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15호 '변두리 아이들'의 삶과 문화

2003.05.02 21:11

김계정 조회 수:1440 추천:4

'변두리 아이들'의 삶과 문화

'변두리 아이들'의 삶과 문화

김계정 교육문화분과


I. 변두리 아이들의 삶

1. 왜 '변두리 아이들'을 말하는가?

'변두리 아이들'에 대한 나의 관심은 도시학교에서 농촌학교로 근무지를 옮겨오면서부터 비롯되었다. 도시의 삶에 익숙해져 있고 도시 아이들의 문화에 익숙해져있던 삶의 조건이 농촌학교로 바뀌면서 삶의 의식도 중심부 문화보다는 변두리 문화에 비중을 두게 되었다. 이러한 변두리 문화에 대한 인식을 깊게 하게 계기는 자립형 사립학교와 조기유학 등에 관한 교육정책을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내놓을 시점이었다. 교육정책을 접하면서 문득 우리 교육 제반의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제기되는 자립형 사립고와 조기유학에 관한 내용들이 '변두리 아이들'과 과연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미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변두리 아이들'에게 학교의 선택권이나 유학을 결정할 있는 힘이 어디에 있느냐고 되묻고 싶었다.

이러한 '변두리 아이들'에 대한 문제의식 속에서 현재의 교육정책들은 교육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좀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교육문제를 접근할 수는 없을까? '변두리 아이들'의 삶의 조건은 그들만의 책임인가? 하는 질문들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왜냐하면 그게 바로 변두리 학교의 교단에 서서 '변두리 아이들'과 살아가면서 갖게되는 나의 삶의 조건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변두리 아이들'인가? 농촌의 아이들, 시골아이들이 아닌 '변두리 아이들'이라고 굳이 부르는 것은 서울로부터의 변두리, 모든 정책으로부터의 변두리라는 의미를 담기 위해서이다. 우리가 청소년에 대한 문화 담론(談論) 논의할 공간적으로는 '서울'과 주변 대도시를 중심으로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이는 대도시에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문화를 밀집해서 접할 있고 대다수의 청소년들의 문화가 이들의 모습을 닮아가려는 추세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변두리 아이들'은 대도시 청소년들을 닮아가려 하지만 그들 나름대로 삶의 전략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러한 삶의 전략은 표면적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내면적인 의식형성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변두리 아이들'의 삶은 다른 청소년들의 문화를 형성하게 되고 다른 청소년 의식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제반 문제의식 속에서 '변두리 아이들'의 객관적 삶의 조건과 여건 속에서 어떠한 의식 형성 과정을 거치고 '변두리 아이들'의 문화가 형성되는 지를 살펴보는 일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변두리 아이들'의 속에 내재된 생활양식을 통해 우리 교육의 미래를 진단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2. '변두리 아이들'의 문화

'변두리 아이들'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읽을 있는 문화는 도시에 대한 동경심, 도시 아이들에 대한 열등감, 소외감으로 요약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잠재의식 속에서도 '변두리 아이들'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학교가 의미가 있든 없든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자신들의 삶을 영위해 나간다. 이러한 속에는 '변두리 아이들'의 객관적 삶의 여건이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가정환경, 지역적 환경, 학교환경을 바탕으로 '변두리 아이들'의 의식이 형성된다. 이러한 의식 속에는 사회전반에 걸친 모순과 학교체제에 대한 거부감이 함께 녹아 있어 '변두리 아이들'의 삶이 변두리적인 성격을 나타내게 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작은 농촌 지역의 학교형태인 종합고등학교 체제가 '변두리 아이들'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교가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2개의 체제를 가지고 운영되는 이른 ' 지붕 가족' 체제인 종합고등학교 아이들의 속에서 모순된 형태의 사회 모습이 나타난다.

'보통과 아이들'의 삶은 겉으로 보기에 많은 혜택과 선택받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보통과 아이들은 공부를 통한 지위상승을 꿈꾸고 공부를 통해 변두리를 벗어날 있다는 생각 속에서 공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변두리의 제반 교육적 환경이나 문화적 환경은 도시에 비해 열악하지만 이러한 열악한 환경을 공부를 통해 극복해보려는 열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보통과 아이들의 이러한 삶은 중첩적인 모순을 이겨내려는 하나의 삶의 전략이다. 변두리의 결핍된 문화를 모두 수용하고 살아가기에는 많은 한계와 절망이 서려있기 때문에 희망을 가지고 살고 싶기 때문이다.

'보통과 아이들'의 일상생활에서 느낄 있는 공통적인 문화는 도시 아이들을 동경하며 아이들에 대한 열등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부를 하면서도 도시의 아이들에 비해 교육적 여건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자기 스스로를 낮추고 모든 것에 자신없어 한다. 이러한 상황은 보통과 아이들의 생활 장면마다 나타난다. 학교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자신 스스로가 주장하면서도 독백처럼 '이렇게 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 하고 되묻는다. 공부를 수도 열심히 수도 없는 '어중띤 입장'에 있다. 하지만 보통과 아이들은 공부를 하면 미래상이 더욱 불투명하기 때문에 공부에 열중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맺는다. 이러한 결론을 통해 있는 보통과 아이들의 삶은 한마디로 성적과 입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공부와 관련된 삶을 살아간다는 점이다. 도시의 아이들이 학교공부에 회의를 갖고 학교를 중퇴해서 검정고시를 보거나 홈스쿨링(Home Schooling), 직업훈련원 다양한 방법으로 진로를 모색하는 것과는 상반되는 입장이다. 아직까지 변두리 아이들은 유일하게 사회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공부를 해서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을 있다.

'보통과 아이들'은 종합고등학교 체제에 대해 불만을 갖는다. 실과와 보통과가 같이 있는 종합고등학교는 보통과인 자신들의 명예를 실추시킨다고 생각한다. 실업계열 아이들은 대부분 날라리이기 때문에 학교 이미지를 손상시킨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실과 아이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보통과 아이들과 실과 아이들 사이의 적대감이 형성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종합고등학교 내에서의 보통과와 실과의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난다.

준희 : 사실 우리 학교 이미지 안 좋잖아요. 다른 학교 애들이 '똥통'이라고 해요. 그 말 들으면 열 받지만 실제로 농과 애들이 학교 먹칠하고 다니잖아요. 여관 잡아서 여자 애들과 술 먹으며 놀고 오토바이 타다 사고 나고.... 온갖 문제는 농과에서 일어나잖아요. 물론 농과에도 착한 애들도 있지만 우리 학교는 농과가 문제가 많은 거 같애요.

-2 남학생

'뽑힌 아이들'인 보통과 아이들도 여전히 소외와 열등감을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있다. 단지 보통과 아이들이 실과 아이들보다 유리한 점은 공부를 잘하는 것과 학교생활에 적응해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학교생활을 한다는 점이다. 물론 몇몇 개인은 현재의 삶보다 나은 사회의 지위상승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몇몇의 지위상승을 위해 많은 변두리 아이들이 헛된 희망을 가지고 많은 시간과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데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진학을 위해 학교에 오는 보통과 아이들과는 달리 농업과 아이들은 졸업장이 필요해서 학교에 온다. 그래서 성적은 이들에게 별다른 의미로 작용하지 않는다. 성적은 최소한 졸업하는데 문제가 없으면 된다. 하지만 성적표가 나오면 성적표를 남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못하면 '쪽팔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농업과 아이들'은 보통과 아이들과 비교당하는 것이 불만이다. 학교의 의미가 다른 부류의 아이들에게 '범생이' 기준으로 자신들을 보는 것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갖는다. 학교에 만족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을 성실히 하라고 종용하는 것은 많은 모순을 안고 있다. 농업과 아이들은 반복적인 열등감을 경험하게 되고 이러한 열등감은 반항적인 행동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근현 : 뭐 농과에 선택해서 오나요? 성적 때문에 보통과 가기 힘드니까 농과에 오죠. 그래서 같은 과라도 우린 공부 못해서 농과 온거다 뭐 그러고 다녀요. 자존심 상하는 얘기지만 사실인걸요 뭐. 그래서 애들이 농과에 와서 공부한다고 하면 서로 비웃어요. 공부 못해서 농과 온 주제에 공부 얘기한다고 말이죠. 그래도 졸업하면 뭐하나 뭐 그런 고민을 하게 되죠. 그러니까 공부에 대해 고민도 하고 공부가 안되니까 다른 걸 할까 고민도 하고.... 그런데 뭐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 2 남학생

'농업과 아이들'은 보통과 아이들과 같은 학교 내에서 생활하지만 삶의 방향은 많은 차이를 나타낸다. 보통과 아이들이 학교를 통해 변두리를 벗어나보려는 꿈을 간직하며 학교생활을 나간다면 농업과 아이들은 ' 데가 없어서' 학교에 온다. 농업과 아이들은 데가 있다면 학교는 오고 싶지 않은 곳이다. 학교는 공부를 위해 오는 곳이 아니라 '친구를 만나는 곳'이기도 하고 '노는 곳'으로서 의미가 있다. 이렇게 학교생활을 하다보니 교사와 학생간의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8 2003년 7차, 초3평가 및 학교평가의 전망과 과제 file 김영삼 2003.05.02 1383
167 프레이리 교육사상에 대한 평가와 그 분석 file 홍은광 2003.05.02 2435
166 근대적 가족형태 비판과 성적차이 페미니즘 file 이현주 2003.05.02 1916
» '변두리 아이들'의 삶과 문화 file 김계정 2003.05.02 1440
164 교육사회학 훑어보기(1) file 송경원 2003.05.02 2013
163 2003년 교육운동의 과제와 역할 file 회보특집팀 2003.05.02 1305
162 노무현정권 출범과 교육정책 file 회보특집팀 2003.05.02 1847
161 다시 학교 현장에 서서 file 김재석 2003.05.02 1265
160 교육사회학 훑어보기 송경원 2002.12.14 10811
159 프레이리 교육사상의 재창조를 위하여 홍은광 2002.12.14 2410
158 위험한 도박, 교육개방과 교육시장화정책 강신현 2002.12.14 2226
157 대학평준화, 당당히 가야할 길 file 손지희 2002.12.13 2543
156 교육개방 : 한국교육 위기의 새로운 단계 file 송권봉 2002.12.11 3225
155 장혜옥 선생 : 영주가 내세우는 영롱한 진주 이용기 2002.12.10 2110
154 요리를 잘하는 보일러공 : 원영만 강원지부장 권혁소 2002.12.10 1711
153 2002 전교조 선거와 전교조의 혁신 연구소 2002.12.10 1528
152 「참솔」을 읽는다 file 정은교 2002.12.09 4273
151 90년대 청소년문화담론 고찰 file 최이숙 2002.07.24 2200
150 위기의 남자 김상태 2002.07.24 1440
149 밥꽃양 상영회를 다녀온 뒤 최이숙 2002.07.24 1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