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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담론과문화] 리얼리티 예능과 리알리즘 운동권

2008.06.26 17:40

진보교육 조회 수:1878

리얼리티 예능과 리얼리즘 운동권

진보교육연구소 교육문화분과

일요일 온가족이 모여앉아 저녁을 먹을 때, 광고비가 가장 비싼 이른바 황금시간대엔 리얼리티 버라이어티가 대세다. 1박2일은 그 중 선두주자다. 무한도전의 컨셉을 벤치마킹해 시작했지만 현재 1박2일을 따라올 프로그램은 없다.


왜 우리는, 민중들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환장하는가?
그곳엔 ‘날 것’ 그대로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연출자 중심의 대본대로 가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애드리브가 중심이 되어 그야말로 리얼한 상황에 푹 빠져든다. 주최측에 의해 계획되고 그들의 언어로 일관된 집회에 참석자는 무료함과 단조로움을 느낀다. 교관과 조교들에 의해 계획된 수련회는 단체기합과 집단생활의 불편함이 가중되며 더 이상 설렘은 없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일방적 지시사항전달로 끝나는, 간부교사가 계획한 그대로 행해지는 교직원회의에 무기력함과 지겨움이 점철된다. 운동장조회에서 학생들은 예상되는 식순과 교장선생님의 건조한 훈화에 치를 떤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리얼리티는 없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진짜같은 신혼집을 꾸미고 연예인을 배치함으로서 현실을 구성해냈다. 신사적인 매너의 알렉스는 요리와 이벤트로 상대를 기쁘게 해준다. 요리잘하는 조여정은 화장을 벗어도 여전히 예쁘고 성격도 사근사근하다. 민중은 이러한 가상현실을 탐닉하며 자신을 신애로, 휘재로 호명받는다. 하지만 이것은 가상현실이다.

진짜 현실에서 젠틀하고 멋있고 성격도 좋은 알렉스는 없다. 예쁘고 요리잘하고 성격 좋은 조여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민중은 가상현실을 현실로 상상하며 즐겁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끝나면 각 가정엔 아이들이 어지른 잡동사니와 냄새나는 빨래감, 치우지 못한 설거지거리로 가득하다. 이것이 진짜 현실이다.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1박2일, 그건 껍데기일 뿐
등장인물의 코믹한 설정과 애드리브가 재미있다. 구체적 대본없이 진행되는 자유분방함에 유쾌함이 녹아난다. 그리고 절경과 순박한 농심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지만 그 속에 분해된 농촌현실은 없다. 아이들에게 피자와 자장면이라는 선물을 주는데 성공했지만 한순간일 뿐, 인스턴트 맛을 들인 아이들의 떼쓰기에 부모들은 더욱 힘들다. 동강의 아름다운 절경은 있지만 도암댐에 의해 수질오염이 가중되는 이야기는 없다. 복잡 불편한 건 예능에서 금기사항일 뿐이다.

진짜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생활의 달인’이다.
유감스럽게도 SBS 프로그램이지만, 생활의 달인은 진정한 노동의 활력과 인간 근성의 최고치를 보여준다. 비록 그들의 근무조건과 보수가 뻔해 보이고 힘들어 보이지만 노동이 얼마나 창조적이고 예술적인지를 보여준다. 이 땅의 자본가들이 협잡과 꼼수로 이윤을 처드시려 하지만 위대한 노동자에겐 꼼수는 없다. 그저 최선의 노력을 다할 뿐이다. 언젠간 그 노동이 제값을 할 수 있는 그날이 올 것이다. 그 때 ‘생활의 달인’인 묘기대행진의 마술가같은 존재가 아니라 공공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귀감이 될 것이다.

발랄 진보의 경쾌한 리얼리티 질주를 꿈꾼다.
스스로 만들어 온 피켓 하나 없이, 주최측이 모든 것을 준비한, 늘 그랬듯 연단만 바라보다 끝나는 집회가 재미없던 건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문화공연이 가끔 즐거움을 주지만 그것도 한순간이다. 참가에 의의를 둔 집회가 아닌 신명나는 집회가 그립다. 일사분란한 움직임보다 좀 느리더라도, 벅벅대더라도 길들여지지 않은 발랄한 어휘들이 튀어나오는 진짜 리얼리티 집회를 상상하는 건 나 혼자만의 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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