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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논단_외국교육기관 특별법 비판

2003.11.07 15:07

jinboedu 조회 수:3004 추천:10

제주국제자유도시 및 경제자유구역 내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 기본계획 및 특별법 제정안 비판

제주국제자유도시 및 경제자유구역 내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 기본계획 및 특별법 제정안 비판

 

정재욱(전교조 정책실장)

 

 

1. 추진 배경과 관련하여

 

  제주국제자유도시 및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을 추진하면서 교육부가 밝힌 추진 배경의 첫 번째 이유(목적)는 '동북아 중심국가 및 국민소득 2만불 시대의 기틀 마련을 위한 외국인 투자 촉진'이다. 외국인 투자 유치의 순위는 외국인의 생활환경 순위에 비례하고,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환경이란 인식 속에 외국인을 위한 교육 여건을 정비하겠다는 것이 이 특별법의 추진 배경이란 거다.

  따라서 특별법의 성격과 관련하여 분명히 정리하고 넘어갈 것이 있다. 이 특별법의 목적은 한국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세간에서 떠도는(교육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신자유주의 시장화론자들이 공교육 붕괴에 따른 국민적 저항을 비껴가기 위한 사탕발림으로 은근히 유포한 허위 이데올로기이지만) 외국교육기관이 국내에 들어오면 경쟁을 통해 공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거나, 외국의 우수한 교육기관을 국내에서도 다닐 수 있어 교육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다고 하는 말들은, 그 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 특별법의 추진 목적과는 전혀 상관없다.

  외국 자본의 원활한 유치를 위해선 한국의 공교육이 붕괴되는 한이 있더라도 국익 차원에서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이 특별법의 분명한 목적이다. 다음은 이 특별법의 실무책임을 맡고 있는 교육인적자원부 대학정책과장의 말이다.

 

  이번 특별법은 동북아 중심국가를 건설한다는 계획에 따라 조성하는 경제자유구역에 원활한 외자 유치가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입니다. 교육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의 생활 여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교육 여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경제자유구역은 실패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부분적인 부작용보다는 국익 차원의 큰 틀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부분적인 부작용보다는 국익을 위해서 이 법의 추진은 불가피하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부분적인 부작용이란 표현은 특별법으로 인해 한국 공교육이 입을 부정적 결과를 말하는 것일 테고 국익 차원이란 외자 유치를 말함이리라. 그러나, 문제는 과연 부분적인 부작용뿐일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우선 그 대상이 '교육'이라는 점에서 그렇고(교육은 교류의 대상은 될지언정 교역의 대상은 될 수 없다), 특별법에 담겨 있는 내용을 분석할 때 한국의 공교육에 부분적인 부작용을 끼치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공교육 체계를 붕괴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난 3월 말 정부는 WTO 교육개방 1차 양허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WTO 교육개방 1차 양허안을 제출한 나라는 146개 회원국(2003, 3월 현재) 중 4개국에 그쳤다. 1차 교육개방 양허안 제출 당시 프랑스에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교육과 문화는 교역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할 정도로 교육, 문화, 의료 등 사회적으로 공공성이 강한 영역의 시장화, 개방화를 적극 반대했다. 이런 유럽사회의 정세 인식과는 상반되게 한국정부는 WTO 교육개방은 세계적 수준에서 볼 때 대세라고 국민을 속여가며 양허안을 제출한 것이다. 당시 교육개방에 대한 거센 반대에 부딪친 정부는 현행 수준을 그대로 문서화하는데 그칠 수밖에 없었으나, 양허안 제출의 의미는 이후 실질적인 교육개방을 예고한 것이며, 그 우려는 지금의 특별법 추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대대적인 자발적 자유화 조치로 국민을 기만하며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개방이 대세라는 정부의 거짓 선전과는 달리 '교육은 교류의 대상은 될지언정 상품교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유럽과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분명히 밝히고 있고, 이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국내 사교육 시장을 자발적 자유화 조치로 우선 개방하여 다른 산업 부분의 협상과정에서 각종 인센티브를 점하고자하는 대기업중심산업의 이윤창출에만 관심이 가 있는 한국 정부의 근시안적이고도 반민중적인 태도가 한국 공교육의 붕괴도 아랑곳하지 않는 이런 악법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되풀이 하지만 특별법은 한국 공교육의 질적 발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교육부가 추진 배경에서 밝혔듯이 경제 논리 속에 교육을 종속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외국교육자본의 영리추구를 시작으로 한국교육은 시장판이 될 것이고, 결국 공교육은 붕괴되고 교육주권마저 상실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 같은 뻔한 결과를 눈속임하기 위해, '세계 수준의 우수 교육기관을 제주 및 경제자유구역에 유치하여 장기적으로 우리 나라를 아시아의 교육·연구 중심지로 발전'시킨다는 달콤한 말로 포장하여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한국의 사교육 시장을 놓고 교육부분 양허요청국은 군침을 흘리고 있다. 그들은 양질의 교육이나, 보다 더 평등하고 인류 발전에 도움이 되는 학문 정진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이 중 뉴질랜드, 호주 등은 초·중등까지 전면 개방을 요구하였고 미국을 비롯한 초국적 자본은 학교 설립에 있어 '영리 추구'와 '과실송금 허용', '외국학교의 수도권 진출' 등을 적극 요구하였다. 그들이 한국의 사교육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목적은 명백하다. 영리추구인 것이다. 교육이 아닌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 나라의 입장에서 볼 때, 교육개방 부분을 대학에 한정하고, 교육의 영리행위를 금지(과실 송금 금지)하고, 수도권 진출을 금지한 한국의 1차 양허안 수준은 그들에게는 도저히 이해타산이 맞지 않는 거래로 기대에 한참 어긋나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국내 경제계에서도 1차 양허안 제출 이후 이구동성으로 양허안 수준을 가지고 문제 삼기 시작했다. 1차 양허안에서 인정한 교육개방 수준으로는 도저히 외국교육기관의 국내 진출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개방을 요청한 나라의 압력이 있었는지, 아니면 그들의 주장대로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염려하는 자발적인 수준에서의 신심이었는지는 몰라도 국내 경제계 인사들은 교육의 영리행위 인정, 과실송금 허용, 일부 지역 초·중등까지 교육개방 요구, 과실송금 허용, 외국교육기관의 수도권 진출 허용 등을 이후 협상과정에서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제 이후 협상과정을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번의 특별법으로 전면적 교육개방의 길이 열린 것이다.

  분명히 말하겠다. 세계 수준의 우수 교육기관을 제주 및 경제자유구역에 유치하여 장기적으로 우리 나라를 아시아의 교육·연구 중심지로 발전시키겠다는 교육부의 추진 배경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교육부의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계획 및 특별법 제정안'을 보면 외국인 투자환경 조성을 위해서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교육에 필요한 시설은 임차도 가능토록 하고, 수익용 기본재산에 대한 대체 요건으로 동 재산액에 해당되는 금액을 보험에 가입하면 얼마든지 학교를 설립·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국내 진입 외국교육기관(외국교육자본)에게 설립에 따른 재정이 거의 필요 없는 온갖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같은 극단적 특혜를 주면 우수한 외국교육기관이 정말 들어온다고 보는 것일까? 다음은 교육부가 지난 5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교육시장 개방 관련 OECD/US 국제포럼'에 참석 후 낸 결과보고서의 내용이다.

  현재로서는 외국의 분교설립 등 해외 교육시장 진출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는 외국의 우수 대학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이며, 일부 외국의 사이버 대학·사설 온라인프로그램 제공자·어학원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교육사업자만이 관심을 보인다.

 제아무리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특혜를 준다고 해도 해외 명문교육기관들은 실제로 국내 진출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직 사설 학원 정도 수준의 교육기관만이 돈벌이를 목적으로 관심을 보일 뿐이고, 따라서 한국 정부의 과도하다할 정도의 외국교육기관에 대한 이 같은 특혜 부여는 예전부터 이어져온 한국 정부의 굴욕적이며 노예적 외교정책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그러면 돈벌이를 목적으로 들어오는 외국교육기관은 어떻게 운영될까? 특별법에 의하여 설립되는 외국교육기관은 국내법상 학교로 보지 않기 때문에, 따라서 사립학교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무슨 말인가? 학교의 학기, 수업일수, 교육과정, 학급편성 및 휴업일과 반의 편성·운영 등에 관하여 국내 교육법에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교육부장관이 검정하는 교과용 도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것은 쉽게 말해서 국내에 진출한 외국교육기관들이 교육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교과서를 가지고 수업을 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교사 채용의 문제 또한 교육의 질적 하락에 영향을 미칠 요인 중 하나인데, 외국인교사의 임용자격, 임용기간 등 교사자질 검증 부분에 해당하는 것조차 규제를 풀어 주었다. 이는 경제자유구역 내의 외국교육기관에서 행해지는 교육은 검증되지 않는 교과서 사용, 검증되지 않는 외국인교사가 교육을 담당하여 전반적인 교육의 질적 하락의 문제가 발생한다하여도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기제가 현재로는 아무 것도 없다.

 정부는 지금, 한국 공교육을 희생시켜서라도 외국자본을 유치하겠다는 시장화론자들의 경제우선논리 속에 만들어진 특별법의 실제 목적을 숨긴 채, 우리 나라와는 전혀 상황이 다른 도시국가이고 영어를 사용하는 싱가폴의 예까지 구차하게 들어가며, 세계 수준의 우수 교육기관을 유치하여 중국, 동남아 등 외국 인재까지 국내 유학을 오게 하는 아시아의 교육·연구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장미빛 약속을 내걸며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법의 목적은 오직 하나다. "우리 공교육을 파탄시켜서라도 외국자본을 끌어들이자!"

 

2. 구체적 추진 방안과 관련하여

 

  표현이 좀 지나친 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특별법 추진과 관련하여 참으로 가증스러운 게 하나 있다. 지난 3월 양허안 제출 당시 '과실 송금'이 쟁점이 되었다. 교육의 영리행위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에 밀려 교육부는 고등교육의 개방에 있어서도 일체의 영리행위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별법'을 보자. 제3조 용어의 정의에서 '외국학교법인이라 함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법인'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위 정의는 이어지는 제10조 외국교육기관의 회계 제2항에서 '외국교육기관의 결산상잉여금'의 본국 송금을 허용하는 조항으로 사실상 WTO 교육개방의 쟁점이 되었던 본국으로의 과실 송금 조항을 말만 바꾸어 허용한 것에 다름 아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비영리법인이므로 '과실'은 발생하지 않으며, 따라서 과실 송금은 해당사항이 없다고 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회계 연도 말에 '결산잉여금'이 발생할 경우, 잉여금의 타 회계 전출(해외송금 등)을 허용하게 해야 하는데(왜 허용해야만 하는지 도대체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현행법상으로는 이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단다. 그래서 짱구를 굴린 것이다. '해외 송금은 허용하되, 외국교육기관의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관할청의 승인을 받아 송금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사실 이 조항도 애초에 만들었을 때(9월)는 제1항은 '기업회계의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고 그 속내를 분명히 드러냈었는데, 10월 자료에는 기업회계란 말이 슬쩍 사라졌고, 제2항에서도 '공인회계사의 감사증명서를 첨부하여'란 말을 첨가하고 '다른 회계로 전출할 수 있다'란 말도 '본교 회계'란 말로 바뀌었다. 그러나 말장난에 불과할 뿐 내용은 똑같은 거다. '공인회계사의 감사증명서 첨부'란 말이 뭐 대단한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영리법인'이 결산이익금을 해외에 송금할 때 공인회계사의 감사증명서를 첨부한다는 외국환거래 규정에 의거한 말이다. 비영리법인이라 하면서 실제로는 영리행위를 인정하는 이런 교묘한 말장난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분명히 말한다. 이제 경제자유구역 내의 외국교육기관은 온갖 특혜 속에 교육이라는 미명 속에서 무한한 이윤추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 '특별법'이 그것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른 경제자유구역은 얼마든지 전국적으로 확산될 여지가 충분하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제한을 국제공항과 국제항만 시설이 있는 지역으로 한한다고 하나, 국제항만 등은 고려사항이지 필수사항이 아니라는 점, 또한 국제공항과 국제항만을 포괄하는 범위가 불분명하며 재경부에서 밝히듯이 항만지역, 인근지역, 연계지역 등이 언급되어 경제자유구역의 전국적 확대는 무한히 열려있다고 봐야 정확한 실정이다.

  따라서 경제자유구역의 전국적 확대에 따라 자연히 전국적으로 외국학교가 자유롭게 설립, 운영될 수 있다는 결론은 어렵지 않게 도출할 수 있다. 또한 경제자유구역법 제 22조 4항에 따라 경제자유구역내의 외국교육기관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규정을 받지 않아 바야흐로 교육의 이윤추구에 용이한 인구밀집지역인 수도권까지 자유롭게 진출 할 수 있는 특혜를 부여받게 된다.

  또한, 교육부는 외국교육기관은 국내법상의 학교로서의 권리와 의무가 배제되므로 기본적으로 운영은 자율화하되, 내·외국인 학생 입학 등 필요한 사항은 심사하여 승인한다고 기본방향을 밝히고 있다. 심사하고 승인한다는 궁색한 단서 조항을 붙였으나 한마디로 내국인 학생의 입학을 허용한다는 말이고, 등록금, 학생 선발 방법, 교육과정, 학사운영, 모집 비율 등도 자율적으로 하게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외국교육기관에서 우리나라 초·중등 및 고등과정을 이수한 자는 그에 상응하는 대한민국 학교를 졸업한 자와 동등한 학력을 인정한다고 한다.

  교육부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의 생활환경이 좋아야하고, 생활환경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환경이라고 특별법 추진 배경을 말하면서 마치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교육기관 입학 대상이 대부분 외국인 자녀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그래서 내국인 입학과 관련하여서는 설립승인 심사시 해당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총량제 적용 또는 학교별 내·외국인 입학정원 할당(모집비율의 쿼터제)을 승인조건으로 부과하여 내국인 입학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도대체 경제자유구역 내에 설립되는 외국교육기관에 외국인 자녀가 몇 명이나 들어가겠는가? 사업상이유로 국내에 들어와있는 외국인들이 고등학생 이상의 자녀를 데리고 들어올 리도 없으며, 외국인에게 국내 학력을 인정해 준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교육부는 보다 솔직해져야 한다. 경제자유구역 내에 설립되는 외국교육기관은 그 대상이 외국인 자녀가 아니라 내국인이다.

  국내로 진출하는 초국적 자본이 '법인'의 외양만 갖추면 이제 온갖 특혜를 누려가며 학교를 설립해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돈벌이에 전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초·중등 교육의 경우 학교 브랜드를 무기로 장사하려는 외국교육자본의 진입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그럴 경우 강남 8학군을 능가하는 '귀족교육특구'가 형성될 것이다.

  또한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교육기관이 부여받게 될 자율적 권한(학생선발, 교원임용, 교육과정 운영 등)은 외국교육기관에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우리나라 공교육체제에 당연히 큰 영향력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특히, 대학 입시가 전체 초·중등교육을 규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왜곡된 교육구조 속에서 대학 입학과 직결되는 교육과정 운영의 문제는 커다란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교육기관에서는 대입에 유리한 특정 교과를 집중적으로 이수할 수 있기에 이러한 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요구는 당연히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으며, 나아가 외국교육기관의 교육과정 운영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교육과정 운영의 전면 개편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미 7차교육과정을 통하여 제도상으로는 자율운영이 결정되어 있는 부분을 완전 자율로 강제하게 될 것이며,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음미체 교육자체에 대한 구조조정의 음모는 이와 결코 무관한 것이 아닌 것이다.

 특별법은 사실상 특정 지역만 관련된 것이 아니며 특정학교(외국교육기관)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닌 것이며, 전면적인 교육개방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문제인 것이다.

  게다가 이는 다시 국내 교육기관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키어 결과적으로 국내 교육기관마저도 '영리행위추구' '자율적 등록금 책정에 따른 높은 금액의 등록금 책정' 등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국내교육기관에서 외국교육기관과의 역차별을 들면서 국내교육기관에게 외국교육기관과 같은 수준의 평등한 교육여건을 조성해 달라는 것은 국내 교육기관에서도 영리행위 인정, 학교 청산시 잔여 재산의 설립자 귀속 허용, 학생선발의 자율권 부여 등에서의 평등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자유구역이 확대되고 전국적인 수준으로 귀족형 외국학교 설립 완전 자유화가 진행된다면 이와 함께 필연적으로 외국교육기관과 국내교육기관의 역차별 논란이 크게 일어나고 국내교육기관까지 귀족형 교육기관화될 개연성이 높다. 이제 한국교육은 소수의 가진자의 자식들이 다니는 귀족학교와 다수의 서민의 자식들이 다니는 삼류학교로 갈라진다.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교육불평등과 그에 따른 사회적 위화감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대학교육의 경우는 현재도 이미 충분히 시장화 흐름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의 요구에 따라 얼마든지 대학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대학 회계를 기업회계화할 수 있는 개정산업교육진흥법이 그러하며, 부실대학 구조조정 방안의 하나로 학교 청산 시 잔여재산을 설립자에게 귀속케 하겠다는 교육부의 발상과 기부금입학제 도입 등이 그러하다. 따라서 역차별 논란은 대학보다는 초·중등교육부분에 시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고교 평준화가 해외 유학을 부추긴다는 둥, 한국 공교육의 질적 하락을 낳는다는 둥 보수진영에서의 이데올로기 공세가 거세다하여도 초·중등 부분은 아직까지 공공성의 개념이 강한 남아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WTO 교육개방은 필연적으로 시장화의 흐름과 맞물린다고 본다면 공교육의 기틀이 대학에 비하여 비교적 튼튼한 초·중등교육부분에 시장화, 개방화의 칼바람이 몰아칠 것이다. 이를 반증하는 것이 27개 교육특구 신청지역들에서 하나같이 교육특구 지역의 교육기관의 영리행위인정, 초·중등부분의 전면 개방화, 과실송금허용, 평준화 해체 요구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고교 평준화 해체, 한국 공교육 골간 붕괴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 공교육의 조종(弔鐘)이 울리는 것이다.

 특별법에 따르면 외국교육기관에 유아에서 대학(원)교육까지 제한 없이 내국민입학이 허용된다. 그리고 국내 진출 외국교육기관은 교육과정과 관련, 기본 국민공통교양교육을 이수하지 않더라도 학력을 인정받게 되어 있다. 따라서, 국내 진출 외국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들 간의 국민적 정서의 분열과 위화감이 발생함은 물론, 가뜩이나 외국 문화와 교육에 대한 한국인의 무분별한 선호가 높은 가운데 시민으로서의 기본교양과정 없는 교육만을, 더욱이 초국적자본의 논리만이 통용되는 교육철학과 교양과정만을 이수하게 되는 것을 상상해 보라.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고부가치 창출을 위해서 미국 등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금융기법을 터득한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MBA 과정을 도입하고, IT분야 등의 인력양성에만 적극 투자를 하고, 외국어 구사능력을 취업의 최우선 가치로 꼽아 전 국민이 허구적 영어 열풍에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공교육의 미래를 상상해 보라. 이른바 신자유주의 시대에 걸 맞는 사회문화적 질서에 철저하게 종속되어 경쟁과 개인선택논리, 효율성의 개념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고, 그 속에서 민중통제교육권, 교육 공공성 개념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그 생명을 다하게 될 것이다.

 경제자유구역법 제 22조 7항은 외국인교원의 임용조건을 대폭 완화한다는 내용이다. 외국교육기관과 국내 교육기관과의 역차별 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외국교육기관의 교원임용조건의 완화는 곧, 국내 교육기관에서의 교원임용조건 완화 요구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현재에도 많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는 비정규교사 노동의 문제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고 이것은 국내 교육 전반의 교육노동 유연화와 필연적인 교육노동 조건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교육의 질은 현저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

 경제자유구역법에 의한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노동, 환경, 교육, 의료, 문화 등 전 영역에 큰 영향과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초국적 자본에 대한 '최대 특혜와 절대 자유'를 약속하여 노동권의 심각한 훼손, 교육 및 의료 공공성의 파괴, 무분별한 지역개발 경쟁과 이에 따른 환경파괴,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의 교육, 노동권의 심각한 침해로 이어지는 등 경제자유구역법의 문제점을 꼽기에 숨이 찰 정도이다. 이처럼 중요한 법률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행정적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자유구역지정 및 처분을 발령하는 곳은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이다. 그 구성에 있어 경제자유구역법 제 25조에 따라 재경부의 유관부처 행정기관, 재정경제부장관이 위촉하는 자로만으로 한정되어 있어 구성의 비민주성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특별법도 그 예외가 아니다. 경제자유구역에 설립되는 외국교육기관의 설립의 승인은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심의·의결을 받아야 된다. WTO 교육개방 1차 양허안 제출 시기에도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이에 대한 여타의 권한이 없었다. 모든 권한은 재경부와 외통부에 있었으며 주무부처의 결정은 한낱 참고사항 정도로만 국한되었다.

WTO 교육개방에서부터 특별법까지 교육부분의 주무부처는 한국 공교육의 골간을 뒤흔들게 될 개방화·시장화에 관해서는 '강 건너 불구경'격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교육개방·시장화의 전 영역을 재경부와 외통부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과정에서 교육의 경제적 종속이 심화되어 가고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WTO 세계화 질서 속에 민중은 철저히 배제되고 소외되듯이 WTO 교육개방 전면화 특별법, 그 안에 민중진영의 참여의 논리는 철저히 사장되고 있다.

 형식적 공청회를 통하여 WTO 교육개방 전면화 특별법을 연내에 통과시키려하는 교육부와 재경부의 특별법 추진 일정에는 실질적 교육주체인 교사,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의 참여와 권리주장은 철저히 배제당하고 있으며 소외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10월 26일 오후) 종묘공원에서 열린 '비정규직 노동자대회'에서 또다시 벼랑 끝에 내몰린 한 노동자가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벌써 올해 들어 네 번째다. 10월 들어선 불과 며칠 사이에 세 명의 노동자가 죽음의 길을 선택했다. 이들은 자살한 것일까? 아니다. 이건 명백한 타살이다! 특별법 얘기하다 왜 노동자의 분실자살을 말하나 의아해 하시는 분이 있을 지 모르겠다. 경제자유구역법이 무엇인가? 초국적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그들의 이윤추구를 보장해 줘야 하고, 그래서 온갖 규제를 풀고 특혜를 주어야 한다. 오로지 초국적자본의 영리추구를 위해서 만든 것이 경제자유구역법이다. 무슨 얘긴가? 그곳에선 '근로기준법'도 휴지 조각이 되어버리고, 헌법도 안중에 없다는 얘기다.

경제자유구역법은 '월차휴가 폐지, 주휴·생리휴가 무급화', '파견제 확대 허용', '단체행동권 제약', '장애인, 고령자 의무고용 회피' 등 노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이는 명백한 위헌적인 법률(헌법 제32조의 근로의 권리,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인 것이다. 한마디로 경제자유구역법에 의한 경제특구는 노동자에게는 '노예특구'인 것이다. '동북아 중심국가 및 국민 소득 2만불 시대'란 장미빛 구호 속에 노동자는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울러 경제자유구역법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31조 제1항도 침해하고 있는 명백한 위헌적 법률이다. 그리고 '특별법'은 그 '모법'의 아들이다.

"노동자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나라"

  35m 지프 크레인에서 129일 동안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다 끝내 목숨을 끊은 한진중공업 고(故) 김주익 지회장의 유서에 나오는 피끊는 절규다.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다. 초국적자본의 이윤추구만 보장해 주는 경제자유구역법과 같은 악법에 의한 타살인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의 자식들은 이제 '특별법'에 의해 교육에서조차 소외된 채 확대생산 되고 있다.

 이것이 참여정부를 살아가는 노동자의 현실이다. 특별법, 그곳에 대다수 민중의 참여란 없다.

 

3. 또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당연시하거나, 싫어도 어쩔 수 없지 않느냐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반세계화운동이 날로 강화되는 가운데 자본간의 경쟁과 대립으로 인해 WTO체제는 매우 불안정하다. 이미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세계적 추세가 아니다.

  시애틀에서 멕시코 칸쿤까지, 반세계화 운동에 나선 사람들의 한결같은 외침이 있다.

  "또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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