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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90년대 청소년문화담론 고찰

2002.07.24 15:03

최이숙 조회 수:1805 추천:5

이수기논문

1990년대 청소년 문화 담론에 대한 고찰

최이숙 ∥ 교육문화분과

1. 1990년대, 청소년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들

어느 시기, 어느 사회에서나 청소년은 한 사회의 집중적인 관심을 끄는 대상이었다. 청소년을 규정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전환' 즉 '어린이에서 성인으로 전환하는 시기'였다. 이와 같은 인식 속에서 청소년은 아직은 성숙기에 이르지 못한 존재로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 학교 및 가정에서 보호받아야할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청소년이 우리 사회에서 언급되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청소년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에 문제제기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 집단의 행위 및 이들의 주체성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청소년을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 바라보면서 이들 집단이 대중문화의 수용과정에서 또는 학교 현장에서 그들 나름의 욕망과 욕구를 어떻게 표출하고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되기 시작하였다. 90년대 초·중반이 청소년을 주체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흐름이 주도적이었다면,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이에 대한 대립항으로 청소년 보호라는 맥락 속에서 청소년을 보호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크게 울려퍼져갔다. 1990년대 '청소년'이라는 특정 집단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시선은 크게 충돌하고 있다.

Foucault(1968, 1971)에 따르면 하나의 대상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담론이 형성되기 위해선 특정 역사적 조건을 전제해야 한다. 그리고 담론의 형성·과정은 반드시 선택과 배제의 과정을 수반한다. 그렇다면 1990년대 어떠한 사회적·역사적 조건 속에서 청소년에 대한 관심은 증가하였으며, 서로 상반되는 사회적 시선이 형성된 것일까? 이 글에서는 우선 1990년대 청소년 문화를 둘러싼 담론지형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담론들은 1990년대 어떠한 사회적 조건 속에서 등장한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집단은 부각되고 어떠한 집단은 배제되어 왔는지 고찰해 볼 것이다.

2. 1990년 이후 청소년 문화 담론의 지형

90년대 청소년 담론 형성의 주체는 크게 3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신세대, X세대, N세대 개념을 창출한 미디어와 시장, 다른 하나는 조한혜정 교수 및 문화개혁 시민연대로 대표되는 시민운동 집단, 마지막으로 90년대 후반 청소년 보호에 대한 사회적 주장을 이끌고 있는 사회의 보수층 집단이 그들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집단이 90년대 들어서면서 서로 다른 맥락 속에서 청소년 또는 청소년 문화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였다면, 세 번째 집단은 앞의 두 집단에 비해서 비교적 뒤늦게 청소년을 둘러싼 담론의 장에 등장한 집단이다.

1990년대 청소년이라는 특정 인구집단을 대상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시작되었으며, 미디어와 시장이 이와 같은 분위기를 주도하였다. 1990년 한국일보의 '신세대 그들은 누구인가?'시리즈를 시작으로 1992년 말부터 불었던 신세대 열풍, 그리고 90년대 중반의 X세대, 그리고 90년대 후반의 N세대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기성세대 위주의 사회 속에서 가리워졌던 청소년 집단에 대한 다양한 호명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신세대에서 N세대에 이르기까지 청소년을 지칭하는 다양한 지칭들 속에서 미디어는 청소년 집단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적으로 80년대 말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소비를 매개로 한 문화 형성을 주도하고 있는 집단이다. 뿐만 아니라, 대중음악·케이블 텔레비젼·인터넷 통신·전자게임에 이르기까지 90년대 초반부터 등장하였던 새로운 매체문화를 선도해나가는 그룹으로 묘사된다. 미디어와 시장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이와 같은 담론 속에서 대상이 되는 청소년 문화는 소비대중문화이다. 그 결과 청소년 집단은 상품 및 대중문화 소비를 위한 소비자로 위치지워진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90년대 이전 즉 국가가 사회의 모든 부문에 대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그 시기의 청소년에 대한 인식과 어떠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미디어와 시장의 청소년에 대한 이와 같은 접근은 표면상으로는 기존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 주역'으로 또는 '어른 및 기성세대로부터 보호를 받아야할 대상'으로 청소년을 인식하였던 것과는 아주 색다른 접근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보면, 여전히 청소년은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을 뿐이다. 우선 청소년 집단이 주도하고 있는 문화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소비대중문화이다. 그리고 이들이 생산해내는 문화의 영역 역시 10대 스타시스템의 확장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기성세대가 10대를 타깃으로 생산하고 있는 문화의 틀 내에서의 생산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미디어 및 시장에서 주장하는 문화소비의 주체로서의 청소년은 엄밀하게는 '마케팅의 대상으로서 청소년'을 의미하는 것에 다름 아닌 말일뿐이다. 곧 청소년은 시장이 형성해낸 의사주체(pseudo-subject)일 뿐이다.

1990년대 청소년 집단에 대한 담론형성의 두 번째 주체는 바로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학교, 가정 등 이들을 둘러싼 사회환경을 재해석하는 과정과 함께 이와 같은 환경 속에서 청소년은 어떠한 위치이며, 청소년 집단은 어떠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번째 담론의 담론 형성의 주요 주체는 1990년 초반 학교문화에 대한 반기를 들면서 아이들의 입장에서 학교 문제를 해석하기 시작하였던 조한혜정 교수로 대표되는 '또 하나의 문화', 학계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대두되기 시작하였던 청소년 하위 문화 연구론자들, 그리고 1990년 후반 문화정치를 주창하였던 문화개혁 시민연대의 청소년 분과들이었다. 이들 간의 약간의 입장 차는 존재하지만, 두 번째 담론 형성의 주체로 묶을 수 있는 집단들은 대체적으로 다음에서 공통된다.

1) 청소년에 대한 인식의 초점을 청소년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 존재에 대한 문제로 전환해야한다. 곧 청소년 집단 역시 인권과 시민권을 지닌 집단으로 인식하고 이는 보장되어야한다. 2) 청소년 집단은 입시위주의 교육 및 유교적인 세대인식, 그리고 자식에 대한 기대치가 한국의 가족문화 속에서 억압받고 있는 대상이다. 3) 하지만, 청소년 집단은 그들이 어른들보다 우월성을 지니고 있는 대중문화 및 새로운 매체문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기성제도에 일정정도 저항하고 있다. 4) 하기에 이들 청소년 집단의 욕구와 욕망을 어느 정도 수용하여 그들의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제도적인 조건들이 사회적으로 보장되어야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담론 지형 속에서 청소년 집단은 억압된 상황 속에서 그들만의 욕망을 지닌 '생비자' 또는 '기성세대에 저항하는 저항적 주체'로서 인식되고 있다.

문제는 그들이 저항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문화의 성격이 무엇인가? 그리고 청소년 집단의 욕망을 구현하는 의미에서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어야할 문화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라는 부분이다. 첫 번째 부분과 관련해서 대다수의 하위문화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대중문화 및 새로이 등장한 매체문화이다. 곧 가족-학교-국가와의 공모관계를 통해 형성된 입시위주의 교육 속에서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하는 아이들이 실질적으로 문화를 생산할 수 있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는 대중문화이며, 10대를 타깃으로 형성되고 있는 대중문화를 향유하는 과정 속에서 청소년 집단은 그들만의 다양한 스타일을 창조하면서 기성세대 및 학교에 저항한다는 것이 이들 집단의 주장이다. 요약하자면 청소년 집단이 기성제도-자본주의체제가 아니라 주로 가족및 학교제도-에 저항하는 수단은 바로 소비 대중문화라는 것이다.

두 번째 질문과 관련해서 역시 나오는 답은 유사-대중문화이다. 조한혜정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하자센터의 프로그램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하자센터의 프로그램 구성을 살펴보면 개인주의적인 자본주의 소비문화의 틀을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될 수 있다.

앞의 두 담론이 이전시기까지 보호의 대상으로 위치 지워졌던 청소년 집단에 주체로서의 위치를 부여하려는 것과는 달리 1990년대 후반부터 다시금 청소년을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보려는 시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97년 빨간마후라 사건과 천국의 신화사건, 90년대 후반의 청소년 범죄 및 청소년 성매매의 증가와 같은 사건을 겪으면서 청소년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한층 커져가기 시작하였다. 서울대학교 손봉호 교수로 대표되는 문화적 보수주의자들은 현재의 사회환경이 청소년의 상업주의적이면서도 퇴폐적인 문화를 이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기에 사회는 청소년 보호법과 같은 강력한 기제를 확충하고 청소년에 대한 보호와 감시, 그리고 이들을 유해한 환경으로 이끄는 집단에 대한 제재를 주장한다. 이와 같은 입장에서는 청소년들이 향유하는 주된 문화인 대중 소비 문화를 유해한 환경으로 규정한다. 청소년 집단은 유해환경의 피해자로서 보호와 감시의 대상으로 청소년의 보호를 위해 가족과 학교의 노력이 경주되어야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3. 1990년대 청소년 담론 형성의 조건

90년대 청소년에 대한 이와 같은 상이한 관점들이 제기될 수 있었던 역사적 조건은 과연 무엇인가? 이 세 가지는 모두 각기 다른 조건 속에서 제기된 것인가? 이에 대해 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담론들이 뿌리내리고 있는 사회적 조건과 담론적 공간들을 살펴봐야할 것이다. 이는 현재의 청소년 문화를 바로 보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던져준다.

87년 민주화운동은 우리사회의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동안의 국가주의적 파시즘 체제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제기가 나타났으며 특히 91년 소련의 붕괴와 함께,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새로운 지적 조류 현상으로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절차적 민주주의의 확보는 전세계적인 신자유주의적인 흐름 속에서 자본이 한국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세력으로 등장하는 제도적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1990년대 청소년 담론 구성의 과정에서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86년 이후의 3저 현상에 따른 유래 없는 호황 및 민주화 운동에 따른 국민소득의 증가는 사회 전반적으로 소비수준의 확대를 가져오게 되었다. 청소년 집단은 87년 이후 소비대중문화의 확산을 주도한 계층으로 등장하게 된다. 90년대 팽창하기 시작한 서비스산업 곧 햄버거, 치킨 등의 패스트푸드 시장, Jean 이나 유니섹스 풍의 신세대 의류시장, 음반 산업 등의 대중문화 시장의 소비를 주도한 것은 바로 청소년 집단이었다.1) 전반적인 문화산업의 팽창 속에서 각 기업은 최대의 구매 계층으로 또는 구매에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는 계층으로 떠오른 이들 집단의 생리와 취향을 파악하기에 이르렀으며, 이와 같은 담론적 조건은 실질적으로 그동안 보호의 대상이라는 이름 하에 가리워 졌던 청소년 집단의 특성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계기가 되었다.

1993년 김영삼 정부의 등장은 19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의 사회변동의 분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제도화시키는 하나의 계기로 작용하였다. '개혁', '신한국', '세계화'등의 레토릭을 사용하면서 김영삼 정부는 시장의 투명성, 그리고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시장 경제 모델을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청소년 문화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던 교육내용 및 체제적인 변화 역시 이러한 논리 속에서 진행된 것이다. 대학에서부터 교육제도에 시장의 원리가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생산체제의 변화에 발맞추어 교육이념 및 내용에 있어서 역시 창조성의 확보, 다양성의 보장, 수월성의 논리가 개혁이라는 이름하에 학교공간으로 유입되기 시작한다. 군사파시즘 속에서 경직되어 있었던 학교체제 속에 '만화창작', '영상제작'등 청소년들의 문화활동이 일정정도 보장되기 시작하였으며, 소비대중문화를 터부시하던 학교의 분위기 역시 변모해갔다. 이러한 분위기는 99년 「교육발전5개년계획」안으로 대표되는 김대중 정부의 개혁 속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신지식인'으로 표현되는 새로운 인간형의 양상은, 지식기반 경제에 필요한 산업인력의 양성을 의미하였다. 신자유주의적 정책 속에서 공교육은 점차 무용한 공간이 되어 갔다. 탈학교론의 부각 그리고 저항의 주체로서의 청소년에 대한 부각은 실질적으로 민주화 운동이후 저항담론지형의 변화와 함께 신자유주의적 문화산업과 정책이 빚어낸 하나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시장영향력의 확대와 새로운 인간형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체제의 필요성이 청소년 문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용인하고 이를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면,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 사회 복지 영역이 축소됨으로써 사회적으로 청소년 보호의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된다. 곧 사회복지 영역의 미확보로 문화산업의 팽창과 공교육 붕괴가 가져오는 여러 가지 문제들-퇴폐라는 말로 표현되는 문제들-에 대해 국가는 더 이상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국가 개입을 통한 해결은 실질적으로 신자유주의적 정책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문제는 사회적 문제라기보다는 한 가족이 해결해야할 문제로 귀결되며, 그 논리적 배경은 전통적 유교주의에 기반한 도덕주의라고 볼 수 있다. 청소년 보호의 목소리는 결과적으로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생성된 또다른 자식인 셈이다.

간추리면, 1990년대 청소년 문화와 청소년을 바라보는 3가지 시선은 바로 신자유주의적 사회변화 속에서 나타난 소비자본주의 사회의 도래, 정치적으로는 형식적 민주주의, 이에 따른 교육체제의 변화가 모두 맞물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5.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

이제까지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청소년 및 청소년 문화를 둘러싼 주된 논의를 살펴보았다. 문제는 다시금 학교 공간에서 청소년을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학교 공간에 청소년들과 함께 어떠한 문화를 만들어갈 것인가?의 문제로 돌아온다. 이는 결과적으로 현재의 중고등학교를 어떻게 민주적으로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전체적인 계획속에서 도출되어야할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청소년의 삶의 조건이라는 부분이 면밀하게 검토되야할 것이다. 그들이 미디어 및 기타 다른 주체들이 형성한 담론을 과연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일상문화가 어떻게 구성되어가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 나라 청소년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또래를 형성하는 주된 공간인 학교 문화를 민주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곧 학교라는 공간 속에 침투해있는 소비문화와는 다른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자신이 직접 무언가를 생산해보는 경험을 부여함으로써 학교를 대안적 문화기지로 구축해야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청소년은 어른이나 문화자본에 예속된 존재가 아니라, 삶의 주체로서의 경험을 체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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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90년 한 조사에 의하면 10대 소비시장의 규모는 2조 6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