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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 [책소개] 교과서 밖에서 배우는 인문학 공부

2014.04.16 14:23

진보교육 조회 수:333

[책 소개]

교과서 밖에서 배우는 인문학 공부 (살림터, 정은교 지음)

이두표 / 천왕중

이 책의 지은이 정은교 선생님은 조금 독특하다. 방대한 양의 책을 읽었고 지금도 끊임없이 독서하고 생각하고 공부하며, 말하기보다는 글쓰기를 좀 더 쉽게 여기는 듯하다. 작년부터 학생들에게 읽힐 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침 함께 활동하던 인터넷 사이트에 ‘학생읽기자료’라는 제목으로 그 글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계속 올라온 글의 분량은 책으로도 몇 권은 되어 보였다. 몇 개 읽기 시작하면서 글에 빠져들었다. 공부가 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들이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다고는 하지만 어른들에게도 굵직한 울림을 주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교사로서 내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을 해 보게 만드는 글이었다. 그 글의 일부가 책으로 엮여 나와 많은 사람이 함께 읽을 수 있게 되어 반갑기 그지없다.

교사가 된지 꽤 긴 시간이 흘렀다. 초임 시절에는 이것저것 시행착오를 겪었고, 경험이 많아지자 이것저것 문제 제기를 하며 학교 문화를 바꾸어 보려고 나서기도 했다. 그러다 나이가 점점 들면서 힘을 잃은 것인지 길을 잃은 것인지, 활동의 많은 부분이 관성화돼 점점 기계적으로 별 생각없이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살면서도 뭔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나라 학교의 현실이고, 교사로서의 학교생활인 것 같다. 이것저것 바쁘게 일하면서도 끊임없이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하다.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뭔가 근본적인 해답을 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살면 되는 건가, 학생들을 이렇게 가르쳐도 되는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계속 하면서도 갈수록 촘촘하고 빡빡하게 조여 오는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어쩔 수 없다는 무력감으로 끊임없이 타협하고 미루게 된다.

교사로서 지은이는, 교사라면 이 문제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의 학교는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있지 않으며, 현재 학교의 교과서는 진실을 숨기고 거짓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학교에서 이런 교과서로 가르쳐서는 헛똑똑이들만 키워내기 십상이라고 말한다. 학생들에게는 학교에 다니는 이유를 생각해 보라고 요구한다. 다들 다니니까 다닌다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왜 다들 학교에 다니게 되었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학교 다니는 것이 그저 당연한 것이고, 입시 위주 교육이 당연시되는 시대에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자체가 소중하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문학 고전을 총체적으로 분석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소개해 주고 있다. 문학 고전을 표면적 내용만이 아니라 그 속에 들어 있는 숨은 의미를 들추어내어 보여준다. 책을 읽을 때 많은 독자는 현재 자신의 생각(자신이 속한 사회)에 비추어 책을 읽기 때문에, 특히 고전을 읽을 때 그 고전이 쓰여진 때의 사회적 분위기를 알지 못하고 책을 읽는다면 그 고전 읽기는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지은이는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그냥 재미있기만 한 모험 소설이 아니라 노예 해방 문제를 다룬 소설임을 일깨우고, ‘노예 해방’ 문제가 사회적 이슈였던 그 당시 미국 사회 속에서 이 소설이 차지했던 위치를 가늠해 준다. 한 번 읽어 본 책이라면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금 되새겨 볼 기회가 되며, 아직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 책을 읽어볼 흥미를 갖게 해 준다. 김시습의 금오신화가 그렇고, 돈키호테가 그렇고, 로빈슨 크루소가 그렇다.  

2부에서는 교과서를 직접 비판하고 있다. 학교 교육을 받는 모든 학생이 기본 교재로 삼고 있는 교과서를 왜 학생들이 읽지 않는지, 그 내용에 문제는 없는지 살핀다. 사회, 도덕책은 하나마나한 소리로 학생을 훈계하려 들 것이 아니라, 어린 학생들을 능동적 존재로 대접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현재의 이익만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 볼 시각을 가진 학생들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학생들이 정작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3부에서 다루고 있다. 기본적인 몸의 문제를 비롯하여 현실에서 너무나도 절실한 집값 등의 경제학적 문제를 다루기도 하고, 근대 자본주의의 역사가 탐욕의 역사였음을 폭로하기도 한다. 교과서에서는 얼버무리며 적당히 넘어가고 있는 자본주의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4부는 초기 기독교 전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사도 바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면서 가야할 길을 묻는다. 종교를 믿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치열하게 실천했던 초기 종교에서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 사회의 개인들은 끊임없이 소통하려 하지만 실제로 소통하고 있지 않다.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공포를 불어 넣으며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쿠바 교육을 살펴보며 이러한 사회에서 사회적 개인을 길러내는 문제가 긴박하다고 말한다.

반짝 반짝 눈을 빛내며 수업을 기대하는 아이들. 책상에 엎드려 수업을 거부하는 아이들. 무표정한 눈으로 마지못해 수업을 듣고 있는 아이들. 이 아이들에게 도대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이 책은 이에 대해 거칠지만 직접적인 대답을 하고 있다. 지은이는 지금까지 많은 교사들의 실천이 ‘어떻게’의 문제에 치우쳐왔다고 말한다. 어떻게 해야, 자는 아이를 깨우고 흥미를 돋울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학생을 대상으로 썼다고는 하지만 내용이 은근히 어렵다. 학생들이 읽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찌 보면 우리나라 교과서도 이 이상 어려운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고등학생 정도라면 충분히 읽을 수 있으며, 중학교 학생들 중에도 생각이 깊은 아이들에게는 자신 있게 일독을 권해 보고 싶다. 앞으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다루는 교재들이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 또한 이 책이 시리즈로 계속 나와 더 많은 교사, 학생, 학부모들에게 읽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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