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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운동의 이해” 기초강좌를 듣고 나서

지석연ㅣ경인교대  

다시 또 계기

“교육운동의 이해” 기초강좌는 진보교육연구소에서 진행해 오던 초짜세미나에 참여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 듣게 되었다. 초짜세미나를 하러 다닐 때는 신문사 선배와 함께였는데, 이제는 내가 선배가 되어 후배와 함께 진보교육연구소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선배가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후배에게 뭔가를 해 주고 싶었다. 궁금한 것 많고, 하고 싶은 것 많은 후배에게 궁금한 것에 대해 속 시원히 답해주지 못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함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기만 하던 찰나였다. 뭔가 같이 고민하고 함께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후배와 같이 기초강좌를 듣기 시작했다.  

나의 삶에 확신을 준 기초강좌

10번에 걸쳐 진행된 교육운동의 이해 기초강좌는 어느 주제 하나 빠짐없이 알찼다. 그 중 가장 흥미로웠던 강좌는 ‘자본주의 경제학 비판’과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주제로 한 박승호 선생님의 강연이었다. ‘물신주의’, ‘초과착취관계’, ‘수탈국가화’ 등의 어려운 말들을 동원하고서야 비로소 가능하긴 하지만, 최근의 사회 양극화나 빈곤의 문제와 이에 대한 민중들의 저항, 그리고 이를 무마하기 위한 정권의 폭력성과 야만성 등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더불어 자본은 분명 구조적 위기에 처해 있고, 우리의 투쟁은 상승국면에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강좌를 들으면서 내가 토대하고 있는 세상에 대해 냉철하게 인식할 수 있고, 또한 나의 입장과 활동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엠티의 추억

박승호 선생님의 강좌이외에도 좋은 강좌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마지막 강좌를 겸하여 진행한 엠티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강좌기간 내도록 개인적인 사정으로 뒤풀이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 늘 아쉬웠는데, 그 아쉬움을 모조리 날려버릴 기회가 온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인지 엠티 직전에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결국 오랫동안 고대해 온 엠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불참을 알리기 위해 배태섭 사무국장님께 연락을 드렸으나 돌아오는 것은 밤을 새서 해야 할 일을 모조리 마무리 짓고 무조건 엠티에 참석하라는 싸늘한 답변이었다. 사정을 이야기해도 씨알도 안 먹혔으며, 심지어는 엠티에 참석하지 않으면 이전에 부탁한 연석회의 기자한마당 강연은 해줄 수가 없을 것 같다는 모종의 협박까지 이어졌다.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배태섭 사무국장님과 나와의 관계는 철저한 give&take 관계이지 않았던가. 결국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물신주의에 찌들어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며, 밤을 새워 일을 마무리 짓고 엠티에 합류했다.
엠티에 참석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배태섭 사무국장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샘솟았다. 무리하게 일정을 소화하고서라도 엠티에 참석한 것이 얼마나 현명한 선택이었는가는 곧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저녁식사 메뉴는 국물이 부옇게 우러난 설렁탕이었으며, 이후에는 안주로 갈비찜, 삼겹살, 생선구이, 버섯해물전골 등이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호사스러운 엠티는 처음이었다. 아름다운 안주들 속에서 즐거운 밤을 보냈다.

약속과 다짐 그리고 고마움

엠티를 간 밤, 천보선 선생님과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한 것이 있었다. 바로 2006년에는 학내에서 교육세미나를 조직해서 초짜세미나와 기초강좌를 통해 공부한 것들을 다시 한번 풀어내고, 고민해보겠다는 것―술이 깨고 나서 내가 왜 그런 약속을 했을까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지만―이었다. 내가 처한 여건 속에서 교육세미나를 만들고,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다. 그러나 굳이 못 할 이유도 없다는 오기가 생긴다. 초짜세미나를 마치며 스스로 다짐했던 것―초짜세미나와 함께 했던 고민들은 학내에서 그리고 신문사 내에서 다시 시작해보겠다던 것―조차 제대로 실천으로 옮기지 못한 상황에서 또 다른 약속을 하고 다짐을 한다는 것이 무책임하고 무모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으며, 설사 늦었다하더라도 이번 강좌를 계기로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강좌를 듣게 된 계기가 되었던 후배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덧붙인다. 이제 막 정기자가 되어 취재하랴 기사쓰랴 눈코 뜰새없이 바쁜데도 기꺼이 강좌를 듣고, 함께 고민하기를 주저하지 않은 고마운 후배 아돌. 내가 무책임하고 무모한 다짐을 할 수 있는 것도 이 후배에 대한 강한 신뢰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강연준비하시고 함께 들은 여러 선생님들과 학생동지들, 배태섭 사무국장님, 유리언니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앞으로도 심화 세미나를 통해 진보교육연구소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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