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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 기획_강원지역 고교평준화투쟁 평가

2006.03.07 16:39

진보교육 조회 수:1819

강원지역 고교평준화투쟁 평가

정재욱ㅣ전교조강원지부 부지부장 겸 고교평준화특위장

1. 들어가며
천막농성 112일, 김효문 전교조강원지부장 단식 28일, 학부모대표/교육위원/지회장 등의 삭발 및 동조단식, 농성기간 중 거의 매주 열다시피 한 강원교육주체결의대회, 춘천/원주/강릉 지역에서의 거리선전/촛불집회/1인 시위 등. 2005년 9월부터 12월까지 전교조강원지부가 그야말로 총력전을 편 고교평준화투쟁은…. 결과적으로 패배했다. 오만한 한장수로부터 고교평준화를 실시하겠다는 항복을 받아내기는커녕, 들러리에 불과한 자문협의회를 해체하고 공정한 고교입시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약속도, 2/3 가 아닌 과반수이상의 여론조사 결과로 평준화 실시를 결정하겠다는 너무도 당연한 약속조차도 받아내지 못한 채 전교조는 천막농성을 접었고, 이어서 벌어진 교육감선거에서 한장수는 그런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64.3%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교육감에 재선되었다.
저들은 승리의 샴페인을 터트리는데, 우리는 농성 중 경찰의 폭력진압에 십수 명의 부상자가 생기고도 집시법 위반으로 지부장을 포함한 5명의 간부가 검찰에 송치되어 있다. 이제 기고만장한 학벌주의자 한장수는 고입선발고사라는 죽은 망령을 불러낼 것이고, 학력 향상을 앞세워 외국어고와 자사고를 추진할 것이다.
흔히들 사업평가서를 쓰면서 “애초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으나 일정한 성과는 있었다.”라는 낯간지러운 표현을 쓰는데, 솔직히 나는 정서적으로 이런 게 맘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서두에 나는 “2005년 고교평준화투쟁은 결과적으로 패배했다.”라고 썼다.
그런데 정말 고교평준화투쟁은 패배한 것인가?

2. 강원지역 고교평준화투쟁의 전개
강원지역 고교평준화제도는 1979년 춘천, 1980년 원주에서 10여 년간 실시되다가 1991년도부터 다시 비평준화로 돌아섰다. 이후 소강상태에 있다가 1999부터 2001년까지 원주지역을 중심으로‘범시민추진위원회’를 결성하여 서명운동, 설문조사, 공청회, 가두행진, 촛불시위 등의 활동을 벌여나갔다.
2001년 교육감선거에 당선된 한장수는 선거 시기 “다수가 원하는 지역부터 평준화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했지만, 학벌주의자였던 그는 애초부터 평준화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 결국 2003년 비평준화를 고수하려는 한장수에 맞서 사립동문과 학부모를 중심으로‘고교평준화추진위원회’를 결성하여 결의대회, 교육감관사 앞 침묵시위 등 공정한 여론조사의 실시와 고교평준화를 요구하는 본격적 투쟁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한장수는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하여 편파적인 여론조사를 강행하고, 학벌주의자를 중심으로‘강원도고교입시제도개선위원회’와 ‘강원교육기획발전위원회’등을 비민주적으로 급조하여 현행비평준화제도를 고수하고 오히려 선발고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음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에 고교평준화추진위원회와 전교조 강원지부는‘고교평준화를 지지하는 강원교사 서명’, ‘평준화실현과 선발고사 폐기를 위한 강원도민결의대회’ 등 투쟁을 전개했으나 한장수는 12월 7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어 12월 26일 평준화 찬성이 2/3 를 넘지 않았으므로 현행 비평준화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선발고사를 도입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전교조 강원지부는 발표 당일 지부장의 무기한 단식농성과 12월 31일 강원교사결의대회를 열고 도교육청 앞에서 집행부 단식을 포함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지부장 단식 25일, 지회장 집행부 동조단식 8일, 결의대회 3회, 촛불문화제 2회, 교육위원 동조단식 등 겨울방학 중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투쟁이 전개되었으며, 결국 천막농성 28일째 되는 1월 27일 한장수는 선발고사 유보를 발표했다. 이후 2004년은 고교평준화에 대한 사회적 의제화를 목표로 춘천/원주/강릉 지역에서 평준화 대토론회를 개최하면서 2005년도 본격적 투쟁을 준비하였다.
평준화투쟁은 이데올로기 투쟁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고교입시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중지를 모아내는 시민운동 차원의 개량적 투쟁이 아닌 자본주의의 모순이 빚어낼 수밖에 없는 정치투쟁이고 사회변혁투쟁이다. 따라서 투쟁의 주체를 어떻게 세워나가야 하는가와 또한 투쟁의 내용을 어떻게 담아내야 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불평등교육으로 인해 소외받는 계층(노동자, 도시서민, 농민 등)을 투쟁의 주체로 세워내고, 단순한 고교입시제도의 개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교육을 상품화시키려는 시장화/개방화론자들로부터 교육의 공공성을 지켜내고, 엘리트위주의 경쟁교육으로부터 진정한 평등교육을 실현해 내야하는 등 궁극적으로는 대학평준화/공교육개편을 지향하는 내용을 담아내야 할 것이다.
2005년 평준화투쟁은 과연 투쟁의 주체와 내용을 올바로 세워내고 담아내었는가?
2005년 김효문 집행부가 새롭게 들어서면서 전교조 강원지부는 3월 26일 대의원대회에서 고교평준화투쟁을 2005년 중심사업으로 설정하고, 4월‘강원지부고교평준화 특별위원회’와 5월‘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고교평준화 실현 강원교육연대’를 출범시키면서 투쟁의 주체를 세우고 거리선전과 도민서명을 추진하면서 7월 21일 도교육청 앞에서 제1차 교육주체결의대회를 통해 투쟁을 선포했다.
평준화에 대한 지역 여론 또한 2004년 10월 수능 비중 축소와 내신강화를 골자로 하는 ‘2008년 이후 대입제도’가 발표되면서 2005학년도 고입에서 소위 명문고 진학을 망설이거나 기피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이에 따라 고입을 앞둔 학부모들 속에 고교평준화에 대한 요구가 일어났다.
이에 차기 교육감 재선을 노린 한장수는 여론의 불리함을 만회하기 위해 5월 26일 ‘고교입시제도관련일정’을 발표하고 8월‘고교입시관련자문위원회’를 급조하여 들러리 세웠다. 이제 교육감선거를 앞두고 한장수의 사병에 지나지 않는 강원도교육청과 전교조가 중심이 된 강원교육연대의 한판승부는 불가피한 것이 되고 말았다.

다음은 9월부터 12월까지 계속된 평준화투쟁의 주요일정만을 정리한 것이다.

9.2  제2차 고교평준화 실현을 위한 강원교육주체 결의대회(강원도교육청) 후 교육청 앞 천막농성 돌입. 이후 12월  22일까지 112일 간 천막농성 지속.
9.14  제3차 고교평준화실현을 위한 강원교육주체 결의대회(강원도교육청) 후 강원지부장 단식 선언. 이후 10월 11일까지 28일간 단식.
9.24  제4차 고교평준화 실현과 한 장수 교육감 규탄 강원도민 결의대회(춘천 시청)
9.27  17개 지회장 단식 수업. 전교조 위원장과 지부장단 교육청 방문
9.29  제5차 고교평준화 실현과 한 장수 교육감 규탄 시민결의대회(춘천, 원주, 강릉에서 지역별 실시)
10.6  강원지부 집행부 단식수업. 춘천시의원 17명 평준화지지 성명
10.8  제6차 고교평준화 실현과 한 장수 교육감 규탄 강원도민 결의대회(원주)
10.10 전국대의원, 지부대의원 단식 확대
10.11 강원학부모연대, 참교육학부모연대 대표 단식
10.12 지회집행부, 분회장 단식 확대
10.14 제7차 고교평준화실현 및 한장수 교육감 규탄 강원학부모 결의대회(춘천)
10.20 원주시의회 12명 평준화 지지 선언. 민병희, 안종원 교육위원 단식 의정활동 선언(이후 11월 1일까지 13일 간 계속하다 탈진하여 병원입원)
10.21 제8차 고교평준화실현과 한 장수 교육감 규탄 시민 결의대회
10.24 고교평준화 공동수업 실시. 전교조-도교육청 간 고교평준화 관련 협의회(한장수 교육감 이석으로 회의장에서 2박3일 철야농성)
이후 천막농성 지속하며 강원도교육청과 매주 교섭
12월 22일 강원교육연대 향후 투쟁 선포하고 농성장 철수

3. 나오며
이후 2006년 1월부터는 교육감선거투쟁에 돌입하였다. 교육감선거를 통해 평준화를 최대한 쟁점화시켰으나 선거에서는 패배했다. 3번의 유세와 4차례의 TV토론을 통해 우리 전교조후보가 잘한다는 평가도 듣고 전교조의 위상도 높인 것은 사실이나 결과는 무참하게 깨졌다.
2005 강원지역 평준화투쟁은 패배했는가? 그렇다, 패배했다. 그러나 패배했다고 투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적당히 타협해 성과를 얻었다고 새살을 까는 것보다, 맞장 뜨다 깨지더라도 그 분노를 모아 다시 투쟁을 준비하는 것이 진정한 노동운동의 자세가 아닐까 하는 것이 작금의 노동운동판을 보며 요즘 내가 생각하는 것이다.
내 정서에는 맞지 않지만 강원지부 겨울연수에 제출된 ‘평준화투쟁 평가’로 마무리 한다.

결론적으로 고교평준화실현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으나, 도단위와 지역단위의 연대의 틀이 구축되었으며 고교평준화의 당위성과 사회적 쟁점화를 상승시켰다.
성과 : 강원교육연대, 강원학부모연대 등이 결성되면서 운동의 폭이 확대되고 강고한 연대투쟁의 기초가 마련되었다. 고교평준화의 당위성과 사회적 쟁점화를 끌어냈고 이후 지속적 투쟁의 조건을 마련하였다.
한계 : 고교평준화 결정을 끌어내지 못하여 2006년의 과제로 넘겼다. 지역교육연대의 자체 동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과제 : 고교평준화의 문제가 강원도 전체가 아닌 춘천/원주/강릉의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을 불식하고 지역교육연대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고교평준화 해체 기도에 대한 총체적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고, 외고 설립과 고입선발고사 부활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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