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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담론과 문화_ 21세기, 일방적 영웅의 시대

2007.06.19 11:12

진보교육 조회 수:1309

담론과 문화] 21세기, 일방적 영웅의 시대

은하철도 │ 진보교육연구소 연구원  
  

태초에 인간이 있었다. 그리고 신(神)이 만들어졌다. 유럽문명의 요람이라는 그리스의 신화를 살펴보면 비물질적, 미규정적 신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인간의 모습을 닮아가는 모습을 볼 수있다. 올림푸스의 최고신으로 하늘을 주재하는 제우스는 한 여신(헤라)의 남편이요, 아버지(헤라클레스 등)요, 다른 신(하데스)의 형제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서양 문학의 비조(鼻祖)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 역시 여신들의 헛된 허영심이 발단이 되고 여러 신들의 직∙간접적인 개입이 인간들의 욕망을 부추겨 살육의 파국을 초래한다.
  애초에 인간은 감당할 수 없는 자연환경에서 항상 일어난 것의 원인을 묻게 되고, 불투명한 내일의 일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에 뭔가 설명할 수 있는 것을 구한다. 고대 그리이스의 올림포스 신들이 그 해답이라면 오늘날의 인간에게는 자신의 ‘이성’이다.
신에 의해 창조된 것의 감춰진 비밀을 밝히는 것과 존재론적 위계를 구분하는 것이 중세 철학의 주제였다면 근대 이후 철학의 과제는 신의 창조에서 이탈하여 세계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이해하는 이성의 능력과 한계를 밝히는 것으로 주제의 거대한 변환을 가능하게 했다.
  중세가 끝나갈 무렵 종교의 위세가 약해지는 시기 중부 유럽의 프라하에서 유대인들은 ‘골렘’을 만들었으며 화학자들의 원조격인 연금술사들은 ‘호문쿨루스’를 창조했다. 이제 인간은 신에 의해 지배되는 괴뢰(傀儡)에서 벗어나 자신이 직접 꼭두각시를 만들고 신의 역할을 대신하기에 이르렀다!
인간은 자연의 일방적 지배에서 벗어나 자연에 적응하고 심지어 극복하면서 이성의 승리를 확신했다. 더 이상 영웅을 담은 신화는 찾아볼 수 없다. 단지 자본주의 발전 시기에 우리에게 있어서의 영웅은 아라비아에서 식민지 사업을 전개하던 ‘로렌스’나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한 ‘린드버그’ 정도일까? 빈약한 영웅은 나날이 발전하고 확장하는 자본주의 세계와 반비례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는 이전의 자본주의적 제국주의 국가와 식민지 국가의 대립에 종말을 구하고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 국가라는 새로운 구도를 갖게 된다. 새로운 영웅의 등장이 요구된다! 영국 첩보부 소속의 007 제임스 본드! 종횡무진 세계를 누비며 악의 세력과 싸움을 한다. 냉전이 첨예하던 60년대 초부터 데땅트가 시작된 70년대 초까지 본드의 상대는 소련과 ‘중공’의 악당들이다. 최첨단의 과학적 무기로 무장한 본드는 빈약한 월터  PPK 권총으로 소련의 자랑인 아카보 소총 수십 정과 대적하고 수많은 적들을 무찌른다. 철저한 개인 대 집단의 대립! 효율성의 개가(凱歌)! 결국 냉전의 첨예함이 무너지면서 007은 심한 정체성의 위기를 맡게 되고 배우 숀 코너리의 퇴장이후 지금까지 여러명의 배우들을 교체해서 캐스팅하지만 사회주의권이 사라진 전지구적 세계에서 대결 구도의 전환을 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의 적이 사라졌다고 자본주의는 손을 놓고 있지 않는다. 내부 단속에 들어갔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영웅들은 특별한 무기 없이 타고난 능력(슈퍼맨)이나 순간의 사건으로 인한 동물적 능력(스파이더맨)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그리고 공공을 위협하는 변태적 상대로부터 무고한 시민들을 지킨다. 미국적 가치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느 누구의 반대로부터 고독하게 자기결정을 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세계경찰’로서의 미국의 고군분투(孤軍奮鬪)!
  70년대 말 이후 헐리우드 영화의 ‘영웅’들은 중심을 잃은 신자유주의 전지구화 시대의 민중들의 의식과 맞수 없는 미국중심의 초국적 금융자본적 지배와 철저한 국제 분업체계의 환상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들은 출구가 없는 일방적인 ‘영웅’들의 동분서주(東奔西走)를 바라보기만 하고 무기력하게 박수만 쳐야 하는가?
아니면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알을 깨고 나와서 기계(자본)을 상대로 맞장을 떠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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