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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현장에서] 닫힌 교문을 열고 거리로 나서다!

2008.06.26 17:30

진보교육 조회 수:1795

닫힌 교문을 열고 거리로 나서다!!
-전교조 부천중등지회 현장실천단 투쟁-

김 진 ‖ 부천 부일중


투쟁은 예상되었다
이명박 정권이 탄생하기 이전부터 올해의 투쟁은 예상되어 있는 것이었을지 모른다. 때로는 노골적인 신자유주의 정권에게 감사라도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전 시대에는 민주세력으로 위장한 신자유주의 정권에게 기대어 투쟁성을 상실해가고 있던 노동운동 일부가 정권과 단절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또 상대적이긴 하지만 국민들을 좀 더 좌 쪽으로 가깝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청소년 집회에 갔을 때, 여러 아이들의 등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배후는 바로 이명박 당신’. 그렇다. 바로 투쟁의 배후는 ‘노골적 신자유주의 정권인 이명박 정부’인지도 모른다. 부천지역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사건건 등을 돌리고 거부를 일삼던 보수적 성향의 교사들마저 행동은 하지 못하더라도 한마디씩 거들고 있는 상황을 보는 것은 참으로 낯설은 경험이다.

낯설은 경험으로부터의 시작
현장실천단의 시작도 이런 낯설은 경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시민선전전 첫날, ‘수고한다’, ‘좋은 일 한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은 것은 귀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 했다. 이제는 일주일 중 가장 힘 받을 수 있는 날이고, 기분 좋은 날이 되었지만, 예전 같으면 거리 선전전은 냉냉한 반응을 이겨내는 인고의 시간이었던 경험이 많았다.
현장실천단은 4월 지회집행위를 통해 제안되었고, 분회장들은 현장실천단 사업을 결의하였다. 그 후 4.15 학교자율화 조치가 발표되고, 상황이 급변하면서 지회체제와 현장실천단 체제를 함께 병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지회의 많은 사업들을 대부분 수정하여 현장실천단 체제로 올인했다. 지회 부서도 팀체제로 전환하고, 활동가들 중 몇 명이 팀 체제로 결합하였다. 현재 실천단은 20여명. 상집간부를 제외하면 많은 수는 아니더라도, 실천단의 결의를 밝혀준 동지들은 지회 간부들에게 많은 힘이 되어 주고 있다.

실천단의 힘
현장실천단이 가장 힘을 많이 받는 곳은, 바로 현장이다. 학교 현장에서 버튼 하나 달기도 어려워하던 사람들이 하나씩 둘씩 버튼을 다는 것을 볼 때, 별일 아님에도 희열 같은 것을 느꼈다. 집회 참석조차 어려워하던 여러 조합원들이 24일 교사대회에 100여명이 참석했다. 그리고 그것이 분회장과 활동가들이 발로 뛴 결과이니 지회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이 났던 순간이기도 하다.
분회에서는 더욱 기분 좋은 일들이 많았다. 이것 저것 학교 밖 활동이 많다보니, 힘들고 지친 모습으로 학교에 있을 때가 많은데, 분회원들은 그런 나를 걱정해주고, 지회 활동과 관련해서도 선전지를 읽어봐 주고, 고쳐주고, 피켓에 붙일 만평에 직접 색칠까지 해주고, 이런 일들은 무한의 감동에 빠뜨렸다.
선배들이 말하던, “‘지더라도 이기는 싸움’이 바로 이런 것이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지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최선을 다해 맞장 뜨고 이겨야 한다. 그러나 이번 우리의 투쟁은 혹시, 지더라도 어떻게 하는 것이 이기는 것인지를 몸소 느끼게 해주고 있다. 그것이 현재 부천지회 현장실천단을 이끌어가는 동력이 아닐까?

현안 투쟁들
지역 연대를 위한 시민행동의 조직과 거리 선전전으로 시작된 현장실천단 활동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직접 학교 앞 행동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또 정명고의 외고 전환이 가시화되었고, 부천여고와 계남고, 송내고 앞에서 1인시위가 시작되었다. 부천여고는 3학년이 1교시를 7시에 시작하고 있었다. 명백한 0교시. 그래도 맑은 눈으로 버튼을 받아들며, ‘저도 아침먹고 싶어요’ 수줍게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보며, ‘밥좀먹자, 잠좀자자’라는 버튼의 문구가 가슴시리게 느껴지기도 했다. 계남고는 심화반 운영을 통해 우열반은 하고 있는 학교다. 송내고는 0교시나 심화반 운영은 아직 하고 있지 않지만, 미리미리 대비하자는 차원에서 분회에서 자발적으로 나선 경우다. 지역 노동 전선 동지들의 연대와 실천단원들의 참여로 초반부터 규모 있게 1인 시위에 나섰다. 부천여고가 0교시를 하고 있다는 소식은 오래 전부터 듣고 있었다. 지부에 연락을 하고 조치를 취해줄 것을 전했지만, 별 반응이 없다. 지부도 어쩔 수 없는 것이 바로 지척에 있는 수원에서 이보다 더한 사례들도 많이 있는데, 부천의 0교시에 뭐라고 하겠는가? 역시 ‘직접 행동’뿐이다. 앞으로의 투쟁은 정명고 외고 전환 저지 투쟁과 8월 부천시 학력평가 저지 투쟁, 그리고 인터넷 성적공개 관련 투쟁과 함께 전개될 것이다.

학교는 지금
현장실천단이 학교 밖에서 지속적인 투쟁을 전개하고 있긴 하지만, 학교 현장은 오히려 상당히 차분하거나 조용한 편이었다. 이미, 교사·학생·학부모의 자율성 같은 것은 없었으니, 피부로 와 닿는 것도 없다. 오히려, 관리자들은 서서히 뭔가 준비하는 것 같고, 그들 나름의 공동행동의 움직임도 보인다. 교원평가·다면평가를 대비해서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장부의 숫자가 그렇고, 교장·교감들의 까탈스러움이 점점 지나쳐가는 것도 그렇다. 그러나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무던하게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서서히 분노의 목소리들이 올라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광우병 소고기 문제로 터진 대중의 자발적 투쟁을 보아서 인지, 요즘 점심시간 마다 여기 저기 들리는 ‘학교에서 이런 일은 안했으면 좋겠어.’, ‘이렇게 바꾸는게 낫지 않겠어.’하는 소리들이 이를 증명해준다. 아무리 보수적인 학교 현장이라도 그 때가 이제 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부일중학교 분회에서 시작한 ‘버튼 달기’ 운동만 하더라도, 조합원 뿐 아니라 비조합원, 학생들까지 함께 너도 나도 나서고 있다. 물론 그 수위가 1인 시위 만큼은 되지 못하더라도, 거의 분회활동이 없었던 곳임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당당한 투쟁으로 학교학원화·시장화 저지하자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대중들은 신자유주의 정권의 본질을 정확하게 볼 수 있게 된 것은 분명하다. 하물며, 요즘은 날씨가 더워도, 비가와도 ‘다, 명박이 때문이다’라고 할 정도로 국민들의 분노는 머리끝까지 올라와 있다.
그동안 우리들 주변이 ‘여론’과 ‘국민 동의’, ‘현장 침체’ 등을 이유로 정말로 해야 할 일들을 우회하려 하거나 대중이 진출할 때까지, 또는 상대가 좀 더 큰 악수를 둘 때까지 기다려 보자고 할 때, 우리 역시 스스로 망설여 왔었다. 그러나 지금 이것저것 눈치 볼 때는 지났다. 동맹 휴학을 결의하는 학교가 있고, 이어지는 시국선언, 파업 결의, 그리고 유모차 부대를 보면서 내가 교사인 것과 어른인 것을 부끄럽게 했던 아이들의 시선은 우리를 거리로 나서게 하고 있다.
학생은 학생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스스로의 권리를 유린당하고 있는 학교 현실과 통제된 일상에서 벗어나 닫힌 교문의 빗장을 열어 제치고, 교문 앞으로, 광장으로, 거리로 당당하게 나설 때, 그 때가 바로 지금이다.
부천중등지회 현장실천단의 투쟁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와 맞물려 있다. 분노를 담아낼 그릇으로서 시작한 현장실천단 투쟁으로 우리는 당당히 닫힌 교문을 박차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얼마나 더 오래 이곳에 있어야할지, 이 싸움이 언제 끝날지, 이길 수 있을지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바로 우리 옆에는 동료 교사인 동지들이 있고,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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