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1 교육공공성실현을위한 전국도보대장정의 의의와 향후 과제


전국도보대장정 추진단 김재석
  
  “대학이 우리 교육과 사회의 걸림돌이다. 등록금 때문에 등골이 휘고 뼛골이 빠진다. 1등부터 200등까지 서열화 되어 있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과외를 해야 한다. 그렇게 들어간 대학 졸업하면 뭐 하냐. 취직도 안 되는데.” 대장정 중에 만난 경북 점촌 시장 사람들이 홍보물을 나눠 주면서 대학의 문제점을 얘기하는 우리들에게 맞장구를 치면서 하는 말들이다. 무안, 익산, 영천 등의 지역 활동가들과 함께한 간담회 자리에서는 “대학이 문제다,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을 한결같이 내 놓는다. 이것뿐이겠는가. 전주, 경주, 수원 등의 집회에서는 현재의 대학 체제, 교육체제가 다수의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기보다 고통을 주는 체제이기 때문에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발언들이 참석한 대중들의 마음에 격렬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렇다. ‘교육 혁명’이 2011년 전국도보대장정의 화두였다. 대학등록금폐지! 국립대법인화반대! 입시폐지·대학평준화! 비정규교수정규직화! 라는 4가지 대장정 슬로건은 대학과 유초중등 교육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자는 것으로 특히 대학등록금폐지와 입시폐지대학평준화는 우리 교육의 근본 틀과 철학을 바꾸는 진정 혁명적 이슈라 할 것이다. 이에 대장정 주체들도 이 두 가지에 대해서는 우선 원칙을 세우고 구체화는 장기적 과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대장정 도중에 만난 많은 사람들, 특히 길거리와 시장 등에서 만난 서민 대중들은 대학서열화가 우리 유초중등 교육을 얼마나 왜곡하고 사교육비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가에 대해 얘기하면 바로 입시폐지·대학평준화 지지자가 되곤 했다. 대학등록금폐지도 마찬가지였는데 ‘80%가 대학가는 세상이라면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등록금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대학 나와 부모 부양하느냐, 결국 자기들 먹고 살지 않던가, 정부와 기업의 인력으로 말이다.’ 이런 얘기에 대부분 공감하며 100만원만 깎아 줘도 고맙겠다던 사람들도 부담 없이 등록금폐지에 찬성한다. 여기서 책상머리에 둘러 앉아 쓸데없이 고민만 하는 우리들의 나약한 모습을 보게 된다. 대중은 이미 피부로 고통을 감지하고 혁명에 동의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말이다. 이 지점에서 이번 대장정의 가장 중요한 의의를 발견하게 된다. 대장정 주체들이 대중의 호응에 고무되어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을 포함하여 「2011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전국도보대장정」의 의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위에서 언급한 바와같이 대장정을 준비하고 추진해 왔던 주체들이 교육의 근본적 변혁운동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 이번 대장정의 가장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확신과 자신감은 4가지 대장정 슬로건에 대한 대중적 지지의 확인과 아울러 이 운동을 함께 추진할 많은 단체와 활동가들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 사실 이번 도보대장정의 준비단계에서는 기왕의 입시폐지대학평준화운동을 해왔던 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2007년, 2008년 두 번의 전국자전거대장정 정도로 일을 추진하고자 했었다. 그래서 전국도보대장정 조직위원회에 32개 단체가 가입했어도 이름을 올리는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오산이었다. 금년 상반기, 서울대를 중심으로 국립대 법인화 반대 운동이 치열하게 전개되었고 반값 등록금 투쟁 또한 운동 진영의 핵심 현안이 되어 오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교수노조가 정부의 기만적 시간강사 처우 개선에 분노하며 힘차게 싸우고 있다. 이러한 투쟁 조직들이 ‘전국도보대장정’이란 판이 만들어지자 대거 함께 하게 됨으로써 대학 문제를 중심으로 커다란 투쟁대오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현실적 고통과 좌절감에서 근본적 교육개혁에 동의하는 대중들이 있고 이 운동을 함께할 조직과 단체가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교육혁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든든한 배경이 아니겠는가.        

  둘째, 이번 도보대장정은 교육에 대한 근본적 변혁의 필요성과 그 방안을 널리 확산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다소 생소해 하거나 무리라고 생각하는 입시폐지대학평준화와 등록금폐지 등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사회를 극복하고 진보적 사회를 건설하려면 교육적 기본 조건이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구체적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어떤 때는 치열하게 논쟁도 하고, 시간이 없을 때는 슬로건이라도 외치면서 참으로 많은 사람을 만난 대장정이었다. 우리는 이번 대장정 기간에 여러 지역에서 기자회견 7회, 집회 10회를 개최했고 27회의 선전전과 간담회를 가졌다. 특히 도보 행진에 연인원 1천명 정도가 참여했고 리플렛과 선전용 부채 2만여점을 배포하면서 방송 차량으로 교육혁명을 선전하는 가운데 전국 2,500리를 누비고 다녔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번 도보대장정을 통해 최소한 1천여명의 교육혁명 선전홍보활동가를 조직한 셈이고 수십만,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우리의 주장을 알릴 수가 있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중앙 언론을 타지 못한 점이었는데 이는 언론을 조직해 낼 수 있는 우리의 역량이 부족했기도 하지만 이른바 진보적 언론들도 입시폐지대학평준화나 등록금폐지를 아직 감당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들 중에도 현장 대중들과 접촉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 이상적이라거나 무리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중앙 언론들도 똑같은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는 지난 9.23에 「교육혁명 공동행동 준비위원회」가 출범하는데 그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이다. 대장정에 참가했던 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1차 22개 단체가 모여 교육의 근본적 변혁에 대한 총체적 상과 전망을 제시하는 동시에, 법인화와 등록금 등 당면한 교육현안에 대해 교육·노동·시민 운동진영의 공동 실천을 전개하면서, 향후 다가올 권력 재편기 등의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교육혁명 공동행동(준)을 결성했다. 이 교육혁명 공동행동(준)은 지난 2월에 결성한 ‘국립대법인화반대-대학등록금인하-교육공공성실현 공동행동’과 3월에 범국민교육연대 회의에서 제안된 (가칭) 교육혁명 연석회의를 형식상 하나로 통합한 셈인데 대장정을 통해 다양한 단체들을 하나로 묶어 냈던 힘이 바탕이 되어 큰 어려움이 없이 자연스럽게 출범할 수 있었다. 이에 교육혁명 공동행동과 함께 도보대장정을 넘어 교육이 대중의 보편적 권리로 향유될 수 있을 때까지 쉼 없는 대장정이 시작되었다할 것이다.

  우리는 위와 같이 이번 도보대장정을 통해 교육 혁명에 대한 상당한 자신감과 아울러 함께 할 많은 조직과 활동가를 얻었고 ‘교육혁명공동행동’이라는 단체까지 출범시킬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성과와 의의 외에도 이제까지 여러 단위의 평가를 통해 많은 문제점도 정리하였다. 이제 이러한 성과와 문제점을 토대로 향후 도보대장정 운동에 대한 몇 가지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어떤 형태로든지 당분간 전국대장정을 연 1회씩 지속할 필요가 있다. 이번 도보대장정 4대 슬로건은 중장기 과제인 것만은 분명하고 사립대의 국공립화를 포함하여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과제들은 계속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별화된 관련 단체를 모아 내는데도 전국대장정은 탁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름이 되면 교육혁명의 깃발이 전국을 누비는 것이 으레 있는 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교육혁명공동행동 내에 대장정 담당 단위를 두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전국단위 대장정은 보름 이상을, 전국적으로, 수십명·수백명이 움직이면서 특정한 의제를 가지고 활동가를 조직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참으로 엄청난 작업(투쟁)이다. 그런데 이번 2011 전국도보대장정은 실로 이 엄청난 사업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못함으로써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과제를 남긴 아쉬운 대장정이었다. 특히 우리는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등이 종종 하는 내부 대장정이 아니라 다양한 이념과 목표를 가진 단체들이 연대하여 대중을 상대로 하는 대장정이기 때문에 더욱 세심하고 구체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때문에 이 일을 상시적으로 고민할 담당자가 꼭 필요한 것이다. 그리하여 의제를 세우고 참가단체를 조직하고 구체적 계획을 작성하여 참가단체까지도 공유한 가운데 실제 일을 추진했으면 좋겠다.      

  다음은 지속적이면서도 시의적절한 의제를 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대장정의 중심의제는 대학등록금 폐지였다. 내년에는 대선을 앞두고 있어 종합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의제 싸움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이번의 4대 의제 중 국립대법인화 문제와 비정규교수정규직화 문제가 내년 총선 때까지 어떤 가닥을 잡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고 사립대국공립화는 대학관련 의제로 추가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입시폐지대학평준화는 대학체제개편 차원에서 핵심의제로 만들어야 하며 대학등록금도 여전히 중심의제가 될 것이지만 무상교육 차원으로 확대할 필요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한편 교육혁명의 이념적, 철학적 의제를 슬로건화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대중에게는 근본적 교육변혁의 상을 제시하면서 지역 활동가들에게는 교육혁명의 철학을 학습할 수 있는 계기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의제 작업은 교육혁명공동행동의 몫이 될 것이다. 아무튼 대장정의 성과로 교육혁명공동행동이 출범하여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다.  

  또 한 가지는 일상 시기에 도보대장정 의제 관련 투쟁에 대한 관심과 참여다. 국립대법인화반대와 등록금투쟁, 그리고 비정규교수정규직화투쟁은 현안 투쟁으로 지금도 진행 중이고 아수나로 등 청소년 단체(대학입시거부로 세상을 바꾸는 ‘투명가방꾼’들의 모임)에서는 수능거부투쟁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투쟁들은 주로 관련 주체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지만 대장정 취지를 살려서라도 우리는 일상 연대투쟁에 힘차게 참여해야 한다. 교육혁명공동행동(준)이 출범한 이유도 이런 현안 투쟁에 적극 참여하고 지원하기 위해서이다. 교육혁명공동행동(준)과 함께 힘찬 연대 투쟁 전개해 나갔으면 좋겠다.

  끝으로 일상 시기에 할 일을 하나 더 제시하자면 교육혁명(교육공공성 실현)에 대한 순회토론회를 개최하는 일이다. 상반기에 한국비정규교수노조가 중심이 되어 대학체제개편방안을 내용으로 전남, 부산, 대구에서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는데 이는 해당 주제의 이슈화만이 아니라 이번 대장정 참가 조직에도 큰 힘이 되었다. 교육혁명공동행동(준)에서는 프로그램과 강사를 준비하여 여타 지역에서도 10월 이후 순회 토론회를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라 한다. 일상 시기에 연대단체 조직, 활동가 학습을 위해 지역 단위로 순회 토론회를 배치했으면 좋겠다.        


[첨부]

□ 2011 전국도보대장정조직위 참가 단체 : 32개 단체
경기교육운동연대‘꼼’/노동해방실천연대/다함께/문화연대/민교협/민주노동당/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사회당/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학생분회/사회진보연대/새로운노동자정당추진위원회/서울대법인화반대공동대책위/서울대총학생회/입시폐지대학평준화국민운동본부/장애인교육권연대/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국교수노동조합/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국노동자회/전국불완전노동철폐연대/진보교육연구소/진보신당/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평등교육실현전국학부모회/학벌없는사회/학술단체협의회/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흥사단교육운동본부/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민주노총과 전농 총연맹은 참가하지 않았지만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지역농민회는 다수 지역에서 참가)

□ 도보대장정 참가자 및 각종 활동 현황
-완주자 : 13명
*동부 : 최인섭(서울) 신윤철(울산) 이태기(전공노-7.31부터)
*서부 : 신선식, 박은혜(이상전남교사), 황정규(노동해방실천연대) 박명훈(대학생) 이재원,            신하석, 박재후, 임승현, 주현진(이상 전남 중학생) 여동현(광주고교생-8.1부터)
-도보행진 참가자
*동부 : 전체 255명 정도로 하루 평균 약 16명
*서부 : 전체 462명 정도로 하루 평균 약 29명
*전체 : 717명 참가하여 하루 평균 약 45명
-집회 : 10회 (동부 3회, 서부 6회, 통합 1회 참가자 전체 약 1천명 정도)
-기자회견 : 7회 (동부 2회, 서부 4회, 통합 2회 참가자 전체 약 300명 정도)
-선전전 및 간담회 : 27회 (동부 15회, 서부 11회, 통합 1회)    

□ 선전 홍보 추진 상황
-리플렛 : 14,000장 제작 배포
-부채 : 5,000장 제작 배포
-자료집 : 1,000부 제작 배포
-몸자보 220개, 깃발 2개, 차량용 현수막 4장, 수기 30개, 집회 및 기자회견용 현수막 2개
-방송차량 동부팀 1대 상시 활용, 서부팀은 대전 구간만 활용
-입시폐지대학평준화 홈에 도보대장정 동서부팀의 사진과 상황보고 올림
-웹자보 7회 제작 배포
-보도자료 3회 배포
-한겨레 등 중앙 언론과 다수의 지역 방송 및 신문 보도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68 [특집] 2011~12 교육정세와 교육운동의 진로 file 진보교육 2011.10.12 808
667 [특집] 교육혁명 공동행동 2011 하반기 주요사업 file 진보교육 2011.10.12 1095
666 [특집] 총선·대선 공간에 제출해야할 핵심적 의제 file 진보교육 2011.10.12 825
665 [논단] 비고츠키 협력교육에 대하여 file 진보교육 2011.10.12 1235
664 [논단] 스웨덴의 통합형 후기중등학교 개혁 전개과정 및 쟁점 file 진보교육 2011.10.12 1467
663 [논단]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file 진보교육 2011.10.12 989
662 [담론과 문화] ‘추억’도 팝니다-영화‘써니’를 보고 file 진보교육 2011.10.12 1182
661 [담론과 문화] 팝음악 속의 여성-1 file 진보교육 2011.10.12 757
660 [현장에서] 더운 여름을 더 덥게 file 진보교육 2011.10.12 1014
659 [현장에서] 우리는 튼튼한 말 역할을 했습니다. file 진보교육 2011.10.12 1123
» [현장에서] 2011 교육공공성실현을 위한 전국도보대장정의 의의와 향후 과제 file 진보교육 2011.10.12 881
657 [인터뷰] 대학입시를 거부하는 청소년 선언, “나는 투명가방끈이다!” file 진보교육 2011.10.12 1367
656 [맞짱칼럼] 나는 ‘갑’이다 file 진보교육 2011.10.12 875
655 [해외동향] 월가를 점령하라 file 진보교육 2011.10.12 838
654 [열공] 다이앤 래비치 [미국의 공교육 개혁, 그 빛과 그림자]를 읽고 file 진보교육 2011.10.12 1648
653 [열공] 행복한 혁신학교 만들기 file 진보교육 2011.10.12 991
652 [시] 길을 걸으며 진보교육 2011.10.12 924
651 [Contents] 진보교육 41호 목차 (2011년 7월호) 진보교육 2011.07.18 1212
650 [권두언] "교육혁명"으로 한국교육 새판을 짜자 file 진보교육 2011.07.18 1023
649 [시론] 진보교육감 1년과 교육노동운동의 과제 file 진보교육 2011.07.18 1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