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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 특집_한미FTA, 그 죽음의 협상판 속에 희망은 없다

2006.07.04 18:54

진보교육 조회 수:1541

한미FTA, 그 죽음의 협상판 속에 희망은 없다

박유리 | 사무차장


2006년 1월 18일, 교육과 의료 개방을 통해서 사회양극화를 해결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 연설이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던 그 때, 한미FTA(Free Trade Agreement :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표명의 갑작스러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놀라움도 잠시, 한미 양국의 FTA에 대한 사전조율절차를 마치고 요식절차로 진행하려던 2월 2일 공청회가 참석자들의 반발로 무산되었으나 다음 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협상을 공식 선언하였다. 협상 의지표명과 협상선언의 과정이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의견 수렴은 없었다.

‘알아서 기는’ 노무현 정부의 협상태도

이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미 무역대표부 로버트 포트먼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했던 말이 있다. 4대 쟁점사항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FTA협상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간 한국과 FTA를 체결하는 선결조건으로 스크린쿼터 축소, 쇠고기 수입재개,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완화, 의약품 약가 산정 문제의 해결을 요구해 왔다. 우리 정부는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미국의 요구에 화답했다. 2005년 10월 새로운 약가상환제도 도입 중단, 2005년 11월 6일 배출가스 강화기준 수입차 적용 2년 유예 발표, 2006년 1월 13일 광우병 파동 때 수입이 금지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 재개 발표, 2006년 1월 26일 스크린쿼터 146일에서 73일로 축소발표 등 미국과 FTA를 체결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빨랐다. 한국정부는 이 모든 것들이 협상을 위한 4대 선결조건이 아니라고 발뺌했지만 미국의 보고서에 의해 진실이었음이 밝혀지게 된다. 이 화답의 결과 한국은 미국과 FTA체결을 희망한 25개국 중 최우선적으로 FTA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나라가 되었다. 게다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조작된 한미 FTA 관련 자료를 한미 FTA 홍보에 적극 활용해 오면서 거짓으로 물든 한미FTA의 장밋빛 희망으로 민중들을 농락하고 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FTA의 실체는 무엇인가?

국민의 의견 수렴 없이 내용도 공개하지 않고 4대 조건을 먼저 내어 주면서까지 진행되고 있는 FTA의 실체는 무엇인가? 워낙 광범위한 내용을 담은 협상이라 체결 이후에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쉽게 예측하기 어렵지만 FTA의 주요 내용은 세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는데, 하나가 바로 '비관세무역장벽' 폐지이다. 무역의 과정에서 관세가 자본의 이동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관세를 없애는 것뿐만 아니라, 관세가 아니라고 해도 자본의 이동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 및 자국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도 협상의 대상이 된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공기업에 소유제한, 노동, 환경, 공중보건 등 자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등 모든 것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이행의무부과금지' 이다. FTA가 체결되면 '이행의무부과금지' 조항을 통해 각 조약의 체결국은 투자의 조건으로 자국 상품구매, 수입제한, 현지생산품 사용의무 등 어떤 조건(쿼터)도 명령하거나 강제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한미FTA에서 '의행의무부과금지'가 합의되면, 미국의 자본이 국내 금융기관 및 기업을 인수할 경우 고용승계, 정리해고요건 등을 지키라고 투자기업에 요구 또는 강제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에서도 가장 독소조항으로 꼽혔던 투자자-국가 소송제도다. 이 조항은 국제법상 국가와 동일한 지위를 투자자에게 보장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분쟁해결절차를 통해 투자자는 해당국이 각종 제도와 규제를 통해 국가가 이윤추구활동을 막았다는 이유로 그 국가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수차례 이야기 된 것처럼 멕시코와 메탈클라드 사, 캐나다와 에틸 사 사이의 소송은 이 조항이 어떤 여파를 끼치는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체결국의 기업이 국내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대우를 받는 것을 넘어서서, 사실상 국가보다도 훨씬 우위의 지위를 점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자유무역협정의 본질이다.

죽음의 협상판 그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우려들이 6월 5일부터 9일까지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한미FTA 1차 공식 협상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번 협상에서 전체 15개 분과 중 11개 분과(상품무역, 원산지/통관, 투자, 서비스, 금융서비스, 통신/전자상거래, 경쟁, 지재권, 노동, 환경, 총칙/분쟁해결)에서 향후 2차 협상의 기초가 될 통합협정문을 작성했다. 이 가운데 한국측 협상단은 ‘금융분야의 국경 간 거래 시 우리 측이 소비자보호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고 결과를 발표했는데 소비자보호 장치만 갖춰진다면 국경간 거래 허용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인데, 이미 론스타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금융을 포함한 서비스의 국경간 거래 허용 여부는 한·미 FTA 협상에서 농업 못지않은 폭발력을 갖고 있다.
미국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인 의약품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건강보험 적용대상 의약품을 '포지티브(선별등재)' 방식으로 바꾸려는 한국정부의 계획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매우 좋은 논의를 가졌다"고 말했다. 미국 측은 의약품·의료기기 분야에서 신약 개발비 문제와 투명성 문제 외에 의약계의 '거래관행의 윤리' 문제도 제기했다고 한다. 우리의 건강의 문제와 직결되는 약값의 인상과 건강보험 해체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실제의 상황이다.

한미FTA 저지를 위하여

이제 2차 협상이 7월 10일부터 14일까지 한국에서 진행된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말한 것처럼 9월이면 실질적인 협상이 끝날지도 모른다. 2차 협상을 진행하기 전 6월 27일 쯤에 공청회를 다시 진행한다고 한다. 2월 2일 공청회가 무산되고 약 5월 만에 1차 협상이 진행되고 난 후인 시점이다. 2차 협상 진행되기 전에 진행하는 또 한 번의 요식 행위가 될지도 모른다. 정부가 더 이상 자본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국민을 기만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NAFTA체결이 후 12년이 지난 지금의 멕시코 민중의 처참함에서 우리의 미래를 보게 할 수는 없다.
한미FTA 체결로 노무현정부와 초국적 자본이 얻고자 하는 게 외부충격에 의한 구조조정이던 개성공단 원산지 규정을 시작으로 한 남북경제협력이던 간에 이 모든 것이 민중의 이익이 아닌 자본의 이익임이 분명하다.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밖에 없는 반민중적인 한미FTA의 문제점을 폭로해 나가고 한미FTA 저지 투쟁을 본격적으로 조직해 나가야 할 때이다.


1차 협상 분야별 결과

1. 상품무역 분야

상품에 대한 내국민 대우 및 시장접근◦양측은 통합협정문 초안에 합의는 하였으나, 상당수 조항에 대해 이견이 상존
◦양측은 제2차 협상 시 상품양허안 교환을 위해 양허방식에 대한 예비적 의견도 교환하였음.

원산지/통관 절차
◦원산지/통관 분야는 내용이 기술적이고 이해관계가 중립적인 사항이 많아 상당수 조문에 합의를 도출- 다만, 개성공단과 관련된 조항에는 이견을 노정하여 괄호(bracket)처리함.※ 주요 합의 분야: 원산지 증빙서류 보관, 수출입자의 협력의무 및 통관 신속화 조치 등

농업
◦양측 간 입장 차이로 당분간은 쟁점 위주로 논의를 전개하고, 협정문 통합은 추후에 진행키로 함.-다만, 양측은 상호 입장에 대한 진솔한 논의를 통해 이해도를 높이고, 향후 협상진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쟁점을 확인.

섬유
◦우리측은 섬유/의류 제품의 예외 없는 관세 양허 및 관세의 조기 철폐를 적극 요청한 바, - 미측은 예외 없는 관세 양허에 원칙 동의하되, 구체적 관세양허는 추후 협상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
◦우리측은 완화된 원산지기준 적용을 주장한 반면, 미측은 엄격한 원산지규정 도입과 특별 세이프가드(emergency action) 도입 필요성을 주장

무역구제
◦우리측은 반덤핑 발동 남용 방지 및 발동요건의 강화를 주장한 반면, 미측은 무역구제 관련 법령의 약화를 초래하는 논의는 어렵다는 입장을 개진하면서도 우리측 입장을 청취위생검역조치 (SPS)
◦미측은 SPS 관련 협의 채널로 위원회 설치를 주장하였으나, 우리측은 접촉선 지정으로 충분하다는 입장 견지

자동차
◦양측은 세제, 표준, 소비자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하기로 합의- 금번 협상에서는 분야별로 양측의 개괄적인 상호 입장을 확인
◦미측의 배기량 기준 세제 폐지 요구에 대해서 우리측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함

의약품/의료기기
◦미측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에 강한 반대와 우려를 표명한 바, 우리 측은 미측의 이해 제고를 위해 우리 입장을 설명-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성 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로 외국산 제품에 차별적이지 않음을 강조

2. 서비스/투자 분야

투 자
◦한-미 양측은 투자 Chapter의 구조 및 항목에는 대체로 의견이 접근◦우리측은 임시 세이프가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미측은 반대 입장 표명

국경 간 서비스 무역/일시 입국
◦전문직 상호 인정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축조심의를 완료하고 제2차 협상시 상호 유보안 교환을 위한 기반을 마련
◦미측은 교육 및 의료서비스와 관련된 비영리 법인 제도의 변경과 이를 통한 시장개방에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을 밝힘.

금융서비스
◦우리측은 금융분야에서의 국경간 거래시 소비자 보호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하였으며 미측도 이러한 우리측 우려에 어느 정도 이해를 표시
◦미측은 우리나라 국내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또한 금융시장 안정, 소비자보호 등 건전성 확보를 위한 감독당국의 허가 하에서 신금융서비스 공급 허용을 요청

통신/전자상거래
◦양측 초안에 대한 기본 입장 및 정보를 교환하고, 특히 법·제도상의 차이점에 대한 검토 작업을 수행
◦미측은 사업자에게 통신 분야 기술선택의 자율성 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주장하였고, 우리측은 정당한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한 정부 역할은 필요하다는 입장 견지

3. 기타 (경쟁, 지재권, 노동, 환경, 총칙/분쟁해결)

경쟁
◦한미 양측은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양측 협정문 초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
◦양측은 그간 미국의 소극적 대응으로 중단되었던 “경쟁협력 협정”에 대한 논의도 FTA 협상과 병행하여서 재개하기로 합의

지재권
◦양측은 각종 쟁점에 대한 양국간 기본입장과 제도 현황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상당한 입장 차이에도 불구 협정문의 통합에는 합의노동
◦우리측은 우리나라 노동제도에 대한 설명을 통해 우리의 높은 노동 보호수준을 소개
◦양측은 Public Communication제도 도입 및 국내 노동법 집행 실패에 대한 분쟁해결절차 도입에 대해서 입장 차이를 확인

환경
◦양측은 자국 환경법, 정책 및 집행체제에 대한 상호 설명을 통하여 이해를 제고하고 양측 초안에 대한 조항별 설명과 토의위주로 논의를 진행- 아울러, 양측간 환경 협력 강화를 위해 FTA와는 별도로 약정 체결방안에 대해서도 논의

총칙/분쟁해결
◦양측은 공히 FTA 관련 법령 제-개정시, 이해관계인에게 충분한 의견 제공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점에는 의견 일치- 다만, 미측은 입법예고 기간을 최소 60일로 설정하고, 의견반영 결과를 공표하도록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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