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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 대학교육을 상품화하는 학부제 혹은 모집단위광역화

2003.05.02 21:51

박영진 조회 수:1763 추천:3

<학부제 평가>

대학교육을 상품화하는

학부제 또는 모집단위광역화

박영진 대학교육분과


1. 학부제 도입에 대한 반응

96년도 학부제안이 처음 발표되었을 , 대학 구성원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동안 지나친 학과 세분화로 빚어왔던 학과 이기주의나 편협된 교육에서 탈피해 학생들이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해 공부할 있는 바람직한 제도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주장도 있었다. 주로 반대입장을 밝힌 쪽은 학생운동 진영에서였는데, 학부제가 실시되면 (지금도 드러나는 문제이지만) 학과중심 문화가 완전히 무너진다는 우려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운동이 재생산되는 골간구조는 학과중심의 학생회였는데, 학부제가 실시되면 학과의 소속감도 떨어지고 학과중심으로 재생산되던 학생운동주체 양성에 있어서 다른 대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학생운동진영에서는 학부제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학부제논쟁에 있어서 대학교육과정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도 있었다. 그동안 학과중심체제는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학과구조이고, 유사과목이 이름만 다르게 둔갑하여 학생들에게 혼란을 일으키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는 파편화 되고 전문화된 근대의 지식체계를 바탕으로 대학의 학과체계를 넘어 학문간의 연계를 통한 통합적 학문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는 인식에서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에 따라서 지식의 체계가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한 전제 하에서 기존의 학문발전을 가로막던 학과체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학문연구의 길을 터놓을 있다는 주장은 유의미하지만, 현재 실시되는 학부제는 앞서 말한 주장을 제대로 실현할 없다. 이유가 무엇일까? 기본적인 취지에 있어서 학문연구 방향에 대한 언급을 하고는 있지만, 실제 교육부나 대학에서 제시하고 있는 학부제 실시는 행정체계의 변화와 대학수요인력의 조절을 위한 방편으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주장한 학문발전을 위한 학과체계를 유도하려면 지식생산구조가 달라져야 하며, 고등교육전반에 대한 교육과정이 달라져야 가능한 일인데, 현재 교육부가 진행하는 학부제는 몇몇 학과를 통합하여 신입생을 선발하고 이후에 전공을 선택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학문간의 연계와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오히려 전공선택을 위한 경쟁구조를 만들어 소위 실용적이지 못한 학문을 시장논리에 따라 도태시키고 있을 뿐이다.

모집단위 광역화 실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학부제보다도 훨씬 광범위하게 학과들을 묶어 학생을 한꺼번에 모집한 다음 1~2년이 지난 후에 전공을 선택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편중된 전공선택, 대형강의증가, 형식적인 전공교육 대학교육의 질을 낮아지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렇듯 학부제와 모집단위 광역화는 학문간의 연계와는 아무 상관이 없을 아니라 전통적인 학과구조에서 실용적이지 못한 학과들을 자연스럽게 구조조정 하는 결과만을 낳고 있을 뿐이다.

2. 학부제 도입배경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는 수준에서 정상적으로 훈련받은 노동자를 값싸게 공급하기 위해 구조적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공급을 과다하게 만들어 놓는 경향이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90년도에 4년제 대학 107, 전문대학 117개였던 대학 숫자가 10년이 지난 2001년에는 4년제 대학 161, 전문대학 158개로 증가하고 학생수도 무려 4년제 대학은 가까이, 전문대학은 가량 증가하였다.

고등교육의 팽창은 자본의 의도일 뿐만이 아니라 '민중의 교육권리를 쟁취' 하기 위한 저항이 반영된 측면도 있지만, 고학력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고 대학의 서열구조도 여전히 남아있는 가운데 단순히 고등교육에 대한 팽창만을 유도하는 것은, 소수 두뇌집단을 양성하는 엘리트 구조는 강화하고 나머지 대학은 노동계급의 개인적인 '계층상승'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과잉 지식산업예비군을 양성하여 사회적 진출에 대한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정작 대학교육의 질은 낮아지는 문제를 피할 없게 된다.

국가가 고등교육정책으로서 사회적인 노동력 수요와 공급을 철저히 조정하고 있는 프랑스에도, 1990년대 중반부터 대학입학정원을 크게 늘렸고, 독일도 유사하다. 미국은 1980년대 중반부터 이미 대학교육의 대중화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대학교육의 대중화는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교육의 공공성 전통이 강한 유럽의 대학팽창은 국가적 차원에서 책임질 있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럽과 달리 교육에 대한 공공적 인식이 미흡하고, 교육에 무지한 사람들이 무조건 학교를 증설하여 학생들을 더욱 많이 수용하기 위해 학과체계를 늘리는 편법을 씀으로써, 학과체계가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세분화되어 있고 획일화된 종합대학의 형태를 띄게 되었다. 그리고 고학력인구를 선호하는 사회적 풍토로 인해 대학은 더욱 증설되지 않을 없었다. 이렇게 난립하고 있는 대학들이 신자유주의 사회재편과정에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행정체계에서의 비효율성과 교육의 질적 하락의 문제를 지적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부제의 도입은 교육부가 발표한 것처럼 학생들에게 다양하고 폭넓은 학문 습득 기회를 제공하고, 유사과목의 중복 개설을 지양하여 교수의 강의부담 감소와 연구의 질을 제고한다는 의도보다는 교무행정 절차의 간소화와 예산절감을 꾀하며 동시에 과잉 팽창된 고등교육을 시장에 논리에 따라 구조조정 하기 위한 이유가 수밖에 없다.

학부제는 이미 박정희 정권인 1972년에 발표한 '고등교육에 관한 장기 종합 계획안'에 따라 시행되었다. 이때 박정희 정권은 '근대화·산업화에 부응하는 대학교육을 위해 학부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정희 정권이 추진했던 학부제도 현재와 유사한 문제들이 발생하였다. 1982년부터는, 학생들의 인기학과 집중 현상, 학과에 대한 소속감의 결여, 전곡학문의 학습능력 약화 여러 가지 폐단으로 인해 폐지되기에 이르러 85년경에는 모든 대학에서 폐지된다.

또한 복수전공제 역시 시간표의 중복, 취업에서의 부전공 복수전공 학문의 효용성 부재, 부전공 복수전공학과에 대한 학생들의 소속감 결여, 부전공 복수전공으로 인한 학생들의 학문적 전문능력 약화 등의 문제점이 발생했다. 그리하여 서울대의 부전공 선택 추이만 보더라도 1976 285명에서 1977 188명으로 줄어든 이어 1979년에는 133명으로 격감했을 정도로 시행된 얼마가지 않아 유명무실한 상태로 됐다.

그렇다면 30 전에 이미 실패했던 학부제가 다시 등장하게 되었을까? 30 전에는 고등교육이 아직 팽창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고, 현재는 대학의 대중화 시대를 맞이하여 노동력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의 연관성에서 다시 도입될 있었던 것이다. 학문체계의 변동은 노동력에 대한 사회적 요구의 변동과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특히 최근 노동시장에서 고학력 다기능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따라서 학부제로의 전환은 대학들이 외부로부터 새로운 형태의 고학력 노동력을 생산하라는 압력을 받음으로써 그동안 지켜오던 교육과 연구의 관행을 바꾸는 일이다.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좀더 많이 주자는 명분으로 학부제, 모집단위 광역화, 최소전공인정제, 복수전공제 등을 도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학생들이 다기능을 갖추도록 하자는 정책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대학을 '고학력·다기능' 노동자를 양성하는 공간으로 여겼을 사회에 필요한 지식생산의 장소이며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해야하는 교육의 장이라는 점을 철저히 무시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렇다고 교육부의 의도대로 다기능 노동력을 충실히 양성하고 있는 것일까? 기존의 전공분야는 사라지지 않았고, 다만 복수전공을 하게되는 형태가 되었을 뿐이기 때문에 전공교육이 부실해질 뿐이다.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대학교육의 주된 정책이 교육수준을 저하시키는 있지 않았나 싶을 정도이다.

따라서 학부제는 본질적인 취지인 노동인력을 과잉생산하고 있는 사회재편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실제로는 자본의 이러한 의도에도 충실하지도 않으면서 단지 행정체계의 효율적 재편을 위한 학과 통폐합과 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종평 등의 우수대학 선별지원, 그리고 연구중심대학을 집중육성만의 효과만을 양산하는 교육부의 교육개혁안이라고 있다.

3. 학부제 또는 모집단위광역화 추진과정 및 현황

학부제는 90년대 중반부터 김영삼 정부에 의해 다시 제기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94 10 28 교육부는 '학과통합 정책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1995 3 4 대학 학사 자율화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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