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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학입시를 거부하는 청소년들 ‘투명가방끈’이 되다.

 

박유리 / 진보교육연구소 사무국장

 

대학 입시를 거부하는 청소년들이 모임을 꾸렸다. 대학 입시 거부로 세상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이하 ‘투명가방끈’). 이들이 2011년 9월 24일 서울에서 대학입시거부 토론회를 가졌다. 트위터를 보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강원도에서 고2 청소녀들이 많은 고민을 안고 서울까지 왔고 함께 손잡고 온 모녀의 모습도 보였다. 활동가가 아닌 사람들이 많았다. 서로의 위치에서 대학거부 선언에 대한 고민들을 나누고 자신의 위치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4시간가량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회가 끝나고 투명가방끈 모임의 제안자중 한명인 둠코를 만났다. 잘못된 교육을 거부하고, 잘못된 사회를 바꾸겠다는 대학입시 거부선언과 행동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토론회를 준비하느라 잠을 못자서 힘들다면 서도 즐겁게 인터뷰를 응해 주었다. ‘투명가방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카페(http://cafe.daum.net/wrongedu1)를 참고 하기 바란다.

 

‘투명가방끈’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

학교를 그만두고 청소년인권 활동을 하면서 지금의 교육에 대해 이런저런 고민들을 하면서 대학에 갈 필요를 느끼지 못하였다. 올해도 역시 그냥 그렇게 수능이 다가오면 반짝 행사처럼 수능거부를 하나보다 생각했는데 한 번의 퍼포먼스 형식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청소년들이 모여 제대로 한번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투명가방끈’모임을 만들고 회의를 했다. 논의를 하면서 수능거부가 아니라 대학입시거부로 가자고 했다.

 

입시거부 청소년(93년생, 고3)이 10여명 정도라고 들었다. 대학입시를 거부하는 청소년들이 한해 1~3명 정도 있기는 했지만 올해 많은 청소년이 함께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93년생이면 2008년 촛불이 시작되었을 때 중3, 고1 이였다. 내가 어린데 참여해도 될까라고 생각할 나이도 아니었고, 고3이 바로 코앞에 닥쳐 공부에 목을 맬 나이도 아니었기 때문에 93라인 형성 될 만큼 많은 청소년들이 운동 판에 흘러 들어왔다. 나는 촛불 때문에 들어 온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다양한 이유들로 대학입시를 거부하는 청소년들이 10여명이 되었다. 대학을 가고 싶었으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포기한 사람도 스펙을 위한 대입을 거부한 사람도 있다.

 

한국사회는 학벌중심의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학벌 사회에서 대학을 가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걱정이나 두려움은 없었나?

으로 살길은 그냥 무섭고 두렵다. 대학을 가도 앞으로의 살길은 무섭지 않은가. 대학이라는 길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부모가 부자가 아니면 무일푼으로 시작할 수 밖에 없는데 요즘 같은 세상에 마이너스 4천만 원을 떠안고 시작하기 싫었다. 이 빚을 갚기 위해 아등바등 살기도 싫고. 돈을 벌기 위해 다른 것을 다 포기하고 돈 벌어야 하는 삶도 싫다.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기는 대학생이 더하지 않을까.

 

대학입시거부를 한다고 했을 때 가족, 친구들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부모가 처음에는 대학을 가야 선택지가 넓어진다고 얘기 했지만 지금은 포기한듯하다. 아주 점진적으로 설득을 해 나갔다. 처음엔 화를 내기도 하셨다. 부모가 두 분 다 서울대를 나와서 대학에 대한 모든 환상을 사라졌다. 기득권에 편입되기 위해 대학을 간다지만 서울대를 나와도 뭔가를 더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엄마가 요즘 들어 뭐 먹고 살려고 그러는 거냐고 하신다. 내가 일본어를 할 줄 아니까 단하나의 재능인 일본어 실력을 가지고 일본이라도 가라고 하신다. 나보다 부모님의 고민이 더 깊으신 것 같다.

 

2011년 11월 10일 69만여 명이 수능을 치른다고 한다. 12년 교육의 목표가 대학입시인 사회이다. 그렇기에 입시거부선언 뉴스에 응원의 목소리 보다 ‘그럴 시간에 공부나해라’, 대학 못갈 것 같으니까 그러는 거다‘라는 악플이 많이 달린다. 10여명의 대학거부선언 행동이 사회에 어떠한 의미로 다가가길 바라나?

우리의 선언이 김예슬 선언처럼 큰 파장을 가지고 오길 바란다. 김예슬 선언 때 파장이 있었던 건 그 사람이 고대라는 엄청난 사회적 명예를 버린 거기 때문이다. 소위말해 SKY였기 때문에 파장이 커진 것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대학거부 선언은 아무것도 없는 우리가 기득권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우리의 얘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울림으로 다가가길 희망한다. 우리는 보는 시선이 ‘너 잘랐다’거나 어른들이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각인 ‘기특하다’것은 아니었으면 한다. 많은 이들이 같이 공감해 주길 바란다. 대학의 가는 당사자가 아니어도 우리의 선언과 우리의 요구는 누구나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예산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 누구나 대학을 안 나와도 먹고 살 수 있게 안정적으로 사회보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주입식 교육, 입시와 취업이 교육의 목표 여서는 안 된다는 것 등 사회적인 안전망에 대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니까 자기가 공감하는 부분들에 함께 해 주길 희망한다.

 

11월 10일까지 어떠한 활동들을 벌려나갈 예정인가?

서울만이 아니라 지역들을 돌며 우리가 무엇을 얘기하고 요구하는지에 대한 대학입시(거부)설명회를 진행하려 하고 있다. 지역의 단체들과 함께하는 정당과 대학 앞 거부 현수막 걸기 등의 사업을 계획 중이다. 대학 거부자 들과 수능 전날부터 서울 도심에서 입시거부 캠프를 진행하려 하고 있다. 계획은 참 많은데 알다시피 청소년 활동가들이 모여서 제안하고 시작한 모임이라 돈도 없고 사람도 없다. 진보교육연구소에서도 많은 지원과 참여를 바란다.

 

수능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입시경쟁교육에 대한 다른 목소리를 내는 활동들을 벌여나갈 건가?

청소년 문제, 교육의 문제가 졸업을 한 이후에 아주 먼 얘기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교육이 문제라고 생각 했으면서 벗어나면 끝이다. 그러나 대학 문제는 청소년과 비청소년 중간 고리에 걸쳐서 사회구성원 누구든 할 얘기가 많아진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해 봐야 알겠지만.. 그래도 우리의 삶을 괴롭히고 있고 입시경쟁교육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이 계속 생겨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는 활동을 하고 싶다.

 

입시교육, 대학서열의 문제가 중요한 구조적문제 임에도 많은 이들이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고 바꿔나가는 활동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문제제기 안하면 편하니까 아닐까. 운동권에서 지는 운동을 참 싫어하는 것 같다. 이겨 본적도 별로 없지만. 대학입시경쟁교육의 문제는 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큰 싸움이기에 더 한 것 같다. 다들 성과가 보여야지 운동사회가 힘을 받는 다고 생각을 하니까 이 문제는 힘이 생겼을 때 해야지 하고 넘기고 넘기는 식이다. 자본주의가 문제 인 걸 알면서 회피해나가는 것과 마찬가지 인 것 같다. 구조는 그대로 두고 변죽만 울리는 느낌이라고 할까. 대학은 구체적으로 실체가 있기 때문에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많은 이들이 함께 하지 않아서 안타깝다.

 

대학가는 것이 전부라고 이길 외에 다른 길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투명가방끈의 선언은 대학을 그저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 굴레에서 해방되는 것이라고 보여 지길 바래본다. 많은 이들에게 지금 이 길이 아니라고 다른 길이 있다고 벗어나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보여주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처음에 투명가방끈을 할 때 든 고민이 ‘대학 안 나오고도 무엇을 하고 있어요’, ‘대학 안 나오고도 어떻게 살고 있어요’ 라는 모범사례를 보여주기 위해선 사회적으로 내세울게 있는 삶이 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건 너무 비굴하고 구차한 것 같았다. 이 번 기회에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건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많은 이들에게 물음을 던지고 싶다. 우리 길 만이 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정해져있는 대학이라는 선택지가 옳은 은 것이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질문을 던지고 우리와 생각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아 질 수 있으면 좋겠다. 이 번 한번으로 모든 게 달라질 수 있겠지만 투명가방끈이 많이 질 수 있도록 알려나가겠다.

 

식상할수도 있겠지만 어떠한 꿈을 가지고 있는가? 어떻게 활동하고 싶은가?

청소년 운동이 워낙 기반이 없고 물적 토대가 없는 운동이라 먹고 살 걱정하다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가다 보니 청소년 운동은 지속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이다. 청소년 단체들은 대부분 몇 년 하다 없어지고 몇 년 하다 사라지고 만다. 이 운동에 대한 담론을 놓지 않고 지속해 나가는 것이 나의 최대의 계획이다. 노동운동은 지금 자신들이 외연을 넓히지 않아도 외연이 확장되고 있는 운동이 되었는데 청소년운동은 너무 외소하다 보니 열심히 확장 시켜놓지 않으면 확장 될 수 없는 구조이다. 청소년 운동을 열심히 키우면 외연도 확장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적은 인원으로 해나가기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이 공교육 교사이다. 입시경쟁교육의 폐해를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을 교사들에게 이 운동에 연대를 요청하는 한마디를 부탁한다.

아이들을 대학 보내기 위해 쥐어짜느라 힘든 것 안다. 교사들이 그 걸 먼저 놓았으면 한다. 대학을 다와도 88만원 세대를 벗어나기 힘든 현실에 학생들도 눈 뜰 수 있게 얘기 해주길 바란다. 교사들이 대학가는 것 외의 다른 삶에 대해 개방적으로 얘기한다면 방어적이거나 보수적으로 나오는 학생들도 다른 생각을 조금씩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한다. 지금 당장은 대학을 안가도 유토피아가 기다린다고 얘기 할 수 는 없지만 적어도 다른 삶에 대한 안내나 다른 삶에 대한 생각을 열어놓고 이야기 할 수 있으면 학생들이 매일 얼굴 맞대고 있는 것이 교사이기 때문에 많은 영향을 끼칠 거라 생각한다. 우리를 단순히 수포자 대포자로 보지 않고 이 사회를 고민하는 사회 구성원으로 보고 우리의 진지한 고민에 함께 하길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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