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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 [기획] 3. 비고츠키 이론의 교육학적 의의와 과제

2009.03.25 15:40

진보교육 조회 수:4216

<3.비고츠키 이론의 교육학적 의의와 과제>

531교육 개혁안의 패러다임은 기존의 교육을 ‘획일적, 공급자 중심’이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수요자 중심, 다양과 자율’을 새로운 교육원리로 제출하고 교육구조개편에 돌입했다. 상대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는 구성주의 교육론은 “지식의 구성주체는 개인이다”라는  포스트모던적 슬로건을 걸고 제도교육학 내에서 대안적 교육이론으로 각광받았고 신자유주의 수요자 중심 교육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근거로 활용되었다. 지금 7차가 현장에 남긴 것은 ‘수준별 이동수업(우열반)’과 그리고 ‘성취도에 대한 책무성강화’를 빙자한 일제고사 강요이다.
전교조는 비합법시기 동안 새로운 방식의 학급운영, 교육방법의 적용을 개별적으로 실천하였다. 입시경쟁체제는 여전한 가운데 제한적이고 고립적인 개별적 행동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였다. 지향은 대체로 민주적 학급운영과 주지주의의 반대가 주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실천의 중심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는 ‘무엇을 반대하고 지양할 것인가’였다. 파시즘적 교육체제 지양이 우선인 상황에서는 선량한 교사 개개인으로선 자연스럽고도 훌륭한 실천이다. 그러나 한계 또한 명확했다. 파시즘적 교육에 대한 반대급부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학습자 중심‘을 전면적으로 내건 교육개편안이 등장하자 혼란을 겪었다. 현장에서의 새로운 관계형성과 방법론의 모색과 실천은 유의미했지만 신자유주의의 공세에 대응하는 새로운 교육론의 지위를 갖기에는 부족했다.
수업방법 혁신 요구는 거세어졌고 기존의 수업방법에 대한 교사 스스로의 불만족과 자격지심은 토론식, 프로젝트식, 발표식, 조별학습, 수행평가 등등의 시도가 활발해지는 계기는 되었지만 여전히 ‘이거다’라는 확신은 없다. 회의적인 상황도 허다하다. 구성주의도 전통주의도 보편적인 인간발달의 권리를 실현해야 할 공교육의 교수학습이론으로는 자격없음이 입증된 셈이다.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고 공공성에 입각한 공교육개편의 원리와 방향에 부합할 뿐 아니라 공교육개편을 교실내에서까지 실현하기 위해서는 진보적 교수학습론의 내용이 채워져야 하며 이에 대한 이론적 근거가 필요한 때이다.

1. 전통주의와 진보주의 간의 대립과 비고츠키

20세기 교육과정이론의 특징은 전통주의와 진보주의의 대립을 지적할 수 있다. 각 나라들은 시대적 요청에 따라 전통주의와 진보주의 사이에서 마치 시계추처럼 변화하는 과정을 보인다.(황윤한, 2003).

전통주의 (학문중심)
진보주의 (경험중심)
교사중심
국가수준 교육과정
교과서 지식 중심
보편적, 일반적, 실증적 내용
학습모형 중심
결과중심 평가
학습자 중심
학교중심 교육과정
생활 경험 중심
특수적, 상황적, 적응적 내용
상황학습 모형
과정중심 평가

<철학적 입장에 따른 교육의 차이> (황윤한, 2003을 재구성)

그러다가 20세기 후반부 학습이론의 주도권은 행동주의에서 구성주의로 넘어갔다.

<교육과정 및 교육평가 패러다임 변천> (Shepard, 2004:5)

전통주의에 대한 듀이의 반격과 듀이의 프래그마티즘적 교육철학에 근거한 경험중심 교수학습이론은 1990년대부터는 구성주의에 터한 학습이론과 교육과정관으로 연결되었고 전통주의에 대한 자유주의적 반감은 듀이의 학습자 중심의 경험중심 교육과정관에 대한 지지와 구성주의에 대한 열광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는 해도 전통주의가 진보주의로 완전히 대치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교실 내에서 '지식중심-교수중심‘의 전통주의적 방식은 여전하다.
상대주의 대 객관주의, 교과중심 대 경험중심, 교사중심 대 학습자중심 등의 대립은 사실은 올바른 교수학습이론을 구축하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해왔으며 개인과 사회, 지식과 경험, 교수와 학습, 주체와 대상 등을 변증법적인 역동적 통일체로 바라보지 못하고 대립적으로 상정하거나 어느 하나를 우위에 위치시킴으로써 일방적 교수론 혹은 학습론에 그쳤다. 이는 교수학습의 차원에서는 ‘전수’냐 ‘구성’이냐의 대립으로 나타났다.
이런 대립을 극복하고 새로운 교수학습방법론의 이론적 근거로 발견하게 된 것이 비고츠키다. 비고츠키의 이론은 변증법적 유물론과 사적 유물론을 심리학 영역에 적용한 것이다. 인간주체의 정신작용과 그 하는 일을 이분하여 볼 수 없다는 변증법적 관점을 토대로 인간의 사고는 활동을 매개로 하여 사회 속에서 발달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비고츠키는 기존의 심리학이 ‘진화론’적 관점에서 동물과의 연속성을 전제로 인간을 설명하고자 한 것을 대해 비판하였는데, “인간과 동물이 구별되는 현저한 특질은 사회적으로 뿌리를 두고 역사적으로 발전해 온 ‘활동’을 내면화하는 데 있다”고 보았다.
비고츠키의 연구로 말마암아, 인간의 사고발달은 생물학적 행동의 차원을 넘어 사회역사적인 활동의 차원으로 설명되기에 이른다. 맑스는 인간의 의식을 활동성 또는 실천으로 보고 있으며 의식이 사회적 맥락 속에서 실천의 형식을 취하는 것으로 인식하였다. 이는 비고츠키가 고등 정신이 사회적으로 기원하며 사회적으로 중재된 활동을 통하여 발달하게 된다는 논리와 유사하다. 요컨대 비고츠키는 맑스의 변증법적 유물론에 의거한 사회이론을 인간의 정신영역으로 확장 발전시킨 학자인 것이다.
비고츠키에 따르면 사회와 개인의 발달은 같은 과정을 구성하는 다른 측면이다. 인간은 역사적, 문화적 세계의 산물이며 그러므로 인간의 발달과 학습에 사회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론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사회적 과정이라는 물적토대를 정신에 대하여 일차적인 것으로 두고 변화와 발달의 관점을 취한 데서 비롯된 바 이는 변증법적 유물론의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학습을 설명하기 위해 비고츠키가 구체화한 개념이 ZPD와 내면화인데 이에 따르면 ‘의식’은 교수와 발달 사이의 변증법에 토대한 활동을 통하여 역사적으로 실현된 조직이다.

2. 비고츠키 이론의 의의

비고츠키이론은 인식론, 방법론, 교육관계 등 교수학습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으며 나아가 공동체 교육의 과학적 근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론적, 실천적인 의의가 깊다. 학습과 발달을 설명하는 비고츠키의 핵심개념인 ‘근접발달영역(ZPD)'은 “학교학습의 차원을 정교화하기 위해”(『사회속의 정신』136쪽) 제출한 개념이다. 비고츠키는 “학습과 발달은 생의 첫날부터 상호관련되어진다”고 하면서 학교 학습과 취학전 학습 간의 유사성만을 볼 뿐 "학교 학습이 소개하는 새로운 요소들”을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고 체계성이라는 요소 외의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하였다. 근접발달영역이란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결정되는 실제적 발달수준과 성인의 안내나 보다 능력 있는 또래들과 협동하여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결정되는 잠재적 발달수준 간의 거리”이다. “근접발달영역에 대한 충분한 이해는 학습에서의 모방 역할에 대한 재평가로 귀착되어야만 한다”고 함으로써 모방의 역할을 낮게 취급하고 ‘독자적 활동’만을 발달 수준을 나타낸다고 본 고전적 심리학을 비판하였다. “모방을 사용하여서 아동들은 협력활동 속에서나 성인의 지도하에서 더 잘 할 수 있게 된다. 이 사실은 그 자체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학습과 발달 간의 관계에 대한 모든 학설의 근본적인 변경을 요구할 만큼 기본적인 중요성을 지닌다”등의 비고츠키의 입론은 공교육의 장이 곧 인간발달의 권리를 실현하는 공간으로서 특별한 지위를 지닐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론적 의의

“학습이 발달을 이끈다는, 다시 말해 ZPD에서 내면화를 거쳐 발달에 이른다는 비고츠키의 설명은 학습자라는 능동적 주체와 (교사에 의해 적극적으로 조성되는) 학습 환경이라는 사회역사적 맥락 속에서 발달이라는 변화를 이루어내는 변증법적 과정을 설명한 것에 다름 아니다.”(김명순, 2003)
“사회는 주체와 그들의 사회적 활동 체계를 통하여 발전하고, 다른 한편에서 개인은 사회에서 세워진 인간존재의 축적된 경험을 점유함으로써 발달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 발달은 다소 의도적이고 인간 활동의 산물을 협동적으로 통제하며, 개인적 발달은 사회적 발달에 바탕을 두고 그 일부가 된다. 그에게 사회와 개인의 발달은 같은 과정을 구성하는 다른 측면이었던 것이다.”(김명순, 2003)

○ 인간발달에 대한 과학적 설명력
생물학적 발달과 사회문화적 발달의 통일적 과정으로 설명하였다. 인간을 수동적인 사회화의 대상으로 설명하는 기능주의적 설명과 피아제 식의 생물학적 개인주의를 넘어서 인간발달을 분석, 설명했다.
○ 교수와 학습의 변증법적 통일성 규명과 방법론적 진전
교수와 학습이 실은 별개의 과정이 아니라 교수자의 선도자로서의 역할과 학습자의 능동성이 역동적으로 결합되는 과정으로 설명함으로써 교수중심이냐 학습중심이냐의 대립적 시각 극복하였다.
○ 인간발달과 사회변화의 매개적 실천활동으로서 교육의 의의 조명
학습과 발달의 관계에 대한 비고츠키의 해석은 교육적 실천의 개인과 사회 양 측면에서의 의의를 동시에 보여준다. 생물학적 발달을 토대로 기초 정신 기능으로부터 고등정신 기능의 발달이 이루어지는 것은 ‘교육적 실천’을 통해서임을 밝힘으로써 의식적 실천으로서의 교육활동이 인간발달의 중심적 기제임을 알 수 있다. 비고츠키는 “교육(학습)이 발달은 견인한다”는 활동(실천)에 대한 맑시즘적 입장에서 활동의 인간발달에 있어서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으며 교육 즉 언어를 매개로 한 교수학습과정을 통해 인간 발달과 사회진보가 변증법적으로 조화될 수 있다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였다.
○ 전수냐 구성이냐의 이분법 극복
ZPD와 내면화 개념을 통해 전통주의와 구성주의의 전수냐 구성이냐의 대립을 극복하였다. 비고츠키의 변증법적 유물론에 입각한 실재론적 인식론은 인간은 지식을 담는 그릇 혹은 개인이 지식을 구성한다는 논리에서 도출된 교수학습관인 전수와 구성의 대립을 ‘지식의 내면화’로 미시적 차원에서의 주체의 능동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발달의 기원을 보다 넓은 사회문화적 차원과 역동적으로 결합하였다.


실천적 의의

○ 집단적 학습과 개별화 학습의 상호유기적 관계 설명
이질적 학습집단 구성의 정당성을 과학적으로 정립. 교수학습과정에서의 면대면 관계에 기초한 활동이 중심적 지위를 가짐을 과학적으로 입증하였다. 예컨대, ‘모방’의 교육적 의의에 대한 해석. 비고츠키는 ‘활동’ 자체가 항상 사회적이고 협동적이게 마련이며 이것은 활동이 심지어 단독으로 수행될 때도 마찬가지이다.
○ 전인교육을 방법론적 구체화할 근거
학습자에 대한 종합적 이해의 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과학에 기초한 전인교육 방법론을 구체화할 이론적 근거로서 의의가 있다. 실제로 비고츠키의 이론은 예술교육, 도덕교육 영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비고츠키는 인간발달을 각각의 고등정신기능이 적절한 선도활동 속에서 총체적으로 발달하는 것으로 설명하였기 때문이다. 0~3세의 영아기에는 정서적 의사소통, 유치원에 해당하는 아동에게는 놀이, 초등학교에서는 학교에서의 학습활동, 중고등학교에서는 동료와의 상호작용을 제시하였다. 인지적 발달이 다만 지적인 면에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감수성과 사회성과 긴밀한 관련을 가지면서 일어나는 총체적 과정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선도활동에 입각하여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실제의 교수학습과정에서 실현한다면 전인교육이 ‘좋은 말’에 지나지 않았던 상황의 극복도 어렵지 않다.
○ 앎과 삶의 유기적 결합을 지향하는 교육과정 구성의 기초
지식이냐 활동이냐의 대립적 시각을 극복한 교육과정 구성의 기초를 제공하였다. 활동(정신적 신체적 활동을 아우르는 폭넓은 개념으로서)을 통해 지식이 내면화되고 그 과정에서 인지구조가 재구성된다는 비고츠키의 이론은 지식을 현실에서의 쓸모로만 판단하는 실용주의적 관점이나 지식을 통해 인간이 ‘도야’된다는 전통주의적 관점에 터한 교육과정이 갖는 문제점을 뛰어넘는 교육과정 구성의 기초를 제공한다. 듀이나 프레네 등 진보주의적 실험이 중등교육 단계에서의 지식교육 영역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초등에 국한되는 한계를 보였다는 것과 대비된다. 비고츠키의 영향을 받은 핀란드 교육의 성공은 좋은 참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실증주의적 평가관(즉, 측정관) 극복의 단초 제공
“그는 서유럽과 미국에서 이후 점차 현저하게 된 IQ검사의 유형을 지닌 지적능력검사를 강조한 교육을 경멸하였다.” (『사회속의 정신』28쪽) 일반적으로 실험은 설명가능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설계’되고 조건을 ‘통제’하는 속에서 이루어지는 반면 비고츠키에게 있어 실험은 “엄격하게 통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찰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에 피험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회를 반드시 제공해야만 한다.... 실험에 의해 제공되는 결정적 자료는 수행수준이 아니라 수행이 성취되어 가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비고츠키의 경우 ...실험과 관찰을 동반자로 갖는다”(『사회속의 정신』31쪽~34쪽)
결과측정이 전부일 따름인 실험에 대한 비판적 입장과 그의 새로운 실험(관찰과 도움, 피험자의 참여)방식은 인간발달을 실제로 도모하는 교수학습과정이 어때야 하는지 힌트를 준다. 아울러 비고츠키의 교육을 통해 인간발달이 이루어지며 그 가능성은 모든 인간에게 동등하게 열려있다는 신념은 비교와 서열화의 도구에 불과한 자본주의적 평가관의 전복이 교육적으로 발달론적으로 필연임을 보여주며 평가는 어디까지나 발달의 유요한 도구임을 확인시켜준다.

3. 비고츠키에 대한 왜곡와 진실

비고츠키 이론은 사회적 구성주의이다?

비고츠키 이론의 특징은 인간의 정신능력이 사회∙문화∙역사적 맥락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 또는 사람과 사회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발달한다는 것이다. 즉, 인간 지능의 기원을 사회와 문화에 두는 것인데, 이 지점에서 지식이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사회적 구성주의로 비고츠키를 오해하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사회적 구성주의에서는 지식을 ‘시대와 사회의 이론적 관심을 반영하는, 상당 부분이 그 당시 사회가 처한 상황의 요청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사회문화적 활동’으로 본다.(Confrey. 1995) 이러한 사회적 구성주의는 지식의 객관성을 인정하지 않는 급진적 구성주의와는 달리, 객관성을 ‘사회적 합의’라는 개념으로 해결하여 ‘한 개인을 넘어선 사회 공동체가 옳다고 인정하는’, 또는 ‘역사와 문화를 통해 인정된’의 의미로 사용한다(Gergen,1995).
그러나, 비고츠키는 ‘지식’의 구성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비고츠키가 인간이 활동을 통해 구성한다고 본 것은 ‘고등정신기능’으로 지각, 주의집중, 논리적 기억, 계획, 개념형성, 사고하기, 의식 등과 같은 것인데, 이는 ‘지식’이라기보다는 ‘정신능력’을 설명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설령 이를 지식이라고 치환하여 보더라도 비고츠키의 고등정신기능의 내면화라는 개념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지식이 내면화하여 개인 지능이 발달하는 인지심리학적인 과정을 말하는 것이지 지식 자체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구성된다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구성주의에 대한 많은 오해는 ‘사회’라는 개념에 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다. 소집단이나 교실 상황에서 구성원들간의 상호작용으로 개인 인지 발달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 곧바로 객관적 지식이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것으로 비약될 수는 없다. 또한, 역으로 지식이 사회적 합의에 의해 구성된다고 하여 소집단 학생들끼리 나름의 의사소통을 통해 결정한 결론이 곧바로 ‘지식’이 된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다. 사회적 구성주의는 ‘사회’라는 개념을 소집단적인 측면과 문화∙역사적인 측면을 넘나들면서 개념에 혼선을 빚고 있다.

비고츠키 이론은 교수자와 학습자간의 1:1 교육이론이다?

비고츠키의 근접발달영역(ZPD)에 관한 논의에서 성인이나 능력 있는 또래와의 상호작용이 발달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비고츠키 이론을 교사-학생 사이의 1:1 학습을 강조하는 이론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비고츠키는 인지 발달이 또래들과의 협동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았다. 또래 협동의 역동성을 관찰한 실험의 결과 과제를 해결하는 동안 사회적이거나 인지적인 갈등의 증거는 거의 찾을 수 없었으며, 인지적인 성장의 정도는 과제나 상호작용의 질에 따라 달라졌다.(Forman & Cazden, 1985) 즉, 또래간 상호작용은 학생들이 협동적 문제 해결에 진정으로 참여하여 공동의 목표를 향할 때 인지 발달을 촉진한다. 비고츠키는 또래들과의 갈등은 그 자체로가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협력자끼리 그들의 논쟁을 해결하고 그 상황에 대한 공동의 의견을 모으는 경우에 한해서만 이해를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하였다. 비고츠키는 협동이 가능한 시기와 연령을 제한하지 않았다. 즉, 비고츠키의 ZPD 이론은 정의적 차원을 넘어 인지발달의 차원에서 협동학습의 유용성을 드러낸 것이다.  

비고츠키 이론을 구체화시키면 비계 설정이다?

비고츠키 이론과 비계 설정 이론이 동의어처럼 연결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비계 설정이라는 말은 비고츠키가 사용한 것이 아니라 ‘개별지도’의 구성 요소들을 판별하기 위해 Wood(1975) 등에 의해 소개된 개념으로, 성인들이 도움을 줄 때 마치 공사장에서 사람과 자재를 올리기 위해 건물 옆에 세우는 발판(비계)처럼 학생들의 요구에 맞게 민감하게 조절함으로써 학생들의 노력을 지원하는 하나의 체계이다.(Berk & Winsler, 1995) 비계 설정의 구성 요소로는 흥미 있고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공동의 문제 해결, 처음에는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던 두 참여자가 공유된 이해에 도달하는 상호 주관성, 정서적인 따뜻함과 반응 등이 있으며 학생들이 근접 발달 지역에 있는 과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자기 조절을 증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지점까지는 비고츠키 이론의 함의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계 설정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더 나아가서 -성인들은 주어진 시간에 가능한 활동들을 마련해 줌으로써 암암리에 어린이들의 활동을 구조화시킨다. 이는 Stone이 우려한 것처럼 과제를 하위목표-어린이를 성인의 직접적인 노력의 수동적인 수혜자로 축소할 경향이 있는 기술-로 나누는 교수적 구성 요소들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다. 즉, 비계 설정이라는 개념은 비고츠키가 말한 ZPD에서의 ‘성인의 도움’이라는 부분을 지나치게 분절적인 개별 교수 기술이나 단계형 발문 기교로 치환한 측면이 있다. 비계 설정 개념이 극대화되면 오히려 학생의 사고의 폭을 좁히고, 또래와의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한 인지 발달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비고츠키 이론은 선행학습을 정당화한다?
학습이 발달을 촉진한다는 비고츠키 이론을 극단적으로 해석하여 선행학습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아전인수식의 해석이다. 비고츠키의 ZPD는 학생의 실제적 발달 수준와 도움을 얻어 도달할 수 있는 잠재적 발달 수준 사이의 영역으로 학생의 실제적 발달 단계는 기본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이 영역을 비고츠키는 아동의 ‘사고권’, ‘흥미권’으로 불렀다. 즉, 아동이 사고가능한 영역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위에서 밝혔듯이 비고츠키 이론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비계설정 이론에서도 드러나는데, 비계설정이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Bruner 는 “어떤 교과 내용이든 어떤 발달단계에 있는 어떤 아동에게든 어떤 지적으로 정직한 형태로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다”고 하여 조기 선행 학습의 가능성을 주장하였으나, 위에서 밝혔듯 비고츠키의 이론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부분적으로 차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4. 과제 : “민주공동체에 기반한 교수학습론”의 구체화

2002년 1월 진보교육연구소는 워크샵을 통해 “새로운 교육과정은 인간과 사회를 이분법적으로 사고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다른 것은 무시한 채 ‘개인’이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것만을 강조(개인주의적 편향)하거나 ‘사회’의 발전에만 몰입하여 개인발달의 가치를 인정치 않는 것(지나친 사회화론, 기능주의적 관점)은 편협할 뿐만 아니라 온당치도 않다.”는 입장 속에서 첫째, 대면에 기초한 교육관계의 형성, 둘째, 이질적 학습집단 편성의 원칙, 셋째, 집단학습(교사가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학습+이질적 소집단 학습)의 원리와 개별화의 원리 조화, 넷째, 교육의 내용과 방식의 역사 사회적 삶의 현실과의 역동적 결합, 다섯째, 교육평가의 성격과 역할의 재규정을 교수학습의 기본원리로서 제시하였다. 비고츠키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당시에는 이론적 근거의 취약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2008년 변증법적 유물론에 입각한 비고츠키 이론의 재발견은 ‘공동체에 기반한 종합적 교수학습이론’이 이론적 근거를 확보하는 계기가 되었다는데서 큰 의의가 있다.
비고츠키의 이론은 지금의 교육현실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주며 방향을 제시한다. 아쉽게도 3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스탈린 치하에서 그의 이론이 판금되는 바람에 ‘활동’(activity, 실천)을 통하여 발달을 보고자 했으나 더 이상 구체화하지 못하였다. 설명을 넘어 ‘학습’의 영역에서 구체화하는 실천적 이론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더 이상 구체화시킬 기회를 갖지 못한 비고츠키의 이론을 구성주의적 방식의 왜곡된 방법론으로서가 아니라 공교육의 현장에서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구체화된 실천방침으로서, 그리고 제도 교육학의 일그러진 논의를 제압할 이론적 지위를 갖도록 풍부화, 정교화해야 하는 것과 함께 공교육개편의 과정에서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참교육 실천의 방도”의 위상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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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 [담론과 문화] 무상 음악교육의 위력,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관현악단 file 진보교육 2009.03.25 2330
470 [담론과 문화] 슬픈 영화들 트레인 스포팅(Train Spotting)과 ‘자유로운 세상’ (it’s a free world) file 진보교육 2009.03.25 2349
469 [초점] 우리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이었음 좋겠어요 file 진보교육 2009.03.25 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