는 분명하나 신자유주의 시대에 전교조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집행부, 지도부로서는 부적절하다는 것이 저의 냉철한 판단입니다.

우리 지도부가 맞짱뜰 상대인 교육부는 어떤 노조집행부를 원하고 있을 지 상상해봅니다. 교육부 입장에서는 예단컨대, 1번이나 3번이 되기를 바랄 것 같습니다. 다른 노동조합의 사례에서도 자본의 합리화전략(이른바 신자유주의구조조정)을 가장 잘 막은 것은 '도전적이고 투쟁적인' 노조지도부였다고 합니다. 우리는 교육부가 다루기 쉬운 상대를 집행부로 선택해선 안 될 것입니다. 교육부에 당당하게 맞짱 뜰 기세를 갖춘 지도부가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투쟁을 하자고 하면 피곤할 거 같다구요? 교육부의 눈치를 봐가며 시늉으로 하는 투쟁, 방향과 전망이 불분명한채 동원되는 투쟁이 우리를 피로하게 할 뿐입니다. 아예 투쟁 안 하면 편하겠다구요? 시시각각 현장을 파고들려하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아무런 저항없이 노출되는 것이 과연 더 편할까요? 적당한 타협으로 일관할 뿐 투쟁을 기피하는 노조는 우리 교육노동자를 더욱 심한 노동강도와 신분불안으로 내몰 뿐입니다. 참교육의 토대는 여지없이 무너져 내릴 것입니다.

너무 거칠게 표현해 버렸지만, 제가 2번을 지지하는 이유는 다음의 글을 보면 좀더 마음에 다가오실 거 같습니다. 남부지회 한 초등활동가 샘께서 쓰신 글을 제 이야기를 첨가하여 바꾸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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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이 된 사람>

우리 어릴 적 펌프질로 물 길어 먹을 때
'마중물'이라고 있었다.

한 바가지 먼저 윗구멍에 붓고 부지런히 뿜어 대면
그 물이 땅 속 깊이 마중 나가 큰 물을 데몰고 왔다.

'마중물'을 넣고 얼마간 뿜다 보면
낭창하게 손에 느껴지는 물의 무게가 오졌다.

누군가 먼저 슬픔의 '마중물'이 되어준 사랑이 우리들 곁에 있다.
누군가 먼저 슬픔의 무저갱으로 제 몸을 던져 모두를 구원한 사람이 있다.

그가 먼저 굵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기에
그가 먼저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꿋꿋이 견뎠기에...


합법 전교조 제3기 선거가 시작되었습니다.
전교조 신문을 통해 후보자들을 보셨겠지요? 정책도 꼼꼼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10만 조합원을 육박한 전교조의 지도부를 선택하는 일이니깐요.
제가 이렇게 글을 띄우는 건 평소 제가 존경하는 분들, 마중물같은 분들이 후보로 나오셨기 때문입니다.

기호 2번이시죠.

전교조 위원장 후보로 나오신 원영만, 장혜옥 선생님/ 서울지부장 후보 기호 2번 유승준, 최인섭 선생님이십니다.

이왕, 전교조 속에 존재하는 노선-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과 전교조 운동의 관점을 바라보는 여러 진영들을 말합니다-을 알고 있고, 분회와 지회 활동, 전국대의원으로서,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진보교육연구소에서 교육의 공공성 강화 방안을 모색해온 저는, 원칙과 정도를 걷는 기호 2번 진영이 바로, 조직을 건강하게 이끌어갈, 그리고 교육공공성 강화에 가장 헌신적으로 매달릴 지도부들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답니다. 본부 지도부가 흔들릴때마다 원칙을 올곧게 주장해온 그들에게 말이요..

작년 연가투쟁이 생각납니다.

몇 날을 고민고민하다가 어렵게 선택한 연가투쟁, 또 동료 선생님들과의 토론 속에서 격려와 지지를 얻어내어 투쟁에 참가한 저는 이제, 우리의 숨통을 조여오는 7차교육과정, 성과급, 학업성취도평가...등등을 막아낼 수 있다는 희망에 벅찼습니다. 지방 곳곳에서 선봉대로 올라오신 여러 선생님들을 보면서 전교조 단결의 힘을 확인했지요.

그러나 저와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우리의 싸움이 너무나 빨리 종결되어감에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전교조 2기 지도부는 저같은 조합원들을 믿지 못했고, 쉽게 재단하면서 '조합원을 보호한다'며 교육부와 협상을 했습니다.

저는 그때, 우리의 싸움이 더 지속되었고, 그 부풀어오르는 조합원들의 힘을 모아 교육부를 압박했다면 올해 초3 학력 평가, Neis문제를 막아내었을 거라고 봅니다. 이미 예견된 일이었으니깐요.

저는 끝까지 원칙을 지켜내면서 조합원을 신뢰하고, 조합원과 함께 하는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회 활동을 하면서 원칙이 흔들리는 지도부, 싸워야할 싸움에 본격적으로 덤벼들지 않는 지도부는 활동가들의 의욕을 꺾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지회단위의 활동가들이 의욕이 꺾이면 분회단위 까지, 또 우리의 삶에까지 영향을 줍니다.

다행이도 저는 올해 서울지부 덕분에 덜 힘들고 덜 분열했습니다.

현 서울지부 집행부는 본부를 향해 원칙적인 조언을 해왔고, 최선을 다해 지회와 분회의 역량을 강화시켜냈습니다.

결국, 선생님들께서 판단할 문제지만 정책자료집 그 자체만으로 판단하긴 힘들 꺼예요.

정책 토론회에 참가하고, 귀기울여보면 좋겠건만..

전교조 본부 홈피에 가면 자료가 많습니다. 특히 기호 2번, 공교육 정상화의 전망을 갖고 나왔습니다. 교사들이 신명나게 가르칠 수 있는 대안교육과정 관철의 전망, 교사신분불안에 강고하게 맞서는 전략, 교원의 임금인상투쟁을 단단히 준비하여 신성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표하고 있습니다.

기호 2번 후보들을 눈여겨봐 주시고, 이들의 정책에 선생님의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저도 최선을 다해 선생님들께 선거 내용을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전교조의 앞날을 함께 내다보았으면 합니다. 우리의 관심과 움직임이 전교조를 바꿉니다.
새롭게 거듭나는 전교조, 우리의 삶을 바꿉니다.

신자유주의를 넘어 삶에 따뜻함을 ! 미래에 희망을!

추운 날씨에 건강 살피셔요.






210.221.113.238 분과원 12/01[14:44]
날이 추운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어제는 잠시 연구소에 간 까닭으로 얼굴만 보고 나왔네요. 아무튼... 감기 조심하시고, 꼭 좋은 결과가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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