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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의 활동방향

정진상(경상대 사회학과 교수, 입시폐지-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지난 11월 24일 전국 주요도시에서 동시다발로 열린 입시폐지-대학평준화 범국민대회 및 문화제는 입시폐지-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준)(이하 국본)가 ‘첫 단추 끼는 행동’이었다. 서울을 비롯하여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전주, 춘천, 청주, 목포, 마산, 진주, 충주, 홍성, 남원, 제주 등 16개 지역에서 문화제, 자전거행진, 거리선전전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보인 반응은 하나같이 신바람난다는 것이었다. “대학평준화를 상상해 보세요”나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와 같은 슬로건에서, 주로 청소년들이 벌인 무대 공연에서, 상징물인 날개에서 이 운동의 새로움이 유감없이 발휘되지 않았나 싶다.
국본은 ‘대학평준화’라는 단일한 혁명적 의제를 내걸고 명실상부한 ‘국민운동’을 목적의식적으로 조직하기 위해 결성되었는데, 이러한 조직 방식과 전략은 한국의 사회운동이 아직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운동 방식이다. 그것이 새롭기 때문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자발성과 창조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번 대회가 어떠한 전국적 지휘체계도 없이 각 지역에서 초동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일을 꾸리고 참여 주체들 스스로 대학평준화운동의 내용을 채워가는 창조적 운동으로 전개되었다는 점은 앞으로 이 운동이 확대 발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11.24 범국민대회를 통해 얻은 확실한 두 가지 성과는 첫째, 현재의 정치지형에서 대학평준화가 혁명적 의제임에도 불구하고 대학평준화를 통한 ‘교육혁명’의 횃불을 들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 산재해 있다는 것을 서로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처하여 수세적인 싸움에 지쳐 있는 교육운동 주체들에게 공세적 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희망을 준 것은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성과였다.
둘째, 전국 동시다발 행동을 통해 각 지역에서 대학평준화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되었다. 그동안 한국 사회운동에서 서울 집중대회를 남발해 왔는데, 이러한 방식 방식은 집회의 모양을 갖추는 데는 손쉬운 방법일지 모르지만 치러야 하는 대가가 너무나 컸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경비와 시간 비용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확대재생산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대학평준화 의제가 단번에 해결할 수 없는 중기적 과제이기 때문에 이 운동을 끈질기고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지역 거점이 결정적으로 중요한데, 이번 대회를 통해 적어도 16개 지역에서 확실한 거점이 형성되었으며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이제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는 대학평준화국본의 조직 및 활동방향에 대해 대강의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첫째, 명실상부한 국민운동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지역 공동실천단의 수평적 네트워크를 유기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평적’이라 함은 각 지역 공동실천단이 국본의 골간조직으로서 회원 확대와 활동의 거점이 된다는 뜻이다. ‘유기적’이라 함은 각 지역 공동실천단의 활동이 서로 소통하고 성과가 집중될 수 있도록 국본 중앙이 지역 공동실천단을 지원하고 그 성과를 총화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다. 11.24 범국민대회를 거치면서 16개의 지역 공동실천단이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여수 등 몇몇 지역에서 공동실천단 결성 준비 소식이 들린다. 그런데 이들 지역 공동실천단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은 현재로서는 홈페이지의 지역소식방 밖에 없다. 우선 현재 활동하고 있는 지역 공동실천단을 묶어내는 한편, 아직 공동실천단이 구성되지 않은 지역을 생활권 단위로 조직하는 사업이 당분간 국본의 핵심적인 활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유기적인 수평적 네트워크를 위해서는 집중과 산개 투쟁이 적절하게 배치되어야 한다. 먼저 각 지역 공동실천단의 일상적인 소통을 위하여 국본 홈페이지의 지역소식방을 확대 개편할 필요가 있다. 이는 각 지역 공동실천단의 활동을 집중하는 효과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의 활동에서 학습함으로써 각 지역에서 효과적으로 산개 투쟁을 벌이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다음으로 각 지역 공동실천단 조직책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활동을 공유하고 활동 방향을 논의하는 워크샵을 매 분기별로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학평준화운동이 중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는 만큼, 끈질기고 지속적인 운동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회원 확대가 관건이다. 대학평준화국본의 회비 납부방식은 가입할 때 한 번만 회비를 내기 때문에 다수 대중이 회원으로 가입하기 쉬운 반면, 만약 회원 확대가 계속되지 않으면 조직의 사활이 위태롭게 되는 배수진의 방식이다. 현재는 국본에 조직적 참여를 결의한 단체들의 활동가 층이 중심이며 일부 시민들과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합쳐 약 2500명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의 학교 현장에서 회원 가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몇몇 학교에서는 초동주체의 노력으로 교사들이 전교조 조합원 여부를 불문하고 일시에 대거 가입한 경우도 있으며, 일부 지역과 학교에서 학생들의 대중적 참여가능성도 확인되고 있다. 일반 대중들의 경우는 홈페이지를 통한 자발적 참여가 주를 이루고 아직 조직적 참여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우선 교사의 경우 전교조 본조, 지부, 지회 단위의 조직적 결의를 요청하되, 이와 함께 지역공동실천단 활동의 일환으로 기존 회원이 소속되어 있는 학교 현장을 단위로 회원 가입을 목적의식적으로 조직할 필요가 있다. 학생의 경우는 교사들의 회원 가입이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면 마찬가지로 지역공동실천단 활동으로 학교 현장을 단위로 서명을 받는 수준에서(학생은 회비가 면제된다) 회원 가입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 일반 대중들의 경우는 노동조합과 농민회 등 대중조직과 시민단체를 통한 회원 확대 사업을 체계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으며, 그 전이라도 지역공동실천단의 여력이 된다면 가령 사업장 출입문에서 선전전을 전개하면서 회원가입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셋째, 이번 대회를 거치면서 국본과 공동실천단의 활동 방식과 방법에 대해서도 대체적인 의견 수렴이 이루어지고 다양한 창조적 전술 제안이 나오고 있다. 학벌체제의 강고함을 뚫어내기 위해서는 대학평준화에 대한 거부감을 불식하고 담론을 시나브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쉽고도 재미있는 행동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실행되었거나 여러 모임이나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제안된 ‘공동실천’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시내 자전거 행진: 목포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전국으로 퍼진 행동 방식으로 방송차를 앞세워 선전전을 병행하면 10여명의 소수 인원으로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주말이나 한 달에 한 번씩 정례적으로 운동 삼아 할 수 있어 좋다.
2) 1인 시위: 광주에서 시작했는데 한 지역에서만 하면 효과가 그리 크지 않겠지만, 전국 네트워크를 통해 동시다발로 전개하면 효과가 클 것이라 생각된다. 역량이 된다면 정기적으로 조직할 수도 있을 것이다.
3) 시내 선전전과 서명을 통한 회원 모집의 결합: 공동실천단 열성 회원들의 정례적 만남의 장으로도 유용하며, 먼저 서명을 유도하여 이메일 주소를 확보한 다음 회원 가입 작업을 할 수 있다.
4) 승용차 스티커 붙이기: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대학평준화를 알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회원이 자신의 승용차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회원 가입을 확대하는 매개로 쓸 수도 있다.  
5) 시내 현수막 걸기: 지역 공동실천단의 재정에 약간의 여유가 생기면 시도할 필요가 있다. 전국적으로 통일된 양식으로 제작하여 이미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6) ‘대학평준화’ 로고가 들어간 생활용품: 첫 사업인 휴대폰 액정클리너가 성공적이었는데, 티셔츠, 컵 등 일상에서 쉽게 눈에 띄는 생활용품을 통해 대학평준화 담론을 일상 속으로 파고들어가게 하는 데 좋을 것 같다.
7) 온라인 활동: 회원들이 국본 활동을 공유하고 확산하는 장으로 중요하며, 특히 청소년들의 초기 참여를 유도하는 데 효과가 클 것이다.
8) 학생의 날 행사조직: 청소년들의 대중적 참여를 위해 앞으로 치밀한 프로그램이 필요.
9) 매년 한 차례(여름 방학) 집단 자전거 순회: 각 공동실천단 자전거 대표선수들이 본대를 구성하고 순회지역의 시내 자전거 행진을 결합하면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10) 매년 한 차례(가을) 전국 동시다발 범국민대회.

이 외에도 공동실천의 방법은 앞으로 계속 개발해야 할 것이다.  
넷째, 현재 느슨한 형태로 유지되고 있는 국본 중앙조직의 체계를 짜고 본조직 출범을 준비할 단계가 되었다. 중앙조직의 조직체계는 지역 공동실천단의 수평적 네트워크가 효과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그 성과를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 공동실천단의 수평적 네트워크를 묶어내는 조직팀, 대학평준화 담론의 컨텐츠를 생산하고 보급하는 정책팀, 지역 공동실천단 활동을 기반으로 대학평준화 담론을 확산하는 선전팀, 그리고 이를 통할하는 사무처가 중앙조직의 골격이 될 것이다. 이러한 지원팀들과 횡적으로 각 부문의 회원 조직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학부모위원회, 교사위원회, 청소년위원회 등을 둘 필요가 있다. 또한 대학평준화 담론의 정교화와 운동의 장기적 전망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외화하기 위해 연구위원회를 둘 필요가 있다.
국본에 의사결정기구를 둔다면 국본이 지역 공동실천단의 수평적 네트워크로 구성된다는 원칙 하에 지역 공동실천단의 대표들로 대표자회의를 구성하면 될 것이다. 국본이 분명하고 단일한 의제를 걸고 있는 만큼, 운동의 방향에 대해서는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혹 견해차가 있다면 구체적인 행동방침을 둘러싸고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국본이 지속적인 운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재정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국본의 재정은 회원의 지속적 확대에 사활이 걸려 있으며, 이는 지역 공동실천단의 회원 가입 노력에 의존한다. 현재는 회원이 얼마 되지 않아 중앙조직을 유지하는 데 회비가 거의 쓰이고 지역 공동실천단은 전교조 지부, 지회 등 다른 단체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러한 재정 구조로는 운동을 지속할 수가 없다. 회원 확대와 함께 중앙과 지역의 적정한 회비 배분을 통한 재정의 안정화가 시급하다.
이제 준비위원회로 되어 있는 국본의 본조직을 출범할 구체적 준비를 할 단계가 되었다. 각 지역 공동실천단이 폭넓은 시야에서 다른 지역과의 연관 속에서 운동이 힘차게 전개될 수 있도록 이번 범국민대회의 열기가 식기 전에 가급적 빠른 시기에 본조직을 출범시켜야 할 것이다. 현재 국본 중앙 준비위가 조직체계안을 마련하고 지역 공동실천단 전국워크샵을 거쳐 지역 공동실천단 대표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본조직 출범식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입시문제를 둘러싼 현재 정세는 만만치 않다. 대선과 총선이 끝나면 통합신당이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은 고교평준화 해체와 대학자율선발권을 통한 대학본고사 방향으로 급속하게 나아갈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무한입시경쟁으로 인한 모순이 더욱 증폭될 것이며 대학자율선발권 대 대학평준화의 대립구도가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국본은 이러한 정세에 대처하기 하루 빨리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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