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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 [셈나] 미래를 기억하라!

2009.07.13 18:24

진보교육 조회 수:1561

미래를 기억하라! --사회변혁 세미나팀

                                     가람 / 진보교육연구소 사회변혁세미나팀원

세미나를 같이 하자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가 언뜻 떠오른다. 두 가지를 생각했다. ‘굳은 머리를 말랑말랑하게 하려면 인식의 재충전이 필요해’라는 쪽, ‘안그래도 시간이 부족한 판에 서울까지 다니는 게 가능하냐’라는 쪽. 세미나 팀으로 나를 잡아끄는데 한몫 한 건 ‘미래를 기억하라!’라는 주제였던 거 같다. 그즈음도 그렇고 지금도 나에게 가장 큰 화두는 ‘사회주의’인데, 정리되지 않은 머리로 뭔 사회주의자가 되겠냐는 것이었고, 따라서 ‘미래를 기억하라!’는 세미나 기획은 나를 잡아끌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

장장, 1천여쪽에 달하는 “The Left” 세미나가 이번 주에 끝난다. 3월부터 6월까지 넉 달에 걸친 길고도 힘에 겨운 행보였다. 부천, 안산, 양평, 성남이란 지리적 난관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온 세미나팀 아홉 동지들의 열공에 박수를 보낸다. 실상, 자신의 활동무대와 밥벌이의 일상을 벗어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게다가 The Left가 엄습하는 주눅감을 이겨내며, 베개 삼기에 딱 맞는? 1천 여 쪽의 책을 독파한다는 것은 또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가.

# 상황
본 세미나팀은 진보교육연구소에서 주관하는 회원들의 자발적인 세미나 팀이다. 지금은 서울3, 부천3, 안산1, 양평1, 성남1 모두 9명의 동지들이 함께하고 있으나, 연구소 회원이 아니라도 교육과정에 동의하는 모든 분들에게도 개방되어 있으니 지금이라도 문을 두드려주길 기다리고 있다.

세미나는 2년과정으로 계획하고 있는데, 2009년은 ‘유럽좌파의 역사’를, 2010년은 ‘남미좌파 및 기타(중국 등) 변혁운동사’를 학습하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다.
천재지변(?)에 준하는 상황이나, 성원간의 전원합의가 없는 한, 주 1회 진행을 원칙으로 하며, 매회 발제자를 정하고, 발제문을 제출하는 것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 첫 세미나 교재, 왜, “The Left”였을까
책의 저자인 제프 일리가 서문에서 밝힌 얘기를 읽어보는 것으로 우리 세미나팀이 “The Left”를 첫교재로 선택한 배경의 대강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오직 혁명을 통해서만 획득될 수 있었다”.
“좌파의 역사는 인간의 잠재력을 제한하고 왜곡하며, 공격하고 억압하고, 때로는 완전히 없애버리려고 하는 불평등의 체제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이었다”.
“전통의 조직적인 힘과 이를 계승하며 새롭게 등장하는 잠재력 사이의 간극을...오늘에 눈으로 포착하기 위해...대담한 재구성이 필요했다. 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이행의 드라마를 오늘의 눈으로 포착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 "The Left"(유럽좌파운동 100년사, 제프 일리 지음)를 소개하면
다소 장황할지는 모르겠으나, 오직?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책소개를 덧붙인다.

유럽 좌파의 거의 모든 역사를 일별할 수 있는 『THE LEFT 1848-2000: 미완의 기획, 유럽 좌파의 역사』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 책에서 다루는 1848년부터 2000년까지의 ‘(매우) 긴 20세기’는 가히 좌파의 세기라 이름붙일 만하다. 지은이 제프 일리는 유럽의 구석구석에 눈길을 주면서 150년에 걸친 좌파의 역사를 치밀하게 추적한다. 여기서 말하는 좌파는 온건한 사회민주당에서부터 볼셰비키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비밀 무장투쟁 옹호론자들에서부터 1968년 이후의 신사회운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력을 아우른다.

소련 붕괴 이후에 출간된 몇 안 되는 좌파 역사서의 하나로서 이 책은 냉전의 두 진영 및 사회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양극단 모두로부터 거리를 두고 냉정한 시각에서 좌파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또한 지은이는 운동 진영의 승리와 패배, 혁명의 성공과 타락, 민주주의의 확립과 파시즘의 파괴 등으로 점철된 극적인 역사를 서술하면서도 결코 좌파를 낭만화하거나 이상시하지 않는다. 읽는 이가 질릴 정도로 침착하고 냉철하게 구체적인 사건과 역사적 과정을 써나갈 뿐이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1848년 혁명이 패배한 직후~1914년(1차대전 발발)까지의 시기를 다룬다. 산업자본주의가 팽창을 거듭하는 가운데 좌파가 새로운 정치조직을 모색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이 시기에 사회주의 대중정당이 출현하여 의회에서 노동자들의 요구를 대변하는 한편 혁명적 변혁을 부르짖었다. 1914-23년의 두 번째 시기는 미증유의 전쟁이 야기한 풀뿌리의 전투성과 의회민주주의의 대안을 추구한 새로운 공산주의 운동의 등장을 특징으로 한다. 1920년대 중반부터 1956년까지 이어지는 세 번째 시기에는 대공황과 파시즘의 충격 및 레지스탕스의 유산을 기반으로 하여 서유럽에서 의회민주주의와 복지국가가 확립된다.

1968년 이후를 다루는 마지막 4부에서는 기존의 개혁주의에 반기를 들며 새로운 유토피아를 추구한 신사회운동이 전면에 대두된다. 3부까지의 서술이 계급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전통을 중심에 두면서 그 전통이 생략하고 축소한 여러 계기와 쟁점을 부각시킨다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좌파가 놓친 기회나 가지 않은 길, 알든 모르든 간에 저지른 오류를 탐색한다면, 당대를 다루는 4부는 새로운 정치를 창조할 수 있는 잠재력의 윤곽을 살피면서 미래로 시선을 돌린다.

유럽의 민주주의는 자연스러운 합의나 경제적 번영, 냉전이라는 부정적인 접합제로부터 유기적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만든 것은 갈등과 투쟁, 봉기와 반란이었다. 민주주의는 19세기 말에 처음 꽃을 피운 사회주의, 페미니즘, 공산주의를 비롯한 여러 급진운동이 다양한 결집을 이루면서 공들여 만들고, 계속 확대하고, 집요하게 지켜온 것이다.

결론부에서는 1990년대, 신자유주의는 ‘현대성’이라는 산만하고 공허한 말만을 제시했고, 잔존한 사회주의 정당들 역시 이것을 모방해서 대응하는 데 급급했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비집고 들어온 ‘제3의 길’ 같은 공허하고 불명확한 개념들은 실행 가능한 민주적 변화에 대해 통찰력 있는 ‘전망의 길’이 결코 아니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좌파’를 사회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라는 더욱 폭넓고 엄격한 틀, 나아가 그것의 모든 사회.경제.문화.개인적 차원과 동일시함으로써 20세기 마지막 30년의 사회주의의 위기로 인해 야기된 무력감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결론부에서 지은이는 1990년대에 신자유주의는 ‘현대성’이라는 산만하고 공허한 말만을 제시했고 잔존한 사회주의 정당들 역시 이것을 모방해서 대응하는 데 급급했다면서, 실행 가능한 민주적 변화에 대한 통찰력 있는 분석의 대체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책은 현재를 반성하고,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혁명운동의 이론과 실천을 확장하려려는 그야말로, 좌파들을 위한 책이다.

# “The Left”가 남긴 것, 긍정적 효과와 아쉬움
먼저, 비슷한 활동공간, 전혀 다른 활동공간의 동지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점일 게다. 힘은 들고, 아직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발제와 토론과정을 통해 불철저하고, 나태했던 생각들을 보완하고, 재충전하는 기회를 가진 것이 가장 큰 효과였지 싶다.

또, 자칭 난 자칭좌파라고 생각해왔는데, 좌파로써 얼마나 함량부족인지 느낄 수 있었다.  세미나를 통해 맑스주의에 깊이 스며든 스탈린주의의 폐해와 부정적 효과를 넘어서지 않고서는 21세기 혁명에 도달할 수 없는 점, 그리고 한국의 좌파운동진영이 그동안 홀대해왔던 페미니즘, 인권, 생태운동 영역 등으로 운동이 내용적, 실천적으로 확장되지 못한다면 이 또한 혁명적 좌파운동에 질곡으로 작용할 거라는 점을 발제와 토론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이 무엇보다 긍정적 효과였다.

아쉬움은 너무나 많아서 다 열거하기도 힘들다. 맨 먼저는 깊이 있고, 성실한 책읽기를 못한 것이다 싶은데, 이후 이어지는 세미나과정을 통해 나아지리라 낙관?한다.

# 이후의 계획
7월부터는 주제별 심화학습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예를 들면. ‘1917년 혁명과 소비에트(노동자평의회)에 대해’라고 하면 정통 스탈리주의적 저서와 멘세비키 쪽의 저서, 혹은 자유주의적 사가들의 저서를 상호 비교하면서 읽고 토론하는 방식같은.
참고로, 여름방학기간 중, 물좋고, 공기좋은 곳에서 여름웍샵을 진행할 예정이다.
2010년 2월은 총괄 정리학습을 예정하고 있고, 총괄 정리 결과물은 [유럽좌파 역사 혹은 유럽변혁운동사 이해를 위한 학습 커리큘럼]이라는 형식으로 외화하고자 한다. 물론 일부 내용은 축약하여 연구소 회보에도 실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미래를 기억하라! 세미나팀의 문은 언제나 활짝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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